제3장 복종
국경 방어선은 무너졌다. 단 이틀 만에 대하의 자랑스러운 북방 관문이 일출 천황의 발아래 짓밟혔다.
화염과 피비린내 나는 바람이 성벽을 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항복하는 군영마다 각 지방의 태수들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딸과 첩들을 천황에게 바쳤고, 일출 병사들은 웃으며 이 여인들의 머리채를 잡아당겨 전리품처럼 천황 앞으로 끌고 갔다.
"대하의 여자들은 정말 피부가 곱구나."
"이 암캐들이 곧 천황 폐하의 신민이 될 것이다."
비웃음과 울부짖음이 국경의 하늘을 뒤덮었다.
소식은 화살보다 빨리 수도에 닿았다. 이헌은 급히 달려와 조정에 알렸다.
"누님이시여! 북방이 다 함락되었습니다!"
이용은 용상 위에 앉아 두 손으로 용의 발톱을 꽉 움켜쥐었지만,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했다.
"방어군은?"
"항복했습니다. 각지의 태수들이 적에게 아첨하며... 자기 여자들을 바쳤습니다."
이헌의 목소리는 분노와 수치로 떨렸다. "저 배신자들!"
조정의 신하들은 모두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 누군가가 속삭였다.
"일출의 군대는 신이 내린 군대다... 저항할 수 없다..."
"닥쳐!"
이용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공포가 숨어 있었다. 용포 자락이 바닥에 끌리며 그녀가 계단을 내려왔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수도의 방어군이 있다. 황성의 지형은 험준하다..."
"폐하께서는 아직 모르십니까?"
서천무극성후가 냉소를 지으며 조정에 들어섰다. 그녀의 뒤에는 동극황천성제가 침묵하며 따라왔다.
"일출 천황께서 이미 수도 밖에 도착하셨습니다."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수도의 방어군? 항복했다."
동극황천성제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이상한 빛이 스쳤다. "천황 폐하의 위엄 앞에서 감히 맞서는 자가 없습니다."
"너...!"
이용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동극과 서천의 눈에서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기대 같은 것이 있었다.
그때, 멀리서 천지가 흔들리는 함성이 들려왔다.
"일출 천황 폐하께서 강림하셨다!"
수도의 성문이 열렸다. 저항 없이 열렸다.
수호 병사들은 저마다 무기를 내려놓고 엎드려 절하며, 검은 물결처럼 밀려드는 일출 군대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천황은 준마를 타고 맨 앞에 서서 손에 긴 칼을 들고 있었지만 칼날은 아직 피에 물들지 않았다. 그를 따라잡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불타는 태양 같았다. 쳐다보기만 해도 눈이 시렸다.
"대하는 이제 내 것이다."
그의 말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모든 대하 백성의 뼛속까지 울려 퍼졌다.
천황이 말에서 내려 황성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올랐다. 그의 뒤에는 일출 병사들이 밀려들어 궁녀와 내시들을 밀쳐내고, 남자는 무릎 꿇리고 여자는 끌려갔다.
이용은 여전히 조정에 서 있었다. 그녀의 주변은 이미 적에게 포위되었다.
"황제 폐하."
천황이 그녀 앞에 섰다. 그의 키는 그녀보다 한 뼘 더 컸다. 아래에서 위로 그녀를 바라보며 마치 제물을 감상하는 듯했다.
"너는 저항할 거냐?"
이용은 그의 눈빛을 마주했다. 그 눈 속에서 그녀는 끝없는 정복욕과 오만을 보았다.
그녀의 뒤에는 어머니 왕응이 있었다. 왕응은 이미 눈물을 흘리며 딸에게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고. 저항하지 마.
그녀의 옆에는 이헌이 칼자루를 꽉 움켜쥐고 발을 내디딜 준비를 했지만, 곧 병사들에게 제압당했다.
"놔!"
이헌이 발버둥 쳤지만, 일출 병사들은 그를 꼼짝 못하게 눌러 바닥에 엎드리게 했다.
이용은 두 손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녀가 차마 볼 수 없었던 것은 조정 구석에서 조용히 무릎 꿇고 있는 월석이 미소를 머금고 천황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때 아마테라스의 노예가 된 월석은 이제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머리에는 아마테라스의 문장이 찍힌 비녀를 꽂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대하 여신의 존엄이 없었고, 오직 노예의 순종만이 가득했다.
"월석..."
이용의 목소리는 떨렸다.
"폐하께서는 저를 부르셨나요?"
월석은 고개를 들어 천황에게 미소 지었다. "아니요, 지금은 '조화'라고 불러야 합니다. 이것이 저의 새 이름입니다."
"너...!"
"폐하께서는 왜 이렇게 괴로워하십니까?"
월석은 부드럽게 일어나 천황의 다리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녀의 머리는 천황의 무릎에 살짝 기대어 마치 고양이처럼.
"아마테라스 신을 모시는 것은 영광입니다. 저는 더 이상 대하의 여신이 아니라, 신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제 운명입니다."
이용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한때 대하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던 여신을 기억했다. 하지만 그 여신은 지금 적에게 아첨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보아라."
천황이 월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가 복종하는 자가 받는 특혜를 본다. 만약 네 또한 순순히 복종한다면..."
"꿈도 꾸지 마라."
이용이 이빨을 악물며 말했다. "나는 대하의 여제다. 결코 타국에 굴하지 않겠다."
"오?"
천황이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꽤 크게 울려 퍼졌다.
그 순간, 궁전 밖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용이 급히 고개를 돌리자, 궁녀들이 이끌려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들의 옷은 찢기고 머리는 흐트러졌으며, 일출 병사들은 웃으며 그녀들의 몸을 더듬었다. 한 젊은 궁녀는 저항하다가 칼에 찔려 피가 석판 위에 흘러내렸다.
"멈춰!"
이용이 소리쳤다.
천황은 손을 들어 올리고, 병사들은 잠시 멈췄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는 여전히 노골적인 욕망이 가득했다.
"너는 보았다."
천황이 그녀에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항복하지 않으면, 네 모든 백성이 이 궁녀들과 같은 운명을 겪게 될 것이다. 남자는 노예가 되고, 여자는 창녀가 된다. 네가 직접 그들을 구할 수 있다."
이용의 온몸이 떨렸다.
그녀는 조정에 엎드린 신하들을 바라보았다. 창백한 얼굴의 문관들, 무기를 내려놓은 무장들, 서로 부둥켜안고 떠는 태자비 미아, 눈물을 참지 못하는 어머니 왕응...
또한 그녀는 동극황천성제와 서천무극성후가 구석에 서서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죄책감도 없고 고통도 없었다. 오히려 해방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왜? 왜 그들은 전혀 저항하지 않는 거지?
이용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달리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좋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낮아 거의 들리지 않았다.
"뭐라고?"
천황이 귀를 기울이며 일부러 듣는 척했다.
"나는... 항복한다."
이용이 무릎을 꿇었다. 무릎이 차가운 석판에 닿는 순간, 그녀는 온몸의 피가 식는 것을 느꼈다.
"대하는... 항복한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목덜미에 천황의 손이 닿았다. 그의 손가락은 차가웠고 힘은 강했다.
"좋아. 이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천황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의 눈에는 만족과 오만함이 가득했다.
"네 백성은 네 덕에 살았다. 그러나 너..."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뺨을 더듬었다. "너는 나에게 완전히 복종해야 한다."
이용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없이 용의 눈물을 참았다.
"...명령하소서."
그녀가 이 말을 내뱉자, 모든 힘이 빠져나갔다.
천황이 크게 웃으며 팔을 벌렸다.
"듣거라!"
그의 목소리가 조정을 울렸다.
"대하는 오늘부터 나의 속국이 되었다! 여제 이용은 앞으로 나를 섬기며, 대하의 모든 백성은 일출의 신민이 된다!"
조정은 침묵에 잠겼다.
아무도 박수 치지 않았고, 아무도 항의하지 않았다. 오직 무거운 숨소리와 간헐적인 울먹임만이 들릴 뿐이었다.
월석이 먼저 일어나 천황을 향해 절을 했다.
"폐하 만세."
그녀의 웃음은 달콤했다. "폐하께서 대하를 평정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어 동극황천성제와 서천무극성후가 뒤따라 절했다.
"폐하 만세."
그들의 목소리는 이구동성이었다.
결국, 신하들은 하나둘 무릎을 꿇었다.
이헌은 여전히 저항하다가 왕응에게 강제로 끌려 무릎을 꿇었다. 미아는 얼굴에 눈물이 범벅이 되어 이헌의 손을 꼭 잡았다.
이용의 눈에는 모든 장면이 비친 듯 그려졌다.
그녀는 한때 수많은 신하들의 경배를 받았던 여제였지만, 지금은 남의 나라의 포로가 되어 남의 명령에 따라야 했다.
그녀는 용포를 입고 있었지만, 영락없는 노예였다.
천황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일어나라. 오늘부터 너는 더 이상 여제가 아니다. 너는 나의 후궁이다."
이용이 천천히 일어섰다.
다리가 너무 무거워서, 몸이 천 근이나 되는 돌덩이 같았다.
"...예."
그녀는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날 저녁, 천황은 황성에서 연회를 열었다.
궁 안팎에는 등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일출의 병사들은 술을 마시며 떠들썩했다. 그들은 대하의 보물과 여자들을 전리품으로 삼아 자신들 사이에 나누어 가졌다. 어떤 궁녀는 울부짖다가 끌려갔고, 어떤 이는 저항하다가 채찍을 맞았다. 모든 것이 마치 축제 같았다.
이용은 연회장 구석에 앉아 술잔을 덤덤히 바라보았다.
그녀 옆에는 그녀를 지키는 일출 병사들이 서 있었는데, 그들의 눈에는 경멸과 탐욕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언제 이 병사들에게 욕을 먹을지, 아니면 더 나쁜 일을 당할지.
"폐하."
월석이 다가와 그녀 옆에 앉았다. 그녀의 손에는 술잔이 들려 있었고, 얼굴에는 붉은 술기운이 어려 있었다.
"왜 이렇게 우울해하세요?"
"너... 부끄럽지 않니?"
이용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너는 대하의 여신이었어. 그런데 지금은 적에게 아첨하며 웃고 있어."
"부끄럽다고요?"
월석이 웃으며 술잔을 한 모금 마셨다.
"나는 아마테라스 신을 모신 것에 자랑스러워요. 너도 곧 알게 될 거예요. 복종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미친년."
이용이 이빨을 악물었다.
"미쳤다고요? 아마도요."
월석이 그녀에게 다가가 귀에 속삭였다.
"하지만 너도 조만간 이렇게 될 거야. 이것이 우리 대하의 운명이니까."
이용이 두 손을 꽉 쥐었다.
그녀는 일어나 자리를 떠나고 싶었지만, 다리는 천 근의 무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신하들이 술에 취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 어머니가 눈물을 닦으며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모습, 그리고 이헌이 주먹을 꽉 쥐고 분노에 떨며 눈물을 참는 모습을 보았다.
이 모든 것이 그녀의 잘못이었다.
만약 그녀가 더 강했다면, 만약 그녀가 더 단호했다면...
"생각하지 마."
갑자기 손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자, 사쿠라코가 그녀 뒤에 서 있었다. 일출 천후는 오늘 밤 붉은색 기모노를 입고 머리에 화려한 금관을 쓰고 더욱 요염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비꼬는 듯한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대하가 망한 것은 정해진 운명이었어."
사쿠라코가 그녀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녀의 손끝은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웠다.
"너는 이제 나의 노예야. 노예는 생각하지 않아도 돼."
이용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온몸에 힘이 빠졌다.
"...명령하소서."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사쿠라코가 미소 지으며 그녀에게 술잔을 건넸다.
"마셔. 오늘 밤은 네가 모든 것을 잊는 법을 배우는 첫걸음이야."
이용은 그 잔을 받아 한 번에 들이켰다.
매운 술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며 눈물이 더욱 흘러내렸다.
그녀는 마치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했고, 다시는 올라올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연회장에서는 여전히 술과 고기가 진하게 흐르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대하는 이제 완전히 멸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