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염의 손이 문고리를 잡은 채로 굳어 있었다. 아침부터 이상했다. 소훈아는 평소처럼 아침상을 차리러 나오지 않았고, 채린의 방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소소의 웃음소리가 집 안에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훈아! 훈아!"
그의 목소리는 텅 빈 복도에서 메아리쳤다. 대답은 없었다. 채린의 방문을 열자 침대는 정리되어 있었지만, 침대보 가장자리에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누군가가 몸부림친 흔적이었다.
소염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는 미친 듯이 집 안을 뛰어다녔다. 마당, 부엌, 뒷마당. 아무도 없었다. 소소의 인형이 마당 한가운데에 떨어져 있었다. 평소 그 아이가 가장 아끼는 인형이었다. 결코 땅에 떨어뜨릴 리가 없었다.
"...서천."
그 이름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그의 두 주먹이 저절로 꽉 쥐어졌다. 과거 염제라 불리던 남자의 몸에서 한기가 났다. 그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았다. 대궐로 달려갔다.
대궐의 문지기들은 그를 막으려 했지만, 그의 눈빛에 주춤했다. 과거 천하를 불태웠던 전사가 돌아왔다는 듯한 위압감이었다. 하지만 소염은 알았다. 이 힘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그가 지금 가진 것은 분노뿐이었다. 법력은 이미 바닥났다.
그는 대궐 안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한 비밀 통로 앞에 섰다. 평소 서천 전황이 심심할 때면 찾는 밀실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통로 입구에 두 명의 호위병이 서 있었다.
"들어갈 수 없습니다."
소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주먹을 휘둘러 한 명의 얼굴을 쳤다. 호위병이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다른 한 명이 칼을 빼 들었지만, 소염의 발차기에 칼이 허공으로 튕겨 나갔다.
"비켜라."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호위병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물러섰다.
소염은 통로를 따라 걸었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공기가 무거워졌다. 그리고 저 멀리서 희미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알아듣기 힘들었다. 무언가 울부짖는 소리, 그리고 억눌린 신음. 하지만 걸음을 옮길수록 그 소리는 선명해졌다.
"제발... 그만... 그만해 주세요..."
소훈아의 목소리였다.
소염의 걸음이 멈췄다. 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밀실의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그는 그 틈새로 안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본 것은...
서천 전황이 방 중앙에 앉아 있었다. 그의 무릎 위에는 소소가 있었고, 아이는 울고 있었다. 눈물이 흘러내려 그의 치마를 적시고 있었다. 오른편에는 소훈아가 무릎을 꿇고 있었고, 그녀의 옷은 이미 여러 군데 찢겨져 있었다. 채린은 방 한쪽 구석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독사의 비늘이 드러나 있었다. 본능적으로 위협하려는 반응이었다.
서천 전황이 소소의 턱을 집어 올렸다.
"울지 마라. 네 아버지가 보고 계신다."
소염이 그 말을 들었다. 그는 움직일 수 없었다. 발이 땅에 붙은 듯했다.
"아버지... 아버지!"
소소가 소리쳤다. 그녀의 눈이 문틈 너머의 소염을 향했다. 그 순간, 서천 전황의 손이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아이의 얇은 옷이 찢어졌다.
"이 나쁜... 이 나쁜...!"
소염이 문을 발로 차며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그 순간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서천 전황이 손을 까딱하자, 소염의 몸이 허공에 붙잡혔다.
"염제여, 네가 찾아왔구나. 잘 왔다."
서천 전황이 일어났다. 그는 천천히 소염에게 걸어왔다. 그의 눈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네 아내와 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고 싶지 않으냐?"
"서천, 당장 놔둬!"
소염이 몸부림쳤지만, 그의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서천 전황의 법력이 그의 몸을 완전히 묶어 놓았다.
"내 앞에서 무릎 꿇어라. 그러면 좀 더 편하게 봐줄 수도 있다."
"...네가 무슨 말을...!"
"무릎 꿇으라고 했다."
서천 전황이 오른손을 내리쳤다. 소염의 다리가 부러지듯 무릎이 땅에 닿았다. 염제라 불리던 남자가 타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자체가 치욕이었다.
"좋다. 이제 네 눈으로 직접 봐라."
서천 전황은 소염에게 등을 돌리고 소훈아에게 걸어갔다. 그가 손을 내밀자, 소훈아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제발... 소소만은... 소소만은 보내주세요..."
소훈아가 애원했다.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너는 내가 보내줄 때까지 보내지 않는다."
서천 전황이 소훈아의 옷을 찢었다. 그녀의 하얀 어깨가 드러났다. 소염이 울부짖었다.
"그만둬! 그만둬, 이 개자식아!"
"염제야, 아직도 말이 많구나."
서천 전황이 손가락을 튕기자, 소염의 입이 강제로 닫혔다. 그는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서천 전황은 이제 채린에게 시선을 돌렸다. 메두사 여왕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 위협적인 빛이 났다.
"너는 나에게 독니를 들이밀려 하는구나."
서천 전황이 웃었다. 그는 채린의 머리칼을 잡아당겼다. 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네가 할 수 있다면 해봐라."
채린이 입을 벌렸다. 그녀의 송곳니에서 독액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전황의 팔을 물려고 덤벼들었다.
그러나 서천 전황은 그녀가 달려드는 순간, 허리를 꺾어 피하고 반대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 그의 손아귀가 그녀의 뺨을 꾹 누르자, 그녀의 턱이 빠지는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독니를 뽑아버리면 네가 더 예뻐질 것 같지 않으냐?"
서천 전황이 손가락을 그녀의 입 안에 밀어 넣었다. 채린의 눈이 충혈되었다. 그는 그녀의 송곳니를 꽉 잡고 힘을 주었다.
아픈 비명이 터져 나왔다. 피가 입가로 흘러내렸다. 그녀의 독니가 손아귀에 뽑혀 나왔다.
"으아아아악!"
채린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의 양손이 부러진 독니가 있던 자리를 감쌌다. 고통과 굴욕이 그녀의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제 좀 순해졌군."
서천 전황은 그녀의 옷을 잡아 찢었다. 채린이 몸부림쳤지만, 피를 흘리며 힘을 잃은 그녀는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가 숨을 삼켰다.
소소가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엄마!"
아이가 엄마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서천 전황이 손을 내저으며 그녀를 붙잡았다.
"어린것이 참 귀여워라."
그는 소소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아이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의 손이 아이의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러지 마세요! 아직 어린애예요!"
소훈아가 애원했다. 그녀는 무릎으로 기어와 서천 전황의 발목을 붙잡았다.
"아이에게서 손을 떼 주세요! 제가... 제가 뭐든지 하겠습니다! 아무 것이라도!"
그녀의 애원은 간절했다. 서천 전황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 이상한 빛이 스쳤다.
"네가 뭐든지 하겠다고?"
"예! 예! 어떤 일이든... 그러니까 소소만은..."
"좋다. 네가 내 앞에서 벌거벗고 춤을 춰라. 그러면 소소를 잠시 풀어주마."
소훈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그녀는 소소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손이 떨리며 옷고름을 풀었다. 천천히, 한 벌씩, 그녀의 옷이 바닥에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가슴을 가리던 천이 흘러내리자, 그녀의 알몸이 드러났다.
소염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아내가 남의 앞에서 벌거벗고 춤을 춰야 하는 굴욕을 견뎌야 했다.
소훈아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이 떨렸다. 그녀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는 춤추면서도 손으로 가슴을 가리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추해 보였다.
서천 전황이 웃었다.
"춤이 서툴구나. 제대로 추지 못하면 소소의 옷을 더 찢어버리겠다."
소훈아가 더 격렬하게 몸을 움직였다. 그녀는 엉덩이를 흔들고 가슴을 내밀었다. 더 추하고 더 음란한 춤을 추었다.
그 사이, 서천 전황의 손이 채린을 향했다. 그는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그 위에 올라탔다. 채린이 입술을 깨물었다.
"...네가 나를... 나를 이렇게 할 줄은 몰랐다."
"메두사 여왕이 무릎 꿇는 꼴이 참 아름답구나."
그가 허리를 밀어 넣었다. 채린의 몸이 경련했다. 그녀는 소리를 참으려 했지만, 견딜 수 없는 통증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소소가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귀를 막아도 들렸다. 엄마의 신음, 그리고 아이의 울음소리.
소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무릎 꿇은 채로, 자기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의 아내가 남의 앞에서 춤추는 꼴을, 그의 딸이 무서움에 떠는 꼴을, 메두사 여왕이 능욕당하는 꼴을.
과거 염제는 하늘을 불태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의 힘은 사라지고, 그의 존엄도 사라졌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치욕과 분노와 절망이 함께 흘러내렸다.
그리고 서천 전황의 웃음소리가 밀실 가득히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