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황의 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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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다. 목진의 영지는 고요하기 그지없었고, 달빛조차 구름 사이로 숨었다. 갑자기 하늘가에서 어스름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마치 검은 연기처럼 보였지만, 실체가 있는 듯도 했다. 그림자가 영지 위를 맴돌자, 주위의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숨 쉬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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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영 강림

밤이 깊었다. 목진의 영지는 고요하기 그지없었고, 달빛조차 구름 사이로 숨었다. 갑자기 하늘가에서 어스름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마치 검은 연기처럼 보였지만, 실체가 있는 듯도 했다. 그림자가 영지 위를 맴돌자, 주위의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숨 쉬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서천 전황은 허공에 서서 냉담한 눈빛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반짝이는 어둠의 빛이 스쳤다. 그는 손을 살짝 움직여 검은 법력을 흩뿌렸다. 그 법력은 마치 산들바람처럼 조용히 영지 전체를 감쌌다. 순식간에 경비병과 하인들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애초에 깨어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천천히 땅에 내려앉아 발소리 하나 없이 안뜰로 걸어 들어갔다. 법력은 이미 모든 방울 관통하여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마취시켰다. 전황은 낙리의 침실 앞에 섰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그에게는 아무런 장애물도 아니었다. 그는 문을 밀자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안에서는 은은한 향이 났고, 낙리는 침대 위에 누워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

전황은 침대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달빛이 창문을 통해 비스듬히 비쳐 들어와 그녀의 고운 얼굴을 드러냈다. 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낙리는 꿈속에서도 불편함을 느꼈는지, 눈썹을 약간 찌푸렸다. 전황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스쳤다. 그의 법력이 다시 깃들자, 낙리는 더 깊이 잠들어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옷깃을 따라 움직였다. 천천히 옷을 한 겹씩 벗겨 냈다. 그녀의 하얀 어깨와 쇄골이 점점 드러나고, 연한 홍색 속옷 아래로 숨 쉴 때마다 살짝 떨렸다. 전황의 숨결이 조금 거칠어졌다. 그는 몸을 굽혀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손은 그녀의 매끄러운 피부를 더듬으며 힘주어 그의 손자국을 남겼다.

낙리는 꿈속에서 가벼운 신음을 흘렸다. 그것은 고통과 쾌락 사이의 소리였다. 전황은 더욱 흥분하여 그녀를 뒤집어 자신의 몸 아래로 밀어 넣었다. 그의 침입은 거칠고 참을성 없이 앞뒤로 움직였다. 방 안에는 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그의 거친 숨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얼마 후, 모든 것이 끝났다. 전황은 옷을 정리하고 방을 나왔다. 그의 발걸음은 청연정의 방을 향했다. 그는 문 앞에 섰다. 안에서는 약간의 움직임이 들렸다. 청연정은 깨어 있었던 것이다.

전황이 문을 밀자, 청연정은 침대 곁에 앉아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은 침대 시트를 꽉 쥐고 있었고, 관절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너... 너 누구야?”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네 아들의 목숨을 원하지 않는다면, 순순히 따르거라.” 전황의 목소리는 차갑고, 명령하는 듯했다.

청연정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눈에 눈물이 맴돌았다. “제발... 제 아들을 놓아줘...” 그녀는 간청했다.

“순종해라.” 전황이 다가가 그녀의 턱을 잡아 위로 향하게 했다. 그의 눈에는 위험이 서려 있었다. “아니면 네 아들의 시체를 보게 될 것이다.”

청연정은 몸을 떨었고, 마지막 저항의 불꽃도 꺼져 갔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전황이 그녀를 침대 위로 밀쳤다. 그의 손이 그녀의 옷을 찢으며, 맨살이 드러났다. 청연정은 눈을 감았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아들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부르며, 이 고통을 견뎌 냈다.

한편, 목진은 자신의 방에 갇혀 있었다. 그의 몸은 법력에 묶여 움직일 수 없었지만, 정신은 맑았다. 그는 어머니와 여자친구의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낙리의 가쁜 신음과 청연정의 억누른 울음이 날카로운 칼처럼 그의 심장을 찔렀다. 그는 목이터지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입에서는 신음 소리만 겨우 새어 나왔다.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서고, 손톱은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절망과 분노가 그의 가슴속에서 끓어올랐다. 그는 맹세했다. 만약 이 치욕을 벗어날 수 있다면, 반드시 서천 전황에게 피 값은 피로 갚으리라고. 하지만 지금,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밤은 점점 깊어 갔다. 영지 안의 고통은 한밤중의 안개처럼 점점 짙어져 갔다.

염제의 치욕

소염의 손이 문고리를 잡은 채로 굳어 있었다. 아침부터 이상했다. 소훈아는 평소처럼 아침상을 차리러 나오지 않았고, 채린의 방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소소의 웃음소리가 집 안에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훈아! 훈아!"

그의 목소리는 텅 빈 복도에서 메아리쳤다. 대답은 없었다. 채린의 방문을 열자 침대는 정리되어 있었지만, 침대보 가장자리에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누군가가 몸부림친 흔적이었다.

소염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는 미친 듯이 집 안을 뛰어다녔다. 마당, 부엌, 뒷마당. 아무도 없었다. 소소의 인형이 마당 한가운데에 떨어져 있었다. 평소 그 아이가 가장 아끼는 인형이었다. 결코 땅에 떨어뜨릴 리가 없었다.

"...서천."

그 이름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그의 두 주먹이 저절로 꽉 쥐어졌다. 과거 염제라 불리던 남자의 몸에서 한기가 났다. 그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았다. 대궐로 달려갔다.

대궐의 문지기들은 그를 막으려 했지만, 그의 눈빛에 주춤했다. 과거 천하를 불태웠던 전사가 돌아왔다는 듯한 위압감이었다. 하지만 소염은 알았다. 이 힘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그가 지금 가진 것은 분노뿐이었다. 법력은 이미 바닥났다.

그는 대궐 안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한 비밀 통로 앞에 섰다. 평소 서천 전황이 심심할 때면 찾는 밀실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통로 입구에 두 명의 호위병이 서 있었다.

"들어갈 수 없습니다."

소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주먹을 휘둘러 한 명의 얼굴을 쳤다. 호위병이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다른 한 명이 칼을 빼 들었지만, 소염의 발차기에 칼이 허공으로 튕겨 나갔다.

"비켜라."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호위병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물러섰다.

소염은 통로를 따라 걸었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공기가 무거워졌다. 그리고 저 멀리서 희미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알아듣기 힘들었다. 무언가 울부짖는 소리, 그리고 억눌린 신음. 하지만 걸음을 옮길수록 그 소리는 선명해졌다.

"제발... 그만... 그만해 주세요..."

소훈아의 목소리였다.

소염의 걸음이 멈췄다. 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밀실의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그는 그 틈새로 안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본 것은...

서천 전황이 방 중앙에 앉아 있었다. 그의 무릎 위에는 소소가 있었고, 아이는 울고 있었다. 눈물이 흘러내려 그의 치마를 적시고 있었다. 오른편에는 소훈아가 무릎을 꿇고 있었고, 그녀의 옷은 이미 여러 군데 찢겨져 있었다. 채린은 방 한쪽 구석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독사의 비늘이 드러나 있었다. 본능적으로 위협하려는 반응이었다.

서천 전황이 소소의 턱을 집어 올렸다.

"울지 마라. 네 아버지가 보고 계신다."

소염이 그 말을 들었다. 그는 움직일 수 없었다. 발이 땅에 붙은 듯했다.

"아버지... 아버지!"

소소가 소리쳤다. 그녀의 눈이 문틈 너머의 소염을 향했다. 그 순간, 서천 전황의 손이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아이의 얇은 옷이 찢어졌다.

"이 나쁜... 이 나쁜...!"

소염이 문을 발로 차며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그 순간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서천 전황이 손을 까딱하자, 소염의 몸이 허공에 붙잡혔다.

"염제여, 네가 찾아왔구나. 잘 왔다."

서천 전황이 일어났다. 그는 천천히 소염에게 걸어왔다. 그의 눈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네 아내와 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고 싶지 않으냐?"

"서천, 당장 놔둬!"

소염이 몸부림쳤지만, 그의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서천 전황의 법력이 그의 몸을 완전히 묶어 놓았다.

"내 앞에서 무릎 꿇어라. 그러면 좀 더 편하게 봐줄 수도 있다."

"...네가 무슨 말을...!"

"무릎 꿇으라고 했다."

서천 전황이 오른손을 내리쳤다. 소염의 다리가 부러지듯 무릎이 땅에 닿았다. 염제라 불리던 남자가 타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자체가 치욕이었다.

"좋다. 이제 네 눈으로 직접 봐라."

서천 전황은 소염에게 등을 돌리고 소훈아에게 걸어갔다. 그가 손을 내밀자, 소훈아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제발... 소소만은... 소소만은 보내주세요..."

소훈아가 애원했다.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너는 내가 보내줄 때까지 보내지 않는다."

서천 전황이 소훈아의 옷을 찢었다. 그녀의 하얀 어깨가 드러났다. 소염이 울부짖었다.

"그만둬! 그만둬, 이 개자식아!"

"염제야, 아직도 말이 많구나."

서천 전황이 손가락을 튕기자, 소염의 입이 강제로 닫혔다. 그는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서천 전황은 이제 채린에게 시선을 돌렸다. 메두사 여왕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 위협적인 빛이 났다.

"너는 나에게 독니를 들이밀려 하는구나."

서천 전황이 웃었다. 그는 채린의 머리칼을 잡아당겼다. 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네가 할 수 있다면 해봐라."

채린이 입을 벌렸다. 그녀의 송곳니에서 독액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전황의 팔을 물려고 덤벼들었다.

그러나 서천 전황은 그녀가 달려드는 순간, 허리를 꺾어 피하고 반대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 그의 손아귀가 그녀의 뺨을 꾹 누르자, 그녀의 턱이 빠지는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독니를 뽑아버리면 네가 더 예뻐질 것 같지 않으냐?"

서천 전황이 손가락을 그녀의 입 안에 밀어 넣었다. 채린의 눈이 충혈되었다. 그는 그녀의 송곳니를 꽉 잡고 힘을 주었다.

아픈 비명이 터져 나왔다. 피가 입가로 흘러내렸다. 그녀의 독니가 손아귀에 뽑혀 나왔다.

"으아아아악!"

채린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의 양손이 부러진 독니가 있던 자리를 감쌌다. 고통과 굴욕이 그녀의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제 좀 순해졌군."

서천 전황은 그녀의 옷을 잡아 찢었다. 채린이 몸부림쳤지만, 피를 흘리며 힘을 잃은 그녀는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가 숨을 삼켰다.

소소가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엄마!"

아이가 엄마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서천 전황이 손을 내저으며 그녀를 붙잡았다.

"어린것이 참 귀여워라."

그는 소소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아이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의 손이 아이의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러지 마세요! 아직 어린애예요!"

소훈아가 애원했다. 그녀는 무릎으로 기어와 서천 전황의 발목을 붙잡았다.

"아이에게서 손을 떼 주세요! 제가... 제가 뭐든지 하겠습니다! 아무 것이라도!"

그녀의 애원은 간절했다. 서천 전황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 이상한 빛이 스쳤다.

"네가 뭐든지 하겠다고?"

"예! 예! 어떤 일이든... 그러니까 소소만은..."

"좋다. 네가 내 앞에서 벌거벗고 춤을 춰라. 그러면 소소를 잠시 풀어주마."

소훈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그녀는 소소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손이 떨리며 옷고름을 풀었다. 천천히, 한 벌씩, 그녀의 옷이 바닥에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가슴을 가리던 천이 흘러내리자, 그녀의 알몸이 드러났다.

소염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아내가 남의 앞에서 벌거벗고 춤을 춰야 하는 굴욕을 견뎌야 했다.

소훈아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이 떨렸다. 그녀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는 춤추면서도 손으로 가슴을 가리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추해 보였다.

서천 전황이 웃었다.

"춤이 서툴구나. 제대로 추지 못하면 소소의 옷을 더 찢어버리겠다."

소훈아가 더 격렬하게 몸을 움직였다. 그녀는 엉덩이를 흔들고 가슴을 내밀었다. 더 추하고 더 음란한 춤을 추었다.

그 사이, 서천 전황의 손이 채린을 향했다. 그는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그 위에 올라탔다. 채린이 입술을 깨물었다.

"...네가 나를... 나를 이렇게 할 줄은 몰랐다."

"메두사 여왕이 무릎 꿇는 꼴이 참 아름답구나."

그가 허리를 밀어 넣었다. 채린의 몸이 경련했다. 그녀는 소리를 참으려 했지만, 견딜 수 없는 통증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소소가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귀를 막아도 들렸다. 엄마의 신음, 그리고 아이의 울음소리.

소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무릎 꿇은 채로, 자기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의 아내가 남의 앞에서 춤추는 꼴을, 그의 딸이 무서움에 떠는 꼴을, 메두사 여왕이 능욕당하는 꼴을.

과거 염제는 하늘을 불태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의 힘은 사라지고, 그의 존엄도 사라졌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치욕과 분노와 절망이 함께 흘러내렸다.

그리고 서천 전황의 웃음소리가 밀실 가득히 울려 퍼졌다.

무조의 절망

# 제3장: 무조의 절망

임동은 문 밖에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능청죽과 응환환이 오늘따라 유난히 이상했다. 평소라면 그를 보면 고개를 숙이거나 피해 다녔는데, 오늘은 오히려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는 무언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 섞여 있었다.

"청죽아."

임동이 불렀다. 능청죽은 몸을 돌리며 부드럽게 웃었다.

"무조님, 무슨 일이십니까?"

그 목소리에는 전과 다른 떨림이 있었다. 임동은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두려움과 굴종, 그리고 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한 불안이 어려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거냐?"

"아, 아닙니다. 아무 일도..."

능청죽은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섰다. 그때 응환환이 나타나 그녀의 팔을 잡았다.

"청죽 언니, 가야지."

두 여인은 얼른 자리를 떴다. 임동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불안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그는 조용히 그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서천 전황의 거처였다. 임동은 숨어서 지켜보았다. 그의 눈이 점점 커졌다.

능청죽은 서천 전황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고고한 선녀가 마치 노예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서천 전황은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청죽아, 네가 선녀였다고? 지금은 내 앞에 꿇어 엎드린 한낱 노예에 불과하다."

"예... 전황님..."

능청죽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거역하지 않았다. 서천 전황은 그녀의 옷깃을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임동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의 몸은 꼼짝할 수 없었다. 이미 그에게 남은 힘은 없었다.

"더 가까이 와라."

서천 전황의 명령에 능청죽은 기어서 다가갔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울 힘조차 잃은 듯했다.

임동은 그 광경을 보며 치가 떨렸다. 한때 하늘 위를 날던 선녀가, 이렇게 짐승처럼 굴종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때 응환환이 끌려나왔다. 그녀는 밧줄에 묶여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서천 전황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그녀의 살결을 스쳤다.

"환환아, 오늘은 네 차례다."

"제발... 제발 그만..."

응환환의 애원은 무의미했다. 서천 전황은 그녀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 한때 활발하고 명랑했던 그녀의 얼굴에는 더 이상 생기가 없었다. 그녀의 눈은 텅 비어 있었다.

"더 크게 울어 보아라. 그래야 재미있지."

응환환은 입술을 깨물며 소리를 참았다. 그 순간, 그녀의 몸이 경직되며 고통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임동은 그 비명 소리에 몸을 떨었다.

"이 개자식!"

임동이 주먹을 쥐고 뛰어나가려는 순간, 누군가 그의 팔을 잡았다. 돌아보니 소염, 염제였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와 절망이 가득했다.

"가지 마. 가봤자 죽기만 할 뿐이다."

"그래도! 저들을 보고만 있을 순 없어!"

"보고 있어야 해. 아니면 네 딸도, 네 아내도, 네 어머니도 모두 끝장난다."

소염의 말에 임동의 몸이 굳었다. 맞았다. 그가 함부로 움직이면 모든 사람이 위험해진다.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임정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몸은 비틀거리고 있었다. 누군가 그녀에게 약을 먹인 것이 분명했다.

"정아!"

임동이 달려갔지만, 이미 늦었다. 임정은 그의 품에 쓰러졌다. 그녀의 눈은 반쯤 감겼고, 입에서는 횡설수설한 말이 흘러나왔다.

"아버지... 이상해요... 몸이... 뜨거워..."

"정아! 정신 차려라!"

임동이 그녀를 흔들었지만, 그녀는 이미 의식을 잃고 있었다. 그때 서천 전황이 나타났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임정을 바라보았다.

"임동, 네 딸은 참 예쁘구나. 순결하고 깨끗해서 내가 직접 다루고 싶어지더군."

"이 나쁜 놈! 네가 내 딸에게 무슨 짓을!"

임동이 달려들려 했지만, 호위병들이 그를 제압했다. 서천 전황은 천천히 임정에게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약기운이 올라오는 중이다. 곧 깨어나겠지. 그때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 표정을 지을지 기대된다."

임동은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땅에 엎드려 자신의 무력함에 절규했다.

"제발! 제발 내 딸만은! 그녀는 아무 잘못도 없어! 내가 대신하겠다! 나를 죽여라!"

"죽인다고? 그건 재미없지. 네가 살아서 모든 걸 지켜보는 게 더 재미있다."

서천 전황은 임정을 안아 침실로 들어갔다. 임동은 미친 듯이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그의 외침을 듣지 않았다.

얼마 후, 임정의 비명이 들렸다. 순결을 잃은 그녀의 절규가 어둠을 찢었다. 임동은 그 소리를 들으며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그의 손에서 피가 흘렀지만, 그는 아프지 않았다. 모든 감각이 마비된 듯했다.

"하느님... 왜...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을..."

임동은 땅에 엎드려 울었다. 그의 눈물이 땅을 적셨다. 하지만 하늘은 대답하지 않았고, 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곳에는 오직 절망과 고통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그날 밤, 임동은 문 밖에서 소염의 목소리를 들었다.

"무조, 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하지만 기억해, 복수할 기회는 반드시 온다. 그날을 위해 살아남아야 해."

임동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눈물이 없었다. 그 대신, 어둠보다 더 깊은 증오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 나는 산다. 반드시 산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마치 얼음장처럼.

"나는 그 개자식을 내 손으로 찢어 죽일 것이다."

별빛도 없는 밤, 무조의 절망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절망 속에서 새로운 결심이 싹트고 있었다. 그것은 파멸을 향한, 혹은 구원을 향한 어두운 여정의 시작이었다.

여인들의 타락

낙리는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이 아니었다. 어두운 석실, 축축한 공기, 그리고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 그녀 옆에는 청연정이 있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침상에 묶여 있었고, 손목은 굵은 쇠사슬로 벽에 연결되어 있었다.

“일어났군.”

서천 전황의 목소리는 천장에서 울려 퍼졌다. 그는 방 한가운데 높이 솟은 의자에 앉아 두 여자를 굽어보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그가 조금만 기다려도 좋다는 뜻이었다.

“이제부터 네놈들은 서로를 잘 봐야 한다. 너희가 무너지는 과정을 서로 목격해야 한다, 그것이 나의 즐거움이다.”

청연정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빛은 여전히 단호했다. 그러나 서천 전황은 손을 휘저었다. 법력이 폭발하듯 퍼져나가 두 여자의 옷이 조각조각 찢겨져 나갔다. 낙리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자기 몸을 감추려고 몸부림쳤지만, 쇠사슬이 그녀를 침상에 꽉 붙들어 놓았다.

“보아라, 너의 며느리가 이렇게 아름답구나.”

서천 전황이 웃으며 말했다. 청연정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그의 손가락이 허공을 가르자, 그녀도 감각을 느꼈다. 차갑고 거친 손길이 그녀의 피부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는 억지로 눈을 떴다. 낙리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눈물 속에는 절망과 부끄러움이 뒤섞여 있었다.

“제발... 그만둬 주세요...”

낙리가 애원했지만, 대답은 더 거친 웃음뿐이었다.

같은 시각, 다른 방에서는 말다툼이 한창이었다. 소훈아는 벽에 기대어 서 있었고, 채린은 그 앞에서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네가 감히 나와 경쟁하려고?”

채린의 목소리에는 조소가 섞여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독사처럼 차가운 빛이 반짝였다.

“너는 이미 몸을 바친 지 오래되었잖아. 이제 와서 무슨 체면이야?”

소훈아가 부드럽게 대꾸했다.

“나는 네가 더럽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다만 자존심을 버리는 건 너 자신뿐인 걸 잊지 말아야 해.”

채린의 눈에 분노가 스쳤다. 그녀는 한 걸음 다가서서 소훈아의 뺨을 때렸다.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너는 아직도 네가 그 고귀한 메두사 여왕인 줄 알아? 이제 우리는 모두 똑같아. 전황님의 총애를 받기 위해 몸을 바치는 노예일 뿐이야.”

소훈아는 손을 들어 볼을 만졌다. 그녀는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씁쓸함과 체념이 섞여 있었다.

“그래, 그렇다면 나는 한 가지를 더 바라겠어. 적어도 전황님이 나를 선택할 때, 네가 질투하게 만들 거야.”

채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말없이 몸을 돌려 방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닦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약해 보일 수 없었다.

능청죽이 긴 고통 속에서 눈을 떴다. 그녀는 침상에 누워 있었고, 몸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또 하루, 또 한 번의 고통.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다. 그녀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저항하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헛수고였다. 서천 전황은 그녀의 분노를 먹었다. 그녀가 화를 낼수록 그는 더 크게 웃었다.

그래서 그녀는 포기했다.

그녀는 하루하루를 그저 웃으며 보내기 시작했다. 서천 전황이 그녀를 부를 때, 그녀는 순순히 몸을 바쳤다. 그가 그녀에게 뭔가를 시킬 때, 그녀는 순종했다. 그녀의 내면은 점점 텅 비어 갔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더 이상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 심지어 그가 그녀를 문지방 앞에 무릎 꿇리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모욕할 때도, 그녀는 미소 지을 수 있었다.

그 미소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응환환은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눈은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녀 주변에는 피와 땀, 그리고 무언가 썩은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곳에 온 지 얼마나 되었는지. 그녀는 단지 매일 밤 서천 전황이 그녀를 찾아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올 때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몸을 드러냈다.

오늘은 가만히 누워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자신의 목을 만졌다. 거기에는 깊은 상처가 있었다. 서천 전황이 그녀를 질식시키려 했지만, 결국 풀어 주었다. 그녀는 웃었다. 이 고통은 이제 그녀에게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고통이 끝나면 그녀는 잠시 쉴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일어났다. 그녀는 천천히 옷을 정리하며 방 밖으로 나갔다. 복도 끝에는 전황의 침실이 있었다. 그녀는 그곳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잠시 멈추었다. 그녀는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았다. 또 한 번의 고통, 또 한 번의 수치. 하지만 이것은 적어도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 밖, 복도 구석에서 임동이 서 있었다. 그는 벽에 기대어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그의 귀에는 아내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약했고, 간헐적이었다. 그는 간신히 참아내며 이를 악물었다. 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 손은 한때 강한 주먹을 휘둘렀던 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바지를 내렸다. 그는 수치스러움을 느꼈지만,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손을 뻗어 자신의 것을 잡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그는 문 안에서 나는 소리에 맞춰 속도를 높였다. 그의 입에서는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는 혼자였다. 그는 단지 천천히 몸을 놓아 주었다. 절망 속에서, 그는 한순간의 해방을 찾았다.

문 안에서 응환환의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전황님, 오늘은 제가 하겠습니다.”

임동은 그 말을 듣고 눈을 감았다. 그의 어깨가 떨렸다. 그는 더 이상 아들을 지키지 못했다. 그는 단지 과거의 영웅에 불과했다. 영원히 과거에 묻혀 버렸다.

문 밖의 비명

문 밖은 어둠과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목진, 소염, 임동은 문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전의 영웅들은 이제 비천한 문지기 신세였다. 귀에는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처절한 신음과 육체가 부딪히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아… 제발… 그만…”

낙리의 목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애원과 고통이 섞인 그 목소리는 소염의 가슴을 찢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방 안에서는 전황을 차지하기 위한 여인들의 은밀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었다.

“내가 먼저야! 비켜!”

“조용히 해, 이 더러운 계집애야!”

청연정의 차분한 목소리와 채린의 냉소가 뒤섞였다. 이내 육체가 충돌하는 소리와 함께 능청죽의 약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 거기… 안 돼…”

소염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아내 소훈아의 목소리였다. 결혼 첫날 밤,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그의 품에 안겼다. 그때의 향기, 부드러운 손길, 속삭임… 모든 것이 선명했다. 지금 그 목소리는 고통과 수치로 떨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바지 속으로 넣었다. 발기한 성기를 움켜쥐고,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내의 신음 소리에 맞춰 손이 빨라졌다.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지난날의 행복했던 기억을 더듬으며, 현재의 고통을 잊으려 애썼다.

“훈아… 훈아…”

그의 입술 사이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문 너머에서는 아내의 더 음란한 비명이 들려왔다.

한쪽에서는 임동이 멍하니 벽에 기대어 있었다. 그의 아내 응환환의 목소리가 방 안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원래 활발하고 명랑했던 그녀는 이제 육체의 쾌락에 빠져, 전황의 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하아… 하아… 더… 더 줘…!”

그 목소리에는 이미 저항이 사라져 있었다. 임동은 주먹을 꽉 쥐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아내가 처음 자신에게 안겼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혔다. 지금 그 목소리는 낯선 여자의 것이었다.

그는 손을 내려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 아내의 음란한 목소리에 맞춰 자위를 시작했다. 혐오스러운 자신의 모습에 분노가 치밀었지만, 육체는 이미 배반하고 있었다. 쾌락과 고통이 뒤섞인 신음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환환… 환환아…”

그의 목소리는 절망에 차 있었다. 문 너머에서는 아내의 더욱 격렬한 신음이 들려왔다.

목진은 아무 말 없이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눈물도, 분노도 없었다. 이미 모든 감정이 메말라 버린 듯했다. 그의 여자친구 임정과 어머니 청연정의 목소리가 방 안에서 울려 퍼졌다. 그는 주먹을 꽉 쥐고, 손톱이 피를 흘릴 때까지 버텼다.

방 안에서는 전황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인들의 비명과 신음이 뒤섞여, 지옥의 합창처럼 울려 퍼졌다. 문 밖의 세 남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그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권력의 향연

대청에는 붉은 비단이 드리워져 있고, 촛불은 흐릿하게 깜박인다. 긴 탁자 위에는 온갖 진귀한 안주와 술이 가득하고, 공기 중에는 술과 향료가 뒤섞인 이상한 냄새가 감돈다. 서천 전황은 높은 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이제 시작하자."

그의 말투는 느긋하고 느슨하며, 그 속에 숨길 수 없는 사냥감을 조종하는 듯한 쾌감이 배어 있다.

문이 열리고, 떨고 있는 여인들이 끌려 들어온다. 낙리와 청연정은 앞장서고 뒤에는 능청죽과 응환환이 뒤따르며, 최후에는 소소와 임정이 있다. 그들은 모두 관능적인 얇은 비단 옷을 입고 있는데, 살갗이 그 사이로 희미하게 비친다. 발걸음은 무겁고, 눈에는 굴욕과 공포가 가득하다.

"전황님, 명령대로 데려왔습니다."

호위병이 무릎 꿇고 보고한다.

서천 전황은 술잔을 내려놓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린다.

"좋아, 모두 거기 서라. 낙리, 네가 먼저다."

낙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목진을 향해 눈을 돌렸지만, 목진은 구석에 묶여 있었고, 눈동자는 피로 물들어 광기를 다스리려 애쓰고 있었다. 그 옆에는 염제 소염, 무조 임동이 있었고, 모두 움직일 수 없었다.

"어서 오너라."

서천 전황이 손짓한다.

낙리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그녀의 무릎은 떨리고 있지만, 몸을 굳게 붙잡는다.

"옷을 벗어라."

서천 전황이 무심하게 말한다.

대청 안의 모든 손님, 그 호족과 무사들의 시선이 모두 그녀에게 쏠린다. 그 눈빛에는 예리함, 탐욕, 그리고 잔혹한 기대가 담겨 있다.

낙리의 손가락이 삐걱거리다가 마침내 얇은 비단을 벗는다. 그녀의 벌거벗은 몸이 촛불 아래 드러나고, 피부는 떨고 있지만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있다.

"좋아. 모두에게 춤을 춰 보여라."

서천 전황이 칭찬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흔든다.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 선율은 요염하고 음란하다.

낙리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그녀는 춤을 추기 시작하고, 허리는 물결치듯 움직이며, 팔은 공중에서 여유롭게 휘젓는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죽은 물고기처럼 생기가 없고, 모든 동작이 굴욕의 표식이다.

구석에서 목진은 몸부림치며, 결박된 밧줄이 살을 파고든다. 그의 목에서는 낮고 신음 같은 울부짖음이 새어 나온다.

"아직 안 끝났어. 네 차례야."

서천 전황의 시선이 청연정에게로 옮겨간다.

청연정은 몸을 움츠리고, 손가락이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고, 눈에는 수치와 분노가 교차한다.

"전황님... 제 아들을..."

"아직 아들 걱정이냐?"

서천 전황이 손을 내저었다.

"네가 순종하지 않으면, 그의 팔을 부러뜨리게 할 수도 있다."

청연정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다가 마침내 저항을 포기한다.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무릎을 꿇는다. 서천 전황의 손이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며, 그녀가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게 한다.

"참 예쁘다, 나이 들어도 품위가 있구나."

그의 말투에는 조롱 섞인 칭찬이 담겨 있다.

손님들은 야유를 터뜨리고, 어떤 이는 술잔을 들어 청연정에게 술을 권한다. 청연정은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하고, 술이 목을 타고 내려가며 뜨겁게 타오른다.

"계속해."

서천 전황이 명령한다.

그의 손이 그녀의 옷자락을 잡고 찢는다. 옷이 찢히는 소리가 대청에 울려 퍼지고, 청연정의 벌거벗은 몸이 공공연히 드러난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팔을 가슴에 감쌌지만, 손님들의 시선은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핥아먹는 듯하다.

"가려도 소용없어."

서천 전황이 웃으며 잔을 든다.

"와인을 따라."

청연정은 떨리는 손으로 술병을 집어 그에게 술을 따른다. 술이 잔에 넘쳐 뚝뚝 떨어져 그녀의 맨살 위로 흐른다.

서천 전황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에게 그 자리에 엎드리라고 명령한다. 손님이 한 명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만지고, 다른 이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쥔다. 청연정은 눈을 질끈 감고, 뺨을 따라 눈물이 흐르지만 소리는 죽인다.

그때, 문 밖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안 돼! 거기 안 돼!"

그것은 임정의 목소리다.

모두가 그쪽을 바라본다. 꼬마 숙모 몇 명이 소소와 임정을 끌고 있고, 두 소녀는 싸우고 있지만 억지로 잡혀 있다. 소소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하고, 임정의 몸은 마치 새끼 고양이처럼 구겨져 있다.

"데려와."

서천 전황이 무심하게 명령한다.

소소와 임정이 강제로 대청 한가운데로 끌려온다. 그들의 옷은 이미 벗겨져 반 벌거벗은 상태이고, 어린 몸이 촛불 아래서 더욱 연약해 보인다.

"전황님... 우리는 아직..."

"아직 어리다고?"

서천 전황이 그녀의 말을 가로챈다.

"오늘 와서 어른이 되어라."

그가 손을 흔들자, 호위병이 주발 크기의 술잔을 가져온다.

"이걸 다 마셔라."

소소는 고개를 흔들며 한 걸음 물러서지만, 뒤에 있는 호위병이 그녀를 붙잡는다. 임정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 되었고, 그녀는 목을 움츠리며 몸을 웅크린다.

"마셔."

서천 전황의 말투가 갑자기 냉랭해진다.

소소가 떨면서 술잔을 받아든다. 술 냄새가 코를 찌르고, 그녀는 코를 찡그리며 참고 단숨에 몇 모금 마신다. 술이 목을 타고 내려가며 화끈거리고,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가 다시 붉어지고,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더 마셔."

서천 전황이 재촉한다.

소소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입을 벌리고, 술을 억지로 부어 넣는다. 반쯤 마셨을 때, 그녀의 온몸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시야도 흐릿해진다. 임정도 같은 강제로 술을 마시게 되고, 두 소녀는 서로에게 기대어 간신히 쓰러지지 않는다.

"좋아. 저쪽에 눕혀."

서천 전황이 손님들에게 윙크하며 말한다.

"취한 아이들은 곧 잠잘 거야."

손님들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터뜨리고, 어떤 이들은 벌써 소매를 걷어붙이며 다가간다.

구석에서 목진의 몸부림이 점점 더 심해지고, 결박된 밧줄이 손목에 깊이 파고든다. 소염의 얼굴은 쇠빛처럼 창백하고, 머리카락은 흐트러지고 입가에는 피가 흐르며, 이가 이미 박살 났다. 임동은 아내가 신음하는 소리를 들으며, 그의 한쪽 눈도 거의 피눈물을 흘릴 지경이다.

"어떠냐, 보는 재미가 있느냐?"

서천 전황이 그들에게 술잔을 들고 인사한다.

"이것이 바로 권력의 맛이야."

그는 다시 여인들에게 몸을 돌리고, 손을 내저어 침묵을 명령했다.

"이제부터는 모두 자기 짝을 찾아라. 오늘 밤은 누구도 편히 쉬지 못한다."

능청죽은 한 무사에게 강제로 끌려가고, 응환환은 이미 술에 취해 바닥에 쓰러지며 신음한다. 낙리는 춤을 추다가 지쳐 바닥에 주저앉고, 청연정은 여러 손님에게 포위당해 피할 곳이 없다. 소소와 임정은 이미 의식을 잃기 시작했고, 양 볼은 술기운에 물들어 있다.

서천 전황은 이 모든 것을 바라보며 천천히 술잔을 들어 올린다. 촛불이 그의 얼굴에 비치고, 그 웃음은 마치 밤을 찢는 칼날 같다.

이것이 바로 그의 향연이다.

뒤틀린 일상

전황의 저택은 이제 과거의 냉혹한 분위기를 잃었다. 대신 어딘가 뒤틀린 온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여인들은 더 이상 발버둥치지 않았다. 그들은 조용히 굴복하는 법을 배웠고, 나아가 전황의 비위를 맞추는 법까지 터득했다.

아침 식사 시간. 서천 전황이 긴 식탁 위에 앉자 여인들은 각자 자리에서 고개를 숙였다. 낙리는 조심스럽게 찻잔을 내밀었다. "전황님, 오늘 차는 용정차입니다. 향이 매우 좋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정중했지만, 눈가에는 지울 수 없는 그림자가 어렸다.

청연정도 뒤따라 반찬을 권했다. "전황님, 이 전복죽이 제법 부드럽습니다. 드셔 보십시오." 그녀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아첨이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처지를 가져다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달랬다.

모두가 평화로운 척 연기했다. 식탁 위에는 웃음꽃이 피었지만, 그 웃음 속에는 씁쓸함과 체념이 배어 있었다.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소훈아가 갑자기 의자를 밀치고 일어섰다. "채린, 너 요즘 왜 자꾸 전황님 앞에 얼굴을 비추는 거야? 네 몫이 뭔데?" 그녀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찔렀다.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채린은 냉소를 지었다. "나는 전황님께 충성할 뿐이다. 너처럼 겉치레만 하는 척하는 것보다는 낫지." 그녀의 손가락은 찻잔 가장자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 태도는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

"뭐?!" 소훈아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너야말로 전황님의 총애를 탐내는 교활한 여자가 아니냐!"

두 사람의 신경전은 점점 격해졌다. 낙리와 청연정이 말리려 했지만, 소훈아와 채린은 이미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소훈아가 채린의 머리채를 잡아당겼고, 채린은 소훈아의 뺨을 할퀴었다. 순식간에 식탁 위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접시와 찻잔이 바닥에 굴러 떨어지고, 찻물이 흥건히 흘렀다.

서천 전황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두 여자가 싸우는 모습을 느긋하게 지켜보았다.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재미있군. 아직도 힘이 남아 있었나?" 그의 목소리에는 조소가 섞여 있었다.

싸움은 급기야 통제 불능이 되었다. 소훈아가 채린의 옷깃을 잡아당겼고, 채린의 어깨가 드러났다. 둘 다 망가질 대로 망가졌지만, 멈출 줄 몰랐다. 마치 오랫동안 쌓였던 원한을 한꺼번에 쏟아내기라도 하듯.

마침내 전황이 손을 내저었다. "그만." 한 마디에 두 사람은 얼어붙었다. 그들은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땅바닥에 엎드렸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서로를 노려보았다.

전황이 일어섰다. "오늘 밤, 둘 다 내 침실로 와라. 누가 더 나은지 직접 확인해보겠다." 말을 마치고 그는 웃음을 터뜨리며 자리를 떴다. 그의 웃음소리는 저택 안을 메아리쳤다. 남겨진 여인들은 모두 얼굴이 창백해졌다.

밤이 깊어지자 능청죽은 홀로 방에 앉아 울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닦지 않았다. 문득 몸이 알 수 없는 열기로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참으려 했지만, 몸은 이미 익숙해져 버렸다.

"왜... 왜 이러는 거지..." 그녀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목구멍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을 억누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몸은 꿈틀거렸다. 마치 배신자처럼 전황의 손길을 갈망하고 있었다.

참지 못한 그녀는 결국 침대 위에 몸을 던졌다. 손으로 제 몸을 움켜쥐며 고통과 쾌락의 경계에서 허덕였다. 눈물이 베개를 적셨지만, 입술에서는 점점 애절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전황님... 제발..."

그녀는 자신이 점점 무너지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몸과 마음이 이미 전쟁을 시작했고, 몸이 승리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응환환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꺼이 전황의 장난감이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우아한 몸매를 뽐내며 전황 앞에 섰다. 눈빛은 도발적이었다. "전황님, 오늘 밤은 제가 기쁘게 해 드리겠습니다."

임동은 문 밖에 서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그의 아내가 음란한 목소리로 전황을 유혹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 여자는 한때 순수하고 다정했던 응환환이 맞는가? 지금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한 남자의 쾌락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창녀일 뿐이었다.

"환환아..." 그는 목이 메어 소리쳤지만, 응환환은 그를 보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이미 그를 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눈에는 전황만이 있을 뿐이었다.

임동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그는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그의 가슴에는 종말과 같은 절망만이 가득했다.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돌아서서 달아났다. 발걸음은 비틀거렸고, 정신은 혼미해졌다.

저택은 다시 고요해졌다. 여인들은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그들의 눈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었다. 대신 체념과 익숙함이 자리 잡았다. 그들은 이제 알았다. 저항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이 낫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뒤틀린 일상은 계속되었다.

영원의 감옥

서천 전황은 높은 단상 위에 서서 아래의 여인들을 굽어보았다. 그의 눈에는 만족과 지배욕이 가득했다. 그는 천천히 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오늘부터 너희는 나의 영원한 금슬이다. 누구도 너희를 건드릴 수 없다. 나만이 너희를 다스릴 권리가 있다."

여인들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낙리는 눈물을 참으며 손을 꽉 쥐었다. 청연정은 아들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그날 이후, 목진, 소염, 임동은 완전히 노예로 전락했다. 매일 아침, 그들은 여인들이 머물렀던 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 흔적과 얼룩을 닦아내야 했다. 목진은 손에 묻은 낙리의 향기를 느끼며 두 손을 떨었다. 소염은 눈을 감고 침묵했으며, 임동은 벽에 주먹을 쳐박았다.

낙리와 청연정은 뒷마당 한구석에서 자주 만났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무언의 위로를 나누었다. 낙리가 속삭였다.

"어머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청연정은 고개를 저었다.

"아들을 위해서야, 견뎌야 해."

그러나 그들의 눈에는 이미 희망이 사라져 있었다. 그들은 알았다. 이 감옥은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을.

시간은 흘러갔다. 소소와 임정은 점점 자라났다. 그들은 어른들의 굴욕을 지켜보며 점차 이해하게 되었다. 소소는 작은 손으로 임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린 강해져야 해."

임정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말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영혼이 이미 영원히 갇혔다는 것을 알았다. 이 감옥 안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우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