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이 눈을 떴을 때, 방 안은 이미 어스름한 저녁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녀는 먼저 자신이 누워 있는 곳이 낯선 침대라는 것을 인지했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온몸이 마치 녹아버린 듯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특히 허벅지 안쪽과 복부 깊은 곳에서부터 은은한 울림이 전해져 왔다. 그것은 분명히 기억하고 싶지 않은 감각, 그러나 너무나 선명하게 각인된 감각이었다.
“아...”
낙선은 이를 악물고 겨우 상체를 일으켰다. 이불 속에서 드러난 팔과 어깨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보라색과 푸른색이 섞인 멍, 그것들은 지난밤의 격렬했던 기억을 증언하고 있었다. 그녀는 얼굴이 순간적으로 뜨거워짐을 느꼈다. 치욕스러웠다. 자신이 그런 자세로, 그런 소리를 내며, 그런 쾌감에 몸을 맡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일어났군요.”
문틈으로 들려온 부드러운 목소리에 낙선은 몸을 움찔했다. 조신이였다. 그는 문지방에 기대어 서서, 마치 오랜 친구를 대하듯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 속에는 낙선을 꿰뚫어 보는 듯한 냉랭함이 숨어 있었다.
“무례한 짓을...!”
낙선은 소리치려 했지만, 목소리는 쉰 듯 갈라져 나왔다. 그녀는 깜짝 놀라 자신의 목을 감쌌다. 어젯밤 너무 큰 소리로 울부짖었던 탓에 성대가 쉰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치욕은 더욱 깊어졌다.
조신은 천천히 다가와 침대 옆에 섰다. 그는 손에 든 작은 병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몸이 많이 약해졌을 겁니다. 이 약을 드십시오.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지 않겠소. 이 손으로 당신을...”
낙선이 손을 내뻗었지만, 팔은 중간에서 떨리며 힘없이 떨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조신의 기운이 그녀의 경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그녀의 내공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마치 굴레에 묶인 듯 조신의 의지에 종속되어 있었다.
“이건...!”
“깨달으셨군요.”
조신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낙선의 턱을 가볍게 집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당신의 내미 체질은 이미 제 기운에 길들여졌습니다. 이제 당신의 몸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어요. 제가 기운을 보내야만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하죠. 당신이 숨 쉬고, 눈을 뜨고, 말을 하는 것조차도 제 허락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거짓말...!”
낙선은 부정하려 했지만, 곧바로 증명되었다. 그녀가 숨을 깊이 들이쉬려 하자, 폐가 타는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산소가 들어오지 않았다. 마치 공기 자체가 그녀를 거부하는 듯했다. 그녀는 당황하여 조신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조신은 느긋하게 손을 내밀어 그녀의 등에 가볍게 손바닥을 얹었다. 그러자 따뜻한 기운이 흘러들어와, 몇 초 만에 낙선의 호흡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보십시오. 이렇게 간단합니다. 당신은 이제 제가 없이는 한순간도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었어요.”
낙선은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움켜쥐었다. 분노와 공포가 뒤섞여 그녀의 이성을 혼란에 빠뜨렸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녀의 몸이 조신의 기운을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방금 전, 그가 기운을 불어넣었을 때, 그녀의 전신이 쾌락에 떨었던 것이다. 내미 체질이 깨어난 이후, 그녀의 육체는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고 있었다.
“당신이 저지른 일을 세상이 알게 된다면...”
낙선이 이를 갈며 말하자, 조신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알리시겠습니까? 당신이 제 손아귀에 벌거벗겨져 울부짖었던 사실을? 제 앞에서 허리를 흔들며 제 이름을 외쳤던 사실을? 그것도 제 수련실에 걸린 거울 앞에서,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똑똑히 바라보면서 말이죠.”
낙선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날 밤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 풀어진 머리카락, 그리고 절정의 순간에 허리를 떨던 추한 자세. 그녀는 그 모든 것을 똑똑히 보았다. 그럼에도 멈추지 못했다. 오히려 더 큰 쾌감을 위해 몸을 더욱 움찍거렸다.
“만약 이 사실이 퍼진다면, 청운문의 수련자 낙선은 끝이군요. 문파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 강호에서도 다시는 낯을 들 수 없을 겁니다. 게다가 당신의 내미 체질이 알려지면, 수많은 고수들이 당신을 노릴 것입니다. 내가 보호해 주지 않으면, 당신은 짐승처럼 굴려질 운명이지요.”
조신의 말은 칼처럼 낙선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지만, 손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무엇을 원하시오?”
낙선이 마지못해 묻자, 조신의 입가에 승리의 미소가 번졌다.
“간단합니다. 계속 제 시중을 드는 겁니다. 당신의 몸이 원하는 것을 거부하지 말고, 순순히 받아들이세요. 그러면 제가 당신을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당신의 지위와 명예를 지켜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낙선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자존심, 자존감, 그리고 수련자로서의 긍지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은 말할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저항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순종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사실이 그녀의 육체를 달콤하게 유혹했다.
“...드리겠소.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물론입니다. 일시적인 거래일 뿐이죠.”
조신은 부드럽게 말하면서 낙선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 그녀의 몸은 천 조각처럼 가볍게 일어났다. 그리고 조신의 품에 안겼을 때, 낙선은 다시 한 번 전율했다. 그의 체온, 그의 냄새, 그의 숨결. 모든 것이 그녀의 내미 체질을 자극했다.
“자, 오늘부터 당신은 제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수련자의 자존심도, 강자의 위엄도, 모든 것을 벗어던져야 해요.”
조신의 손이 그녀의 옷자락을 벗기기 시작했다. 낙선은 눈을 질끈 감았다. 거부해야 했다. 소리쳐야 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신음만이 흘러나왔다.
“아, 안 돼... 거기... 안 돼...”
말과는 반대로 그녀의 몸은 조신의 손길을 따라 허리를 받쳐 올렸다. 이미 젖어 있던 그곳은 손가락이 닿기도 전에 촉촉하게 열리고 있었다.
조신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기억하세요. 당신은 이제 제 것입니다. 당신의 몸은 제 기운에 길들여졌고, 당신의 마음도 조만간 제 것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그날, 당신은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저를 원하게 될 것입니다.”
낙선은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어젯밤의 기억이 떠올랐다. 거울 속에서 자신이 조신에게 무릎 꿇고, 그의 발끝에 입을 맞추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그 순간. 그리고 그때 느꼈던 짜릿한 쾌감. 그것은 분명히 수치심과 공포를 넘어, 그녀의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무언가였다.
그녀는 은밀히 그 쾌감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사실인지 알면서도, 그녀의 육체는 그 시간을 갈망했다. 조신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지금 이 순간조차, 그녀는 그가 다시 자신을 만져주기를, 자신을 무너뜨려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오늘은 가볍게 시작합시다.”
조신은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은색 족쇄를 꺼냈다. 낙선은 그것을 보자 몸을 움츠렸다. 그 족쇄는 단순한 쇠사슬이 아니었다. 내공을 봉쇄하고, 감각을 극대화하며, 착용자를 무력하게 만드는 도구였다. 어젯밤, 그녀는 그 족쇄에 묶여 발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채 조신이 시키는 대로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싫소... 그건...”
“싫다고요?”
조신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러자 낙선의 몸에 다시 호흡 곤란이 찾아왔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오... 싫지 않소... 제발...”
조신은 미소 지으며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잘했어요. 순종하는 것이 얼마나 편한지 곧 알게 될 겁니다.”
족쇄가 그녀의 손목과 발목에 채워졌다. 차가운 금속이 피부에 닿자, 낙선은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몸이 이상하게 반응했다. 수치심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이 쾌감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허벅지가 떨리고, 아랫배가 조여 오는 것을 느꼈다.
“아... 이런...”
“벌써 반응하십니까?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요.”
조신의 목소리에는 조롱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낙선은 그 조롱조차도 자극으로 느꼈다. 그녀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더욱 부끄러운 것은, 그녀의 몸이 조신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며 젖어 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조신은 그녀의 다리를 천천히 벌렸다. 낙선은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다리를 조금 더 벌리고 있었다.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녀의 육체는 이미 복종을 선택한 것이다.
“이제 시작합시다. 오늘은 당신에게 진정한 쾌락이 무엇인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조신의 손가락이 그녀의 가장 민감한 부위를 스쳤다. 낙선은 이를 악물었지만, 곧 입술 사이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 소리는 점점 커져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낙선은 생각했다. 자신은 이제 더 이상 청운문의 빛나는 수련자가 아니라고. 수치와 욕망에 물든, 한낱 조신의 장난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그 생각조차도, 그녀의 몸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젯밤의 거울 속 모습을 떠올렸다. 그 추하고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정을 맞이하며 흘러내리던 눈물과 입가의 미소. 그것은 분명히 행복해 보였다.
“...이게... 나인가...”
낙선이 중얼거렸을 때, 조신의 혀가 그녀의 젖가슴을 핥았다. 그녀는 등을 활처럼 휘며 절규했다.
그날 밤, 낙선은 조신의 품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꿈속에서 그녀는 또 다시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거울 속의 자신은 벌거벗은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조신이 서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당신다워졌군요.”
거울 속의 낙선이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진짜 낙선은 아무것도 반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