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은 푸른 물결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으나, 적벽성 위의 공기는 이상할 정도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성루 위의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다 갑자기 멈추었고, 달빛에 비친 그림자는 마치 서릿발처럼 차가웠다.
그때, 하늘가에서 한 줄기 푸른 빛이 깜빡였다. 그것은 마치 유성처럼 맑고 빠르게, 은하수 상공을 스쳐 현성의 정문을 향해 곧장 내리꽂혔다.
문지기 병사들은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 빛이 땅에 닿아 사람의 형체로 변했기 때문이다. 푸른 옷을 입은 여인, 그 얼굴은 마치 겨울 매화처럼 냉담했지만, 그 뺨에는 이상한 붉은 기운이 스며들어 마치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발이 땅에 닿자 공기 중에 맴돌던 찬기가 갑자기 사라지고, 은은한 뜨거운 기운이 퍼져 나갔다. 성루 위의 등불이 바람 없이 흔들렸다.
소청리는 이를 악물고 체내에서 꿈틀거리는 마기를 억누르려 했지만, 그 힘은 너무 사나웠다. 한겨울 호수 밑에 숨겨진 격류처럼, 언제라도 얼음을 깨고 솟아오를 듯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살짝 떨렸고, 손바닥에 은은한 푸른 빛이 스쳤다. 그것은 수련의 기운이었지만, 붉은 빛이 끊임없이 침식하고 있었다.
“누구냐!”
갑작스러운 변고에 문지기 병사들은 칼을 빼들었지만, 소청리에게서 풍겨 나오는 위압감에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맑고도 깊었지만, 그 밑에는 감출 수 없는 괴로움이 서려 있었다.
“나를… 옥에 가둬 주시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깨끗했지만, 떨림이 섞여 있었다. 그것은 극심한 고통을 견디는 듯한 목소리였다.
문지기 병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주저했다. 그러자 감옥 문 안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소란을 피우는 거야?”
걸음걸음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키가 크고 건장한 사내가 월광 아래 걸어 나왔다. 그는 포두 복장을 하고 있었고, 허리에는 쇠사슬이 차 있으며, 얼굴은 차가운 달빛처럼 냉철했다. 그는 조철형, 현의 형옥을 맡은 자였다.
그의 눈빛이 소청리를 스치자,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그는 많은 죄수를 보아 왔지만, 이처럼 수선화가 달 속에서 내려온 듯한 여인은 처음 보았다. 게다가 그녀에게서는 감출 수 없는 요기가 풍겨 나왔다.
“너는 누구냐?”
조철형이 소청리에게 다가가 물었다.
소청리는 숨을 깊이 들이쉬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달빛 아래서 번쩍였다.
“나는 소청리, 원래 수도인이었소.”
그녀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사라지고 차분한 어조로 변했다.
“사념에 감염되어 투옥을 청하러 왔소.”
조철형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수도인이 스스로 투옥을 청하다니? 그는 포도청에서 수년간 근무하며 많은 일을 겪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이 여인에게서 풍겨 나오는 기운은 확실히 이상했다. 선기와 마기가 뒤섞여, 마치 두 마리의 뱀이 서로를 물고 있는 듯했다.
“네가… 수도인이라면, 내가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조철형이 신중하게 물었다.
소청리는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에 푸른 꽃잎이 피어올랐다가, 이내 시들어 검은 재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에 고통이 스쳤다.
“이제 보면 알겠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씁쓸함이 섞여 있었다.
“나는 이미 마도에 물들었소.”
조철형은 얼굴을 굳혔다. 그는 이 여인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에게서 풍겨 나오는 마기는, 억누르지 않으면 폭발할 듯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아직 한 줄기 맑은 빛이 남아 있었다.
“네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스스로 투옥을 청하는 거지?”
조철형이 다시 물었다.
소청리는 고개를 들었다. 달빛이 그녀의 얼굴에 비쳐, 그 뺨의 붉은 기운이 더욱 선명해 보였다.
“내가 지은 죄는, 아직 저지르지 않았소.”
그녀가 대답했다.
“하지만 곧 저지를 것이오.”
조철형은 그 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무언의 무게를 느꼈다.
“무슨 뜻이지?”
“나는 체내에 마기가 있어 오래 견딜 수 없소.”
소청리의 목소리는 차츰 낮아졌다.
“만약 폭주하면, 이 성은 아마 멸망할 것이오.”
그녀가 말을 마치자, 드디어 무너졌다. 그녀의 무릎이 바닥에 닿으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 푸른 옷자락이 땅에 흩어지고, 그녀가 무릎을 꿇었다.
“나를… 벌해 주시오.”
그녀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즉시 벌을 내려 주시오. 나는 이미 참지 못하겠소.”
그녀의 손가락이 땅을 긁으며, 손톱이 푸르스름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기가 극에 달했다는 신호였다. 그녀의 온몸에서 붉은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고, 그 빛은 그녀의 의지에 반해 퍼져 나가며, 녹아내리는 눈처럼 땅을 검게 태웠다.
조철형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이 여인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정말로 마기가 극에 달해 있었고, 한순간만 늦어도 큰 재앙이 일어날 판이었다.
“빨리 감옥으로 데려가! 천근쇠사슬로 묶어라!”
그가 명령했다.
“감옥 안에 빈 방이 있느냐?”
“그렇소. 맑은 물 감옥이 비어 있소.”
옥졸이 대답했다.
“좋다. 거기로 데려가라!”
조철형이 소청리를 가리키며 명령했다.
소청리는 고개를 들고 조철형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고마움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고통과 싸우느라 사라져 버렸다.
“고맙소.”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그 말에, 그녀의 몸에서 풍겨 나오던 붉은 기운이 조금 약해졌다. 조철형은 그 기운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녀가 버티고 있었다.
“빨리!”
그가 다시 명령했다.
옥졸들은 달려와서 소청리를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저항하지 않고 감옥 안으로 끌려갔다. 조철형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 일이 어떻게 끝날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달빛은 여전히 쏟아지고 있었지만, 더 이상 맑지 않고, 한 겹의 불안한 안개가 감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