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국립자연사박물관 지하창고에 특별한 화물이 도착했다. 나무상자 안에는 거대한 호박 하나가 들어 있었다. 크기는 축구공만 했고, 불투명한 짙은 갈색 표면에 무언가가 잠들어 있었다.
박물관장 최 박사는 조심스럽게 호박을 들어 관찰대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정말 희귀한 표본이야. 쥐라기 시대의 생물이 완벽한 형태로 보존되어 있어."
"어떤 생물이죠?" 옆에 있던 연구원 김 실장이 다가와 물었다. 유리창 너머로 호박 속의 형체를 확인하려 애썼다.
"아직 확실하지 않아. 길이가 8~9센티미터, 폭이 5센티미터 정도야. 꼬리 부분에는 촉수 같은 구조가 있고, 입 부분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종이야." 최 박사는 돋보기를 들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당분간 이곳에 보관하면서 연구를 진행합시다. 전시장으로 옮기기 전에 충분히 분석해야 해."
"알겠습니다. 당장 문서를 작성하겠습니다."
화물을 처리한 후, 최 박사는 창고 출입문을 잠그려고 손잡이를 돌렸다. 철컥 소리가 났지만, 문 아래쪽에 작은 틈이 남아 있었다. 그는 피로에 지친 눈으로 그 틈을 한 번 쳐다보았지만, 그냥 지나쳤다. "괜찮겠지. 내일 아침에 다시 확인해야지."
그리고 그는 퇴근했다. 깜빡이는 형광등 불빛 아래, 창고 안의 호박은 고요했다. 하지만 태양이 지고 달이 뜨기 시작할 때, 호박 내부의 생물은 꼬리를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다음 날 아침,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현장학습 버스가 출발했다.
"샤오밍, 오늘 정말 지루할 것 같아. 박물관만 가면 똑같은 거야, 공룡 뼈, 화석, 광석..." 샤오린이 창가에 기대어 하품을 했다.
"그러니까. 선생님 말만 들으면 하루 종일 컬렉션만 보고 다니라 그러잖아." 샤오밍도 지루한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근데 어제 뉴스에서 새로운 전시품이 들어왔다고 하더라. 특별한 호박이라고."
"호박? 그게 뭐 대단해?"
"모르지. 하지만 말이 많더라고. 아마 진짜 특별한 게 있을 수도 있어."
"우리 몰래 가볼래?" 샤오린이 눈빛을 반짝이며 속삭였다.
"좋아. 하지만 조심해야 해."
학교 버스는 오전 9시 30분에 박물관 앞에 도착했다. 40여 명의 학생들이 질서 정연하게 내려 대기실로 향했다. 담임 선생님은 반 학생들을 하나로 모아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여러분, 오늘 박물관 규칙을 잘 지키기 바랍니다. 전시물을 만지지 말고, 떠들지 말고, 선생님을 따라 움직이세요. 알겠죠?"
"네에~" 아이들의 대답은 힘없이 흘러나왔다.
전시관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공룡 화석이 눈에 띄었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이끌며 하나하나 설명을 시작했다. 샤오밍과 샤오린은 뒷줄에 서서 지루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진짜 재미없어. 저 화석은 벌써 세 번이나 봤어." 샤오밍이 작게 불평했다.
"그럼 우리 지금 갈까?" 샤오린이 미리 준비한 지도를 꺼내 보였다. "어제 인터넷에서 찾았어. 새로운 전시품이 지하 창고에 있다는 것 같아."
"잘했다. 가자."
두 아이는 몰래 뒤로 빠져나와 복도를 따라 이동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표지판이 걸려 있었다. 샤오밍은 주변을 살핀 후 살짝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어. 들어가자."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어둡고 축축한 공기가 그들을 맞았다. 지하 복도는 형광등 하나만 깜빡이고 있어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벽을 따라 붙은 표지판은 '전시물 준비실' '연구실' '창고'라고 적혀 있었다.
"저기 창고야." 샤오린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뉴스에서 호박이 거기 보관된다고 했어."
"문이 잠겨 있잖아." 샤오밍이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문이 쉽게 열렸다. "열렸어. 관리자가 잠그는 걸 깜빡했나 봐."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창고 안은 좁고, 먼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무 선반 위에는 다양한 크기의 상자들이 쌓여 있었고, 한쪽 구석에는 큰 유리 상자가 있었다. 그 안에 바로 그 호박이 놓여 있었다.
"와, 진짜 커." 샤오린이 가까이 다가가 유리 너머로 들여다보았다. "안에 뭐가 있는 거야?"
"모르겠어. 좀 더 가까이 보자." 샤오밍은 유리 상자 뚜껑을 열려고 했지만,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꽉 잠겼네."
"어떡하지?"
"잠깐만, 이거 봐." 샤오밍은 선반 위에 놓인 작은 철제 도구를 집어 들었다. "이걸로 열 수 있을지도 몰라."
몇 분 동안 시도한 끝에, 드디어 철컥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풀렸다. 샤오밍이 조심스럽게 유리 뚜껑을 열고 호박을 꺼냈다.
"무거워. 진짜 크다."
호박을 손에 쥐자 안에 있는 생물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흐릿한 형체는 꿈틀거리는 것 같았고, 꼬리 끝에 달린 촉수는 호박 표면에 닿아 있었다.
"얼른 원래 자리에 놔둬. 만지면 안 돼." 샤오린이 불안해하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그런데..." 샤오밍이 호박을 내려놓으려는 순간,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호박이 바닥에 떨어졌다.
쿵. 금이 갔다.
"야! 너 뭐 한 거야?" 샤오린이 놀라서 소리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안 들었어." 샤오밍은 얼른 호박을 집어 들었다. 호박 겉면에 작은 균열이 생겨 있었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액체가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었다.
"뭐야, 이거?" 샤오밍이 손가락으로 액체를 찍어 보았다. 점성이 있는 액체는 투명한 녹색이었고, 손에 묻자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놔. 얼른 가자, 누가 올지도 몰라." 샤오린이 샤오밍의 손을 잡아끌었다.
"잠깐만, 이거..." 샤오밍이 손가락을 호박 표면에 대자, 균열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안에 있던 생물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도망가자!" 샤오린이 급히 샤오밍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 그들은 문을 닫지도 않은 채 창고를 뛰쳐나왔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복도를 따라 올라가 다시 전시관에 합류했다. 선생님은 여전히 다른 학생들에게 공룡 화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샤오밍, 샤오린, 어디 갔다 왔어?" 선생님이 눈치를 챘다.
"화장실에 다녀왔어요." 샤오밍이 급히 거짓말을 했다.
"그래, 다음엔 미리 말하고 가렴."
두 아이는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자리로 돌아왔다. 샤오밍은 손에 묻은 액체를 닦아내려 했지만, 손가락 끝에 남아 있는 액체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괜찮을까?" 샤오린이 속삭였다.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아마 그냥 진짜 큰 화석이었던 거야." 샤오밍이 대답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전시관 구석에서, 형광등 하나가 깜빡이며 약한 빛을 비추고 있었다. 지하 창고에서는 호박의 균열이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금이 간 틈 사이로 끝없이 액체가 흘러나왔고, 그 안에 갇혀 있던 생물이 마침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덟 개의 촉수가 호박 표면을 넘어 기어 나왔다. 그리고 작고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입이 균열을 밀어내며 조금씩 조금씩 몸을 빼내기 시작했다. 그 생물은 어둠 속에서 몸을 비틀며 주변을 탐색했다. 숙주가 필요했다. 따뜻한 생명체가 필요했다.
본능이 그것을 위로 이끌었다. 계단을 따라, 복도를 따라, 그리고 전시관으로.
공룡 화석 앞에서, 선생님이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 공룡의 화석은 백악기 시대의 것으로, 약 6600만 년 전..."
아이들은 지루하게 서 있었다. 아무도 깨닫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한 생물이 천천히, 조용히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