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여름의 끝자락.
임완진은 새 교복을 입고 학교 정문 앞에 서 있었다. 하늘은 맑고 푸르렀고, 바람은 가볍게 뺨을 스쳤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고등학교 1학년, 새로운 시작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우등생이었던 그녀는 이 학교에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할 자신이 있었다. 엄마는 아침에 도시락을 싸주며 "항상 조심하고, 착하게 지내라"고 당부했다. 임완진은 그 말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입학식은 운동장에서 열렸다. 수백 명의 신입생들이 반별로 줄을 섰다. 임완진은 1학년 3반, 맨 앞줄에 서 있었다. 교장 선생님의 지루한 연설이 이어졌다. 그녀는 하품을 참으며 발을 움직였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
"야, 비켜."
임완진은 균형을 잃고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뒤돌아보니 한 여학생이 서 있었다. 화려한 메이크업, 교복 치마는 무릎 위 10센티미터나 짧았다. 목에는 반짝이는 은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주위의 다른 학생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제가 몰랐어요."
임완진은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 여학생은 차갑게 비웃었다.
"몰랐다고? 눈이 삐었나?"
그녀는 손을 휘저으며 임완진의 얼굴을 스쳤다. 임완진은 뒷걸음질 쳤다. 그 여학생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무리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모두 낄낄댔다.
"네 이름이 뭐야?"
그 여학생이 물었다. 임완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임...임완진이에요."
"임완진? 하. 내가 기억해줄게."
그 말을 남기고 그 여학생은 무리와 함께 자리로 돌아갔다. 주변 학생들이 수군거렸다.
"쑤야칭이다. 깡패 두목 딸이야."
"저 바보, 건드리면 큰일 나는데."
임완진은 손이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자신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냥 실수로 부딪힌 것뿐이었다.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다.
입학식이 끝나고 학생들은 교실로 흩어졌다. 임완진은 1학년 3반 교실에 들어섰다. 40명 정도의 학생들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창가 쪽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담임 선생님이 들어와 인사를 했다. 모든 것이 평범해 보였다.
오후 3시, 마지막 수업이 끝나기 직전이었다. 갑자기 교실 문이 열리며 3학년 선배 몇 명이 들어왔다. 그들 중 한 명이 큰 소리로 외쳤다.
"쑤야칭 선배의 목걸이가 사라졌어. 누군가 훔쳐갔어."
교실이 조용해졌다.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쑤야칭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그녀의 눈빛은 임완진을 향해 있었다.
"내 목걸이는 은으로 만든 거야. 우리 아버지가 사준 거야. 500만 원짜리야."
그녀는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담임 선생님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쑤야칭 학생, 이건 학교에서 해결할 문제입니다. 선생님한테..."
"선생님, 제가 직접 찾는 게 더 빠를 거예요."
쑤야칭은 손을 흔들며 교실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부하들이 학생들의 가방을 뒤졌다. 임완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신은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다. 그러니 걱정할 게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그녀의 가방을 열었을 때, 반짝이는 은목걸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게 뭐야?"
쑤야칭이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그녀의 눈이 가늘게 뜨였다. 임완진은 충격에 얼어붙었다.
"아니야! 그건 내 거 아니야! 누군가 내 가방에 넣었어!"
임완진은 소리쳤다. 하지만 교실은 이미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도둑놈..."
"역시 저런 애들은..."
"쑤야칭 선배한테 잘못 보였다고 들었어."
담임 선생님이 다가와 목걸이를 확인했다. 쑤야칭은 태연하게 말했다.
"선생님, 이 학생이 제 목걸이를 훔친 거예요. 저는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증거가 이렇게 나왔어요. 학교에서 어떻게 처리할 건가요?"
선생님은 난처한 표정으로 임완진을 바라보았다.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쑤야칭의 아버지는 지역에서 가장 큰 건설 회사의 사장이었고, 경찰서장과도 친분이 있었다.
"임완진 학생, 교무실로 따라와요."
임완진은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외쳤다.
"정말 아니에요! 제가 왜 훔쳐요? 증거를 조사해주세요. CCTV도 있고, 지문도..."
"닥쳐."
쑤야칭이 가까이 다가와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네가 나한테 잘못 보인 거야. 그걸 평생 기억해."
그날 오후, 임완진은 학교 내 임시 징계 위원회에 회부되었다. 쑤야칭의 아버지가 보낸 변호사가 직접 참석했다. 임완진은 아무 변호인도 없이 혼자서 자신을 변호해야 했다. 그녀의 부모님은 공장에서 일하느라 연락이 닿지 않았고, 집에 전화를 걸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피고는 쑤야칭 학생의 목걸이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증거로는 목걸이가 피고의 가방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저는 하지 않았어요! 누군가 제 가방에 넣었어요!"
임완진은 울부짖었다. 하지만 위원회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3일 후, 재판이 열렸다. 쑤야칭의 아버지가 관할 판사와 이미 접촉한 상태였다. 재판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피고 임완진, 특수 절도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합니다. 즉시 집행."
임완진은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을 뻔했다. 5년. 겨우 열다섯 살이었다. 고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감옥에 가야 했다. 그녀는 비명을 질렀지만, 법정 경찰관들이 그녀를 끌고 나갔다.
일주일 후, 임완진은 다른 열 명의 여자 소년원생들과 함께 교도소 이송 차량에 실렸다. 차량 내부는 어둡고 좁았다. 쇠창살로 막힌 창문 사이로 바깥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차량 안에 있는 다른 소녀들을 바라보았다. 그들 중 대부분은 14세에서 17세 사이로 보였다. 어떤 아이는 머리를 빡빡 밀었고, 어떤 아이는 팔에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모든 아이들의 눈은 텅 비어 있었다. 죽은 물고기처럼 반짝임이 없었다. 그들은 서로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임완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여기가... 어디예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한 아이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흘낏 보았다. 그 아이의 눈에는 무언가 깊은 공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너, 첫 번째야?"
그 아이가 조용히 물었다. 임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는 다시 앞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극락원... 여기는 극락원이라고 불러. 지옥보다 더한 곳이야."
임완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차량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낯선 건물 앞에 멈췄다. 높은 담장, 철조망, 그리고 웅장한 철문. 그 문 위에는 "극락원"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하차."
간수가 차량 문을 열며 고함을 질렀다. 임완진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첫발을 내디뎠을 때, 땅은 차갑고 딱딱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철문 위의 글귀를 바라보았다. 극락원. 이곳이 그녀의 새로운 집이 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몰랐다. 이곳이 단순한 소년원이 아니라, 쑤야칭과 같은 자들이 조종하는 어둠의 감옥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고통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