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는 고급스러운 회장실 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 대리석 창문 너머로 도시의 야경이 반짝이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그 너머로 향해 있었다. 조뢰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회장님, 부르셨습니까?”
진우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손짓했다. “앉아.”
조뢰는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 소파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회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다음 주, 해변 휴가를 좀 다녀올까 해.” 진우는 느릿느릿 말하며 손에 든 펜을 돌렸다. “출장 명목으로, 임효와 왕 언니를 데려가. 일부러 말할 필요 없고, 그냥... 알아서 해.”
조뢰의 눈이 반짝였다. “아, 알겠습니다. 회장님, 제가 잘 준비하겠습니다. 그런데 임효는 남자친구가 있어서...” 그는 교활한 웃음을 지었다. “왕 언니는 항상 당신을 쫓고 다니니까, 문제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네가 나설 때지.” 진우가 조뢰를 노려보았다. “네 능력을 보여줘.”
조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걱정 마십시오, 회장님. 제가 알아서 할게요.”
다음 날 아침, 사무실 분위기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임효는 컴퓨터 앞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고, 왕 언니는 거울을 보며 입술을 다듬고 있었다. 조뢰가 커피잔을 들고 다가와 두 사람 사이에 섰다.
“임효 씨, 왕 언니, 회장님 말씀이 다음 주에 해안가로 출장을 가신대. 중요한 거래처 접대인데, 두 분이 함께 가셔야 해요.”
임효가 고개를 들어 눈을 깜빡였다. “출장이요? 며칠인데요?”
“3박 4일.” 조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호텔도 최고급이고, 회장님이 직접 숙소를 예약하셨어. 추가 혜택도 많다고 들었어.”
왕 언니가 거울을 내려놓고 다가와 임효의 어깨에 기대었다. “추가 혜택이라니, 무슨 말이야?”
“글쎄...” 조뢰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천천히 말했다. “고급 리조트에 스파, 수영장, 야경 맛집... 회장님이 모든 경비를 부담하신대. 여기 사무실에서 하는 일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지.”
임효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남자친구가 주말에 같이 있자고 했는데...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없을지도 몰라.
왕 언니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속삭였다. “야, 생각해 봐. 3박 4일이면 충분히 즐길 수 있어. 회장님도 같이 가시니까, 분명히 특별한 대우를 해주실 거야.”
“하지만 나...” 임효는 망설이며 말을 꺼냈다. “남자친구가 있는데...”
“남자친구?” 왕 언니가 코웃음 쳤다. “그 애가 뭘 해줄 수 있겠어? 이 기회 놓치면 다시는 없을 거야. 나처럼 후회하지 마.”
조뢰는 옆에서 끼어들었다. “맞아요, 임효 씨. 회장님이 직접 지목하셨어요. 당신 능력을 인정하신 거예요. 안 가면 회장님 실망하실 거예요.”
임효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가슴은 이미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알겠어요... 가겠습니다.”
“잘 생각했어.” 왕 언니가 임효의 등을 두드리며, 조뢰를 향해 윙크했다. “내가 잘 챙길게. 걱정 마.”
조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그는 진우의 방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신호를 보냈다.
진우는 유리문 너머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입가에 드리운 미소는 음흉하면서도 기대에 차 있었다. 그는 책상 서랍 속의 고급 리조트 브로슈어를 꺼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좋아, 준비는 끝났다. 이제 즐길 시간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