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협복영록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c9321e48更新:2026-06-17 09:31
깊은 산속, 안개가 자욱한 새벽. 칠봉산 정상에 자리한 무관은 아직 어둠에 잠겨 있었으나, 뜰 안에서는 벌써 검광이 번쩍이고 있었다. 봉무는 단정하게 차려입은 채 무관 뜰 한가운데 서서 손을 등 뒤로 하고 막내 월요가 검술을 익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열여섯 살 소녀의 땀방울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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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봉제명

깊은 산속, 안개가 자욱한 새벽. 칠봉산 정상에 자리한 무관은 아직 어둠에 잠겨 있었으나, 뜰 안에서는 벌써 검광이 번쩍이고 있었다.

봉무는 단정하게 차려입은 채 무관 뜰 한가운데 서서 손을 등 뒤로 하고 막내 월요가 검술을 익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열여섯 살 소녀의 땀방울이 이마에 맺혀 검신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단호했다. 봉무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막내는 타고난 자질이 뛰어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했다. 그리고 그 부족함을, 그녀가 한때 책임지지 못했던 바로 그 부분을, 그녀는 반드시 채워줘야 했다.

“언니!”

유서의 경쾌한 목소리가 안개를 뚫고 날아왔다. 그녀는 담장 위를 나비처럼 날아 무관으로 뛰어들며, “산 아래 마을에서 소식이 왔어. 얼마 전부터 낯선 자들이 마을을 배회하고 있대. 게다가 며칠 전에는 이웃 마을에서 처녀 두 명이 사라졌어.”라고 말했다.

모든 자매의 동작이 멈췄다.

철란이 주먹을 꽉 쥐더니, 바위를 부술 듯한 철권을 바닥에 내리쳤다. “또 인신매매단이냐? 내가 직접 가서 그들의 뼈를 산산조각내주마!”

“셋째 언니, 성급히 굴지 마.” 상월이 그늘에서 조용히 걸어나왔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자그마한 독침 하나가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먼저 정보를 확인해야 해. 함정일 수도 있으니까.”

화영은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웃음을 지었다. “둘째 언니가 직접 정보를 가져왔으니, 십중팔구 맞는 말이겠지. 하지만 나는 그 두목 흑사라는 자가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 좀 보고 싶어.”

성락은 검을 뽑아 벽에 새겨진 진법도를 가리켰다. “여섯째 언니 말이 맞아, 함정일 수도 있어. 아니면 우리가 직접 가서 알아보는 게 낫겠어.”

모든 시선이 자연스럽게 봉무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칠봉산의 안개를 바라보았다. 그곳은 그녀가 자매들을 데리고 도망쳐 온 곳이자, 다시 시작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절대 다시는 그날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준비해라.”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내일 해 뜨기 전에 출발한다.”

그날 오후, 무관은 유례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각자 무기를 챙기고, 행장을 꾸렸다. 월요는 작은 나무피리를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건 어머니가 남겨준 유일한 유품이었다.

해가 질 무렵, 일곱 자매는 칠봉산을 내려와 산길을 따라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의 여관은 초라했지만, 주인은 자매들을 보자마자 얼굴색이 변했다.

“아가씨들... 이런 때에 어쩐 일이십니까? 밤이 되면 마을에 나쁜 사람들이 들끓습니다. 빨리 방문을 걸어잠그십시오.”

봉무는 은화 한 닢을 꺼내 주인장 손에 쥐어주었다. “저희는 지나가는 객입니다. 하룻밤만 묵어가려 합니다. 혹시 마을 근처에 버려진 창고 같은 곳이 있습니까?”

여관 주인은 더듬거리며 중얼거렸다. “마을 서쪽 과수원 뒤에... 옛날에는 곡식을 쌓아두던 곳인데, 요즘은 아무도 안 가요. 하지만 거긴...”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서는 이미 몸을 날려 밖으로 나가고 없었다. 상월은 조용히 뒤를 따라 모습을 감췄다.

밤이 깊어지자, 마을은 고요에 잠겼다. 달빛이 안개처럼 땅을 덮고, 자매들은 어둠 속에서 행동을 개시했다.

버려진 창고는 예상보다 컸다. 철문은 녹슬었지만, 봉무의 손바닥이 닿자 틈새에서 바람 소리가 났다. 내부는 어둠침침했지만,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와 약품 냄새가 확실히 느껴졌다.

“인질들이 여기 있을지도 몰라.” 유서가 목소리를 낮췄다. “지하실이 하나 있어. 깊어.”

봉무는 손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화영은 곧바로 얼굴을 바꾸어, 어느 부잣집 규수 같은 모습으로 변장했다. 성락과 철란은 좌우로 나뉘어 창고 뒤편을 포위했다. 상월은 벌써 주변에 독분을 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창고 문을 열려는 순간, 갑자기 사방에서 휘파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함정이다!”

봉무가 다급히 물러서며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수십 명의 흑의인들이 어둠 속에서 숫제 솟아나와, 자매들을 에워쌌다. 그들의 손에는 예리한 쇠갈고리가 들려 있었다.

“칠봉산의 그 꽃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

음산한 목소리가 창고 위에서 들려왔다. 한 남자가 지붕 위에 서서 자매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검은 구름으로 가려져 있었고, 눈에서는 푸른 빛이 뭉클뭉클 흘러나왔다.

“흑사.” 봉무가 차갑게 말했다.

“맞아. 나는 너희를 기다리고 있었어. 하루 종일.”

흑사가 웃자, 그의 주변에 있던 부하들도 따라 웃었다. 독갈이 그의 뒤에서 나타나, 굵은 쇠사슬을 감고 있었다.

“언니들, 나한테 잡히면 절대 편하지 못할 거야. 특히 너희처럼 아름다운 여자라면 더욱.”

철란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나서려 하자, 봉무가 손을 내저었다.

“물러서.”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 상황, 그녀는 마음속으로 헤아리고 있었다. 상대는 이미 오래전에 준비를 끝마쳤고, 그녀 자신이 이끌린 것이다. 하지만——

“너는 함정을 팠지만, 나는 네 목숨을 거둘 준비가 되어 있다.”

봉무의 두 손이 허리를 스치자, 일곱 자루의 비검이 허공에 떠올랐다. 봉명구천, 1식——『칠성강림』!

유서의 실책

노을이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일 무렵, 유서는 자매들이 모인 방에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가겠다."

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봉무가 그녀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유서, 너 혼자 가기에는 위험하다. 적의 거점이 어디인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내가 가는 거다. 경공이라면 나만한 자가 없지. 잠입과 정찰은 내 특기다."

유서는 입가에 자신감 가득한 미소를 띠었다. 그녀의 가벼운 몸놀림은 마치 제비와 같아서, 아무리 높은 담이라도 거뜬히 넘을 수 있었다.

봉무가 잠시 침묵했다. 큰언니로서 자매들을 지키는 것이 그녀의 사명이었다. 하지만 유서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그들이 쫓는 인신매매 집단의 소굴을 찾기 위해서는 빠르고 민첩한 정찰이 필요했다.

"조심해라. 무리하지 말고, 만약 위험하다고 느끼면 즉시 돌아와라."

"걱정 마, 언니."

유서는 그 말을 남기고 몸을 휘둘러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녀의 발자국 소리는 기와 위에서 거의 들리지 않았다. 마치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철란이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둘째 언니의 경공은 정말 대단하네."

"하지만 너무 자신만만한 게 문제지."

상월이 냉랭하게 한마디 던졌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바늘 하나가 번뜩였다.

---

유서는 지붕 위를 날듯이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외딴 산기슭에 있는 낡은 창고 하나를 발견했다. 주변에는 인기척이라고는 없었지만, 바닥에 흩어진 발자국과 짓밟힌 풀잎들이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음을 암시했다.

'바로 여기군.'

그녀는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고 창고 지붕 위에 살며시 착지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창고 안은 텅 빈 듯 보였지만, 구석에 쌓인 짚단들이 수상했다.

"흥, 이 정도 함정이 나를 속일 수 있을까?"

유서는 경공을 더욱 가볍게 하여 지붕의 기와를 한 장 살며시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그녀의 발밑에서 미세한 '딸깍' 소리가 났다.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함정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 순간, 사방에서 거친 밧줄들이 휘감겨 올라왔다. 유서는 몸을 비틀어 피하려 했지만, 밧줄들은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그녀의 팔과 다리를 감아왔다. 그녀가 힘을 주어 뿌리치려 할수록 밧줄은 더욱 팽팽하게 조여들었다.

"크읍!"

그녀는 땅바닥에 거꾸로 매달렸다. 밧줄은 교묘하게 엮여 있어서 그녀의 모든 관절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경공을 쓰려고 해도 발에 힘을 받칠 곳이 없었다.

"하하하하!"

창고 안에서 음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눈빛은 마치 먹이를 발견한 독사처럼 차가웠다.

"칠협 중 하나가 이렇게 쉽게 걸려들 줄이야. 유서, 그 유명한 경공의 고수 말이지?"

"네가 흑사냐?"

유서가 이빨을 악물며 물었다.

"맞다. 하지만 지금 이 꼴을 보니 자랑스럽진 않군."

흑사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의 손에는 가느다란 은색 사슬이 쥐어져 있었다. 유서는 온 힘을 다해 버둥거렸지만, 밧줄은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독갈, 나와라. 이 녀석을 제대로 묶어라."

뒤에서 덩치 큰 남자가 걸어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흉터가 가득했고, 손에는 독이 묻은 듯한 칼이 들려 있었다.

"두목님, 이년의 손목을 자를까요?"

유서의 눈에 두려움이 스쳤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흥, 이깟 밧줄이 나를 가둘 수 있을 줄 알았느냐!"

그녀는 몸에 내공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곧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밧줄이 내공의 흐름을 차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밧줄에 무언가 특별한 처리가 되어 있어...'

그녀의 마음이 가라앉았다.

---

그때, 먼 곳에서 몇 개의 그림자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둘째 언니! 거기 있어요!"

월요의 목소리가 긴박하게 울려 퍼졌다. 봉무가 선두에서 달려오고 있었고, 그 뒤로 철란과 상월, 화영, 성락이 따르고 있었다.

"유서가 잡혔어! 서둘러!"

봉무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걱정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창고 앞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흑사가 유서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눈에서는 이상한 푸른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움직이자, 낮고 신비로운 주문 소리가 흘러나왔다.

유서의 몸이 gāngāng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흐려지더니,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

"유서! 정신 차려!"

철란이 소리쳤다. 하지만 유서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흑사의 목소리가 그녀의 의식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이제 너는 나의 인형이다. 명령에 복종하라."

흑사의 목소리는 달콤했지만, 그 속에는 무시무시한 위협이 숨어 있었다. 유서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빛이 없었다.

"이런! 최면술이다!"

상월이 재빨리 주머니에서 해독제를 꺼내려 했지만, 흑사가 손을 휘둘렀다. 유서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자매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의 움직임은 여전히 빠르고 날카로웠지만, 이제는 아무런 자아도 없었다.

"유서, 우리가 누군지 모르겠냐!"

화영이 애타게 외쳤다. 유서가 잠시 멈칫했지만, 곧 다시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의 손이 번개처럼 뻗어 화영의 목을 향했다.

"피해!"

봉무가 재빨리 화영을 뒤로 잡아당겼다. 유서의 손가락이 공중을 스치며 날카로운 바람 소리를 냈다.

흑사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칠협의 큰언니가 이렇게 약할 줄이야. 네 동생이 네 손에 죽는 꼴을 보고 싶으냐?"

봉무의 주먹이 단단히 쥐어졌다. 그녀의 눈에 고통과 분노가 교차했다. 하지만 그녀는 당장 달려들 수 없었다. 상대는 그녀의 친동생이었다.

"흑사, 네가 한 짓을 반드시 갚아주리라."

"오냐, 두고 보자."

흑사가 손을 흔들자, 유서가 다시 그를 따라 창고 안으로 사라졌다. 쇠문이 굉음을 내며 닫혔다.

달빛이 차갑게 내리쬐는 가운데, 다섯 자매는 창고 앞에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다. 그들의 귀에는 유서가 흑사에게 조종당할 때 냈던 공허한 발자국 소리만이 메아리쳤다.

철란의 분노

철란의 주먹이 대문을 때리는 순간, 쩌렁쩌렁한 파쇄음이 밤하늘을 갈랐다. 나무 문짝은 종잇장처럼 찢겨져 나갔고, 먼지와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녀의 눈에는 불길이 이글거렸다. 지난밤 흑사가 동생들을 납치해 간 사실이 아직도 생생했다.

"이 개자식들! 나와!"

철란의 외침에 거점 안쪽에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독갈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에는 가느다란 쇠사슬이 늘어져 있었다.

"셋째 아가씨, 혼자 오다니. 용기는 가상하지만 어리석기도 하지."

"닥쳐! 우리 동생들을 내놓아라!"

철란이 앞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발을 내딛는 순간, 바닥이 움푹 꺼지며 거대한 철망이 그녀를 덮쳤다. 그녀는 허리를 틀어 피하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사방에서 쇠사슬이 뻗어 나와 그녀의 팔과 다리를 옭아맸다.

"이런!"

철란이 힘을 주어 쇠사슬을 끊으려 했지만, 사슬은 오히려 더 조여들었다. 독갈이 느릿느릿 다가와 그녀의 턱을 움켜잡았다.

"내 특제 사슬은 쇠도 끊지 못한다. 게다가 나는 네 기력을 약화시키는 약도 준비했다."

그가 손을 흔들자, 붉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철란의 몸에서 갑자기 힘이 빠지며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이 배신자... 너..."

그녀의 눈에는 분노와 자책이 뒤섞여 있었다. 독갈은 비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먼저 덤벼들었지. 누굴 탓하겠나?"

멀리 언덕 위, 봉무가 이를 악물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유서가 그녀의 곁에 다가와 속삭였다.

"큰언니, 지금 구하러 가야 해. 철란이..."

"안 된다."

봉무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주먹은 바위를 부술 듯이 꽉 쥐어져 있었다.

"저런 함정이 여러 개 더 있을 거야. 우리가 달려들면 모두 잡히고 말아."

상월이 조용히 말을 보탰다.

"독갈은 일부러 철란을 유인한 거야. 우리를 한꺼번에 처리하려는 속셈이지."

화영이 화려한 부채를 펼쳤다. 그녀의 눈빛은 냉랭했다.

"그럼 어떻게 할 셈이야? 셋째를 버리자는 건가?"

"버리는 게 아냐."

봉무가 몸을 돌렸다. 그녀의 등 뒤로 달빛이 길게 드리웠다.

"지금은 퇴각한다. 정보를 더 모으고, 그들의 약점을 찾아내서 다시 올 거야."

"하지만..."

"유서야."

봉무가 동생을 불렀다.

"네가 경공으로 그들의 동향을 정찰해라. 하지만 절대 들키지 마. 알겠지?"

유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쥐고 있던 단검을 칼집에 넣었다.

"알겠어. 하지만 큰언니... 철란이 견딜 수 있을까?"

"그 애는 강해."

봉무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얼른 고개를 숙여 감정을 감췄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는 거야. 가자."

자매들이 그림자처럼 언덕 아래로 사라졌다. 그 뒤로 철란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밤바람에 실려 흩어졌다.

상월의 오래된 상처

# 칠협복영록 - 제4장: 상월의 오래된 상처

밤은 깊어만 가고, 산장 안에는 촛불 하나만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상월은 창가에 서서 차가운 달빛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허리의 단검을 스치고 있었다.

“언니, 정말 괜찮겠어요?”

월요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상월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차갑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나 혼자 다녀오겠다.”

“하지만 흑사 집단은...”

“됐다.”

상월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녀는 돌아서서 방 안의 자매들을 바라보았다. 봉무는 침묵하며 그녀를 응시했고, 유서는 입술을 깨물며 무언가 말하려다 참았다.

“흑사가 보낸 편지에는 분명히 말했어. 나 혼자 가면 월요를 풀어주겠다고.”

“그걸 믿는 거야?” 철란이 벌떡 일어났다. “흑사 같은 놈의 말을 어떻게 믿어?”

“믿든 말든 가야 한다.” 상월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이건 내 과거의 일이다. 내가 해결하겠다.”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려 문을 나섰다. 달빛 아래 그녀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져 있었다.

---

약속된 장소는 폐사였다. 무너진 불당과 뒤엉킨 잡초 사이로 바람이 스치자 음산한 소리가 났다. 상월은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폈다.

“나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텅 빈 절간에 메아리쳤다. 잠시 후, 기둥 뒤에서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 얼굴은 반쯤 가려져 있었지만 그 눈빛만은 상월이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오랜만이다, 상월.”

그 목소리. 상월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애써 억누르며 말했다.

“백랑... 역시 너였구나.”

“미안하다.” 백랑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상월의 목소리가 떨렸다. “너는 우리 자매들을 팔아넘겼어. 그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냐?”

“흑사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너도 알고 있을 거야.”

“그래서 동료를 배신한 거냐?”

백랑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손이 살짝 움직였다.

“상월, 나는...”

그 순간, 상월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바닥에서 쇠사슬이 튀어나와 그녀의 발목을 휘감았다.

“너!”

상월이 단검을 빼들려는 찰나, 백랑이 손을 내저었다. 가느다란 독침이 공중을 가르며 날아와 그녀의 팔에 박혔다. 순간 마비가 전신을 휘감았다.

“미안하다, 상월. 정말 미안하다.”

백랑이 다가와 그녀의 눈을 가렸다. 상월은 그가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의식을 잃어갔다.

---

정신을 차렸을 때, 상월은 자신이 철제 의자에 묶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목과 발목은 굵은 쇠사슬로 단단히 결박되어 있었고, 몸은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깨어났군.”

비릿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월이 고개를 들자, 앞에 서 있는 건 흉측한 얼굴의 남자였다. 독갈이었다. 그의 손에는 온갖 형구들이 번쩍이고 있었다.

“흑사 대인이 네 자매들에 대해 묻고 계셔. 순순히 말하는 게 좋을 거야.”

“꿈도 꾸지 마라.”

상월은 침을 뱉었다. 독갈은 웃으며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

“강하군. 그래, 강한 놈을 다루는 게 제일 재미있지.”

그는 손에 든 쇠꼬챙이를 불 위에 달궜다. 상월은 이를 악물었다.

“네 자매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말해라. 그러면 조금 덜 아프게 해주마.”

“...죽어도 말하지 않는다.”

“좋아.”

독갈의 손이 움직였다. 뜨거운 쇠꼬챙이가 상월의 어깨에 닿았다. 살이 타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휘감았다. 상월은 비명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흘렀다.

“한 번 더 묻겠다. 네 자매들은 어디 있느냐?”

“...죽어도... 말하지 않는다...”

독갈의 눈빛이 더욱 사나워졌다. 그는 다른 형구를 집어 들었다. 톱니가 달린 쇠집게였다.

“이걸 손톱 사이에 끼우면 죽을 만큼 아프다. 그래도 말하지 않겠느냐?”

상월은 대답 대신 비웃음을 지었다. 독갈이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네가 그렇게 강한지 두고 보자.”

그날 밤, 폐사 깊숙한 곳에서는 상월의 신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끝까지 자매들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창살 너머, 백랑은 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주먹은 피가 날 정도로 쥐어져 있었다.

화영의 계략

제5장: 화영의 계략

황혼이 깃들 무렵, 취성루에는 등불이 환하게 밝혀졌다. 오늘은 흑사가 직접 주관하는 연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화영은 붉은 비단으로 만든 무희의 옷을 입고 있었다. 얇은 베일이 얼굴을 반쯤 가렸지만, 그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는 별처럼 반짝였다. 그녀는 다른 무희들 사이에 섞여 대청으로 들어섰다.

취성루의 대청은 호화로웠다. 금칠을 한 기둥마다 용과 봉황이 새겨져 있었고, 주변에는 흑사의 부하들이 빼곡히 서 있었다.

"어서 들어와라."

흑사가 높은 자리에서 손짓했다. 그는 눈빛이 날카로웠지만, 화영의 모습을 보자 잠시 그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화영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짓은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가볍고 우아했다. 붉은 치맛자락이 휘날릴 때마다, 보는 이들의 넋이 나갔다.

흑사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재미있군."

그의 손가락이 잔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는 이미 눈치챘다. 저 무희의 걸음걸이, 손목을 돌리는 법, 허리를 굽히는 각도—모든 것이 무희라기보다는 무사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춤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화영의 손목이 살짝 돌아갔다. 그 순간,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가루가 떨어져 나와 술잔 속으로 사라졌다.

"거기!"

갑자기 독갈이 소리쳤다. 그는 화영의 손목을 낚아챘다.

"이 무희, 너 정체가 뭐냐!"

화영의 얼굴에서 베일이 벗겨졌다. 그 순간, 대청 안의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흑사님, 이 년이 술에 독을 탔습니다!"

독갈이 화영의 손목을 비틀었다. 화영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흑사가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걸어 내려와 화영 앞에 섰다.

"아름다운 여인이여, 네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네 목적은 알겠다."

그는 손을 내밀어 화영의 뺨을 살며시 스쳤다.

"하지만 나는 아직 네가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

"보내라."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화영은 곧바로 부하들에게 끌려갔다. 그녀는 뒤돌아 흑사를 노려보았다.

"네놈, 후회할 것이다."

"아마도."

흑사는 다시 자리로 돌아앉았다.

"하지만 그 후회를 네가 보지는 못할 것이다."

화영은 지하 감옥에 갇혔다. 쇠사슬이 그녀의 손목과 발목을 묶었고, 벽에는 온갖 형구들이 걸려 있었다.

독갈이 다가와 그녀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네 자매들은 어디 있느냐?"

"말하지 않겠다."

화영이 고개를 돌렸다.

"좋다."

독갈이 일어서며 형구를 집어 들었다.

"시간은 충분하다."

화영은 눈을 감았다. 그녀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성락의 순수함

성락은 깊은 숨을 내쉬며 부서진 담벼락 너머로 다가오는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그 여자는 피투성이가 된 옷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성락의 검지가 가볍게 떨렸다. 자매들은 이미 여러 번 경고했다. 밖에서 만나는 사람은 누구든 믿지 말라고. 하지만 저 여자의 눈빛은 너무나 진실했다.

"제발… 도와주세요… 그들이 저를 잡아가려 해요…"

여자의 목소리는 떨렸고, 무릎은 땅에 닿을 듯이 휘청였다. 성락은 주위를 살폈다. 숲속은 고요했다. 바람 소리조차도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용했다. 하지만 그녀는 검을 거두었다.

"일어나요. 여기가 안전해요."

성락이 손을 내밀자 여자는 그 손을 꽉 잡았다. 손바닥은 차갑고 거칠었다. 성락은 순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여자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그들이… 절벽 쪽에 아지트를 숨겼어요. 언니들을 구하려면 거기로 가야 해요. 저는 길을 알고 있어요."

성락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언니들. 그들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여자를 따라 숲속으로 걸어갔다.

길은 점점 험해졌다. 돌부리가 곳곳에 있었고, 나뭇가지는 얼굴을 할퀴었다. 성락은 검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여자는 앞서서 빠르게 걸어갔다. 피 묻은 옷자락이 바람에 나부꼈다.

"아직 멀었어요?"

"조금만 더 가면 돼요. 저기 바위 뒤에 있어요."

여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우뚝 솟은 절벽이었다. 성락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곳은 막다른 길이었다. 그녀가 발걸음을 멈추려는 순간, 여자가 갑자기 몸을 돌렸다.

"미안해요."

여자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차갑고 냉소적인 어조였다.

성락이 검을 빼려는 찰나, 땅에서 날카로운 금속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의 발밑에서 얇은 철사가 솟아올라 다리를 감쌌다. 동시에 주변 나무들 사이에서 수십 개의 검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왔다. 검진이었다.

"이런!"

성락은 몸을 비틀며 첫 번째 검을 피했지만, 두 번째 검은 그녀의 어깨를 스쳤다. 그녀는 재빨리 검을 휘둘러 철사를 끊으려 했지만, 철사는 더욱 세게 조여들었다. 여자는 비웃으며 뒤로 물러섰다.

"너무 순진했어, 성락. 네가 그렇게 쉽게 속을 줄 알았다."

성락의 눈에 분노가 번뜩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검을 들어 올렸다. "봉명구천"의 첫 식을 외우며 검기를 퍼뜨리려는 순간, 뒤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저항할 힘이 남아 있군."

흑사였다. 그는 절벽 그림자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에는 검은 실로 엮은 밧줄이 들려 있었다. 성락은 몸을 돌려 검을 겨누었지만, 그 순간 검진이 다시 움직였다. 수십 개의 검이 그녀를 에워싸고, 마치 철창처럼 그녀를 가두었다.

"네 언니들도 다 이렇게 잡혔어. 너만 남았을 뿐이야."

흑사가 다가와 밧줄을 휘둘렀다. 성락은 검으로 막으려 했지만, 철사가 그녀의 손목을 감아 검을 떨어뜨렸다. 밧줄이 그녀의 몸을 칭칭 감았다. 거칠고 질긴 실이 살을 파고들었다.

"이 개자식…!"

성락이 발버둥치자, 흑사는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

"힘 좀 빼. 아프지 않게 해 줄 테니까."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관자놀이를 스쳤고, 갑자기 정신이 흐려졌다. 최면술이었다. 성락은 이를 악물고 저항했지만, 이미 밧줄이 그녀를 완전히 결박한 후였다.

"데려가라."

흑사의 명령에 두 명의 부하가 다가와 성락을 끌고 절벽 뒤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좁은 굴이 있었고, 어둠 속으로 이어졌다. 성락은 끌려가며 뒤를 돌아보았다. 여자는 여전히 그곳에 서서 냉소를 흘리고 있었다.

"너……."

"내 이름은 독갈이야. 잘 기억해 둬."

독갈이 손을 흔들며 돌아서서 사라졌다.

굴속은 축축하고 차가웠다. 발걸음 소리가 동굴 속을 울렸다. 성락은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자매들을 만나야 했다.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했다.

굴이 끝나고 넓은 지하 공간이 나타났다. 돌벽에는 횃불이 걸려 있었고, 어둑한 빛이 공간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그들이 있었다. 봉무, 유서, 철란, 상월, 화영. 그리고 월요.

모두 쇠사슬에 묶여 벽에 기대어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상처가 있었고, 옷은 찢겨져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여전히 불꽃이 살아 있었다.

"성락!"

봉무가 외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쉰 듯이 떨렸다.

"언니…"

성락이 말을 잇지 못했다. 독갈과 흑사가 그녀를 밧줄에 매달아 벽에 걸었다. 쇠사슬이 팔목을 감았다. 그녀는 다른 자매들과 나란히 묶여,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게 되었다.

철란은 주먹을 쥐고 벽을 쳤다. 돌가루가 떨어졌다. "이 나쁜 자식들! 언니가 꼭 갚아 주마!"

유서는 고개를 떨구었다. "내가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아니야, 내 잘못이야."

성락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눈가가 붉어졌다. "내가 너무 순진했어. 그 여자를 믿어서…."

상월은 아무 말 없이 성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슬픔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화영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다 같이 있으니까. 우리가 이길 방법을 찾을 거야."

월요는 조용히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 멜로디는 부드럽고 슬펐다. 성락은 그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그녀는 자매들에게 미안했다. 그녀가 약했기 때문에 모두가 이 지경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다음에 만날 때는 절대 속지 않겠다고. 검을 든 손은 묶여 있었지만, 그녀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흑사가 다가와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만족감이 어려 있었다.

"잘 있어라, 일곱 자매들. 너희 무공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은 내 손에 넘어왔다."

그는 웃으며 돌아섰다. 독갈이 그의 뒤를 따랐다.

동굴 속은 다시 고요해졌다. 횃불이 깜빡이고, 그들의 그림자가 벽에 길게 드리워졌다. 성락은 자매들의 손을 잡았다. 차가운 쇠사슬이 그들 사이를 가로막았지만, 그들의 마음은 하나였다.

"기다려."

봉무가 나지막이 말했다.

"때가 올 거야. 그때야말로 우리가 일어날 차례다."

봉무의 독행

제7장: 봉무의 독행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밤, 봉무는 단신으로 흑사의 거점을 향해 나아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가볍고 조용했으며, 마치 밤의 그림자처럼 스며들었다. 그녀의 손에는 가문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비검 '봉명검'이 쥐어져 있었다. 자매들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모든 위험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거점은 버려진 창고 같았지만, 내부는 복잡한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봉무는 '봉명구천' 무공을 펼쳐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그녀의 몸짓은 우아하면서도 날카로웠다. 그러나 두 번째 관문에 들어서면서, 그녀는 예상치 못한 함정에 빠졌다.

갑자기 바닥이 무너지며 그녀는 깊은 구덩이로 떨어졌다. 봉무는 재빨리 몸을 날려 벽을 차며 위로 올라가려 했지만, 천장에서 쇠사슬이 내려와 그녀의 발목을 감쌌다. 그녀는 칼로 쇠사슬을 끊으려 했지만, 쇠사슬은 놀랍게도 단단했다.

"하하하, 봉무, 네가 왔구나."

어둠 속에서 흑사의 음흉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뱀처럼 미끄러웠다. 봉무는 몸을 돌려 주위를 살폈다.

"네가 우리 자매들을 건드리면,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그러나 흑사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너는 이미 내 손안에 있다. 네 자매들도 곧 너를 따라올 것이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변에서 수많은 화살이 날아들었다. 봉무는 몸을 비틀며 피했지만, 한 발이 그녀의 어깨를 스쳤다. 그녀는 고통을 참으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흑사는 이미 더 많은 함정을 준비해 두었다.

"최면술!"

흑사가 손을 내저으며 주문을 외우자, 봉무의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지만, 점점 더 깊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안 돼... 나는 포기할 수 없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저항했지만, 흑사의 최면술은 점점 더 강력해졌다. 결국 봉무는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그녀의 손에서 봉명검이 떨어졌다.

"좋아, 이제 네 차례다."

흑사가 다가와 그녀를 결박했다. 봉무는 온몸의 힘을 다해 발버둥쳤지만, 이미 지쳐 있었다.

"네 자매들에게 전해라. 너는 내 손에 있다. 그들이 원한다면, 목숨을 걸고 와서 구해가라."

흑사의 말에 봉무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편, 거점 밖에서 기다리던 자매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유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언니가 너무 오래 계신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철란이 주먹을 쥐며 대답했다.

"내가 들어가 보겠다."

그러나 상월이 그녀를 막았다.

"기다려. 지금 들어가면 오히려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화영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언니가 위험에 빠졌다면, 우리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성락이 침착하게 말했다.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무턱대고 들어가면 모두가 위험해진다."

그때, 월요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언니가... 잡혔어요. 나는 그녀의 고통을 느낄 수 있어요."

그 말에 모든 자매들이 충격을 받았다. 유서가 주먹을 쥐며 외쳤다.

"그럼 지금이라도 가자!"

그러나 상월이 다시 그녀를 잡았다.

"기다려. 흑사가 의도적으로 우리를 유인하고 있어. 우리가 함부로 움직이면, 언니가 더 위험해질 거야."

철란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럼 우리는 가만히 있을 거야? 봉무 언니가 죽을지도 몰라!"

화영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아니야. 우리는 기회를 봐서 움직여야 해. 지금은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해."

성락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우리가 함께라면, 반드시 언니를 구할 수 있어."

월요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저는 언니가 강하다는 걸 알아요. 그녀는 우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거예요. 우리도 그녀를 위해 싸워야 해요."

모든 자매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흑사에 맞서 싸울 결의를 다졌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속에는 깊은 걱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봉무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 그녀는 정말 무사할 수 있을까? 자매들은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다만, 그들은 한 가지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들은 반드시 언니를 구할 것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월요의 각성

월요는 숨을 죽인 채 폐허의 기둥 뒤에 몸을 숨겼다. 언니들의 비명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흑사의 부하들은 그녀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그녀에게 살아남을 기회를 주었다.

발걸음이 멀어지자, 월요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눈앞의 폐허는 한때 웅장했던 무관(武館)의 잔해였다. 무너진 대들보와 부서진 기와 사이로 희미한 달빛이 스며들었다. 그녀는 무의식중에 손을 뻗어 바닥에 흩어진 쪽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

쪽지는 누렇게 변색되었지만, 글자는 또렷했다. ‘천령음률비급(天靈音律秘笈)’이라는 제목이 보였다. 월요의 손끝이 떨렸다. 어릴 적 아버지가 가르쳐 주셨던 음률 공부가 떠올랐다. 그 공부는 단순한 악기 연주가 아니라, 소리로 마음을 읽고 영혼을 울리는 법이었다.

그녀는 폐허 구석에 자리 잡고 비급을 펼쳤다. 첫 장부터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음(音)은 곧 마음이다. 마음이 울리면 소리가 울리고, 소리가 울리면 천지가 응답한다.’ 월요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 순간, 그녀의 귀에 언니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봉무 언니의 신음, 유서 언니의 울먹임, 철란 언니의 분노 섞인 고함, 상월 언니의 차가운 침묵, 화영 언니의 애처로운 웃음, 성락 언니의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 모든 소리가 한꺼번에 그녀의 머릿속에 쏟아져 들어왔다.

월요는 손으로 귀를 막았다. 너무나도 선명했다. 그녀는 언니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누가 그들을 지키고 있는지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영혼의 울림이었다.

“이게... 각성인가?”

그녀는 중얼거리며 비급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다음 장에는 음률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월요는 주변에 널브러진 나무토막을 집어 들어 작은 피리를 만들었다. 그녀의 입술이 피리에 닿자, 첫 음이 울려 퍼졌다.

음률은 폐허를 가득 채웠다. 처음에는 불안정했지만, 곧 조화를 이루었다. 월요는 자신의 몸속에서 흐르는 기운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샘물처럼 맑고 강하게 솟아올랐다. 그녀는 피리를 불며 주변의 돌과 나무조각을 움직여 보았다. 돌이 공중에 떠올랐다. 그녀의 의지에 따라 움직였다.

“할 수 있어.”

월요는 피리를 내려놓고 주먹을 쥐었다. 언니들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였다. 어리고 약한 막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폐허를 떠나기 전, 비급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음률이 깊어지면, 네 마음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러나 조심하라. 너무 깊이 듣다 보면, 너 자신도 잃을 수 있다.’

월요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곧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빛은 단단했다. 그녀는 피리를 허리에 차고 어둠 속으로 걸어 나갔다.

별빛이 그녀를 비췄다. 폐허 너머로 흑사의 아지트가 보였다. 그곳은 음산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월요는 피리를 꺼내 들고 입술에 댔다. 그녀의 첫 번째 음률이 울려 퍼지자, 바람이 그녀를 감쌌다.

“언니들, 기다려요.”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마음은 누구보다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