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장: 재회의 부드러움
인천국제공항의 출국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린이는 검은색 캐리어를 끌며 입국장을 둘러보았다. 아버지는 회의 때문에 올 수 없다고 했다. 대신 누군가를 보내겠다고 했다.
그때였다.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여성이 사람들 사이로 걸어 나왔다. 단정하게 묶은 갈색 머리, 부드러운 미소. 소청이었다. 같은 반 친구 현수의 엄마. 하지만 그녀는 단순한 친구 엄마가 아니었다. 아버지의 비서였고, 더 깊은 관계라는 것을 린이는 알고 있었다.
"린이야."
소청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그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조용하고 다정했다.
"청... 이모."
린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렇게 불렀다. 소청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잘 왔구나. 긴 비행이 될 거야. 내가 곁에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
소청이 린이의 손목을 살며시 잡았다. 그 손길은 따뜻했다. 린이는 순간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
체크인 카운터에서 수속을 마치고, 두 사람은 면세점을 지나 탑승구로 향했다. 소청은 린이의 옆에서 걸으며 조용히 말했다.
"앞으로 나를 청이모라고 불러. 알았지?"
"네..."
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청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코를 스쳤다. 은은한 플로럴 향. 엄마가 사용하던 향수와 비슷했다. 하지만 린이는 엄마의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여덟 살 때 돌아가셨으니까.
비행기에 탑승한 후, 소청은 린이를 창가 쪽 자리에 앉히고 자신은 옆자리에 앉았다. 이륙한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소청이 일어나 린이의 담요를 정리해 주었다.
"추울까 봐."
그녀의 손가락이 담요 가장자리를 잡아당기다가 무심코 린이의 뺨에 스쳤다. 그 순간,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이 린이의 온몸을 휘감았다.
린이는 숨을 멈추었다. 소청의 손가락은 차가웠지만, 닿은 자리는 뜨거웠다. 소청도 잠시 손을 멈추었지만, 곧 자연스럽게 손을 거두었다.
"편하게 쉬어. 파리까지 아직 오래 걸리니까."
소청은 다시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다. 하지만 린이는 그녀의 옆모습을 몰래 바라보았다. 가느다란 목선, 단정한 턱선. 서른다섯 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젊어 보였다.
린이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왜 소청을 보냈을까. 단순히 가정교사로서?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걸까.
그리고 소청은 왜 이 일을 수락했을까. 아버지와의 관계 때문에? 아니면...
린이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심장은 계속해서 빠르게 뛰었다.
몇 시간 후, 비행기가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짐을 찾아 세관을 통과한 후, 택시를 타고 아파트로 향했다.
아파트는 16구에 위치해 있었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잘 관리되어 있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도착하자 소청이 열쇠로 문을 열었다.
"들어와."
린이는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섰다. 아파트는 생각보다 넓었다. 거실과 주방이 하나로 연결된 오픈 플랜이었고, 침실은 두 개였다. 소청이 준비해 둔 가구들은 깔끔하고 아늑했다.
"네 방은 여기야."
소청이 문을 열어주었다. 방은 생각보다 컸다. 침대, 책상, 옷장이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창문 너머로 파리의 지붕들이 보였다.
"모든 걸 준비해 두었구나..."
린이는 감탄하며 방을 둘러보았다. 책상 위에는 새 노트북과 필기구가 놓여 있었고, 침대에는 푹신한 베개가 두 개 있었다.
"편하게 해. 네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
소청이 문가에 서서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다정했지만, 그 안에 뭔가 다른 감정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고마워요, 청이모."
린이가 말했다. 소청은 미소 지었다.
"잘 쉬어. 내일부터 진짜 시작이야. 유럽 생활이."
소청이 방문을 닫고 나갔다. 린이는 침대에 앉아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모든 것이 너무 빨리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설렘과 기대가 마음을 가득 채웠다.
린이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파리의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소청이 있었다.
린이는 소청의 손가락이 자신의 뺨에 닿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 부드러운 감촉. 따뜻했던 체온.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