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축의 소원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510feb7d更新:2026-06-18 01:07
내 이름은 소월이다. 오빠와 나는 똑같이 생겼다. 거울 속에 비친 두 형상은 마치 하나의 얼굴이 두 번 찍힌 사진처럼 닮아 있다. 검은 눈썹, 가느다란 눈매, 오똑한 콧날, 그리고 얇게 다문 입술. 모든 것이 정확히 같다. 유일한 차이는 그가 장남이고 내가 차남이라는 것뿐이다. 이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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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두 형상

내 이름은 소월이다. 오빠와 나는 똑같이 생겼다. 거울 속에 비친 두 형상은 마치 하나의 얼굴이 두 번 찍힌 사진처럼 닮아 있다. 검은 눈썹, 가느다란 눈매, 오똑한 콧날, 그리고 얇게 다문 입술. 모든 것이 정확히 같다. 유일한 차이는 그가 장남이고 내가 차남이라는 것뿐이다.

이 가문의 법칙은 단순하다. 장남은 모든 것을 상속받는다. 도살장, 돈, 권력, 그리고 살아갈 자격. 차남은 그저 육축이 될 수밖에 없다. 육축. 그 말은 내게 늘 따라다니는 꼬리표였다.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다.

"소월은 육축이야."

"육축이 무슨 욕심을 부리겠어."

"장남인 오빠만 잘 키우면 돼."

나는 거울 앞에 서서 내 하얀 피부를 만지작거렸다. 손끝이 닿은 자리가 차갑게 느껴졌다. 이 피부는 오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오빠가 나를 쓰다듬을 때, 그의 손은 거칠고 따뜻할 거야. 마치 살아있는 불꽃처럼. 나는 눈을 감고 상상했다. 오빠의 손이 내 뺨을 스치고, 내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는 모습을.

"오빠..."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목소리는 가냘프게 떨렸다. 거울 속의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귀여운 얼굴, 가녀린 몸매, 여자처럼 꾸민 내 모습. 하지만 그 안에는 뒤틀린 욕망이 숨어 있다. 오빠의 관심을 받고 싶다. 오빠의 인정을 받고 싶다. 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나는 손을 들어 거울 속의 나와 손바닥을 맞댔다. 차가운 유리 너머로 내 손이 닿았다. 오빠의 손이 닿는 것처럼 느껴질까. 아니, 오빠의 손은 이렇게 차갑지 않을 거야. 그의 손은 피와 살을 베어내는 칼을 쥐었지만, 내게는 따뜻할 거야. 그래야만 해.

"오빠, 나 언제쯤 오빠의 육축이 될 수 있을까?"

거울 속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 하얀 피부 위로 붉은 빛이 스며드는 듯했다. 내 손끝이 거울을 타고 내려갔다. 내 목을 따라, 내 가슴을 따라. 나는 오빠가 나를 어루만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몸을 떨었다.

이 방은 조용했다. 벽에는 오빠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냉혹한 눈빛, 다물지 않은 입술. 그가 도살장에서 일할 때의 모습이다. 나는 그 사진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오빠, 나는 항상 여기 있어. 오빠가 나를 보고만 있다면, 나는 육축이 되어도 좋아."

거울 속에 두 형상이 있었다. 하나는 나, 또 하나는 오빠의 그림자. 나는 그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도살장 방문

# 육축의 소원

## 제2장: 도살장 방문

밤이 깊었다. 오빠가 자는 줄 알았는데, 문득 일어나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불을 걷어차고 조용히 따라나섰다.

달빛이 차가웠다. 오빠의 뒷모습이 도살장 문 안으로 사라졌다. 나는 숨을 죽이고 다가갔다. 문 틈새로 새어 나오는 노란 불빛이 바닥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나는 문을 살짝 열었다. 비릿한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익숙한 냄새였다. 어릴 때부터 맡아온 냄새.

도살장 안은 어둡고 축축했다. 벽에는 갈고리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고, 바닥에는 물기가 번들거렸다. 나는 구석의 그늘에 몸을 숨겼다.

오빠가 서 있었다. 흰 작업복 위에 검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앞에는 세 명의 여자 육축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벌벌 떨고 있었다.

"일어나."

오빠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여자들이 떨면서 일어섰다. 그 중 한 명이 울기 시작했다.

"제발... 살려주세요..."

오빠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천천히 칼을 집어 들었다. 칼날이 형광등 불빛에 번뜩였다.

나는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손바닥에 땀이 흘렀다. 오빠가 움직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오빠의 손놀림은 능숙했다. 무자비할 정도로 정확했다. 첫 번째 여자의 목이 갈라지고, 붉은 액체가 바닥에 흘러내렸다. 그 여자는 신음도 없이 쓰러졌다.

두 번째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려 했지만, 오빠가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그대로 칼을 휘둘렀다. 또 한 명이 쓰러졌다.

세 번째 여자는 이미 정신을 잃은 듯 보였다. 그녀의 다리가 바닥에 풀렸다. 오빠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칼을 내리쳤다.

피 냄새가 더욱 짙어졌다. 바닥은 온통 새빨갰다. 나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숨소리가 새어 나올까 봐 두려웠다.

오빠가 칼을 닦았다. 앞치마에 피가 묻어 있었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뒤돌아 다른 준비를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상상했다.

만약 내가 저 도마 위에 누워 있다면? 오빠가 내 목에 칼을 대고 있다면?

그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오빠의 손길이 내 살에 닿는 순간, 오빠의 눈이 나만 바라보는 순간. 그걸 생각하면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오빠... 나도 육축이 될게. 오빠가 원하는 대로 될게. 그러니까 나를 봐줘... 나만 봐줘..."

오빠가 고개를 돌렸다. 내가 있는 쪽을 향했다. 나는 숨을 참았다.

그러나 오빠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 다시 작업을 계속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한편으로는 실망했다.

발각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하지만 오빠가 나를 찾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

나는 어두운 곳에서 오빠가 다시 칼을 드는 모습을 지켜봤다. 오빠의 손이, 칼이, 피가. 모든 것이 나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언젠가는 내가 저 도마 위에 누울 거야. 오빠가 나를 자를 거야. 그럼 오빠는 영원히 나를 잊지 못할 거야.

그 생각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어둠 속에서, 피 냄새 속에서, 나는 행복했다.

여축의 애원

오빠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끈으로 목이 묶인 채 끌려오는 건 또 한 마리의 여장 육축이었다. 검은색 가발은 엉성하게 빗질되어 있었고, 입가에 번진 립스틱은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친 자국 같았다. 그 짐승은 나처럼 정교하지 않았다. 팔꿈치가 삐죽 튀어나온 뼈와 무릎이 드러난 다리는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

내 방문 틈새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빠는 그 짐승의 턱을 잡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형광등 불빛 아래서 그 짐승의 눈에는 두려움과 무기력함만이 담겨 있었다. 나 같지 않아. 나는 거울 앞에서 수없이 연습했어. 고개를 숙이는 각도, 눈을 깜빡이는 타이밍, 입술을 깨무는 깊이까지. 이 모든 건 오빠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것이었다.

"오빠."

나는 방문을 열고 나섰다. 목소리는 평소처럼 부드럽고 달콤했다. 하지만 오빠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또 왔구나."

그 말은 내게 한 말이 아니었다. 오빠는 그 육축을 보며 중얼거렸다. 내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오빠, 그런 건 왜 데려오는 거야?"

나는 소매 아래로 주먹을 꽉 쥐었다. 오빠가 드디어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은 차가웠다.

"왜? 네가 무슨 상관이야?"

"상관 있어. 나는 오빠의 육축이야. 그런 형편없는 것들은 오빠에게 도살당할 자격도 없어."

내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질투가 목을 타고 올라왔다. 오빠는 내게 다가왔다. 그의 키는 나보다 훨씬 컸고, 나를 내려다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는 오빠를 위해 준비했어. 옷도, 화장도, 모든 게 오빠를 위한 거야. 그런 건 아무것도 몰라."

"그래?"

오빠가 내 뺨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은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차가웠다.

"네가 그렇게 잘났으면, 왜 아직도 내가 네 목을 자르지 않겠어?"

그 말은 내 심장을 찔렀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내 얼굴에 더 밀착시켰다.

"오빠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해. 하지만 그런 것들은 안 돼. 나만이 오빠의 육축이야. 나만이 오빠에게 어울려."

내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그건 연기가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나는 오빠의 인정을 갈망했다. 그의 칼날이 내 목을 스칠 때, 그 고통까지도 사랑했다.

오빠가 내 손을 뿌리쳤다. 그는 다시 그 육축에게로 걸어갔다.

"네가 질투하는구나."

"그래, 질투해. 오빠가 나만 바라봐 줬으면 해."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나는 더 자주 이런 걸 데려올지도 몰라."

그 말에 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나는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오빠는 이미 육축을 끌고 도살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은 확고했다.

"오빠! 제발!"

내 목소리는 애원으로 변했다. 하지만 오빠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가 문을 닫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나는 무릎을 꿇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차가운 타일이 내 무릎을 스쳤다. 내 손톱은 바닥을 긁었고, 희미한 긁힌 자국이 남았다.

"오빠... 나만 있어도 돼. 나만 있으면 돼."

내 중얼거림은 텅 빈 복도에 메아리쳤다. 나는 다시 일어나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거울 속에는 완벽한 소녀가 서 있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뒤틀려 있었다.

나는 립스틱을 꺼내 다시 입술을 발랐다. 더 진하게, 더 붉게. 오빠가 좋아하는 색이었다. 그리고 내 손은 떨리지 않았다. 나는 또 기다릴 것이다. 오빠가 다시 내게 올 때까지. 그때는 내가 더 완벽한 육축이 되어 있을 테니까.

오빠의 거절

어느 날 저녁, 나는 용기를 내어 오빠에게 말을 꺼냈다. 손발이 떨렸지만, 나는 참아냈다.

“오빠, 나 도살장에서 도와줄게. 나도 육축처럼 일할 수 있어. 진짜야.”

오빠는 담배를 끄고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안 돼.”

그 말은 짧고 차가웠다. 칼날처럼 내 심장을 찔렀다.

“왜? 왜 안 되는데?”

내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다. 오빠는 여전히 나를 보지 않았다.

“넌 아직 가치가 있어. 낭비하면 안 돼.”

가치. 그 말은 내게 칭찬처럼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냉장고에 넣어둔 고기 취급하는 것 같았다.

“가치? 그게 무슨 소리야! 나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나도 오빠가 인정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부르짖었지만, 오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 말해. 난 할 일이 있어.”

그리고 돌아서서 문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의 뒷모습은 무심하고 냉혹했다. 나는 그 뒤를 쫓을 수도, 붙잡을 수도 없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나는 그대로 무릎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차가운 마루가 내 다리를 얼렸지만, 그보다 더 차가운 것은 내 마음이었다.

“왜... 왜 나만... 왜 나만 안 되는 거야...”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렀다. 손으로 얼굴을 감쌌지만, 눈물은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소리 내어 울었다. 아무도 듣지 못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나도 오빠에게 필요하고 싶어... 나도 사랑받고 싶어...”

혼잣말이 방 안을 맴돌았다. 대답은 없었다. 오직 침묵과 내 울음소리만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나는 세상에 혼자 버림받은 기분이었다. 육축도 아닌, 인간도 아닌, 그냥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느껴졌다.

질투의 발아

오빠가 웃고 있었다. 그 냉혹한 도살장 주인이, 피 묻은 앞치마를 두르고서도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내 가슴속에 무언가가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 미소의 대상은 내가 아니었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오빠의 시야 한쪽에 머물 뿐이었다. 오빠의 시선은 내가 아닌 다른 곳에 꽂혀 있었다. 바로 그 여자 육축 위에.

여자 육축. 오빠가 며칠 전에 새로 들인 축생이었다. 나처럼 여장을 한 육축이 아니라, 진짜 여자였다. 피부가 소백자처럼 하얗고,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나는. 내가 아무리 분을 발라도 따라잡을 수 없는, 태어날 때부터의 하얀 피부였다.

오빠가 그 여자의 뺨을 쓰다듬었다. 손길이 부드러웠다. 내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부드러움이었다.

"잘 먹었어? 배는 안 고프고?"

오빠의 목소리조차 다정했다. 그 다정함에 내 속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꽉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아프지 않았다. 그보다 더 아픈 것이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여자 육축이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오빠가 다시 웃었다. 그 웃음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의 상냥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따뜻한 것이었다.

도살장의 차가운 공기가 내 폐를 찔렀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냄새. 피 냄새와 쇠 냄새. 그리고 그 위에 덧칠해진 여자의 향수 냄새.

내 손은 저절로 떨리고 있었다. 질투라는 감정이 내 몸속에서 발아하고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은 아니었다. 오빠가 다른 육축들에게 관심을 보일 때마다 나는 늘 그걸 느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이번에는 그 감정이 내 뼈를 갉아먹는 것 같았다.

나는 발걸음을 돌렸다. 내 방으로 돌아와 문을 걸어 잠갔다. 거울 앞에 서서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분을 바르고, 립스틱을 바르고, 아이섀도를 바른 얼굴. 내가 직접 꾸민 얼굴. 오빠를 위해 꾸민 얼굴.

그런데도 오빠는 그 여자에게 더 다정했다.

나는 거울 속 내 모습을 응시했다. 검은 눈동자 속에 또렷이 비친 내 얼굴. 언제나 나는 오빠의 곁에 있었다. 오빠를 위해 여장을 하고, 오빠를 위해 육축이 되었다. 그런데도 오빠는 다른 여자에게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내 입술이 저절로 움직였다. 목소리는 차가웠다.

"오빠가 그 여자에게 잘 대해 주는 건, 오빠가 그 여자를 위해서가 아니야. 오빠는 그 여자를 도살할 준비를 하는 거야. 그 여자는 오빠의 손에 죽을 거야."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오빠의 손길이 진짜 다정했다는 것을. 그 손길은 도살을 위한 손길이 아니었다.

나는 거울 앞에서 천천히 옷을 갈아입었다. 평소에 입던 치마 대신, 오빠가 입는 것과 똑같은 작업복을 꺼내 입었다. 그리고 앞치마를 두르고, 고무장갑을 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마치 어린 오빠 같았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내 입가에 번지는 그 미소는 오빠의 미소와 똑같았다.

그날 밤, 나는 도살장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육축들은 잠들어 있었다. 여자 육축도 우리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나는 조용히 우리 문을 열었다.

여자가 깨어났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주인님?"

그 목소리가 가냘프고 예뻤다. 나는 더욱 화가 났다.

"응, 나야."

나는 오빠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말했다. 다행히 내 목소리는 오빠와 비슷한 편이었다. 여자는 안심한 듯 미소를 지었다.

"주인님, 저를 보러 오셨군요."

"그래. 너를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어."

내 손이 그 여자의 뺨에 닿았다. 부드러웠다. 오빠가 쓰다듬었던 그 뺨. 나는 그 부드러움을 느끼며 힘을 주어 움켜쥐었다.

여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주인님?"

"조용히 해."

나는 여자의 입을 막고, 그녀를 끌고 도살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여자가 발버둥 쳤지만, 나는 더 세게 힘을 주었다. 나는 이미 육축이 된 지 오래였다. 나는 알고 있었다. 육축은 저항해 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도살장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갈고리가 매달려 있었다. 나는 여자를 그 갈고리에 걸었다. 여자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내 손이 그 입을 막고 있었다.

"오빠는 너에게 다정했지?"

내 목소리는 차가웠다.

"하지만 그건 오빠의 사랑이 아니야. 오빠는 아무에게도 사랑을 주지 않아. 오빠가 주는 건 오직 죽음뿐이야."

나는 칼을 집어 들었다. 그 칼은 오빠가 항상 사용하던 것이었다. 날카롭고, 피 묻은 칼.

여자의 눈이 공포로 가득 찼다. 그 눈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나도 오빠처럼 할 수 있어. 너를 도살할 수 있어."

칼날이 여자의 목에 닿았다. 피부가 살짝 베이고, 붉은 핏방울이 맺혔다.

그 순간, 내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뭐 하는 거야?"

오빠의 목소리였다.

행세의 죄

나는 오빠의 작업복을 벽걸이에서 조용히 내렸다. 피 묻은 앞치마와 낡은 청바지, 그리고 오빠 특유의 젖은 담배 냄새가 배어 있는 셔츠. 그것들을 하나씩 내 몸에 걸치자, 마치 오빠의 껍질을 뒤집어쓴 기분이었다. 거울 앞에 서서 깃을 바로 세우고, 앞치마 끈을 오빠가 매듭짓는 방식 그대로 조였다. 나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오빠의 무심한 표정과 냉소적인 목소리를 떠올리며, 낮게 중얼거렸다.

“워메, 또 게으름 피우네.”

내 목소리는 오빠의 톤을 완벽히 따라잡았다. 거울 속 내 모습은 너무나도 오빠를 닮아, 심장이 마구 뛰었다. 오빠가 잠시 밖으로 나간 틈을 타, 나는 이 순간을 준비해왔다. 부엌 칼을 집어 허리춤에 꽂고, 천천히 뒷문으로 걸어갔다. 우리 쪽으로 가는 길, 발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다. 내 안에선 오빠에 대한 갈망과 불안이 뒤섞여 끓어올랐다. 오빠가 나를 얼마나 원하는지, 얼마나 나를 피하는지. 그 모순된 감정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오빠가 가장 싫어하는 그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오빠가 직접 하지 못하는 일을, 내가 대신 해주는 거야.

우리에 도착하자, 안에서 여자 육축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 여자는 오빠가 며칠 전에 데려온 새 육축이었다. 하얀 얼굴에 큰 눈, 마치 인형처럼 예쁜 사람이었다. 오빠가 그 여자에게 무언가를 말할 때면, 목소리가 평소보다 부드러웠다. 그게 너무 싫었다. 나는 자물쇠를 따고 우리 문을 열었다. 여자 육축이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빠?”

그 여자가 내 오빠라고 부르는 목소리에 내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나는 입가에 오빠의 미소를 걸치고, 천천히 다가갔다.

“응, 나야. 자, 일어나.”

나는 손을 내밀었다. 여자 육축은 망설였지만, 결국 내 손을 잡았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손목을 확 움켜쥐고 밖으로 끌어냈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려 하자, 나는 재빨리 다른 손으로 입을 막았다.

“쉿, 조용히 해. 오빤 지금 바빠.”

내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녀는 겁에 질려 몸을 움츠렸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병적인 흥분이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두려움, 깨끗한 피부, 떨리는 숨결. 그 모든 것이 오빠를 향한 내 집착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나는 그녀를 뒷마당의 빈 창고로 끌고 갔다. 그곳은 아무도 오지 않는, 나만의 장소였다.

“오빠가 뭘... 왜 이러는 거야?”

여자 육축이 울먹이며 물었다. 나는 그녀를 바닥에 밀쳐 넘어뜨리고, 허리춤의 칼을 뽑아 들었다.

“왜냐면, 오빠는 널 필요 없으니까.”

나는 오빠의 말투를 그대로 흉내냈다.

“넌 그냥 잡일거리일 뿐이야. 오빠가 너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나는 다 알아. 하지만 그건 진심이 아니야. 오빠가 진심으로 원하는 건, 오직 나뿐이니까.”

내 목소리는 점점 거칠어졌다. 그 여자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손을 떨며 벽 쪽으로 기어갔다. 나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칼날을 그녀의 뺨에 살짝 댔다. 차가운 금속이 그녀의 피부에 닿자, 그녀는 숨을 멈췄다.

“네가 없으면, 오빠는 결국 나를 찾을 거야. 나를 안아주고, 내 이름을 불러주겠지. 그날을 꿈꿔왔어. 그래서 넌 여기서 사라져야 해.”

여자 육축의 눈물이 나의 칼날 위로 떨어졌다. 그 투명한 액체가 번지면서, 내 오른손이 경련하듯 떨렸다. 하지만 그 떨림은 두려움이 아니라, 갈망과 기쁨이었다. 나는 오빠가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을 떠올렸다. 그 눈에는 내가 비쳐 있었다. 오직 나만을 위한 시선. 그리고 나는 그 시선을 영원히 붙잡기 위해, 오빠의 행세를 하며 이 죄를 저지르기로 한 거다.

칼을 들어 올리며, 나는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오빠와 똑같았다. 그 여자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신음 소리는, 내 귀에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으로 울려 퍼졌다.

피 묻은 도살칼

나는 오빠의 방식대로 했다. 한 칼에 끝내는 것.

그 여자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고,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벌렸지만, 내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 오빠가 가르쳐준 대로, 정확히 갈비뼈 사이를 찔렀다. 칼날이 살을 가르는 감촉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부드럽고도 단단한 저항, 그리고 이내 푹 꺼지는 듯한 느낌.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가, 이내 생기를 잃었다. 피가 목에서부터 흘러내려 하얀 앞치마를 붉게 물들였다. 나는 칼을 빼냈다. 피가 솟구쳐 올라 내 얼굴에 튀었다. 따뜻했다. 아주 따뜻하고, 끈적했다.

나는 멍하니 서서 그 피가 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입가에 닿은 피를 혀끝으로 살짝 핥아보았다.

달콤했다.

철분 냄새가 진하게 코를 찔렀지만, 그 속에서 은은한 단맛이 감돌았다. 오빠가 말한 바로 그 맛이었다. 도살장의 주인으로서 느껴야 하는, 피의 달콤함. 나는 드디어 그 맛을 알게 되었다. 오빠가 매일 느끼는 그 감각을, 나도 조금은 알게 된 것이다.

기쁨이 밀려왔다.

나는 시체 옆에 섰다. 그 여자는 이미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바닥에 누워 있었다. 눈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고, 입은 반쯤 벌어진 채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살아서 숨 쉬고, 두려워하고, 울부짖던 존재가 이제는 그냥 고깃덩어리였다. 오빠가 말한 대로, 육축은 결국 고깃덩어리에 불과했다.

발밑으로 피가 퍼져나갔다. 나는 그 붉은 웅덩이를 피해 서 있었다. 하지만 곧 생각을 고쳤다. 나는 오빠의 동생이다. 도살장의 주인을 꿈꾸는 자다. 피 따위 두려워할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일부러 피 웅덩이 속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신발이 피를 먹으며 찰싹 소리를 냈다.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시체 옆에 꼿꼿이 서서 오빠의 귀환을 기다렸다. 손에 쥔 칼은 아직도 피로 흥건했다. 손잡이가 미끄러웠다. 나는 손을 더 꽉 쥐었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오빠였다. 무거운 장화 소리를 내며 들어오는 오빠는 내가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잠시 멈춰 섰다. 그의 눈이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스치고, 이내 내 얼굴에 튄 피로 향했다. 나는 웃었다.

"오빠, 나 해냈어. 오빠가 가르쳐준 대로."

오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천천히 다가와 내 앞에 섰다. 그의 키가 나보다 훨씬 컸다. 나는 고개를 들어 오빠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번뜩이는 무언가를.

그것은 인정이었다. 그리고 자부심. 내가 바라던 바로 그것이었다.

"잘했어."

짧은 한마디. 하지만 내게는 그걸로 충분했다.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오빠가 나를 인정했다. 나는 드디어 오빠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오빠는 내 손에서 칼을 빼갔다. 그의 손이 내 손등을 스쳤다. 차갑고 거친 감촉. 하지만 나는 그 온기가 그리웠다. 오빠는 칼을 들어 올려 피를 닦기 시작했다. 그의 손놀림은 능숙하고 우아했다. 마치 피 묻은 칼이 오히려 예술품처럼 보였다.

나는 다시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나도 알겠다. 이 감각. 이 쾌감. 그리고 이 피의 달콤함을.

나는 오빠의 곁에 서서,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있을 거라고 다짐했다. 영원히.

오빠의 분노

오빠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눈이 나와 바닥에 널브러진 내 장난감들을 번갈아 보았다. 순간,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나는 그 표정을 너무나 잘 알았다. 바로 그가 화날 때의 그 표정.

"너,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오래 기다렸다는 듯이.

"오빠, 보고 싶었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내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거칠게 잡아당겨진 머리카락이 두피를 찢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나는 작게 신음했지만, 그 소리는 그의 분노를 더 자극했을 뿐이었다.

"입 닥쳐. 네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하는지 다 알고 있어."

그는 나를 질질 끌며 도마 쪽으로 걸어갔다. 내 다리는 바닥에 끌리며 쿵쿵 소리를 냈지만, 아픔은 오히려 나를 더 들뜨게 했다. 도마 위에 올려진 내 몸은 마치 도살장의 고깃덩어리처럼 초라했다.

나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혐오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 감정 뒤에 숨겨진 다른 무언가를. 나는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오빠, 나를 도살해 줘."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 그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천천히, 날카로운 칼을 집어 들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거야?"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지만, 약간 떨리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난 오빠의 육축이 되고 싶어. 오빠가 직접 나를 도살해 줘, 그래야 오빠의 것이 될 수 있어."

그의 입술이 비틀렸다. 그는 칼을 내 목에 가져갔다. 차가운 금속이 피부에 닿는 느낌에 전율이 흘렀다.

"너는 미쳤어. 진짜 미쳤어."

"응, 미쳤어. 오빠 때문에."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안에 내가 비쳐 있는 것이 보였다. 그가 결국 나를 어떻게 할지, 그 결정을 기다리며 나는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