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초대와 암류
나는 손에 든 편지를 다시 읽어보았다. 고급 양지에 금박으로 장식된 그 초대장은 분명히 내 과학자로서의 명성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 다른 의도가 숨어 있었다.
“귀족 과학자 모우님께. 저희 섬의 연구 시설을 방문하시어 귀중한 조언을 주시길 간청합니다.”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연구 시설. 물론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섬이 진정으로 유명한 것은 다른 것이었다.
배가 항구에 도착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그 섬의 공기를 마셨다. 짭짤한 바다 내음과 함께, 익숙하지 않은 달콤하고 관능적인 향기가 섞여 있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여노들의 몸에서 나는 향기였다.
“모우님, 환영합니다.”
나를 맞이한 남자는 우아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섬 주인의 대리인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눈빛은 나를 평가하고 있었지만, 나는 이미 그런 시선에 익숙했다.
“연구 시설은 언제 방문할 수 있습니까?” 내 목소리는 차분하고 이성적이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저희 주인님께서 친히 모우님을 위해 오찬을 준비하셨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갔다. 내 마음속에서는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여노들에 대한 호기심. 아니, 그것보다 더 깊은 무언가. 나는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오찬장은 호화로웠다. 나는 섬 주인을 만났다. 그는 나이 든 귀족으로, 그의 눈에는 지혜와 함께 무언가 어두운 것이 번뜩이고 있었다.
“모우님, 저희 섬의 연구 시설은 최고 수준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보물은 따로 있습니다.”
그가 손뼉을 치자, 문이 열리고 여노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모두 아름다웠지만, 나는 그들의 눈에서 슬픔과 저항의 흔적을 보았다. 한 명 한 명이 조련되어 있었지만, 그 안에 깃든 깨지지 않는 정신이 보였다.
“저는 연구에 집중하겠습니다.” 나는 냉정하게 말했다.
섬 주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연구를 위해서라면 가까이서 관찰하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저는 모우님께 이 섬의 최고 권한을 드리겠습니다. 단, 당신의 신분은 비밀로 부탁드립니다.”
그의 말에 나는 내심 놀랐다. 최고 권한.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뜻했다.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연구의 편의를 위해 여노 숙소 근처에 거처를 마련해 주십시오.”
섬 주인의 눈이 반짝였다. “그것은 조금... 특별한 요청이군요. 하지만 물론 가능합니다.”
그날 저녁, 나는 새로운 거처로 이동했다. 여노 숙소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작은 저택이었다. 창문을 열면 그들의 웃음소리, 때로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것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었다.
해가 저물 무렵, 나는 산책을 나갔다. 섬의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바닷바람을 쐬었다. 내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과학자로서의 이성과 귀족으로서의 자존심,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욕망 사이에서 나는 갈등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덤불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한 여노가 숨어 있었다. 그녀의 눈은 두려움과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제발... 조용히 해주세요.” 그녀가 속삭였다.
나는 그녀를 알아보았다. 오찬장에서 보았던 여노 중 한 명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샤오웨이였다.
“뭐 하는 거야?” 내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녀는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도망치려고 했어요. 하지만 실패했죠.”
그 순간, 그녀의 목에 있는 장치가 빛나기 시작했다. 샤오웨이는 고통에 몸을 웅크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내 발걸음은 멈춰졌다. 나는 단지 관찰자일 뿐이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도망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내 말은 냉소적이었다.
샤오웨이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그 안에는 꺾이지 않는 빛이 있었다. “그래도... 저는 제 존엄을 지키고 싶어요.”
그 말은 내 가슴을 찔렀다. 존엄. 나는 그것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나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로 살아왔다.
“이제 돌아가. 조련사들이 널 찾을 거야.”
샤오웨이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는 나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당신... 여기서 뭘 찾고 있나요?”
그 질문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단지 고개를 돌려 바다를 바라보았다.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샤오웨이의 눈빛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느꼈을 고통, 그 장치의 압박. 나는 왜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을까? 아니, 왜 내 마음은 그 장면에 끌리고 있었을까?
나는 이 섬이 내게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찾으러 왔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두려웠다.
까만 파도가 해안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마치 내 마음속 암류처럼, 조용히 but 강하게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