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칭웨는 붉은 비단 장막이 드리운 연회장 한가운데 서 있었다. 촛불이 수백 개 켜진 샹들리에가 황금빛을 반짝이며 대리석 바닥에 부서지는 빛을 드리웠다. 손님들의 웃음소리와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어우러져 화려한 선율을 이루었다. 그녀는 우아한 미소를 입가에 띠고 있었지만, 속마음은 전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칭웨 아가씨, 이번에 새로 들여온 비단이 얼마나 고운지 보세요."
숙모인 부인이 다가와 은쟁반에 놓인 비단 조각을 건넸다. 임칭웨는 예의 바르게 받아들었지만, 손끝에 닿는 감촉이 무덤 속의 천처럼 차갑게만 느껴졌다.
"참 아름답습니다, 숙모님."
그녀는 대답하면서도 눈빛은 저 멀리, 연회장 끝에 놓인 고대 거울을 향하고 있었다. 그 거울은 검은색 나무 틀에 은실로 정교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표면은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흐릿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그 거울은 영혼을 비춘다고 했다. 임칭웨는 어릴 적부터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지만, 직접 만져본 적은 없었다.
연회가 절정에 달했을 때, 모두가 무용수들의 공연에 몰두하고 있었다. 임칭웨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긴 치마자락이 대리석 바닥을 스치며 부드러운 소리를 냈다. 아무도 그녀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했다.
거울 앞에 섰을 때,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대신 거울 표면에 어렴풋이 검은 연기 같은 것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임칭웨는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거울의 표면을 만졌다.
그 순간, 차가운 전류가 손끝에서 번개처럼 퍼져나갔다. 그녀의 몸이 마치 공중으로 붕 뜨는 것 같았다. 귀에 울리는 굉음과 함께 모든 감각이 뒤틀리고, 세상이 물결치는 수면처럼 흔들렸다. 임칭웨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녀의 영혼이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가 소멸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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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하인들의 방에서 솽얼은 좁은 나무 침대 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오늘은 주인의 연회 때문에 모든 하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그녀는 병에 걸린 노예라는 이유로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세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을 때, 갑자기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녀의 몸이 마치 불에 타는 듯 뜨거워졌다. 솽얼은 입술을 깨물며 고통을 참았다. 그러다 모든 것이 멈췄고,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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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칭웨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어둡고 좁은 방에 누워 있었다. 천장은 낮았고, 벽은 거칠게 다듬어진 돌로 되어 있었다. 공기 중에는 곰팡이 냄새와 땀 냄새가 섞여 역겨웠다. 그녀는 일어나려고 팔을 움직였지만, 자신의 팔이 이상하게 가냘프고 거친 것을 느꼈다. 손바닥에는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무슨...?"
그녀의 목소리도 낯설었다. 더 낮고, 거칠었다. 임칭웨는 재빨리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거친 천으로 만든 옷, 엉킨 긴 머리카락, 그리고 발목에는 쇠사슬이 채워져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이 노예가 되었다는 것을.
바로 옆 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분명히 솽얼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비명은 화려한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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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침실에서 솽얼은 깨어나자마자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그녀의 손은 매끄럽고 하얗고, 손톱에는 붉은 칠이 되어 있었다. 머리카락은 명주실처럼 부드럽게 흘러내렸고, 몸에는 비단 잠옷이 걸쳐져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그녀가 일어나려고 하자, 갑자기 문이 열리고 하녀 두 명이 들어왔다.
"아가씨, 깨어나셨군요! 아까 연회장에서 갑자기 쓰러지셔서 다들 놀랐어요."
한 하녀가 다가와 그녀를 부축하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솽얼은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평생 하인들에게 명령만 받아온 그녀에게, 하인이 자신을 섬기는 상황은 너무나 낯설었다.
"괜찮으세요? 얼굴이 창백하십니다."
다른 하녀가 물잔을 건네며 물었다. 솽얼은 떨리는 손으로 잔을 받아들었다. 그녀의 손이 너무 하얗고 섬세해서, 마치 자신의 손이 아닌 것 같았다.
"나... 혼자 있고 싶어."
솽얼이 간신히 내뱉은 말에 하녀들은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고개 숙여 물러났다.
문이 닫히자, 솽얼은 침대에서 내려와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거울 속에는 임칭웨의 얼굴이 있었다. 고고하고 아름다운, 그동안 그녀가 멀리서만 바라보던 바로 그 얼굴이.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이건 분명... 내 몸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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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 방에서 임칭웨는 쇠사슬을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가냘픈 손목으로는 쇠사슬을 풀 수 없었다. 그녀는 벽에 기대어 숨을 헐떡이며 생각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건 마법 거울 때문이다. 분명히 그 거울이 우리 영혼을 바꿔놓은 거야.
그녀는 다시 일어나 문을 열려고 했지만, 문은 바깥에서 잠겨 있었다. 노예는 밤중에 방을 나설 수 없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자신은 아무 힘도 없다. 남의 노예 몸에 갇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꼭 원래대로 돌아갈 거야."
임칭웨는 어둠 속에서 굳게 다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 한편에서는, 이 노예의 몸이 주는 자유로움이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스쳤다. 신분의 속박에서 벗어난 이 느낌은, 그녀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