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천은 책상에 엎드려 늦은 밤까지 복습을 하고 있었다. 기말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와서 아무리 평소에 공부를 잘하지 못했어도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었다. 새벽 두 시가 넘도록 방 안에는 책 넘기는 소리만 가득했다.
갑자기 눈앞이 핑 돌고 머릿속에 푸른 빛이 스쳤다.
"설마 잠이 덜 깼나?" 그는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그 순간 또렷한 전자음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띵! 가정 화합 길들이기 시스템이 인식되었습니다. 호스트 린천님, 안녕하세요.]
린천은 깜짝 놀라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야? 누구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방 안에는 혼자였다. 하지만 그 전자음은 계속 울렸다.
[시스템이 호스트의 신체에 성공적으로 정착했습니다. 가족 간의 화합을 촉진하는 것이 저의 임무입니다. 호스트의 가족 관계 데이터를 수집 중입니다... 수집 완료.]
린천은 책상을 짚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인터넷 소설은 많이 읽어봤지만, 시스템 같은 게 정말로 나타날 줄은 몰랐다. 그는 손을 들어 볼을 꼬집어 보았다. 아팠다. 꿈이 아니었다.
"너 지금 내 머릿속에 있다는 거야?"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네, 호스트님. 저는 당신의 정신 해면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음성이나 생각으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린천은 천천히 의자에 다시 앉았다.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너 시스템이라며... 무슨 임무가 있는 거야?"
[임무는 간단합니다. 호스트와 가족 간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현재 가족 구성원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호스트의 누나 린쉐, 호스트에 대한 호감도: 23점. 호스트의 어머니 왕슈란, 호스트에 대한 호감도: 30점. 둘 다 아주 낮은 수치입니다.]
린천은 입술을 깨물었다. 누나와 엄마가 자신에게 냉담한 건 잘 알고 있었다. 누나는 항상 거만하게 굴었고, 엄마는 강압적이고 통제욕이 강했다. 하지만 수치로 확인하니 생각보다 심각했다.
"호감도를 어떻게 올릴 수 있는데?"
[임무를 완료하면 호감도 포인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포인트로 각종 능력과 아이템을 교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말하기 능력, 자신감 향상, 또는 가족에게 영향을 미치는 작은 도구 등입니다.]
린천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것은 기회였다. 이제까지는 누나와 엄마에게 눌려 살았지만, 시스템이 생긴 이상 달라질 수 있었다.
[첫 번째 임무 발급: 3일 안에 누나 린쉐가 호스트에게 미소를 짓게 하십시오. 임무 보상: 호감도 10점, 자신감 향상제 1개.]
린천은 눈을 가늘게 떴다. 린쉐가 웃다니? 그게 말이 쉽지. 그 누나는 평소에 무표정이었고, 잘못 건드리면 비꼬기 일쑤였다. 웃는 얼굴은커녕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는 게 고작이었다.
"다른 임무는 없어?" 그는 시험 삼아 물었다.
[임무 랜덤 선택, 재추첨 불가. 하지만 호스트님께 조언을 드리자면, 린쉐는 표면적으로 냉랭하지만 속으로는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그녀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찾아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린천은 깊게 생각했다. 누나가 관심 있어 하는 것? 그림 그리기, 고양이, 그리고... 그녀가 키우는 고양이. 맞아, 누나는 동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그녀는 매정하고 냉담해 보였다.
"한번 해보자."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중얼거렸다.
다음 날 아침, 린천은 일부러 일찍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왕슈란은 이미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를 보자 눈썹을 찌푸렸다.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평소에는 안 늦잠 자면 병인 줄 알겠네."
린천은 예전 같으면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식탁에 앉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는 엄마의 눈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엄마, 수고하셨어요. 제가 도와드릴까요?"
왕슈란의 손이 잠시 멈췄다.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아들을 훑어보았다.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왜 이렇게 예의 바르게 굴어?"
"아니에요, 그냥 엄마가 항상 혼자 하시는 게 힘드실 거 같아서요."
왕슈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시스템은 조용히 알림을 보냈다.
[어머니 왕슈란 호감도 +2. 현재 호감도: 32.]
린천은 속으로 기뻐했다. 아주 작은 진전이었지만, 방법이 통한다는 게 증명됐다.
저녁이 되자 린쉐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여전히 냉랭한 표정으로 신발을 벗고 거실로 걸어와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린천은 용기를 내 그녀 옆에 앉았다. "누나, 오늘은 어땠어?"
린쉐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네가 알 바 아니야."
"들었는데... 너 요즘 고양이 밥을 주고 다닌다며?"
린쉐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제야 고개를 들어 동생을 쳐다봤다. 그 눈빛에는 경계심이 섞여 있었다. "누가 말했어?"
"그냥... 우연히 알게 됐어. 나도 고양이 좋아하는데, 같이 가도 돼?"
린쉐는 눈을 가늘게 떴다.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듯 동생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하지만 결국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방해하면 안 돼."
그날 저녁, 린쉐는 평소처럼 집 뒤 골목으로 갔다. 린천은 조용히 그 뒤를 따라갔다. 골목 구석에는 몇 마리 길고양이가 모여 있었고, 린쉐를 보자 반갑게 다가왔다.
린쉐는 가방에서 캔 사료를 꺼내 바닥에 조심스럽게 놓았다. 고양이들이 사료를 먹는 동안 그녀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평소의 냉랭한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눈에는 따뜻한 빛이 흐르고 있었다.
린천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누나, 고양이들 정말 너를 좋아하는 것 같아."
린쉐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당연하지, 매일 밥을 주는데."
"사실 누나는 마음이 정말 따뜻한 사람인 것 같아. 겉으로는 차가워 보여도."
린쉐의 어깨가 살짝 굳어졌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하지만 린천은 그녀의 입가가 아주 살짝 올라간 것을 놓치지 않았다.
[축하합니다! 첫 번째 임무 완료: 누나 린쉐가 호스트에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보상 지급 중: 호감도 10점, 자신감 향상제 1개.]
린천은 속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성공했다. 비록 아주 작은 미소였지만, 시작일 뿐이었다.
린쉐가 일어나 돌아서려는 순간, 린천이 갑자기 말했다. "누나, 앞으로 매일 같이 가도 돼?"
린쉐는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음대로 해."
린천은 그녀의 뒤를 따라 집으로 돌아왔다. 시스템이 조용히 알림을 보냈다.
[새로운 임무 발급: 5일 안에 어머니 왕슈란에게서 "네가 자랑스럽다"는 말을 듣습니다. 임무 보상: 호감도 15점, 특별 능력 '감정 공감' 1회.]
린천은 주먹을 꽉 쥐었다. 앞으로의 길은 멀었지만, 적어도 첫걸음을 뗐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오늘 밤, 그 우연한 활성화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