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족 타락: 신황의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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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조가 이끄는 동쪽 섬나라 사절단이 신황 황궁의 대전에 들어섰을 때, 찬란한 햇살이 금빛 기둥을 따라 쏟아져 내렸다. 그녀는 우아하면서도 당당한 걸음걸이로 앞으로 나아갔고, 뒤에는 주정영자와 천설, 천락이 따랐다. 그들의 비단 옷자락이 바람에 살랑이며 은은한 향기를 풍겼다. “신황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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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섬나라 사절단

천조가 이끄는 동쪽 섬나라 사절단이 신황 황궁의 대전에 들어섰을 때, 찬란한 햇살이 금빛 기둥을 따라 쏟아져 내렸다. 그녀는 우아하면서도 당당한 걸음걸이로 앞으로 나아갔고, 뒤에는 주정영자와 천설, 천락이 따랐다. 그들의 비단 옷자락이 바람에 살랑이며 은은한 향기를 풍겼다.

“신황 폐하, 동쪽 섬나라 천조가 인사드리나이다.” 천조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입가에 우아한 미소를 띠었다.

안리는 용좌에 앉아 있었고, 그 눈빛은 맑고 깊었다. 그녀는 손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동쪽 섬나라 여황께서 직접 방문하시다니, 진실로 신황의 영광이옵니다.”

“폐하께서 과찬을 하셨습니다.” 천조가 몸을 곧게 펴며, 그 눈동자에 옅은 광채가 스쳤다. “듣자하니 신황의 풍경이 수려하다 하여, 특별히 이 풍토를 체험하고자 왔사옵니다.”

안리가 약간 미소를 지었다. “동쪽 섬나라는 예로부터 예절을 중시하고 기예가 뛰어나다고 하였소. 이번에 오셨으니, 이 기회에 한 수 배워 보는 것도 좋겠소이다.”

대전 안의 공기가 미묘하게 흘러갔다. 안말과 안락은 용좌 아래에서 서 있었고, 깊은 곳에는 안사가 서 있었다. 그들 모두 조심스럽게 이 동쪽 섬나라에서 온 사절단을 관찰하고 있었다.

“신황 폐하께서 말씀하신 대로이옵니다.” 천조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돌아보았다. “주정영자, 우리가 가져온 벚꽃 마사지 도구를 폐하께 올려 드려라.”

주정영자가 앞으로 나아가 절하며 정성스럽게 상자를 받쳐 들었다. 그 안에는 윤기가 흐르는 도구들이 놓여 있었고, 은은한 신비로운 향이 풍겨 나왔다.

“이것은?” 안리가 약간 호기심을 보이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이것은 벚꽃 마사지라 하여, 동쪽 섬나라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기예이옵니다.” 천조가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이는 혈기를 소통시키고 기운을 조절해 주며, 심지어 신력을 증진시킬 수도 있사옵니다.”

안리의 눈빛에 미묘한 빛이 스쳤다. 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과연 신기하군요. 동쪽 섬나라 여황께서 친히 시범을 보여 주시겠소?”

천조가 기쁘게 미소 지었다. “폐하께서 승낙하시면 소녀가 몸소 시범을 보여 드리겠나이다. 다른 이는 물러서라 명하시옵소서.”

안리가 손을 흔들었다. 대전 안의 시종과 대신들이 모두 물러갔고, 두 나라의 왕과 주요 인물들만 남았다. 안말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리려 했지만, 안리가 그녀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시작하겠사옵니다.” 천조가 가볍게 옷깃을 정리하며 한 걸음 다가섰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먼저 폐하의 손등을 만져 보겠사옵니다.”

그녀의 손가락이 안리의 손등에 닿자 부드럽고 냉기가 느껴졌다. 동시에, 벚꽃 마사지 도구에서 은은한 구수한 향이 퍼져 나왔다. 안리가 살짝 눈을 감고 그 느낌을 음미했다.

“이 향은... 참 특별하군요.” 그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벚꽃의 정수와 약재를 섞어 만든 것이옵니다.” 천조가 질문에 답하며 손가락으로 안리의 경혈을 살며시 눌렀다. “폐하께서 마음에 드신다면, 더 깊이 체험해 보시겠사옵니까?”

안리의 신체가 살짝 긴장했다가 이내 이완되었다. 그녀는 눈을 뜨고 천조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 눈에 일종의 애매모호한 빛이 스쳤다. “좋아. 이 벚꽃 마사지가 신력을 어떻게 증진시키는지, 내가 한번 경험해 보겠소.”

천조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가 돌아서서 주정영자에게 신호를 보내자, 주정영자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물러났다. 이에 안말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순간, 동쪽 섬나라의 계략이 신황의 땅에 성공적으로 한 걸음 내디딘 것이었다.

벚꽃 마사지

# 제2장: 벚꽃 마사지

동쪽 섬나라의 어느 후원, 벚꽃이 흩날리는 정자 아래.

주정영자는 부드러운 비단 매트 위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에는 향기로운 벚꽃 기름이 발라져 있었다. 눈앞에는 신황의 여황, 안리가 천천히 옷을 벗고 엎드려 있었다.

"편안히 누워 계십시오, 폐하."

영자의 목소리는 꿀처럼 달콤했다. 그녀의 손이 안리의 어깨를 따라 부드럽게 미끄러지자,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음... 네 손길이 참 부드럽구나."

안리는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영자의 손놀림은 완벽했다. 벚꽃 기름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따뜻한 공기가 살결을 스쳤다.

영자가 천천히 안리의 등 아래로 손을 내렸다. 그녀의 움직임은 정확하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발목이 살짝 안리의 손에 닿았다.

안리는 무심코 손을 뻗어 영자의 발을 잡았다. 짧은 육사(肉絲)로 감싸인 그 발은 놀랍도록 매끄러웠다. 안리의 손가락이 발목에서부터 발가락 사이를 천천히 더듬었다.

"영자야, 네 발이 참 곱구나."

"폐하께서 과찬이십니다."

영자는 얼굴을 붉혔지만, 눈빛은 교활하게 빛나고 있었다. 안리가 그녀의 발을 만질 때마다 은은한 시큼한 냄새가 풍겨왔다. 처음엔 거의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지만, 점점 그 향기가 짙어졌다.

안리는 그 냄새에 이끌려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코가 영자의 발등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갔다. 깊이 숨을 들이쉬자,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폐부를 가득 채웠다.

"...이 냄새는?"

안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몸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열기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더 강하게 발을 움켜쥐었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영자가 걱정하는 척 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승리의 빛이 스치고 있었다.

안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졌다. 신력이 혼란스럽게 요동쳤다. 이 감정은...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그 무언가였다.

"영자... 나에게..."

안리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눈빛이 애처롭게 빛났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폐하?"

"...실족 스타킹을 가져오너라."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영자는 미리 준비해둔 검은색 실크 스타킹을 꺼냈다. 그것은 은은하게 빛나고, 실족의 시큼한 냄새가 배어 있었다.

안리는 그것을 받아들자마자 얼굴에 가져다 댔다. 깊이 숨을 들이쉬며 스타킹의 질감과 냄새를 음미했다. 그리고는 혀를 내밀어 천천히 핥기 시작했다.

"아... 이 맛..."

안리의 눈이 흐려졌다. 그녀의 손이 스타킹을 꽉 쥐고, 혀가 천을 적셨다. 시큼한 맛이 입안에 퍼지자, 온몸이 전율했다.

영자는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폐하, 기분이 어떠십니까?"

"좋아... 너무 좋아..."

안리는 중얼거리며 더욱 격렬하게 스타킹을 핥았다. 그녀의 몸은 이미 실족의 매력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다. 내면 깊이 숨겨왔던 은밀한 취미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영자는 조용히 일어나 뒤로 물러섰다. 벚꽃이 흩날리는 정자 아래, 신황의 여황은 더 이상 신성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쾌락에 굴복한 하나의 실족에 불과했다.

"곧...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될 것입니다."

영자의 속삭임이 바람에 실려 사라졌다.

음모 계획

천조는 어둑한 전등 아래서 이상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화려한 비단 장막이 흔들리고, 그녀의 손가락은 무심히 서안 위의 벚꽃 모양 향로를 스쳤다.

“안리께서 오늘 밤에도 여전히 자신의 침전에 홀로 계십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이상이 조용히 아뢰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충성심과 약간의 긴장이 섞여 있었다.

천조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래? 신황 여황께서는 어떤 표정을 지으셨는가?”

“피곤해 보이셨지만, 눈빛은 어딘가 불안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무심히 옷자락을 만지작거리셨습니다.”

“흥.” 천조는 벌떡 일어나 향로 앞에 섰다. “그것은 그녀가 이미 우리가 남긴 냄새를 맡았다는 뜻이다.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호기심은 생긴 것이다.”

그녀는 몸을 돌려 이상을 응시했다. “내일 저녁, 그녀를 개인적으로 만나겠다. 장소는 동원의 은밀한 정자로 정해라. 너는 마사지를 준비하고, 내가 필요한 향을 가져가겠다.”

이상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천조는 천천히 서안 앞으로 걸어가 작은 비단 주머니를 꺼냈다. 그 안에는 한 달 내내 신은 짧은 육사 스타킹이 들어 있었다. 그 향과 감촉은 이미 완벽하게 배어들었다.

“이것으로 충분하리라.” 그녀는 중얼거렸다. “안리, 네가 혼자 있는 밤, 그 은밀한 갈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달빛이 비단 장막 사이로 스며들었다. 천조는 자신의 계획이 착착 진행되는 것을 느끼며,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

여황 타락

비밀 회합 장소는 동쪽 섬나라 사찰의 은밀한 다실이었다. 어스름한 등불 아래 천조는 느긋하게 다기를 만지작거리며, 긴 치마 사이로 의도치 않게 드러난 짧은 육사가 은은한 달빛에 젖은 버들잎처럼 하얗게 빛났다.

“신황 폐하께서 오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천조의 목소리는 꿀처럼 달콤했지만, 눈동자 깊은 곳에는 계산이 숨어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다탁을 들어 올려 안리 앞에 내밀었다.

안리는 다기를 받아 들었지만, 시선은 자꾸만 그 드러난 작은 발로 흘러갔다. 그녀는 알 수 없는 향기에 이끌려 마치 코를 찌르는 듯하면서도 묘한 달콤함이 섞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 향기는 땀과 화장품, 그리고 어떤 적막하고 알 수 없는 기운이 섞여 있었다.

“동쪽 섬나라의 차는 정말 독특하군요.”

안리는 억지로 침착함을 유지하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나 발가락 사이로 은은하게 풍겨 오는 냄새가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

천조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는데, 그 미소 속에는 교활함이 숨어 있었다. 그녀는 살짝 몸을 움직여 치맛자락이 더 크게 벌어지게 하여 안리의 시선에 더 잘 드러나도록 했다.

“신황 폐하께서 피로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좀 풀어드릴까요?”

천조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안리의 시선은 이미 그 작은 발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숙여 손을 내밀었지만, 손가락이 닿기도 전에 마치 천둥에 맞은 듯 움찔했다.

“이, 이게...”

안리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온몸의 세포가 그 시큼한 냄새를 향해 함성을 지르는 것을 느꼈다. 마치 굶주린 짐승이 먹잇감을 보았을 때처럼 통제할 수 없는 욕망이 그녀를 집어삼켰다.

천조는 여전히 온화하게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발을 살짝 움직여 치마를 스치게 하면서 더욱 진한 냄새를 풍겼다.

“신황 폐하, 편하게 하십시오. 여기 있는 것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 말은 마지막 방어선을 무너뜨리는 신호였다. 안리는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떨리면서 천조의 발등을 더듬었고, 이내 얼굴을 그 위에 깊이 파묻었다.

그 시큼한 냄새가 너무나 강렬하여 안리의 의식을 마비시켰다. 그녀는 혀끝으로 발가락 사이를 더듬으며 천조의 발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땀방울을 핥았다. 매 순간 핥을 때마다 그녀의 정신은 한 걸음 더 타락의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옳지, 아주 좋아요.”

천조의 목소리는 마치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고, 스며드는 최면술 같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안리의 긴 머리카락을 스치며 은근한 힘을 실어 주었다.

안리의 눈에는 점점 혼탁함이 어렸다. 그녀의 이성은 완전히 사라졌고, 남은 것은 오직 그녀를 타락시키는 냄새를 핥고, 빨고, 탐닉하려는 충동뿐이었다.

“신황 폐하, 당신은 이제 제 것입니다.”

천조가 발을 살짝 움직여 안리를 더 깊이 자신의 통제 아래로 밀어 넣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냉기가 깃들어 있었다.

안리는 더 이상 저항하지 못했다. 그녀는 완전히 굴복했고, 그녀의 신력은 깨어지고 조각난 꿈처럼 이 시큼한 냄새 속에서 무너져 내렸다. 그녀의 뺨은 천조의 발등에 밀착되었고, 눈물과 침이 뒤섞여 그녀의 타락을 적셨다.

이 순간, 다실 안에는 핥는 소리와 흐느끼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천조는 은은한 불빛 아래 앉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새로운 장난감을 감상하고 있었다.

공주 경계

안말은 어머니인 안리의 침전을 향해 빠른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문득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까부터 미행을 느꼈지만, 분명히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의 최근 행동이 너무 수상했다. 평소에는 신하들과의 접견도 꺼리던 분이 갑자기 동쪽 섬나라 사절단을 직접 만나겠다고 나서셨다. 그것도 모자라 밤늦도록 그들과 단둘이 있었다는 소문까지 들렸다.

“공주님, 어디 가시는 길이십니까?”

갑자기 들려오는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안말은 몸을 움찔했다. 뒤를 돌아보니 벚꽃나무 그늘 아래에 천설이 서 있었다. 하늘하늘한 연분홍색 옷자락이 바람에 나풀거렸고, 그녀의 손에는 부채가 들려 있었다. 부채를 살짝 흔들자 은은한 벚꽃 향기가 풍겼다.

“천설 공주님. 이 시간에 어인 일로?”

“저야말로 궁금하군요. 공주님께서 이렇게 급히 어디로 가시는지. 마치 무언가 중요한 일이 있는 듯 보여서요.”

천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안말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마치 춤추듯 우아했고, 눈동자는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안말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별일 아닙니다. 그냥 산책 중이었을 뿐이에요.”

“아, 그렇군요. 그럼 잠시 저와 함께 어화원을 구경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마침 지금 벚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신황의 어화원이라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궁금했거든요.”

천설이 부채를 접으며 살짝 손을 내밀었다. 그 손톱은 벚꽃잎처럼 연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안말은 잠시 망설였다. 어머니를 찾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이상하게도 천설의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저는...”

“잠시뿐입니다. 공주님께서 직접 안내해 주신다면 더없이 영광스럽겠네요.”

천설의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이 있었다. 안말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자 천설의 입가에 미소가 더욱 깊게 번졌다.

“참 잘하셨어요. 자, 이쪽으로 가시죠.”

두 사람은 어화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길을 따라 늘어선 벚꽃나무들이 만개하여 하늘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바람이 불자 꽃잎이 흩날리며 비처럼 내렸다. 그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안말은 잠시 넋을 잃을 정도였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천설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녀는 안말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 그 손길에 안말의 몸이 살짝 긴장했다. 하지만 천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이끌었다.

“이 벚꽃들은 우리 동쪽 섬나라에서 가져온 것이랍니다. 신황의 땅에서도 잘 자라네요.”

“그렇군요... 그런데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안말이 고개를 갸웃했다. 공기 중에 감도는 시큼한 향기. 그것은 벚꽃 향기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천설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

“아, 그건 아마도... 땅에서 풍기는 향기일 겁니다. 비 온 뒤의 흙냄새 같은 거요.”

하지만 안말은 확신했다. 그것은 흙냄새가 아니었다. 더 달콤하고, 더 찝찔한, 마치 무언가 썩어가는 듯한 냄새였다. 그녀는 주변을 살폈다. 어화원 깊숙한 곳에서 그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무언가 걱정되시는 모양이군요. 편히 쉬시게 제가 차라도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천설이 손뼉을 치자 시녀들이 나타나 차를 준비했다. 안말은 어쩔 수 없이 자리잡았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 하지만 천설 앞에서 그런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공주님께서는 신황께서 동쪽 섬나라와의 교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천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안말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어머니께서 직접 결정하실 일이니.”

“그렇군요. 하지만 신황께서는 이미 결정을 내리신 것 같습니다. 우리와의 동맹을 굳히기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계신다 들었습니다.”

안말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어머니가 동쪽 섬나라와 동맹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아직 그런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아, 실수였습니다. 아직 비밀로 하기로 했다고 들었는데, 제가 무심코 입을 열어버렸네요.”

천설이 가볍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숨길 수 없는 음흉함이 깃들어 있었다. 안말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 이 자리에서 빨리 벗어나 어머니를 찾아야 했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다른 약속이 있어서요.”

일어서려는 안말의 손목을 천설이 잡았다. 그 손길은 생각보다 강했다.

“조금만 더 계시지요. 아직 차도 식지 않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공주님께서 그렇게 서두르시면 제가 섭섭해할 텐데요.”

천설의 목소리에는 다소 위압감이 섞여 있었다. 그 순간, 안말의 귀에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주정영자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들고 안말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공주님, 여기에 계셨군요. 찾았습니다.”

주정영자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항아리가 들려 있었다. 그 항아리에서는 아까 풍겼던 시큼한 냄새가 더욱 강하게 났다.

“그게 무엇이오?”

“아, 이것은 동쪽 섬나라에서 가져온 특별한 향유입니다. 신황께서 직접 쓰시라고 보내신 것인데, 공주님께서 먼저 시험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 하여 가져왔습니다.”

주정영자가 항아리 뚜껑을 열자, 더욱 진한 향기가 퍼져 나왔다. 그것은 달콤하면서도 자극적인 냄새였다. 안말은 본능적으로 코를 막았다. 하지만 천설이 재빨리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이 향은 우리 동쪽 섬나라의 귀한 비방으로 만든 것입니다. 한 번 발라보시면 그 매력을 알게 되실 겁니다.”

“아닙니다. 저는 필요 없습니다.”

안말은 손을 빼내려 했지만, 천설의 힘이 예상보다 강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안말의 손목을 감싸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 순간, 천설의 눈에서 붉은 빛이 스쳤다.

“공주님, 잠시만 눈을 감아 보세요. 그러면 모든 것이 편안해질 것입니다.”

천설의 목소리가 마치 최면처럼 안말의 귀에 울려 퍼졌다. 안말의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려 애썼지만,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래요... 편안하게...”

마지막 의식이 사라지기 직전, 안말은 자신이 어머니에게 가야 한다는 사실을 간신히 기억해 냈다. 하지만 이미 몸은 천설의 손에 이끌려 어화원 깊숙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시큼한 향기가 그녀의 코를 파고들었고, 그 향기에 취해 그녀의 의지는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어화원 함정

어화원은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으로 가득했다. 연분홍 꽃잎이 돌계단을 덮고, 연못 위에 떠다니며 물결 따라 출렁였다. 안말은 정자에 서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천설을 바라보았다. 동쪽 섬나라 공주는 오늘도 붉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깃발처럼 펄럭이는 옷자락이 눈부셨다.

"신황의 공주께서는 고요함을 좋아하시나요?" 천설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다가왔다. 그녀의 발걸음은 가볍고 우아했지만,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은은한 신기가 스며들었다.

안말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어화원은 경치가 좋아서 자주 옵니다."

"그럼 저와 함께 잠시 거닐어 보시겠어요?" 천설이 손을 내밀었지만, 안말은 미소만 지으며 거절했다.

천설은 개의치 않고 발걸음을 돌려 연못가로 향했다. 그녀가 걸을 때마다 치마 아래에서 은은한 향기가 풍겼다. 달콤하면서도 약간 시큼한, 이상하게 사람의 마음을 끄는 냄새였다. 안말은 무심코 그 향기에 이끌려 몇 걸음 따라갔다.

"공주님, 이 연못의 물고기들은 참 예쁘죠?" 천설이 몸을 굽혀 물가를 가리켰다. 그 동작에 치맛자락이 살짝 올라가 드러난 그녀의 발목은 눈처럼 하얗고 매끄러웠다.

안말의 시선이 무심코 그곳에 머물렀다. 그러자 천설이 천천히 신발을 벗기 시작했다. 붉은 비단 신발이 벗겨지고, 하얀 버선이 드러났다. 그리고 버선마저 벗겨지자, 가냘프고 깨끗한 맨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발등은 매끄럽고 발가락은 고르며, 발톱에는 연분홍 꽃잎 같은 광택이 났다.

그 순간, 주변의 벚꽃잎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꽃잎이 천설의 발 주위로 모여들어 나선형으로 회전하며 반짝이는 신기를 뿜어냈다. 바로 그 소문난 '광다리 신기'였다. 신기가 퍼져 나가자, 연못물이 잔물결을 일으키고, 공기 중에 퍼지는 시큼한 냄새가 짙어졌다.

안말의 가슴이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치 최면에 걸린 듯 천설의 발에 시선을 빼앗겼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머릿속에선 외치고 있었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발이 저절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가까이 와서 보세요." 천설의 목소리가 달콤한 독처럼 귀에 스며들었다. 그녀가 살짝 발을 움직이자, 발가락 사이로 더 짙은 시큼한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냄새는 이상하게도 안말에게 안도감과 중독성을 느끼게 했다.

안말이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몸이 스스로 반응하고 있었다. 천설의 신기를 막으려 했던 신력이 점차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얼음이 봄볕에 녹듯이, 그녀의 저항 의지가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좋아요... 아주 좋아요..." 천설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발을 살짝 내밀었다. 그녀의 발가락이 안말의 뺨에 닿았다.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이 전해졌지만, 동시에 뜨거운 열기도 느껴졌다. 그 모순된 감각이 안말의 이성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안말의 눈에 경계심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대신 무언가에 탐닉하는 듯한 황홀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의 입술이 떨리며 가느다란 신음을 흘렸다.

"아... 공주님..."

천설이 발을 살짝 비틀자, 더 강한 신기가 안말을 감쌌다. 그 신기는 마치 수천 개의 실처럼 안말의 몸을 휘감았고, 그녀의 신력을 하나하나 빨아들였다. 안말의 몸이 축 처지기 시작했다. 무릎으로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타락하는 기분이 어때?" 천설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조롱이 섞여 있었다.

안말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입에서는 신음만 흘러나왔다.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고, 귀에는 천설의 발이 땅에 닿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점점 커지며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어화원의 벚꽃잎이 더욱 거세게 흩날렸다. 꽃잎이 안말의 몸에 닿아 그녀를 감싸며 타락의 제단을 만들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광채가 사라지고, 대신 공허하고 멍한 표정만 남았다.

"이제 됐어." 천설이 발을 거두며 뒤돌아섰다. 그녀의 뒤에 남은 것은 저항 의지를 완전히 잃고 바닥에 쓰러진 안말뿐이었다. 안말은 더 이상 신황의 공주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제 동쪽 섬나라의 광다리 신기에 굴복한, 욕망에 빠진 한 명의 타락자일 뿐이었다.

벚꽃잎이 그녀의 몸을 덮으며 마치 장례식의 꽃비처럼 내려앉았다.

창세 여신 각성

깊은 명상에 잠겨 있던 안락이 갑자기 눈을 떴다. 신황궁 전체를 감싸던 성스러운 기운이 미세하게 일렁였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멀리서 들려오는 안리의 웃음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음탕하고 허무한,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웃음이었다. 안락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럴 수가.”

안락은 손을 들어 허공을 가르자 공간이 갈라졌다. 그녀는 곧바로 안리의 거처로 향했다. 문이 열리자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다. 안리는 바닥에 쓰러져 몸을 떨고 있었고, 안말은 벽에 기대어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 두 사람 모두에게서 동쪽 섬나라의 역한 실족 냄새가 물씬 풍겼다.

“제정신이냐!”

안락의 목소리에 신력이 실렸다. 그녀는 두 손을 뻗어 안리와 안말의 이마를 짚었다. 찌르는 듯한 고통이 두 사람의 몸을 관통했다. 안리가 비명을 질렀다.

“그만! 아파!”

“참아라. 네 몸에 박힌 썩은 것을 뽑아내야 한다.”

안락의 손끝에서 황금빛 신력이 뿜어져 나와 두 사람의 몸속을 휘저었다. 검은 기운이 그들의 피부 밖으로 밀려나와 연기처럼 사라졌다. 안리의 눈동자가 점차 맑아졌다.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내가... 내가 무슨 짓을...”

“동쪽 섬나라 여자들에게 홀린 것이다. 너희는 그들의 실족에 중독되었어.”

안락은 안말을 부축해 일으켰다. 안말은 아직 어지러움을 가라앉히지 못해 몸이 휘청거렸다.

“고모님... 저희가...”

“말하지 마라. 먼저 정신을 차려라.”

안락은 두 사람의 정화를 마친 후, 궁전 서쪽에 머무는 동쪽 섬나라 사절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땅을 울렸다. 사절단이 머무는 객관 앞에 도착했을 때, 주정영자와 천설이 먼저 그녀를 맞이했다.

“신황 창세 여신께서 직접 오시다니, 영광입니다.”

주정영자가 인사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안락은 그녀의 속내를 꿰뚫어 보았다.

“네년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아느냐.”

“무슨 말씀이신지... 저희는 단지 외교 임무를 띠고 왔을 뿐입니다.”

천설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녀의 몸에서 은은한 벚꽃 향기가 풍겨 나왔다. 안락은 그 향기를 맡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 향기로 사람을 홀리는 것이 너희의 특기지. 하지만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안락의 손바닥에서 강력한 신력이 폭발했다. 주정영자와 천설은 뒤로 밀려나 벽에 부딪혔다. 그 순간, 객관 안쪽에서 천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전혀 당황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창세 여신께서 오셨군요. 저희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렇게 분노하시는지요?”

“네가 모르는 체해? 네 부하들이 신황의 여황과 공주를 타락시켰다. 그 죄는 죽음으로도 부족하다.”

천조가 가볍게 웃었다. “증거라도 있으신가요?”

“네가 직접 보여주마.”

안락이 손을 휘저었다. 공중에 거울이 나타나 안리와 안말이 실족에 빠져 허우적대던 모습이 생생히 재현되었다. 천조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걸로 충분한가?”

“흥, 어쩔 수 없군요.”

천조가 손짓하자 객관 안에서 천락과 다른 동쪽 섬나라 무사들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모두 무기를 꺼내 들고 안락을 포위했다. 안락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리석은 것들. 감히 나에게 대적하려 하느냐?”

안락의 몸에서 폭발적인 신력이 뿜어져 나왔다. 객관 전체가 흔들렸다. 주정영자는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천설도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천조만은 아직 버티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

“당신이 강한 것은 인정하지만, 나도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오.”

천조가 양손을 모아 신력을 응집했다. 검은 구체가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형성되었다. 안락은 그것이 실족의 힘임을 직감했다.

“네가 그런 더러운 힘까지 쓰다니.”

“이길 수만 있다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천조가 검은 구체를 던졌다. 안락은 재빨리 피하며 반격을 가했다. 두 사람의 신력이 충돌해 객관이 산산조각 났다. 천락과 주정영자는 자리에서 밀려났다. 이 틈을 타서 안락은 천조의 뒤를 잡았다.

“끝이다.”

안락의 손이 천조의 목덜미를 강타했다. 천조는 눈을 크게 뜨며 그대로 쓰러졌다. 그녀의 몸에서 실족의 기운이 흘러나와 사라졌다. 안락은 그녀를 발로 차며 중얼거렸다.

“네 힘의 근원을 끊어버렸다. 이제 더 이상 실족을 퍼뜨릴 수 없을 것이다.”

나머지 동쪽 섬나라 사람들은 모두 무력화되었다. 안락은 그들을 묶어 감옥에 가두라고 명령했다. 안리와 안말이 그 모습을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가 이렇게까지 당할 줄은 몰랐습니다.”

“앞으로 더 경계해야 한다. 그들의 유혹은 무서운 것이다. 너희는 아직 어리다.”

안락은 두 사람을 정화한 후, 다시 깊은 명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동쪽 섬나라가 왜 갑자기 이렇게 대담해졌을까? 그 뒤에 더 큰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감옥 안에서 천조는 묶인 채로 누워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창세 여신이여.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다.”

광다리 신기의 유혹

안락은 신황 궁전의 깊숙한 곳, 햇살이 거의 닿지 않는 보물각에 서 있었다. 평소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이 공간은 무수한 신령한 유물들과 잊혀진 기록들로 가득했다. 그녀는 손에 든 물건을 내려다보았다. 반투명하고 섬세한 광채를 띠며, 얇게 녹인 유리처럼 매끄럽고 가벼웠다. 그것은 다리 장식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무릎 아래에서 발목까지 감싸는 신기였다. 표면에는 벚꽃잎 같은 무늬가 조각되어 있었고, 가장자리에는 비스듬히 가느다란 검은 선들이 섞여 있어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흥, 동쪽 섬나라의 것인가.”

안락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빛에는 호기심과 경계심이 뒤섞여 있었다. 천조의 사자인 천설이 며칠 전 이곳을 다녀갔고, 그 후로 궁전 안팎에는 동쪽 섬나라에서 보낸 갖가지 선물이 넘쳐났다. 대부분은 그녀가 명령해 창고에 넣어두라 했지만, 이 광다리 신기는 우연히 책상 서랍 속에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천설이 일부러 남긴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실수로 놓고 간 것인지, 안락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신성한 힘을 은은하게 울리게 했고, 손끝에서 짜릿한 작은 전류 같은 감각이 전해져 왔다.

“그냥 한번 신어볼까? 어차피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그녀는 결심했다. 신황의 창세 여신으로서 그녀는 자신의 경계심이 충분히 높다고 믿었다. 아무리 동쪽 섬나라의 음모가 교활해도, 자신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그녀는 왕좌에 앉아 오른쪽 다리를 살짝 들고 그 얇은 광다리 신기를 천천히 밀어 넣었다. 재질은 생각보다 부드러웠고, 피부에 닿자마자 살에 착 달라붙었다. 순간, 차가운 감촉이 정강이를 타고 올라와 척추를 통해 머리끝까지 퍼져 나갔다. 안락은 무심코 숨을 삼켰다.

“이게… 무슨 냄새지?”

코를 찌르는 시큼하고도 약간 달콤한 냄새가 공기 중에 퍼졌다. 그 냄새는 생선을 오래 두었을 때 나는 비린내와도 같았고, 땀이 배어 발에서 나는 시큼한 냄새와도 비슷했다. 안락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그 냄새는 이상하게도 그녀의 신경을 자극하며 뇌리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그녀가 깜짝 놀라 광다리 신기를 벗으려 하자, 그때 신기 안쪽에서 가느다란 웃음소리 같은 울림이 흘러나왔다.

“후후… 창세 여신께서는 이걸 마음에 들어 하시나요?”

안락의 손가락이 신기 가장자리를 잡은 채 멈춰 섰다. 목소리는 바로 그녀의 귓가에서 들리는 듯했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이곳이 신력으로 보호받는 궁전 깊숙한 곳임을 알았기에, 어떤 외부의 힘도 쉽게 침범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마치 수면 아래로 스며드는 기름처럼 그녀의 의식 속으로 파고들었다. 안락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누구냐! 나와라!”

그녀가 엄숙한 목소리로 외쳤지만, 궁전 안에는 메아리만 울려 퍼졌다. 광다리 신기는 여전히 그녀의 다리를 감싸고 있었고, 시큼한 냄새는 점점 짙어져 달콤한 향기와 뒤섞여 그녀의 후각을 마비시켰다. 안락의 호흡이 거칠어졌고, 가슴 속에서는 알 수 없는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다리 위의 광다리 신기는 살을 조이며 점점 더 깊이 파고들었다.

“안 돼… 이건 벗어야 해…”

안락이 정신을 차리고 양손으로 신기를 잡아당겼지만, 손끝이 닿는 곳마다 매끄럽고 미끄러웠다. 그녀가 힘을 쓸수록 신기는 오히려 더 단단히 조여들었다. 그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찌르며 숨 쉴 때마다 폐 속으로 파고들었고, 뇌리에는 형용할 수 없는 환영이 떠올랐다. 흐릿한 벚꽃, 어렴풋이 비치는 나체의 실루엣, 그리고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나직한 신음 소리.

“이건… 음… 음란한 힘이다…”

안락이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녀의 몸은 더 이상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신기 속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맥박에 맞춰 뛰며 그녀의 신력을 조금씩 잠식해 갔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입에서는 절로 연신 나직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바로 그때, 궁전 입구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안락은 급히 자세를 바로 하고 옷자락을 추슬렀지만, 얼굴의 홍조와 흐트러진 호흡은 숨길 수 없었다.

“어머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안말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안락의 모습을 살폈다. 안락의 다리를 감싼 광다리 신기를 보자, 안말의 눈빛이 갑자기 경계하는 빛으로 변했다.

“그건… 동쪽 섬나라의 신기입니까?”

안락은 손을 흔들며 일부러 아무 일 없다는 듯 말했다. “그냥 장식품일 뿐이다, 대수롭지 않아.”

그러나 안말은 다가가서 자세히 살폈다. 광다리 신기 표면의 벚꽃 문양이 움직이는 듯했고, 그 사이사이에서는 은은한 시큼한 냄새가 풍겼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코를 막았다.

“이 냄새… 이상합니다, 어머니. 당장 벗으십시오.”

“내가 통제할 수 있다.”

안락이 단호히 말했지만, 그녀의 눈에는 흐릿한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안말이 더 권하려는 순간, 궁전 밖에서 갑자기 천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신황의 창세 여신께서는 신기의 매력을 이미 즐기고 계시는군요.”

천설이 벚꽃 부채를 들고 입구에 서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이기고 있다는 확신이 반짝였다. 안락은 그녀를 노려보려 했지만, 허리의 힘이 풀리면서 시선이 흐려졌다. 그녀의 다리 위에 있던 광다리 신기가 갑자기 더 뜨거워졌고, 시큼한 냄새가 순간적으로 폭발하듯 퍼져 나갔다.

“안 돼…!”

안락이 외쳤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말을 듣지 않았다. 신력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대신 타오르는 듯한 욕망이 그녀의 마음을 집어삼켰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맑은 정신이 없었고, 혼탁한 어둠만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