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끝없이 펼쳐졌다. 소청한의 의식은 혼돈 속에서 깨어났다. 그는 마지막 순간, 무너지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수천 년을 살아온 선존, 천지를 뒤흔들던 절대자의 힘으로 세상을 구했지만, 그 대가는 영혼의 소멸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눈을 뜨자 익숙하지 않은 천장이 보였다. 하얗고 깔끔한 석고 천장, 그 위에 달린 샹들리에는 호화롭기 그지없었다. 몸을 일으키려 하자 가벼운 통증이 느껴졌다. 이 신체는 너무나 약했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연약함이었다.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은 냉철하고도 아름다웠다. 가늘게 뜬 눈, 날카로운 턱선, 그리고 차가운 분위기. 전생의 선존으로서의 기품이 묻어나지만, 이제는 열일곱 살 소년의 몸에 깃든 영혼일 뿐이었다. 손바닥을 펼쳐 보았다. 수많은 영력을 담았던 그 손은 지금은 아무것도 쥐지 못한 평범한 살과 뼈였다.
"젠장..."
속삭임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전생의 기억은 생생했다. 모든 법술, 모든 수련법, 모든 경지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단 한 방울의 영기도, 단 한 줄기의 진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순간, 머릿속에 낯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선존이여, 환영합니다.*
소청한은 눈을 굵게 떴다. "누구냐?"
*저는 이 세계의 의식입니다. 당신의 마지막 희생을 기억합니다. 그 대가로 당신을 이곳에 불러들였지요.*
"무슨 소리야? 내 힘은 어디로 갔어?"
*힘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되찾을 수 있습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소청한은 침대에서 일어나 방 안을 둘러보았다. 호화로운 가구, 비싼 옷들, 그리고 사진 속 웃고 있는 가족들. 모든 것이 낯설었다. "조건? 무슨 조건?"
*당신은 이제 이 세계의 소청한이 되었습니다. 부유한 집안의 외아들, 냉철한 남신으로 불리는 고등학생이죠. 표면적으로는 완벽한 존재여야 합니다. 하지만 내면에서 힘을 회복하려면... 특별한 방법이 필요합니다.*
"말해봐."
*정액을 흡수하십시오. 그것이 이 세계에서 힘을 되찾는 유일한 길입니다.*
소청한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장난이 아닙니다. 선존이시여, 당신의 전생의 몸은 천지의 기운을 흡수했지만, 이 세상의 법칙은 다릅니다. 이 육체는 정액을 통해 영력을 재생성합니다. 많은 양일수록, 강력한 근원일수록 더 빠르게 힘을 되찾을 것입니다.*
"말도 안 돼." 소청한은 주먹을 꽉 쥐었다. 선존으로서의 존엄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세계 의식의 말은 진실처럼 들렸다. 그리고 그의 몸은 이미 그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은근한 갈망, 익숙하지 않은 욕망이 내면에서 꿈틀거렸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의 명성을 유지해 드리겠습니다. 누구도 당신의 타락을 눈치채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은 여전히 완벽한 남신, 차가운 도시의 왕자로 남을 것입니다.*
소청한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가 결정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문이 열리고 중년의 남자가 들어왔다.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빛은 무언가를 꿰뚫고 있었다. 조덕해였다. 의붓아버지.
"청한아, 일어났구나? 오늘 학교 첫날인데, 늦지 않게 준비해라."
소청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가운 표정을 유지했다. "네, 아버지."
조덕해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 손길이 무언가 불쾌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소청한은 아무 말 없이 참아냈다. 그는 이 집안의 규칙을 아직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학교로 향하는 차 안에서, 소청한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높은 빌딩,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 그리고 사람들. 모든 것이 낯설고 이질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왠지 모르게 끌렸다. 특히 나이 든 남자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할 때면, 그의 몸은 알 수 없는 떨림을 느꼈다.
"아직 적응하지 못했나 보구나." 조덕해가 옆에서 말했다. "괜찮아, 곧 익숙해질 거야."
소청한은 대답 없이 계속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세계 의식의 말이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정액을 흡수하라...*
학교에 도착하자, 학생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속삭임이 퍼져 나갔다. "와, 저게 소청한이다." "정말 잘생겼다." "차갑다." 소청한은 그 시선들을 무시하며 교실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자, 옆자리의 학생이 인사를 건넸다. 장위였다. 기숙사 룸메이트.
"어, 청한아, 잘 지냈어? 방학 동안 어떻게 지냈어?"
"좋았어."
짧은 대답에 장위는 어색하게 웃었다. "역시 너는 쿨하구나. 그래도 우리 같은 룸메이트잖아? 좀 더 친해지자."
소청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펼쳤다. 하지만 눈은 글자를 따라가지 않았다.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이 세계의 법칙, 그리고 그의 새로운 운명.
수업 시간, 교장인 왕교장이 교실을 방문했다. 뚱뚱한 체격에 번들거리는 이마, 그리고 항상 음흉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는 소청한을 발견하자, 눈을 가늘게 뜨고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소청한 학생, 맞지? 오늘 첫날인데, 잘 적응하고 있나?"
"네, 선생님."
왕교장은 그의 책상 가까이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손길이 피부에 닿자, 소청한의 몸이 살짝 떨렸다. 그것은 거부감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감정이었다. 왕교장의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그리고 그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탐욕.
"힘들면 언제든지 교장실로 와라. 내가 도와줄게."
소청한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분노와 욕망이 뒤섞여 요동치고 있었다. 왜 이런 늙고 추한 자들에게 이끌리는가? 선존으로서의 존엄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이것이 당신의 운명입니다, 선존이시여.*
세계 의식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당신은 이제 이 세계의 일부입니다. 이 갈망을 받아들이십시오. 그렇게 함으로써 힘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소청한은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무언가를 결정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교실 창밖을 바라보았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그 색이 마치 그의 내면을 비추는 것 같았다.
그날 저녁, 기숙사로 돌아온 소청한은 방 안에 혼자 남아 있었다. 장위와 다른 룸메이트들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게 내 운명이라면..." 그는 중얼거렸다.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나는 다시 한 번 최강이 될 것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의 몸이 은은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비록 작은 양이었지만, 확실한 힘의 흐름이 느껴졌다. 그것은 낮 동안 왕교장과 조덕해에게서 받은 시선, 그리고 그 시선이 만들어낸 갈망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문이 열리고 장위가 들어왔다. "야, 청한아, 너 아직 안 자? 우리 같이 야식 먹을래?"
소청한은 일어나 앉았다. 그의 얼굴에는 다시 차가운 표정이 깔렸다. "좋아."
하지만 그의 눈빛은 무언가를 꿰뚫고 있었다. 장위의 몸에서 나는 청춘의 냄새, 그리고 그 안에 깃든 힘. 소청한은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는 선존의 위엄과 어딘가 모를 위험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