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어두운 면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2c69ea8e更新:2026-07-15 01:18
월아는 숨을 죽이며 지하실 입구 앞에 섰다. 어두컴컴한 복도 끝에서 희미한 형광등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아버지는 절대 이곳에 발을 들이지 말라고 명령했지만, 그럴수록 더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마치 금단의 과일처럼 달콤한 유혹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이건 그냥 한 번 구경만 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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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비밀

월아는 숨을 죽이며 지하실 입구 앞에 섰다. 어두컴컴한 복도 끝에서 희미한 형광등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아버지는 절대 이곳에 발을 들이지 말라고 명령했지만, 그럴수록 더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마치 금단의 과일처럼 달콤한 유혹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이건 그냥 한 번 구경만 하는 거야.”

월아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콘크리트 벽은 차갑고 축축했고, 공기 중에는 약품 냄새가 진동했다. 그녀의 발걸음마다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좁은 복도를 따라 걷다 보니 몇 개의 문이 보였다. 대부분 잠겨 있었고, 월패드에는 접근 권한이 없다는 메시지만 떠 있었다. 그런데 복도 끝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다른 문들과 달리 표면이 매끄럽고 반사되는 재질로 만들어진 문이었다. 문 손잡이도 없고, 열쇠 구멍조차 보이지 않았다. 벽과 완벽하게 일체화되어 마치 문이 아닌 듯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여긴 뭐지?”

월아는 손을 내밀어 문을 살짝 밀어 보았다. 예상과 달리 문은 미끄러지듯 옆으로 열렸다. 그녀는 잠시 망설였지만,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겼다.

방 안은 충격적이었다. 흰색 타일로 덮인 작은 방, 중앙에는 수술대처럼 보이는 침대가 놓여 있었고, 벽면에는 온갖 의료 기기와 모니터가 빼곡히 자리 잡고 있었다. 가장 섬뜩한 것은 벽 한쪽에 줄지어 서 있는 유리관들이었다. 각 유리관 안에는 연한 액체와 함께 인체와 비슷한 형체가 떠 있었다. 그 형체들은 마치 인형처럼 정지되어 있었지만, 생명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뭐야?”

월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한 걸음 물러섰다. 그 순간, 발밑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동시에 방 안의 모든 조명이 붉게 변하며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경고. 무단 침입 감지. 진정제를 투여합니다.”

기계음이 냉정하게 울려 퍼졌다. 월아는 벽으로 몸을 웅크렸지만 이미 늦었다. 천장에서 내려온 작은 노즐에서 투명한 가스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숨을 참으려 했지만, 가스는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눈앞이 흐려지고 몸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아... 안돼...”

월아는 의식을 잃어가며 바닥에 쓰러졌다. 마지막 순간,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유리관 속 형체들이 희미하게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월아는 둔탁한 통증과 함께 의식을 되찾았다. 눈을 뜨자 어둠이 그녀를 감쌌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무언가 단단한 표면에 등이 밀착되어 있었고, 손목과 발목이 묶여 있었다.

“여긴... 어디지?”

그녀가 중얼거렸지만 입에서 나온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주변을 살펴보려고 고개를 돌리자, 자신이 벽에 수직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전시된 표본처럼 팔과 다리가 벌어져 고정되어 있었다.

“이건 미친 짓이야!”

월아는 발버둥 쳤지만, 묶인 끈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그 순간,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숨을 죽였다.

“오늘 신상품이 들어왔어? 상태는 괜찮아?”

“응, 얼굴도 예쁘고 체형도 완벽해. 이번 VIP 고객이 만족할 거야.”

두 남자의 대화가 들렸다. 그들의 말에 월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신상품? VIP 고객?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여보세요! 나는 사람이에요! 월가의 딸이라고요!”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오히려 누군가가 그녀의 턱을 잡고 빛을 비추며 살폈다.

“와, 진짜 예쁘다. 피부도 좋고. 적절히 교육만 시키면 최고의 상품이 되겠어.”

“그래, 이번 고객은 특별하니까 각별히 준비해야 해.”

그들은 마치 물건을 평가하듯 월아를 훑어보더니 이내 자리를 떴다. 문이 닫히고 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월아는 눈물을 참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녀는 지금 벽에 전시되어 있는 것이다. 마치 가구나 장식품처럼. 아버지의 사업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녀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기절하기 전에 했던 행동이 떠올랐다. 자신이 벽 한쪽에서 아버지의 시험관 샘플과 함께 있는 기계팔을 발견했을 때, 무심코 손을 댔다. 그때 미세한 전류가 흐르면서 AI 시스템이 그녀를 인식한 것이다. 가족의 권한이 있는 개인은 기본적으로 건물 내 모든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빌딩 AI. 연결해.”

월아가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처음에는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몇 초 후, 벽면에서 미세한 소리가 났다.

“월아 님, 안녕하십니까. 현재 상황을 분석 중입니다.”

기계음이 냉정하게 울려 퍼졌다.

“지금 이 자리에서 풀어줘. 권한을 사용할게.”

“권한 확인. 현재 상황에 대한 명령 실행을 위해 기본 보호 로직을 활성화합니다.”

벽면의 고정 장치가 해제되기 시작했다. 월아는 조심스럽게 몸을 움츠리며 벽에서 내려왔다. 발이 땅에 닿자 그제야 안도감이 밀려왔다.

“주변 상황을 모니터링합니다. 현재 경로에 직원이 없습니다. 서둘러 주십시오.”

월아는 AI의 안내를 따라 어둠 속을 걸었다. 복도는 여전히 적막했고, 그녀의 발걸음만이 메아리쳤다. 다시 계단을 올라 지상으로 나오자, 찬란한 햇살이 그녀를 반겼다. 마치 모든 것이 꿈이었던 것처럼.

하지만 그녀의 가슴속에는 불안과 함께 이상한 흥분이 맴돌았다. 그 금지된 공간, 그곳에서 본 것들, 그리고 자신이 상품으로 오인받은 사실이 그녀의 상상을 자극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

월아는 중얼거리며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그녀를 휘감았다.

시녀가 조용히 다가와 문 앞에 섰다. 그녀는 월아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아가씨?”

월아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할 뿐이야.”

시녀는 더 묻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월가의 어두운 면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월아에게서는 상처보다 오히려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마치 깨어난 야수처럼, 위험한 빛이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다시 심연으로

월아는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몸이 아직도 전율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의 감각이 선명하게 피부에 새겨져 있어 잠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꿈을 꾸셨나요?”

시녀가 조용히 다가왔다. 월아는 이불을 끌어올려 얼굴을 가렸다.

“아니야.”

“거짓말을 하시네요. 숨소리가 거칠어요.”

월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녀가 맞았다. 그날 이후로 월아는 밤마다 그 감각을 반복해서 떠올렸다. 처음에는 혐오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혐오는 이상한 집착으로 변해갔다.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자신을 삼키려 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그날 이후로 달라지셨어요.”

시녀가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녀의 손이 이불 위를 더듬어 월아의 손을 찾았다.

“아버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

월아의 목소리는 작고 떨렸다.

“가용 자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시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곧 긍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직접 찾기로 했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월아가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났다. 달빛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비췄다.

“다시 갈 거야. 그곳에.”

“미쳤어요?”

시녀가 벌떡 일어섰다.

“그날은 겨우 살아나왔잖아요. 만약 발각되면... 주인님은 당신을 가차 없이...”

“알아. 하지만 이 갈망을 멈출 수 없어.”

월아의 눈빛은 단호했다. 그녀는 옷장을 열어 평소에 입지 않는 낡은 옷을 꺼냈다.

“나를 도와줘. 시녀.”

시녀는 한참 동안 월아를 바라보았다. 결국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이 하나 있어요. 지하 3층에 하역장이 있어요. 거기로 짐을 실어 나르는 노예들이 드나들어요. 그들 틈에 섞이면...”

“거기까지 어떻게 가?”

“건물 관리 AI의 권한을 우회해야 해요. 당신의 개인 권한으로는 지하 2층까지만 허용되니까요.”

월아는 단말기를 꺼내 건물 관리 AI에 연결했다.

“관리 AI, 내 대체 경로를 분석해.”

[경고: 현재 권한으로는 지하 3층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대체 경로를 탐색하시겠습니까?]

“탐색해.”

몇 초 후 AI가 대답했다.

[대체 경로 발견: 비상 계단 7번을 통해 지하 1층 환기구로 이동, 이후 하역장 연결 통로 진입 가능. 단, 이 경로는 보안 등급 외 경로로 추적 로그가 남지 않습니다.]

“완벽해.”

월아는 낡은 옷으로 갈아입고 얼굴을 더럽혔다. 시녀가 그녀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너무 눈에 띄지 않게. 하지만 너무 평범해도 의심을 사요.”

“고마워.”

월아는 시녀의 손을 잠시 잡았다. 그리고는 방을 나섰다.

복도는 어두웠다. 보안등만이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녀는 비상 계단 7번으로 향했다. 철문은 쉽게 열렸다. AI가 이미 잠금을 해제해 두었나보다.

계단은 끝없이 아래로 이어졌다. 월아의 발걸음이 메아리쳤다. 지하 1층. 환기구를 통해 기계 냄새와 습기가 밀려왔다. 그녀는 몸을 낮추고 좁은 통로로 기어들어갔다.

환기구는 길었다. 먼지와 녹슨 금속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몇 분 후 출구가 보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밖을 내다보았다.

하역장이었다. 거대한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고, 노예 상인과 일꾼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 사이로 허름한 옷을 입은 여성들이 줄지어 걸어가고 있었다.

월아는 환기구에서 나와 그들과 섞였다. 아무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걸음을 맞췄다.

줄은 좁은 복도를 지나 철문 앞에 멈췄다. 문이 열리자 안쪽에서 고함소리와 채찍 소리가 들렸다.

“빨리 들어와!”

월아는 심장이 마구 뛰었다. 그녀는 줄에 서서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방 안은 어둡고 습했다. 여러 명의 여성들이 벽에 늘어서 있었다. 월아도 그들 사이에 섰다.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뒤에 섰다. 거친 숨소리가 귀에 닿았다.

“새 얼굴인데?”

월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이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이리 와.”

그녀는 끌려갔다. 구석에 있는 매트 위로 던져졌다. 그리고 그날의 감각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월아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그 감각에 몸을 맡겼다. 고통과 쾌락이 뒤섞여 그녀를 집어삼켰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다시 혼자였다. 몸은 아팠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평온했다. 그녀는 매트에서 일어나 다시 줄에 섰다.

하루가 그렇게 흘렀다. 여러 명의 손길이 그녀를 스쳤다. 그녀는 더 이상 세지 않았다. 그저 느낄 뿐이었다.

저녁이 되자 하역장이 조용해졌다. 월아는 틈을 노려 다시 환기구로 기어들어갔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올랐다. 방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몸은 피로에 쩌들어 있었다.

시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녀오셨어요.”

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에는 이상한 빛이 반짝였다.

“더는 멈출 수 없을 것 같아.”

시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월아를 안아주었다.

월아는 그 품 안에서 속삭였다.

“나는 이제 이 심연에 빠져버렸어.”

오줌을 마시는 노예

월아는 방 안에서 서성였다. 지난밤의 감각이 아직도 손끝에 남아 있었다. 그 부드럽고도 강렬했던 충격, 금지된 문을 살짝 열었을 때 느꼈던 전율.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더 깊은 곳으로, 더 어두운 심연으로 내려가고 싶었다.

그녀는 건물 관리 AI를 불렀다. "익명 모드를 활성화해. 완전히 추적 불가능한 상태로."

"이해했습니다, 월아 님. 익명 프로토콜 가동 중. 모든 식별 정보가 차단됩니다."

월아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시녀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아가씨, 오늘은 무슨 일을...?"

"아무것도 묻지 마. 그냥 오늘 하루만 내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시녀의 얼굴에 근심이 스쳤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월아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녀는 손을 뻗어 차가운 타일 벽을 짚었다. 이 공간이 오늘 하루 그녀의 세계가 될 것이다.

AI에게 명령했다. "익명 노예 모드로 전환. 나를 구속하고, 화장실로 사용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아무 질문도 하지 마."

잠시 침묵이 흘렀다. AI가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이 명령은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계속하시겠습니까?"

"계속해."

벽에서 부드러운 기계음과 함께 금속 밴드가 튀어나와 그녀의 손목과 발목을 감쌌다. 월아는 몸을 웅크렸다. 밴드가 그녀를 벽에 고정시켰다. 무릎을 꿇린 자세로, 얼굴은 변기 바로 앞이었다.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처음 30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월아는 자신의 심장 소리만 들었다. 그 다음 한 시간, 그녀는 점점 초조해졌다. 자신이 한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때 문이 열렸다.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누군가 그녀 앞에 섰다. 월아는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구속장치가 그녀를 아래로 향하게 했다.

소리. 흐르는 물소리. 따뜻한 액체가 그녀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적셨다. 월아는 숨을 멈췄다.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이 밀려왔다. 그녀의 몸이 떨렸다. 하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쾌감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발소리가 사라졌다. 문이 닫혔다. 월아는 혼자 남았다. 그녀의 입가에 물방울이 맺혔다. 무언가 썼다. 이상하게도, 그 맛이 역겹지 않았다. 오히려 기묘한 만족감을 주었다.

한 시간 후, 또 다른 방문자가 왔다. 더 많은 액체. 이번에는 직접 그녀의 입을 향했다. 월아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녀는 삼켰다. 목구멍이 타는 듯했지만, 가슴속에서는 불길이 일었다.

시간이 반복되었다. 다섯 번째인지, 여섯 번째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월아는 더 이상 숨을 참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내려놓았다. 이 순간, 그녀는 단지 물건이었다. 사용되는 존재. 그리고 그것이 그녀를 해방시켰다.

저녁이 되었을 때, 구속장치가 풀렸다. 월아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온몸이 젖고 더러웠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이상한 빛이 반짝였다.

시녀가 조심스럽게 들어와 그녀를 부축했다. "아가씨, 목욕물을 준비했습니다."

월아는 아무 말 없이 일어났다. 그녀는 거울을 지나쳤다.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으려 했다. 아니, 볼 용기가 없었다.

목욕물 속에 몸을 담그자, 따뜻함이 그녀를 감쌌다. 하지만 마음속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오늘 느꼈던 감각이 계속해서 그녀를 간질였다.

"내가 미쳐가고 있어."

월아는 중얼거렸다.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은 두려움과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시녀가 말없이 그녀의 머리를 감겨주었다. 부드러운 손길이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월아는 알 수 없었다. 이 위로가 그녀를 구원할 것인지, 아니면 더 깊은 어둠으로 이끌 것인지.

그날 밤, 월아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을 감을 때마다 오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액체의 맛, 그 수치심, 그리고 그 쾌감. 그녀는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

"내일은... 또 다른 것을 시도해볼까?"

회계 조사의 발견

월아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깊은 밤, 회계 팀의 다른 직원들은 모두 퇴근했고, 사무실에는 형광등 윙윙거리는 소리만이 희미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녀는 분기별 재무 보고서를 훑어보며 무심한 듯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입안에 퍼지는 쓴맛은 이미 익숙했다.

원래는 평범한 내부 감사였다. 아버지인 월부가 직접 지시한 일이었다. "자네가 직접 확인하게, 회계 쪽에 이상한 점이 없는지." 그 말투는 항상 그랬다. 명령이자, 시험이자, 약간의 경멸이 섞인 어조였다. 월아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수락했다. 그녀에게 익숙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시선은 한 줄의 지출 항목에 멈춰 있었다. `특별 관리 비용 – 위성 시설 유지`. 금액은 크지 않았다. 거대한 제약 기업의 예산에서 보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이 항목이 3년째 동일한 금액으로 계속 지출되고 있었고, 수취 계정이 모호하게 `민간 관리 회사`로만 표시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이 지출은 본사의 일반 회계 계정을 통하지 않고, 가문의 개인 재정 채널을 통해 흘러가고 있었다.

월아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맴돌았다.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는 건물 관리 AI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 계좌의 거래 내역을 추적해 봐."

"명령을 확인했습니다, 월아 님." AI의 목소리는 기계적이고 차분했다. "해당 계좌는 고급 암호화로 보호되어 있습니다. 귀하의 권한으로는 상세 정보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내 권한으로?" 월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나는 월가의 직계 혈통이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권한이 있어야 하지 않나?"

"월부 님께서 직접 설정하신 접근 등급입니다. 귀하의 권한 등급은 표준 관리자 수준으로 제한됩니다." AI가 대답했다.

표준 관리자.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 중에 `표준`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들은 항상 아버지가 그녀에게 허락한 보호막이자 우리였다. 월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단념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집중해서 그 계좌 주변의 다른 지출 기록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몇 시간 후, 그녀는 조각들을 맞추기 시작했다. 위성 시설, 식료품비, 의류비, 의료 용품... 그리고 `보충 인력`이라는 명목의 주기적인 송금.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끔찍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가문 명의로 운영되는 어떤 장소. 여성들만 있는 장소. 일년 내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장소.

"무슨 뜻이지?" 월아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에 떠오른 가능성들은 그녀를 소름 끼치게 했다. 아버지는 제약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통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저 가문 고유의 기술이나 자산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이었다.

그녀는 잠시 멈추었다. 그녀의 본능은 경고를 울렸다. 만약 이 일을 알게 된 것이 외부로 새어 나간다면? 아니, 설사 아버지에게 직접 묻는다 해도? 분명히 그의 분노를 살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무언가가 그녀를 계속 밀어붙였다. 금지된 것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그녀가 가문의 어두운 면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자존심.

그녀는 시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밤은 이미 깊었고, 시녀는 예상한 것처럼 잠들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월아 님, 무슨 일이십니까?" 시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걱정이 섞여 있었다.

"네가 내일 내 개인 재무 기록을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 월아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리고 내 변장 화장 키트도 준비해 줘. 가장 평범해 보이는 것으로."

시녀의 침묵이 잠시 이어졌다. "무슨 일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별거 아니야. 그냥 가문의 `위성 시설`을 한번 방문해 보려고." 월아는 가볍게 말했지만, 그 목소리에는 감출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월아 님, 그곳은..." 시녀가 망설였다. "위험합니다. 제가 듣기로는 그곳에 보내진 여자들은 다시는 나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직접 가보려는 거야." 월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도와주지 않으면 내가 혼자서 할 거야."

시녀는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다음 날, 월아는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다. 그러나 점심 시간이 되자 그녀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 앞에서 그녀는 능숙하게 화장을 시작했다. 고가의 크림과 파운데이션 대신 싸구려 제품을 사용해 피부 톤을 어둡고 칙칙하게 만들었다. 눈화장은 없애고, 입술은 창백한 연고로 덮었다. 머리는 단정하게 묶고, 값싼 가발을 썼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평범한 작업복을 입고 메이크업 키트를 주머니에 넣었다.

거울 속의 모습은 더 이상 자존심 강한 재벌가의 딸이 아니라,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을 평범한 여자였다.

그녀는 건물 관리 AI에게 별도의 명령을 내렸다. "오늘 오후 내 일정을 전부 취소해. 그리고 내가 사무실을 비웠다는 기록을 남기지 마."

"명령을 확인했습니다, 월아 님. 하지만 제 보호 로직에 따르면, 귀하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내가 명령했어." 월아가 차갑게 말했다. "네 임무는 내 말을 따르는 거야, 방해하는 게 아니야."

"...명령을 수행합니다."

월아는 건물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그녀는 이미 해당 위성 시설의 좌표를 알아냈다. 도시 외곽, 폐공장 단지에 위치한 작은 건물이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창고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그곳으로 가는 경로를 이미 숙지하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한참을 달린 후, 그녀는 내렸다. 주변은 황량했다. 버려진 공장들과 녹슨 철골 구조물이 허허벌판에 서 있었다. 목적지 건물은 그 중에서도 가장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월아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건물 주변을 천천히 걸었다. 잠시 후, 한쪽 문에서 두 명의 여자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두려움과 무기력함이 섞여 있었다. 한 남자가 그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 트럭에 태웠다. 교체 근무인가? 아니면 새로운 여노예가 보충되는 중인가?

그녀는 재빨시 판단했다. 만약 지금 당장 들어가기 위해 정문으로 간다면, 의심을 살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여노예가 들어올 때 섞여 들어간다면...

월아는 주변을 살폈다. 작은 화물 트럭이 건물 뒷문 근처에 멈춰 섰다. 트럭에서 내린 두 여자는 남자에게 끌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눈은 멍했고, 저항하지 않았다. 마치 길들여진 가축 같았다.

월아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그녀는 몸을 낮추고 트럭 쪽으로 다가갔다. 트럭 안에는 또 다른 여자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모두 낡고 지저분한 옷을 입고 있었고, 서로를 의식하지 않은 채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새로 공급된 노예들이었다.

월아는 그들 사이로 몰래 끼어들었다. 아무도 그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운명에 이미 체념한 사람들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잠시 후, 트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월아는 손톱을 꽉 쥐었다. 이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녀는 이 어두운 세계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트럭이 멈추고 문이 열렸다. 밝은 조명이 그녀의 눈을 찔렀다. 그녀는 다른 여자들과 함께 천천히 내렸다. 주변은 좁고 음습한 복도였다. 벽은 푸르스름한 조명으로 물들어 있었고, 공기 중에는 소독약과 땀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새로 온 녀석들은 여기로 와."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월아는 다른 여자들과 함께 그를 따라갔다. 그녀의 마음은 무거웠지만, 동시에 이 금지된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불타고 있었다.

그녀는 들키지 않고 이곳의 진실을 파헤칠 것이다. 아버지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그리고 그녀의 자리를 다시 찾을 방법을.

고기변기의 치욕

월아는 숨을 죽였다. 어둡고 축축한 공간, 노예단의 숙소는 온통 비릿한 냄새로 가득했다. 그녀는 몸에 걸친 누더기 같은 옷이 피부를 긁는 감각을 견디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 곁에는 다른 여노비들이 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 모두들 눈빛이 텅 비어 있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월가의 외동딸이었다. 지금은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이 역겨운 연기를 이어가고 있다.

"일어서라."

건물 관리 AI의 차가운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월아는 몸을 떨며 일어섰다. 다른 여노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무릎은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손목에는 밧줄 자국이 선명했다. 월아의 손목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가 의도적으로 상처를 내게 했다. 진짜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주인이 오신다."

그 말과 동시에 무거운 철문이 열렸다. 월부가 들어섰다. 그는 제약 거대 기업의 실권자다운 위엄을 뿜으며, 자신의 딸을 쓰레기 보듯 바라봤다. 그의 뒤에는 두 명의 경호원이 따랐다. 월아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아버지의 시선을 피하려 했지만, 월부는 이미 그녀를 지정했다.

"저놈."

월부의 손가락이 월아를 가리켰다. 그의 목소리는 냉혹했다. 마치 가축을 고르는 듯했다. 경호원 중 한 명이 다가와 월아의 팔을 잡아끌었다. 월아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여노예단에 잠입한 임무를 기억해야 했다. 아버지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이 모든 굴욕을 견뎌야 했다.

"무릎 꿇어."

경호원이 명령했다. 월아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콘크리트가 뼈를 파고들었다. 월부는 그녀 앞에 서서, 천천히 바지 지퍼를 내렸다. 월아는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이렇게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러나 그녀의 내면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입 벌려."

월부의 명령은 단호했다. 월아는 입을 열었다. 그 순간, 따뜻하고 비릿한 액체가 그녀의 얼굴과 입 안으로 쏟아졌다. 오줌. 아버지의 오줌. 월아는 속이 메스꺼워졌지만, 참았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이 모든 것이 연기라고, 임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러나 그녀의 영혼은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

"고기변기 주제에."

월부는 비웃으며 바지를 정리했다. 그의 눈에는 어떤 동정도 없었다. 그는 주변의 다른 여노비들에게도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월아는 바닥에 엎드린 채로, 얼굴에 흐르는 오줌을 닦지도 못했다. 그녀의 몸은 떨리고 있었지만, 정신은 더욱 선명해졌다. 아버지의 냉혹함, 가문의 어두움, 그리고 자신의 처지. 이 모든 것을 그녀는 머릿속에 새겼다.

"네가 내 딸이었다면, 이런 꼴은 안 봤을 텐데."

월부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월아는 그 말에 몸을 움츠렸다. 아버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그의 딸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이렇게 하는 것은, 그녀를 철저히 부수려는 의도였다. 월아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무너지지 않았다. 적어도 겉으로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월부가 떠난 후, 시녀가 조용히 다가왔다. 그녀는 다른 노예들 사이에서 월아에게 젖은 수건을 건넸다. 월아는 그것을 받아 얼굴을 닦았다. 수건에서 레몬 향이 났다. 작은 위로였다.

"참으세요, 아가씨."

시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직 버틸 수 있었다. 그녀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밤, 그녀는 잠들지 못했다. 눈을 감을 때마다 아버지의 오줌이 떠올랐고, 그 치욕이 그녀의 전신을 휘감았다.

병 속 여자의 형벌

월아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목구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꽉 막혀 숨소리만 간신히 새어 나왔다. 시녀의 손가락이 그녀의 턱을 감쌌고, 시녀는 진정시키는 말투로 조용히 말했다.

“아가씨, 숨을 쉬세요.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월아는 들을 수 없었다. 정신이 아득해져 눈앞이 핑 돌았다. 그 순간, 건물 관리 AI의 기계적인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월아 님, 보호 로직에 따라 심박수 이상을 감지했습니다. 진정제 투여를 권장합니다.”

“하지 마,” 시녀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멀쩡해. 그냥 충격을 받은 것뿐이야.”

월아는 시녀의 품에서 떨어져 나와 바닥에 주저앉았다. 손바닥이 차가운 대리석에 닿았지만, 그 온도조차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아직도 머릿속에 맴돌았다. ‘넌 더 이상 월가의 딸이 아니란다. 이제 너는 그저 제품일 뿐이다.’

두 시간 후, 공장으로 향하는 폐쇄형 수송 차량 안에서 월아는 창문도 없는 금속 벽만 바라보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시녀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하지만 그 손길조차도 점점 멀어져 가는 듯했다.

“어디로 가는 거야?” 월아의 목소리는 작게 떨렸다.

시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더 세게 손을 쥐어 주었고, 월아는 그 침묵 속에서 모든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공장에 도착하자, 냉기 어린 공기와 기계 윤활유 냄새가 코를 찔렀다. 흰색 가운을 입은 기술자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무표정했고, 마치 부품을 대하듯 월아를 바라보았다.

“월가에서 지침이 내려왔습니다. 대상자는 ‘병 속 여자’ 모델로 가공합니다.”

한 기술자가 태블릿을 들고 말했다. 월아는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시녀가 눈을 질끈 감는 것을 보고, 모든 것이 끝났음을 직감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월아가 중얼거렸다.

시녀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아가씨,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더 이상은… 저도 권한이 없습니다.”

“가지 마! 나를 여기 두고 가지 마!”

월아가 시녀의 옷자락을 붙잡았지만, 시녀는 이미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슬픔과 분노가 섞여 있었지만,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공장의 철문이 닫히고, 금속 걸쇠가 잠기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기술자들이 월아를 둘러쌌다. 그들은 그녀의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작업대 위에 올려놓았다. 팔과 다리는 곧은 금속 끈으로 고정되었고, 머리 위로 형광등이 눈부시게 내리비쳤다.

“진정제 투여합니다. 의식은 유지되지만 신체 운동 능력은 마비됩니다.”

기술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가운 액체가 정맥을 타고 흘러 들어왔다. 월아의 몸이 순간적으로 무거워졌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게 되었지만, 눈은 뜨고 있었고 귀는 모든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들은 그녀의 몸을 조작했다. 관절을 구부리고, 팔다리를 특정 각도로 고정시켰다. 마치 인형을 다루듯, 움직이는 생명체를 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월아의 머리 위로 유리관이 내려왔다. 투명한 실린더 안에 그녀의 몸이 들어가도록 설계된 구조였다.

“자, 그럼 넣는다.”

기술자의 지시에 따라, 월아의 몸이 유리관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공간이 좁았다. 팔꿈치는 몸에 밀착되었고, 무릎은 가슴 쪽으로 당겨졌다. 얼굴까지 유리 벽이 닿아 숨 쉴 공간이 거의 없었다. 겨우 코와 입만 벽에 닿지 않도록 설치된 환기구가 있었다.

유리관이 닫히는 순간, 공기의 압력이 변했다. 안쪽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고, 월아의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간신히 입술만 떨릴 뿐이었다.

기술자들이 주위를 정리하고 있었다. 한 명이 태블릿을 보며 말했다.

“생체 데이터 정상. 압력 안정. 시각 보정 필요 없음. 이 제품은 이대로 전시장으로 직행한다.”

“전시장?” 월아의 머릿속에 그 단어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전시물이었다. 살아 있는 채로 병 속에 갇힌 장식품이었다.

누군가가 유리관 겉면을 닦았다. 투명한 표면 너머로, 기술자들의 흐릿한 실루엣이 보였다. 그들은 아무 감정 없이 작업을 마쳤고, 곧 유리관을 받침대 위에 고정시켰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유리관 안에서 월아는 움직일 수 없었고, 눈앞의 풍경은 한결같이 창고의 회색 벽뿐이었다. 기술자들이 사라지고, 기계 소리만이 울리는 공간 속에서 그녀는 점점 현실감을 잃어 갔다.

‘이게 꿈이길…’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팔을 움직이려는 의지가 근육에 전달되지 않았다. 다리를 펴려는 신호도 소용없었다. 그녀는 완전히 갇혀 있었다. 의식만 선명한 채, 몸은 조종 불능의 장난감이 되어 있었다.

처음 몇 시간 동안은 분노가 차올랐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 시녀에 대한 원망, 자신의 무력함에 대한 혐오. 하지만 분노는 곧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유리관 안의 공기는 차갑고, 몸은 점점 마비된 것처럼 굳어 갔다.

‘이대로 죽는 걸까?’ 그 생각이 스치자, 월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눈물도 흘러내리지 못했다. 얼굴 근육조차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물은 눈동자에 맺혀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때, 창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졌다. 월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게 월가의 신제품인가?”

낯선 목소리였다. 남자였다. 그는 유리관 앞에 서서, 월아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경외도, 연민도 없었다. 오직 호기심과 평가만이 담겨 있었다.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월아는 속으로 울부짖었다. 하지만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저 하얀 유리관 너머로, 남자의 시선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실물이 낫군요. 전시 가치가 충분합니다.”

그가 태블릿에 무언가를 입력했다. 그리고 돌아서서 걸어갔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졌고, 다시 창고는 고요해졌다.

월아는 그 순간, 자신이 완전히 고립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그녀를 버렸고, 시녀는 더 이상 올 수 없었다. 그녀를 구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그저 병 속에 갇힌 여자, 살아 있는 장식품이었다.

점점 어두워지는 시야 속에서, 월아는 마지막 희망을 붙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는 현실이 그녀를 짓눌렀다.

‘달의 어두운 면… 나는 이미 거기에 있어.’

그녀의 의식이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 유리관 안에서, 그녀는 영원히 깨어 있을 운명이었다.

재생의 기회

시녀가 손목의 작은 디스플레이를 톡톡 두드렸다. 파란 점 하나가 방 안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건물 관리 AI가 귀에 속삭이듯 전송한 좌표는 정확했다. 월아는 지하 3층의 폐기된 보관실에 있었다.

시녀는 복도를 빠르게 걸어갔다. 발소리는 카펫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보관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안쪽에서 희미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녀는 손전등을 켜지 않고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안을 살폈다.

월아는 벽에 기대어 축 늘어져 있었다. 그녀의 오른팔은 어깨부터 잘려나갔고, 상처는 지혈도 되지 않은 채 바닥에 검붉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지만, 눈동자는 여전히 초점을 잃지 않고 시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찾아왔군.”

월아의 목소리는 가냘프지만 냉소를 담고 있었다. 시녀는 대답 없이 무릎을 꿇고 재생 키트를 꺼냈다. 작은 금속 상자였다. 뚜껑을 열자 형광빛을 내는 젤리 같은 물질이 들어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상처 부위에 발랐다.

순간 월아의 몸이 경련했다. 이빨을 악물었지만 신음이 새어 나왔다. 젤이 살과 닿는 순간, 수많은 나노봇이 활성화되어 조직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뼈가 자라나는 소리, 혈관이 연결되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몇 분 후, 월아의 팔은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새살은 연분홍빛이었고, 피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매끄러웠다.

월아는 일어서서 팔을 움직여 보았다. 관절이 부드럽게 돌아갔다.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의 기술은 정말 대단하군. 이렇게 쉽게 고쳐지다니.”

시녀는 키트를 정리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께서 곧 이 사실을 아시게 될 겁니다. 건물 관리 AI가 이미 로그를 기록했습니다.”

“알아. 하지만 상관없어.”

월아는 자신의 옷자락에 묻은 피를 훔쳐 보았다. 선명한 붉은색이 손가락에 번졌다. 그녀는 그것을 혀로 핥았다. 짭짤하고 쇠 맛이 났다. 눈동자에 불길한 빛이 스쳤다.

시녀가 그 행동을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

“왜 또 그런 짓을 하셨습니까? 전에 하신 말씀을 잊으셨습니까? ‘더 이상 아버지의 유희에 놀아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기억해. 하지만...”

월아는 창가로 걸어갔다. 지상의 네온사인이 어두운 방 안에 희미한 빛을 드리웠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유리창을 톡톡 두드렸다.

“이 감각을 잊을 수가 없어. 고통이 끝나고 나면 찾아오는 그 공허함. 그것을 다시 채우고 싶어. 더 강한 것으로.”

시녀는 한숨을 참았다. 그녀는 월아를 어릴 때부터 봐왔다. 이 소녀가 점점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지키는 것뿐이었다.

“도련님께서 곧 다른 ‘실험’을 준비하실 겁니다. 이번에는 더 잔인한 형태로.”

“그래? 기대되는걸.”

월아의 입가에 번지는 미소는 순수함과 광기가 섞여 있었다. 시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월아가 다시 무너지지 않도록, 그리고 필요하면 다시 재생 키트를 꺼낼 준비를 할 뿐이었다.

건물 관리 AI가 조용히 시스템을 스캔했다. 월아의 권한 레벨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다. 그녀의 명령이 왔다.

“오늘 밤, 지하 7층의 접근 권한을 열어줘.”

AI가 잠시 계산한 후 대답했다.

“도련님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아버지는 오늘 밤 외출하셨어. 그리고 나는 이 건물의 공동 소유자야. 내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시스템을 강제로 리셋할 수도 있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AI가 응답했다.

“접근 권한을 부여합니다. 단, 도련님께 보고될 수 있습니다.”

“좋아.”

월아는 시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여기 있어. 나 혼자 갈게.”

시녀가 반발하려 했지만, 월아의 눈빛이 단호했다. 그녀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월아는 복도를 걸었다. 재생된 팔은 아직 약간 저린 감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불편함조차 그녀에게는 즐거움이었다. 지하 7층은 가문의 금지된 장소 중 하나였다. 그곳에는 어떤 비밀이 기다리고 있을까.

엘리베이터가 조용히 내려갔다. 문이 열리자 어둠이 펼쳐졌다. 월아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그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녀의 뒤로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이제 돌아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더 많은 것을 원했다. 더 많은 고통, 더 많은 쾌락, 더 많은 금지된 것을.

유녀의 위장

월아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응시했다. 화려한 치장을 벗어던진 얼굴은 평소와 달리 창백했고, 눈동자 깊은 곳에서는 무언가를 갈망하는 불길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유리 표면을 살며시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이게 마지막이야… 마지막이라고.”

시녀가 조용히 다가와 손에 든 옷가지를 내밀었다. 평범한 천으로 만든 하녀 복장, 얼굴을 가릴 두건, 그리고 몸에 붙는 얇은 작업복이었다. 월아는 그것을 받아 들며 손끝이 살짝 떨리는 것을 느꼈다.

“아가씨, 정말 가시겠습니까?”

시녀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걱정이 스며 있었다. 월아는 대답 없이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거울 속의 귀족 아가씨는 점차 사라지고, 대신 지루한 일상에 찌든 평범한 여성의 모습이 나타났다.

“목장 쪽 보안은 약해요. 아가씨의 개인 코드만 있으면 관리 AI도 통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는 다릅니다. 직원들은 지시만 따를 뿐, 아가씨의 신분을 알면…”

“알면? 그럼 더 재미있어지겠지.”

월아는 작업복을 여미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유난히 하얗게 질려 있었다. 시녀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이미 수없이 많은 말을 건넸고, 그때마다 월아는 더 단단히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건물 관리 AI가 기계적인 목소리로 확인을 요청했다.

“신원 확인. 월가 코드 확인. 권한: 제한적 접근. 목적지를 입력하십시오.”

“인체 자원부, 제3 착유동.”

월아의 목소리는 의외로 평온했다. AI는 잠시 침묵하더니, 곧바로 통로를 열어주었다. 시녀는 진정으로 월아에게 충성했기에, 그녀를 막을 수 없음을 알고 뒤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착유동은 월가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월아가 문을 지나자, 공기는 갑자기 차가워지고 축축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희미한 형광등 불빛 아래, 긴 복도 양옆으로 수많은 유리 칸막이가 늘어서 있었다. 그 안에는 여성들이 누워 있었고, 기계 장치가 그들의 몸에 연결되어 젖을 짜내고 있었다.

월아는 심장이 거세게 뛰는 것을 느꼈다. 두려움과 함께, 알 수 없는 흥분이 몸을 타고 흘렀다. 그녀는 작업복을 더욱 여미며 얼굴을 두건으로 가린 후, 직원들에게 다가갔다.

“신입입니다. 오늘부터 배치됐어요.”

직원 중 한 명이 힐끗 쳐다보았다. 지루한 표정이었다.

“저쪽 빈 자리로 가. 벌써 세 명이 교체됐어. 오래 버틸 수 있겠냐.”

월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내된 자리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커다란 의자가 놓여 있었고, 팔과 다리를 고정하는 장치가 달려 있었다. 그녀는 옷을 벗고 의자에 앉았다. 차가운 금속이 맨살에 닿자 오싹한 전율이 흘렀다.

기계가 다가와 젖가슴에 흡입컵을 부착했다. 월아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순간, 기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강한 진공압이 유두를 빨아들이고, 통증과 함께 낯선 감각이 몰려왔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비명을 참았다.

“젖이 잘 나오는 편이네. 오래 쓸 수 있겠어.”

직원이 무심하게 말하며 기계의 속도를 조절했다. 월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의 몸은 점점 그 자극에 적응해 갔고, 어느 순간부터는 통증 너머의 무언가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전기 같은 쾌감이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월아는 온몸이 축 처진 상태로 착유실을 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직원이 그녀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너 오늘 종자 배정 대상이다. 따라와.”

월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목장에서는 젖을 짜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더 깊은 단계가 있었다. 바로 강제 임신이었다.

그녀는 끌려가며 주변을 살폈다. 다른 여성들은 무표정하게 누워 있었고, 어떤 이는 배가 불러 있었다. 그 안에는 월가의 종자가 자라고 있었다. 그 아이들은 곧 자라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고, 또 다른 자원이 될 뿐이었다.

종자 배정실은 더욱 차갑고 삭막했다. 중앙에는 수술대 같은 침대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거대한 기계 팔이 매달려 있었다. 월아는 침대에 눕혀졌다. 다리가 벌어지고, 차가운 탐침이 안으로 들어왔다.

“준비 완료. 종자 투입 시작.”

기계음이 울렸다. 월아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게 내가 원한 거야. 이 모욕, 이 고통, 그리고… 이 쾌락.

탐침이 깊숙이 들어가자, 그녀의 몸은 반사적으로 경직되었다. 이내 따뜻한 액체가 자궁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월아는 이를 악물었다.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성공. 다음 대상 이동.”

직원의 무심한 목소리가 들렸다. 월아는 침대에 누운 채로 천장을 응시했다. 그녀의 가슴은 아직도 착유기의 감각이 남아 있었고, 자궁은 새로운 생명을 품기 시작했다.

시녀가 복도 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어두웠다. 월아는 비틀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또 가고 싶어. 내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