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에서 깨어났다.
당지성은 코를 찌르는 악취에 눈을 떴다. 시야가 흐릿했다. 몇 번 눈을 깜빡이자 천장이 아닌 회색 하늘이 보였다. 몸을 일으키려 하자 무언가에 걸려 휘청였다. 온몸이 종이처럼 가볍고, 동시에 낯선 감각이 흘렀다.
“……여긴 어디지?”
목소리가 낯설었다. 더 굵고, 더 젊었다. 그는 손을 들어 얼굴을 만졌다. 턱선이 날카롭고 광대뼈가 도드라졌다. 코가 높고 입술이 도톰했다. 분명 자신의 얼굴이 아니었다.
“전생? 진짜로?”
머릿속에 기억이 파편처럼 흩어졌다. 현대의 삶. 그런데 갑자기 환상 세계로 떨어진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몸을 훑어보았다. 헐렁한 누더기 옷 아래로 드러난 팔뚝은 근육으로 단단했다. 배에 힘을 주자 식스팩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키는 180센티미터는 족히 넘어 보였다. 외모만 놓고 보면 역대급이었다.
하지만 수련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손바닥에는 굳은살 하나 없었다. 관절이 유연하지 않았고, 근육은 보기 좋게 붙어 있을 뿐 폭발적인 힘을 내진 못할 것 같았다.
“꼴값은 한다, 이 놈아.”
그가 중얼거리며 쓰레기 더미에서 나왔다. 주변은 낯선 풍경이었다. 돌로 깔린 길, 낮은 판자집들, 이상한 복장의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어떤 이는 검을 차고, 어떤 이는 로브를 입고 있었다. 모두 분주하게 움직였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극심한 허기였다. 위가 타는 듯 아팠다. 그는 길가에 서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주머니는 텅 비었다. 돈 한 푼 없었다.
“……구걸?”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절세 폐차였다. 이렇게 잘생긴 얼굴로 구걸을 하다니. 하지만 배가 고팠다. 죽을 만큼 고팠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길 한복판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있는 힘껏 외쳤다.
“형님들! 누님들! 저 좀 도와주십쇼! 하루 굶었습니다! 동전 한 푼만!”
목소리가 또랑또랑하게 울려 퍼졌다.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봤다. 어떤 이는 비웃고, 어떤 이는 동정했다. 하지만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
당지성은 뻔땅함을 무기로 삼았다. 그는 웃는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아이고, 이렇게 잘생긴 얼굴로 구걸하니 좀 창피하네요. 그래도 배고픈 건 못 참죠. 한 푼만!”
그가 은근히 광기 섞인 웃음을 짓자 사람들이 조금씩 멈추기 시작했다. 한 중년 여성이 지갑에서 동전 몇 개를 꺼내 던졌다.
“에휴, 불쌍해서……. 저 얼굴 가지고 뭘 못 하겠니.”
“감사합니다, 누님! 복 받으실 겁니다!”
당지성은 동전을 재빨리 주워 담았다. 몇 푼 되지 않았지만, 빵 한 조각은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길가에 빵집이 있었다.
그가 걸어가 빵 한 조각을 사 입에 물었다. 질척거리는 식빵이었지만, 이 세계에서 처음 먹는 음식이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아……. 이게 맞나. 전생했으면 뭔가 대단한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왜 구걸이나 하고 있냐.”
그가 빵을 다 먹고 나서 중얼거렸다. 그러자 갑자기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안 깨어났어. 시동도 안 걸린 놈이 불평이 많네.”
당지성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누구야?”
“내가 누군지는 나중에 알게 돼. 일단 너,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어. 이 세계는 만만한 곳이 아니야. 하루라도 빨리 수련해라.”
“수련? 나 원래 몸이랑 달라서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건 나도 몰라. 알아서 해. 난 그냥 너한테 붙어 있는 시스템일 뿐이니까.”
목소리가 사라졌다. 당지성은 어리둥절했지만, 무언가 자신에게 힘이 깃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좋아. 일단 살아야겠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 최고가 되겠다.”
그는 빵집 앞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배고픔은 가셨지만, 앞길이 막막했다. 하지만 당지성은 웃었다. 절세 폐차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의 눈빛은 이미 광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