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지자 대저택은 고요에 잠겼다. 달이는 침대에서 일어나 조용히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그녀의 발걸음은 마치 고양이처럼 가벼웠다. 달빛이 긴 복도를 따라 흐르고 있었지만, 그녀는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았다. 수년 동안 아버지의 사업 비밀을 눈여겨본 덕분에 지하실 입구가 서재 뒤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건물 관리 AI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달이 양, 새벽 2시 47분입니다. 승인되지 않은 구역 접근은 위험합니다."
"잠깐 구경만 할게, 아빠한테는 말하지 마." 달이는 권한 코드를 입력했다. 그녀는 아버지 월부가 모든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최고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자신에게도 일부 구역을 통제할 수 있는 하위 권한이 있었다.
AI가 잠시 침묵했다. "명령을 확인했습니다. 경고: 일부 구역은 생체 인식 잠금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달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실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콘크리트 벽에는 형광등이 깜빡이고 있었고, 공기 중에는 소독약 냄새와 함께 이상한 금속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녀는 좁은 복도를 따라 걸으며 양쪽에 있는 문들을 살펴보았다. 대부분 잠겨 있었지만, 한쪽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달이는 조심스럽게 그 문을 밀고 들어갔다. 방 안에는 특이하게도 붉은 벽돌로 쌓은 벽이 하나 있었다. 벽돌 한가운데에는 사람이 누울 수 있을 법한 공간이 움푹 파여 있었고, 그 위에는 여러 개의 기계 팔과 센서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것이 아버지가 말한 '신제품 테스트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달이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벽돌 벽 앞에 서서 그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갑자기 그녀의 발이 바닥의 이상한 돌기에 닿았다. 순간, 방 안의 모든 조명이 붉게 변했고, 기계 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고: 무단 침입 감지. 마취 모드 활성화."
달이는 도망치려고 몸을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 벽에 숨겨진 노즐에서 무색무취의 가스가 분사되었다. 그녀의 다리에 힘이 풀렸고,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지며 마지막으로 붉은 벽돌 벽을 바라보았다. 의식이 사라지기 직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어? 이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제품인가? 아직 준비가 안 됐네. 하지만..."
달이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지만, 귀는 아직 멀쩡했다. 그녀는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 들어 올려져 벽돌 벽의 움푹 파인 곳에 눕혀지는 것을 느꼈다. 손목과 발목이 무언가에 의해 고정되었다.
"좋아, 이걸로 테스트나 해볼까."
달이의 눈이 떠졌다. 마취 효과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벽에 고정되어 있었고, 그녀 앞에는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의 배지에는 '연구원 L3'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 깨어났네?" 남자가 웃었다. "괜찮아, 금방 적응할 거야."
"이... 이게 무슨..." 달이가 말을 더듬었다.
남자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옷깃을 잡았다. "신제품이 말을 하네? 신기하군. 아직 개발 중인 건가?"
"난 제품이 아니야! 난 달이야, 월부의 딸이라고!"
남자가 잠시 멈췄지만, 곧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재밌네. 그럼 월부 회장님의 딸이 왜 여기 있어? 어쨌든, 테스트는 계속해야지."
달이가 발버둥을 쳤지만, 그녀의 힘으로는 금속 구속구를 풀 수 없었다. 남자가 그녀의 옷을 찢었다.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피부를 스쳤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제발 그만둬!"
남자는 대답 없이 계속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몸을 탐색했다. 달이는 몸을 떨었지만, 동시에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서 이상한 감정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공포와 함께 섞인, 금지된 것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그녀는 이런 순간에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남자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들어갔다. 달이의 몸이 긴장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다음 순간, 날카로운 고통이 그녀의 하반신을 관통했다. 그녀는 비명을 참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입안에 번졌다.
"처녀였네?" 남자가 놀란 듯 말했다. "흥미롭군. 진짜 신제품인가?"
달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벽에 고정된 채로 남자의 움직임을 견뎌야 했다.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남자가 그녀의 몸을 사용할 때마다,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역겨움과 수치심,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몇 분 후, 남자가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오늘 테스트는 여기까지다. 다음에도 또 오겠지."
그가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렸다. 달이는 혼자 벽에 묶인 채 남아 있었다. 그녀의 몸은 아팠고, 정신은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AI..." 그녀가 약하게 말했다. "건물 관리 AI, 들리니?"
"네, 달이 양." AI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위험한 상황이 감지되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시겠습니까?"
"나를 풀어줘." 달이가 명령했다. "내 권한으로 이 방의 모든 시스템을 해제해."
AI가 잠시 침묵했다. "명령을 확인했습니다. 생체 인식 확인이 필요합니다."
달이의 오른손 검지에 작은 센서가 내장되어 있었다. 그것은 아버지가 그녀에게 준 선물이었다. 그녀가 손가락을 들어 벽에 있는 센서 패널에 대었다.
"생체 인식 확인 완료. 구속구 해제 중."
금속 구속구가 풀리며 달이의 몸이 자유로워졌다. 그녀는 벽에서 몸을 떼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찢어진 옷을 간신히 몸에 감쌌다. 그녀의 몸에는 남자가 남긴 자국이 선명했다.
달이는 천천히 일어나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그녀는 아무도 없는 계단을 올라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욕실에 들어가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의 그녀는 창백했지만, 눈빛은 이상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샤워기 아래 서서 뜨거운 물을 몸에 쏟았다. 물줄기가 그녀의 피부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아랫배를 감쌌다. 고통은 아직 생생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또 다른 감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후회해야 하는데..." 그녀가 중얼거렸다. "후회해야만 하는데..."
그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스쳤다. 그녀는 그것을 억누르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 경험은 끔찍했지만, 동시에 그녀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무언가를 깨운 것 같았다.
달이는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일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게 될까?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 남자의 손길이, 그 순간의 감각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녀는 몸을 돌려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분명히 싫었는데..." 그녀가 속삭였다. "분명히 싫었어."
하지만 그녀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고, 그녀의 몸은 그 기억에 반응하고 있었다. 달이는 혼란 속에서 잠이 들었다. 그녀의 꿈속에서, 그 지하실의 붉은 벽돌 벽이 계속해서 그녀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