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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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연의 응시 ## 제1장: 여제의 황혼 황혼이 내려앉은 건국 조정. 대전의 기둥마다 붉은 등불이 희미하게 타올랐다. 그 불빛은 한때 이 나라를 찬란히 비추던 여제의 얼굴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다. 능상은 옥좌에 앉아 있었다. 몸을 감싼 자색 예복은 여전히 화려했지만, 그 아래의 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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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제의 황혼

# 심연의 응시

## 제1장: 여제의 황혼

황혼이 내려앉은 건국 조정.

대전의 기둥마다 붉은 등불이 희미하게 타올랐다. 그 불빛은 한때 이 나라를 찬란히 비추던 여제의 얼굴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다. 능상은 옥좌에 앉아 있었다. 몸을 감싼 자색 예복은 여전히 화려했지만, 그 아래의 육체는 더 이상 젊지 않았다.

"폐하."

대전 중앙에 선 여장군 백봉이 무릎을 꿇고 주먹을 쥐었다. 갑옷 위로 흘러내린 흰 머리카락이 촛불에 반짝였다.

"동영의 대군이 북쪽 국경을 넘었습니다. 이미 세 개의 성이 함락되었고, 백성들은 남쪽으로 도망치고 있습니다."

능상의 손가락이 옥좌 팔걸이를 스쳤다. 차가운 옥의 촉감이 손끝을 파고들었다.

"청란, 그대의 의견은?"

여제의 시선이 조금 아래쪽의 여장군에게 향했다. 청란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였다.

"폐하, 동영의 군세는 막강합니다. 신은 잠시 후퇴하여 전열을 정비한 후에..."

"후퇈?"

백봉이 몸을 일으키며 날카로운 목소리를 냈다.

"적이 왔는데 도망치자고? 그게 건국 제일의 지모 장수가 할 말이냐?"

"백봉, 그대는 전투만 알 뿐이다."

청란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깊은 피로가 어려 있었다.

"동영 천황 오다 노부야사는 무력만으로 정복한 자가 아니다. 그는 이미 주변 다섯 나라를 멸망시켰고, 그 왕과 장군들은 모두..."

"모두 무엇이 되었는데?"

적염이 끼어들었다. 그녀의 붉은 갑옷이 촛불에 타오르는 듯했다.

"듣자하니, 그들은 모두 천황의 노예가 되었다더군."

현상이 조용히 말했다. 그녀는 어둠 속에 서서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인격을 빼앗기고, 의지를 잃고, 텅 빈 껍데기만 남았다고 한다."

대전에 침묵이 흘렀다.

능상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발걸음이 옥좌 아래로 내려왔다. 예복의 자락이 대리석 바닥을 끌었다.

"나는 친히 정벌에 나서겠다."

"폐하!"

네 명의 여장군이 동시에 외쳤다.

"안 됩니다, 폐하. 폐하께서 몸을 친히 하실 일이 아닙니다." 백봉이 앞으로 나섰다.

"나라가 위급한데, 나는 어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겠느냐?"

능상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한 시대를 지배했던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

"백봉, 청란, 적염, 현상. 명을 받들라. 내일 새벽, 북쪽으로 출정한다."

---

동영 군영. 장막 안에는 어둠이 깔려 있었다. 촛불 하나 없이, 오직 달빛만이 천장의 틈새로 스며들었다.

오다 노부야사는 호랑이 가죽 위에 앉아 있었다. 그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빛나고 있었다. 그 앞에는 흰 옷을 입은 음양사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아베 하루미, 준비는 되었느냐?"

"예, 폐하."

하루미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동자는 검은 안개처럼 흐릿했다.

"건국의 네 여장군과 여제, 그들의 영혼은 강합니다. 그러나 인격은 분리될 수 있습니다."

"얼마나 걸리느냐?"

"각각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강한 자는 오래 견디고, 약한 자는..."

하루미가 입가를 살짝 올렸다.

"곧 무너집니다."

노부야사가 일어났다. 그의 키는 장대했고, 어깨는 넓었다. 그가 걸을 때마다 땅이 울렸다.

"여제 능상. 그녀는 한때 이 땅을 통일했다고 들었다. 그 고고함이 얼마나 오래갈지 궁금하구나."

"폐하께서 원하신다면, 그녀의 존엄은 이 전쟁이 끝나기 전에 사라질 것입니다."

"좋다."

노부야사가 장막 밖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건국의 성벽이 달빛에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다.

"내일, 그들의 자존심을 산산조각내주마."

---

새벽 안개가 전장을 덮었다.

건국의 군대는 북쪽 평원에 진을 쳤다. 깃발이 바람에 나부꼈고, 말들의 콧김이 흰 증기가 되어 피어올랐다.

백봉은 선두에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장창이 들려 있었고, 갑옷 위로는 전투의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적이다."

현상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동영의 선봉이 다가오고 있다. 기병 천, 보병 삼천."

"적군의 장수는?"

"아베 하루미의 제자 중 하나라고 한다. 이름은..."

현상이 잠시 멈추었다.

"후지와라 노 카게토모. 음양술을 사용한다고 전해진다."

"음양술 따위."

백봉이 장창을 휘둘렀다.

"검 앞에서는 모두 무용지물이다."

그녀가 말을 채찍질했다. 백마가 안개를 가르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전장의 중앙.

백봉은 동영의 선봉과 마주 섰다. 카게토모는 검은 갑옷을 입고 있었고, 얼굴은 은빛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다.

"건국의 여장군, 백봉."

카게토모의 목소리는 가면 너머로 메아리쳤다.

"네 실력은 익히 들었다. 하지만 오늘, 네 의지는 내 손에 무너질 것이다."

"헛소리!"

백봉이 말을 달리며 장창을 내질렀다. 창날이 카게토모의 목을 향했다.

그러나 순간, 카게토모의 몸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환영?"

백봉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뒤에서 검기가 스쳤다.

"크윽!"

그녀의 갑옷이 베였다. 피가 흘러내렸지만, 백봉은 이를 악물었다.

"이런 술책이..."

"술책이 아니다."

카게토모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이것은 법술이다. 네가 아무리 강해도, 법의 앞에서는 무력할 뿐이다."

백봉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안개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물러서지 않는다."

그녀가 장창을 땅에 꽂았다.

"나는 건국의 방패다. 물러서는 법은 없다."

안개 속에서 카게토모의 형체가 다시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검은 부적이 들려 있었다.

"그럼, 네 의지를 시험해보자."

부적이 허공에 던져졌다.

백봉의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게..."

그녀의 의식이 안개처럼 흩어지려 했다.

"안 돼!"

백봉이 장창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창대에 박혔다. 피가 흘렀다.

그 고통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카게토모가 고개를 갸웃했다.

"흥, 예상보다 강하군. 하지만..."

그의 손가락 사이로 또 다른 부적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어떨까?"

백봉이 눈을 부릅떴다. 그녀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멀리, 건국 군영에서.

청란이 망원경을 내렸다.

"백봉이 위험하다. 지원을 보내야 한다."

"안 된다."

능상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저것이 적이 원하는 것이다. 우리가 나누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폐하..."

"기다려라."

능상이 말을 탔다. 그녀의 눈에는 어둠이 깔려 있었다.

"내가 직접 나서겠다."

"폐하!"

적염과 현상이 동시에 외쳤다.

"그러나 폐하께서..."

"나는 여제다."

능상이 고삐를 잡았다.

"내 백성을 지키는 것이 나의 의무다. 만약 내가 무너진다면... 그것도 운명이다."

그녀가 말을 채찍질했다.

황혼의 빛이 그녀의 등을 비추고 있었다.

그것은 여제의 마지막 질주였다.

백봉의 함락

백봉은 밤의 장막 속에서 군사를 이끌고 동영 대영을 향해 조용히 전진했다. 그녀의 눈에는 불타는 결의가 가득했고, 손에 쥔 창날은 달빛 아래서 차가운 빛을 반사했다. 수백 명의 정예 기병이 그녀 뒤에 바짝 붙어 있었고, 말굽 소리는 거친 대지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장군님, 전방 정찰병이 보고하길 적진에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부장이 낮은 목소로 보고했다.

백봉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 불길한 예감이 스며들었다. 너무 고요했다. 마치 모든 것이 계획된 듯한 고요함이었다.

"경계를 늦추지 마라. 전군, 공격 태세를 갖춰라."

그녀가 손을 휘둘러 신호를 보내자 기병대가 일제히 창을 치켜들었다. 백봉이 먼저 말에 박차를 가해 적진을 향해 질주했다. 바람이 그녀의 갑옷을 스치며 투구 아래 흘러내린 검은 머리를 휘날렸다.

그 순간, 땅이 갑자기 울렸다.

함정이었다.

수백 개의 거대한 함정이 드러나며 바닥에는 날카로운 창날이 빼곡히 박혀 있었다. 백봉의 말이 놀라 몸을 일으켰고, 그녀는 재빨리 안장을 박차고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그 순간,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수천 개의 화살이 빗발쳤다.

"엄호하라!"

그녀의 외침이 대낮의 천둥처럼 울려 퍼졌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기병대가 혼란에 빠져 쓰러지고, 부상당한 말의 울부짖음과 병사들의 비명이 어우러져 밤하늘을 찢었다.

백봉은 창을 휘둘러 화살을 막아내며 땅에 착지했다. 그 순간, 한 줄기 검은 그림자가 달빛을 가르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었지만, 너무 늦었다. 상대의 검이 어깨를 스치며 갑옷을 찢고 피를 흘리게 했다.

"훌륭한 반사 신경이군, 백봉 장군."

낮고 음흉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오다 노부마사가 걸어 나왔다. 그의 눈에는 비꼬는 듯한 미소가 서려 있었고, 붉은 갑옷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듯했다.

"네 이놈!"

백봉은 이를 악물고 창을 휘둘렀다. 그러나 오다 노부마사는 몸을 살짝 피했을 뿐인데도 그녀의 공격이 빗나갔다. 그는 반격하지 않고 가볍게 웃기만 했다.

"이게 건국에서 제일 가는 장군의 실력인가? 실망스럽군."

백봉은 다시 공격을 퍼부었지만, 그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몸속의 영력이 마치 구멍 난 항아리처럼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손발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무엇을... 한 짓이지?"

오다 노부마사가 손을 휘저었다.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백봉을 감쌌다. 그녀의 몸이 갑자기 힘을 잃고 무릎을 꿇었다.

"음양사의 작은 술책일 뿐이야. 지금부터 너의 영력은 완전히 봉인되었다. 평범한 인간일 뿐이지."

백봉은 자신의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창이 땅에 떨어져 둔탁한 소리를 냈다. 그녀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뒤에서 병사들이 달려들어 그녀를 붙잡았다.

"데려가라."

오다 노부마사가 돌아서서 대영으로 걸어갔다. 그의 목소리에는 무미건조한 명령조가 깃들어 있었다.

"특제 방에 가둬라. 훈련은 오늘 밤 시작한다."

백봉은 질질 끌려 대영으로 들어갔다. 길가의 동영 병사들이 비웃음을 터뜨렸고, 어떤 자는 그녀의 갑옷을 찢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불길한 예감이 커져만 갔다.

특제 방은 대영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두꺼운 철문이 열리자 어둡고 축축한 냄새가 났다. 안에는 온갖 형구가 줄지어 놓여 있었고, 쇠고랑과 가죽 채찍이 벽에 걸려 있었다. 한가운데에는 나무틀이 있고, 옆에는 물통과 관장기가 놓여 있었다.

"옷을 벗겨라."

오다 노부마사가 그녀 뒤에서 명령했다. 백봉은 몸을 비틀며 저항했지만, 병사들이 그녀를 밀어 바닥에 엎드리게 했다. 그들은 거칠게 그녀의 갑옷과 속옷을 벗겼다.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피부를 스쳤다.

"얼굴을 들어라."

오다 노부마사가 그녀의 턱을 움켜잡아 강제로 쳐다보게 했다. 그의 눈에는 잔인한 기쁨이 서려 있었다.

"너는 더 이상 장군이 아니다. 내 물건일 뿐이다."

그가 뒤로 물러서며 병사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채찍이 휘둘러지며 백봉의 등에 생채기를 남겼다. 그녀는 신음을 참으며 바닥을 붙잡았다. 첫 번째 채찍은 시험이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점점 거세지며 피가 튀었다.

"비명을 참는구나? 훌륭한 의지다."

누군가 전기 도구를 가져왔다. 금속 탐침이 그녀의 젖꼭지에 닿았다. 백봉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전류가 흐르자 극심한 고통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녀의 비명이 마침내 터져 나왔다.

"좋아, 다음이다."

관장기가 준비되었다. 차갑고 딱딱한 관이 항문을 통해 밀려들어왔다. 백봉이 고통에 몸을 떨자, 누군가 그녀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물이 흘러들기 시작했다. 통제할 수 없는 경련이 일어났고, 그녀의 몸이 심하게 떨렸다.

그 순간, 방문이 열리며 아베 하루미가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두루마리와 붓을 들고 있었고, 눈에는 학구적인 관심이 담겨 있었다.

"좋은 반응입니다, 폐하. 정신 파동이 기록할 가치가 있습니다."

아베 하루미가 모퉁이에 앉아 붓을 들었다. 그녀의 눈이 백봉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마치 흥미로운 실험을 관찰하는 듯했다.

"첫 번째 단계: 신체 저항 해체. 예상 시간보다 빠르군요. 고통 역치가 높은 편입니다."

오다 노부마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에는 편자가 쥐어져 있었고, 편자에는 이상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인격 배설술은 언제 준비되나?"

"기반은 마련되었습니다, 폐하. 다만 이 여장군의 의지는 강합니다. 며칠 더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베 하루미가 두루마리에 무언가를 적었다. 그녀의 손놀림은 빠르고 정확했다.

"그녀가 완전히 무너질 때까지 해야 한다. 가장 강한 자의 인격이 가장 맛있지."

오다 노부마사가 백봉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그녀의 젖은 정강이를 움켜쥐었다. 백봉은 고통과 굴욕으로 눈에 피가 흐르는 듯했다.

"계속하라. 오늘 밤은 아직 길다."

채찍이 다시 휘둘러졌다. 백봉의 비명이 나무틀에 부딪혀 울려 퍼졌다. 아베 하루미는 차분하게 두루마리에 글을 이어 써 내려갔다. 그녀의 손은 흔들리지 않았고, 눈에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

"놀랍군요, 폐하. 이 여자의 정신 파동이 아직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자아 기록이 아직 존재합니다."

오다 노부마사가 살짝 입가를 올렸다.

"그러니 조금 더 힘을 줘야지."

그가 손을 휘저었다. 전기 고문이 다시 시작되었다. 백봉의 몸이 텅 빈 인형처럼 맥없이 축 처졌다. 그녀의 눈은 허공을 응시했고, 그 안에는 더 이상 빛이 없었다.

"좋아, 조금 더 하면 인격이 깨질 것이다. 자, 다음 무기를 준비하라."

오다 노부마사가 뒤로 물러서며 자리에 앉았다. 그의 눈에는 잔혹한 만족감이 서려 있었다. 아베 하루미는 두루마리를 거두며 미소를 지었다.

"명령대로, 폐하."

백봉은 의식을 잃어가면서도 어렴풋이 허공에 떠다니는 이상한 문양과 말을 알아챘다. 그 문양은 점점 커지며 그녀를 집어삼키려는 듯했다. 그녀의 인격, 그녀의 기억, 그녀의 충성심... 모든 것이 붕괴되고 있었다.

청란의 고투

청란은 깊은 밤, 장막 밖으로 걸어 나왔다. 캄캄한 하늘에는 별빛 하나 없었고, 영락궁 전체가 적막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손에 쥔 칼자루를 꽉 쥐고 있었다. 백봉이 세 번의 파도 교대를 거친 뒤에도 아직 복명하지 않았다. 이는 결코 정상이 아니었다.

“백봉 장군은 어디 계십니까?” 청란은 교대 병사에게 물었다.

“어젯밤 동영 진영 방면으로 정찰을 나갔습니다.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청란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곧바로 능상의 막사로 향했다.

능상은 등불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아직 뜨거운 차가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예전 같지 않게 공허했다. 청란이 들어오자 능상이 고개를 들었지만, 그 시선은 청란의 어깨 너머로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듯했다.

“폐하, 백봉 장군이 정찰 임무 수행 중 아직 복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동영 놈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즉시 철수하여 군세를 보존해야 합니다.”

능상은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청란, 너는 정예 소대를 이끌고 적진에 잠입하여 백봉을 구출하라. 그녀를 반드시 살려서 데려와야 한다.”

“폐하! 지금 동영의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철수하지 않고 무모하게 들어갔다가는...”

“이게 명령이다!” 능상의 목소리는 차갑고 강경했다. 그 눈에는 한 줄기 광기도 스쳐 지나갔다.

청란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능상의 변화를 감지했지만,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명령에 따라 막사를 나서며 스무 명의 정예 병사를 데리고 적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동영 진영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잠행하는 동안 청란은 경비병의 발걸음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이런 침묵은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진영 뒤쪽의 포로 막사를 찾았다. 청란이 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피로 물든 초가 바닥에 누워 있는 백봉을 보았다. 백봉의 눈은 크게 뜨고 있었지만, 공허하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고, 입가에는 자신을 모르는 미소가 흘렀다.

“백봉!” 청란이 달려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백봉은 몸을 떨었지만,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막사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났다. 청란은 칼을 뽑아들었지만, 갑자기 사방에서 푸른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연기에는 이상한 향기가 섞여 있었고, 청란의 발이 붙박인 듯 움직이지 않았다.

“이건... 음양술...”

청란의 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시야도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억지로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사지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막사 문간에 서 있던 한 사람이었다—동영 천황 오다 노부마사와 그 옆의 음양사 아베 하루미였다.

“후후, 또 한 마리 건국 암캐가 걸려들었군.”

오다 노부마사의 목소리는 맑고 부드러웠지만, 청란의 귀에는 칼날이 귀를 스치는 소리처럼 들렸다.

청란은 눈을 떴을 때, 자신이 좁은 방에 묶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의 손목과 발목은 쇠사슬로 단단히 묶여 있었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었다. 바로 옆에는 백봉이 똑같이 묶여 있었고, 그녀의 눈에는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다 노부마사는 방 안을 천천히 걸으며 손에 진동하는 알을 하나 쥐고 있었다.

“청란 장군이군요, 소문난 지모 장수.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지혜라도 제 손아귀에 들어오면 소용없습니다.”

그는 손짓했다. 아베 하루미가 앞으로 나와 두 개의 부적을 공중에 던졌다. 부적이 타오르며 푸른 연기로 변해 청란과 백봉의 몸을 휘감았다.

“장군님께서 지금부터 겪게 될 일은 그분들께서 겪으셨던 것과 다름없습니다. 더 나은가, 더 심한가, 그것은 당신의 순응도에 달려 있습니다.”

오다 노부마사는 몸을 돌려 선반에서 긴 전동봉과 알 집합체를 하나씩 꺼내 들었다. 전동봉에는 낱낱이 미세한 돌기가 박혀 있었고, 알들은 서로 쇠사슬로 연결되어 있었다.

“자, 이제 시작해볼까요.”

그는 먼저 백봉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옷자락을 벗겼다. 백봉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고, 눈빛은 여전히 공허했다. 오다 노부마사는 진동 알 하나를 집어 그녀의 몸 속에 밀어 넣은 다음, 리모컨의 스위치를 켰다.

백봉의 몸이 갑자기 긴장하며, 낮은 신음 소리를 냈다. 진동 알이 몸 안에서 윙윙거리며 굴러다녔고, 그녀의 표면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하지만 그녀는 몸을 움츠리거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사슬이 그녀를 단단히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네 차례야, 청란 장군.”

오다 노부마사는 청란 앞에 서서 길고 가느다란 전동봉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턱을 집어 올렸다.

“너는 내가 이걸로 얼마나 많은 여장군을 가르쳤는지 아느냐? 그들 모두, 적염이든 현상이든 결국에는 내 앞에 순순히 무릎을 꿇었다. 너도 예외는 아니다.”

청란은 온몸의 힘을 다해 몸부림쳤지만, 사슬은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더욱 팽팽해졌다. 아베 하루미가 뒤에서 무언가를 중얼거렸고, 그 직후 청란의 의식이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이건... 무슨 술법이지?”

그녀는 자신의 기억이 한 조각씩 빠져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어린 시절의 추억, 전장 위의 영광, 병사들에 대한 신뢰가 차례로 구름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텅 빈 공허와 굴복하려는 충동이었다.

오다 노부마사는 이 기회를 틈타 전동봉을 청란의 몸 속에 밀어 넣었다. 얼음장 같이 차가운 기구가 그녀의 몸 안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진동은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청란은 깨물었던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아픔은 오히려 의식을 약간 맑게 해주었다.

“아직도 버티고 있군.” 오다 노부마사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놀라워했다. 그는 손짓해 병사들에게 여러 개의 진동 알을 가져오게 했다.

그는 그 알들을 하나하나 청란의 몸 여기저기에 삽입했다. 항문, 질, 심지어 요도까지. 매번 삽입할 때마다 청란의 몸은 경련을 일으켰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한 마디도 불평하지 않았다.

스위치를 켜자, 모든 알들이 동시에 진동하기 시작했다. 청란은 전신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거역할 수 없는 쾌락이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정신을 집중하려 했지만, 아베 하루미의 주문 소리가 그녀의 의식을 조금씩 잠식해 갔다.

“좋아, 두 마리. 함께 해보자.”

오다 노부마사는 백봉의 사슬을 끌어당겨 청란과 등을 맞대고 묶었다. 그는 전동봉의 전원을 최대로 켰다.

백봉은 마침내 목소리를 냈다—처음에는 낮은 신음, 곧이어 고통에 찬 비명으로 바뀌었다. 청란은 귀에 익은 그 비명 소리에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는 눈을 감았지만,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말해라, 네 나라는 어디에 병력을 배치했는지.”

오다 노부마사는 청란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청란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대답할 용기가 없었다. 지금 그녀에게는 자신의 육체가 점점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머릿속은 진동 알의 전기 자극이 만들어내는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싫은가? 괜찮다. 나는 시간이 많다.”

오다 노부마사는 손을 휘저으며 리모컨의 주파수를 조정했다. 진동 알이 교대로 켜지고 꺼지고 리듬을 바꾸며 청란의 몸 안에서 규칙 없는 춤을 추었다. 이 리듬은 그녀의 의식을 조종하여 깨어나려 할 때마다 갑작스러운 자극으로 그녀를 다시 어둠 속으로 집어넣었다.

몇 시간이 지났다. 청란은 목구멍에서 피 맛이 나기 시작했다. 백봉은 이미 완전히 기절한 상태였다. 오다 노부마사는 여전히 지치지 않고 그들 앞에 서 있었다.

“네가 말하기 전에는 이 고문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냉담하고 무정했다.

청란은 눈을 감았다. 그녀는 이 싸움에서 이미 진 것을 알고 있었다. 진동 알이 그녀의 몸을 지배하고 있었고, 아베 하루미의 음양술이 그녀의 의식을 빼앗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적어도 이 순간, 마지막 순간까지 저항하고 싶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몸부림치듯 고개를 끄덕이며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다 노부마사는 미소 지었다.

“좋다, 네놈 때문에 결국 이걸 꺼내야 했구나.”

그는 옆에서 아베 하루미가 내민 인격 배출술 부적을 받아 청란의 이마에 붙였다.

적염의 광폭

적염의 말발굽이 대지를 박찼다. 그녀의 눈앞에는 아직 연기가 가시지 않은 전장이 펼쳐져 있었다. 두 동료가 포로가 되었다는 소식은 번개처럼 그녀의 귀를 찔렀다. 청란과 현상이 동영 군에 끌려갔다고? 그 믿기 어려운 말에 그녀의 심장이 마치 불타는 듯했다.

"무슨 소리야?!" 적염은 전령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그녀의 혈관이 부풀어 오르고 눈에는 불길이 이글거렸다. "그들이 어떻게 잡힐 수 있단 말이야?!"

전령은 떨며 말을 더듬었다. "장군님... 동영의 법사, 큰 괴물을 불러냈습니다... 청란 장군은 부상을 입었고, 현상 장군은 우리를 엄호하다가..."

적염은 그를 거칠게 내던졌다. 말고삐를 돌려 군영 밖을 향했다. 뒤에서 급히 달려오는 참모의 목소리가 들렸다.

"장군님! 황명을 기다리십시오! 동영 군은 계략이 많아 함부로 나가면 안 됩니다!"

"닥쳐!" 적염의 채찍이 허공을 갈랐다. "동료가 포로가 되었는데, 내가 이 자리에서 굴러다니기만 할 거라고? 그게 무슨 건국 군의 위신이냐?"

그녀가 군영을 박차고 나가자, 땅이 울렸다. 호위병들이 어쩔 수 없이 달려갔지만, 곧 그녀의 말발굽에 뒤처졌다.

적염의 심장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상대가 천황이든 요괴든, 그녀의 동료를 감히 건드린 자는 반드시 목숨으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녀는 건국의 가장 날카로운 화염 창이며, 수많은 전투를 거쳐 지금껏 패한 적이 없다. 이 모르는 동영 놈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그녀에게 덤비는 것은 자신의 죽음을 재촉하는 꼴일 뿐이다.

그녀가 동영의 척후 진영을 향해 돌진할 때까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진영 밖의 동영 병사들은 불덩이가 폭발하는 듯한 기세에 당황하여 흩어졌다. 적염의 장창이 마치 용처럼 휘둘러지자 세 명의 병사가 순식간에 쓰러졌고, 깃발이 땅에 떨어졌다.

"어디 숨었느냐! 네놈 천황은 남의 창날을 받아보지도 못하는 놈이냐?" 적염의 맑고 우렁찬 목소리가 전장에 메아리쳤다. "우리 건국의 장군들을 풀어줘라. 네 목을 남겨주마!"

그러나 답은 그녀에게 다가오는 침묵이었고, 교활한 웃음소리였다. 진영 깊숙한 곳에서 음습한 법력의 파문이 일었다. 적염의 경계심이 곧바로 올랐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땅이 갈라지고, 뼈와 사체가 쌓인 마수가 땅속에서 솟아올랐다. 그것들은 개와 같지도, 늑대와 같지도 않으며, 각각 세 개의 머리를 가졌고 눈은 푸른 불꽃을 내뿜었다. 그들 뒤에는 키가 두 길이 넘는 거대한 괴물이 서 있었고, 온몸이 검은 비늘로 뒤덮여 있었으며, 그 위에 올라탄 자는 바로 하얗게 웃고 있는 아베 하루미였다.

"건국의 붉은 폭염, 참으로 불같은 성격이로군." 음양사의 목소리가 마치 차가운 낫처럼 스쳤다. "천황 폐하께서는 장군께서 혈기왕성할 때 직접 모셔 오라고 분부하셨다."

적염은 코웃음 치며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장창이 창날을 휘둘러 한 마리의 마수의 머리를 세 개 베어냈다. 그러나 더 많은 마수들이 밀려와 사방을 에워쌌다. 그녀는 쌓인 시체더미를 딛고, 창대를 땅에 꽂으며 반경 10장 안의 마수를 진동으로 날려버렸다.

"이런 좀스러운 재주로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아베 하루미는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부채를 흔들자, 음양의 무늬가 하늘을 뒤덮었다. 거대한 괴수가 포효하며 땅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 적염은 피했지만, 충격파가 그녀를 말에서 떨어뜨렸다. 그녀가 재빨리 몸을 일으켰을 때, 발목이 무언가에 감기는 것을 느꼈다. 땅속에서 솟아오른 마수의 촉수가 그녀의 다리를 칭칭 감고 끌어당겼다.

"이 망할 것!"

적염이 창을 내리쳐 촉수를 끊었지만, 더 많은 촉수와 마수가 덤벼들었다. 거대한 괴수가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자, 그녀의 팔뚝뼈가 우두둑 소리를 냈다. 그녀는 비명을 참고 이를 악물었다. 창대를 거인의 손바닥에 꽂았지만, 거인은 아프지 않은 듯했다. 반대로 발길질을 하자 그녀가 땅에 굴렀다.

전장의 병사들은 모두 달려드는 것을 멈추고,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건국의 싸움을 가장 좋아하는 여장군이, 이제 마치 새장에 갇힌 맹수처럼 마수들 사이에 포위되어 있었다. 그녀의 갑옷은 모두 찢겨 나갔고, 피가 어깨와 다리에서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완강한 빛이 타오르고 있었다.

아베 하루미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거대한 괴수가 적염의 머리카락을 붙잡아 땅바닥에 내리쳤다. 그녀의 얼굴이 진흙에 파묻혔지만, 그녀는 여전히 욕을 퍼부었다. 뒤이어, 괴수의 다른 손이 그녀의 두 다리를 양쪽으로 벌렸다. 그 거친 발톱이 그녀의 각반과 속바지를 찢고, 허벅지의 매끈한 살이 드러났다.

"건드리지 마... 건드리지 마라! 이 개자식들아!"

적염이 몸부림쳤지만, 괴수의 힘은 그녀의 저항을 압도했다. 동영 병사들의 비웃음이 전장에 메아리쳤다. 그들은 지켜보고, 손가락질하고, 심지어는 음란한 농담을 하며 누가 더 대담한지 겨루었다. 적염의 귀는 따가웠지만,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네 이놈들아! 오늘 나를 죽여도 괜찮지만, 내 건국의 원한은 반드시 네 놈들 무덤을 불태워 버릴 것이다!"

거대한 괴수가 허리를 숙여, 그 끔찍한 하체를 그녀의 다리 사이에 밀어 넣었다. 적염은 온몸이 경직되었고, 살갗에 닿는 더러운 감촉이 오장육부를 뒤흔드는 메스꺼움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손톱을 땅에 박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하늘을 향해 긴 울부짖음을 내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악!"

그러나 그 울부짖음은 차가운 웃음 속에 묻혀 버렸다. 괴수가 그녀의 허리를 움켜쥐고, 그 거칠고 뜨거운 것으로 그녀의 가장 부드러운 곳을 들이받았다. 적염의 몸이 궁형으로 휘어졌다. 순간적으로 그녀에게 남은 것은 벌거벗은 고통뿐이었다. 그녀가 본 것은 모두의 동정과 경멸이 섞인 시선, 그녀가 지키려 했던 병사들의 눈, 동영 마수의 푸른 불꽃이었다.

그 순간, 그녀의 정신 속에 무언가가 부서졌다.

장막 안에서 능상은 앞의 군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전령이 말을 더듬으며 아까 일어난 일을 보고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지도를 세게 움켜쥐었다.

"...적염이 전사했다고?"

"네... 생포되었고, 동영 법사가 조종하는 마수에게..."

능상은 더 이상 듣지 못했다. 그녀의 눈앞은 캄캄해졌고, 손가락이 바스러질 듯 서늘해졌다. 그녀는 적염의 창날을 보고, 그녀의 시체 위를 달리던 모습을 보았다. 그 불꽃 같은 여자가, 지금은... 그녀는 눈을 감았다. 마음속에 어떤 확신이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동영은 그저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복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괴물을 부렸고, 장군들은 하나하나 쓰러졌다. 청란, 현상, 적염... 다음에는 누구일까?

그녀는 자신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살갗 위에 아직 선명한 동영 천황이 남긴 낙인, 그것은 항상 그녀에게 상기시켰다. 그녀는 이미 한 번의 조련을 겪었고, 이제 인격의 빈 껍질만 남았다. 저항은 무의미했다. 상대는 인격을 산산조각낼 수 있는 법술, 패배할 수밖에 없는 전쟁을 갖고 있었다.

능상이 천천히 중앙 장막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결정은 이미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동영을 이길 수 없다. 목숨을 걸더라도, 모두가 산산조각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뿐이다. 그녀의 손이 장막 밖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떨렸지만, 곧 주먹을 꽉 쥐었다.

먼 곳, 하늘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적염이 쓰러진 방향이었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더 이상의 희생은 헛된 죽음일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능상은 자신이 앞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길을 알고 있었다. 심연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현상의 암살

현상은 어둠 속에 몸을 낮추고, 숨소리조차 죽였다. 천막 밖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신음 소리가 그녀의 손끝을 떨리게 했다. 적염의 목소리였다. 한때 불꽃처럼 맹렬했던 그 여장군의 목소리가 지금은 마치 부서진 피리 같았다.

“기다려.”

현상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손에는 아베 하루미가 직접 제작했다는 은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이 칼날은 오다 노부마사의 목숨을 끊기 위해 특별히 마련된 것이었다. 법력이 깃든 칼날은 영혼조차 베어 버릴 수 있다는 소문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천막 틈새로 몸을 밀어 넣었다. 안은 어둑했지만, 그녀의 암살자로서의 눈에는 선명하게 보였다. 천황은 등 돌린 채 앉아 있었다. 그 앞에는 무릎 꿇고 엎드린 네 명의 여인들. 능상, 백봉, 청란, 그리고 아까 신음하던 적염까지. 모두 벌거벗은 채로, 그들의 몸에는 피와 정액이 뒤범벅되어 말라붙어 있었다.

“오다 노부마사.”

현상은 속으로 그 이름을 외웠다. 그가 바로 이 모든 악의 근원이었다. 그를 죽이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은단검이 허공을 갈랐다. 그 순간이었다.

바닥에 새겨진 주문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현상의 발밑에서 연꽃 모양의 문양이 피어올랐다. 그녀는 재빨리 몸을 돌려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공간 자체가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했다.

“아이쿠, 조심하셔야죠.”

아베 하루미의 목소리가 천막 구석에서 울려 퍼졌다. 음양사는 부채를 반쯤 펼쳐 입가를 가리며 나타났다. 그의 눈에는 짐승을 앞에 둔 사냥꾼의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저는 암살자가 올 줄 알았어요. 현상 장군님, 당신의 발자국 소리는 너무나 익숙하답니다.”

오다 노부마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의 얼굴에는 잔혹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네 번째 장군이군. 나를 죽이려고? 참으로 대단한 용기다.”

현상은 몸부림쳤지만, 영혼을 옭아매는 주문은 그녀의 의지를 마비시키기 시작했다. 아베 하루미가 다가와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

“자, 이제 네 장군이 모두 모였습니다. 폐하, 어떻게 하실 겁니까?”

오다 노부마사가 일어나 현상 앞으로 걸어왔다. 그의 손이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천 조각이 찢어지는 소리가 천막 안에 메아리쳤다.

“같은 방식이다. 그녀에게도 우리의 ‘사랑’을 가르쳐라.”

현상은 침을 뱉으려 했지만, 아베 하루미가 재빨리 손가락을 까딱이자 그녀의 입이 다물어졌다. 음양사가 부드럽게 웃었다.

“성질 급한 건 여전하군요. 하지만 곧 부드러워지실 겁니다.”

그 순간, 현상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그녀는 천막 중앙에 설치된 단상 위에 내동댕이쳐졌다. 네 명의 장군들은 아직 의식이 있었지만, 그들의 눈에는 이미 생기가 사라져 있었다. 능상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적염이 마지막 힘을 내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이 현상을 마주했다. 그 눈에는 경고와 절망이 섞여 있었다.

“현…상… 도망…”

하지만 그 목소리는 너무나 작았다.

오다 노부마사가 현상에게 다가와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길은 마치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너는 암살에 능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암살자는 스스로의 그림자조차 죽일 수 있어야 하지. 너는 그 그림자 속에 무언가 숨겨 놓았느냐?”

현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혀를 깨물어 자살하려 했지만, 아베 하루미가 먼저 움직였다. 음양사가 주문을 외우자, 그녀의 턱이 마비되며 입이 벌어졌다.

“죽음도 허락하지 않겠다.”

아베 하루미가 현상의 입에 무언가를 흘려 넣었다. 그것은 진한 약초 냄새가 섞인 액체였다. 순간, 현상의 몸에서 모든 힘이 빠져나갔다. 그녀의 근육이 이완되고, 의지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인격 배출의 전 단계입니다. 당신의 의지를 부드럽게 해 드리는 거죠.”

현상은 자신의 몸이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자신의 팔다리가 아닌 것처럼. 그녀의 뇌리에 울리던 생각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오다 노부마사가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그 순간, 현상은 자신의 동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백봉은 강직하게, 청란은 지혜롭게, 적염은 불같이 저항하다가 모두 무너졌다. 그리고 자신도 그들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자, 이제 시작이다.”

천황이 그녀 위로 올라탔다. 그의 성기는 이미 발기해 있었다. 현상은 눈을 감았다. 침투하는 고통이 그녀의 몸을 관통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아팠던 것은, 그녀의 자존심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였다.

아베 하루미가 주문을 외우며 손가락으로 현상의 이마에 무언가를 그렸다. 영혼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듯한 감각이 엄습했다. 그녀의 의지가, 그녀의 ‘현상’이라는 정체성이 서서히 분리되기 시작했다.

“이제 당신의 기억과 충성심, 그리고 그 암살자의 본능을 빼앗겠습니다.”

음양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현상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의 조각들이 떠다니다가 하나둘 사라져 갔다. 그녀가 어렸을 때 검술을 배우던 기억, 장군이 되기 위해 피흘리며 훈련하던 기억, 그리고 능상에게 충성을 맹세하던 그 순간까지. 모든 것이 서서히 녹아내렸다.

오다 노부마사는 그녀의 몸속에서 더욱 거칠게 움직였다. 그는 리듬을 타며, 현상의 얼굴에 나타나는 고통의 표정을 즐기는 듯했다. 현상은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 그녀의 입에서는 약에 취한 듯 가쁜 숨만 새어 나왔다.

“보아라, 너희 장군이 이렇게 된다.”

천황이 다른 네 명의 여인들에게 말했다. 능상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투명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물조차도 그녀의 의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증거였다.

“능상, 너도 곧 이렇게 될 것이다.”

백봉과 청란과 적염은 이미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현상은 더 이상 시간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의 몸은 이미 수십 번의 정액을 받아들였고, 아베 하루미는 그녀의 자궁에 특별한 주문을 새겨 넣었다.

“이제 마지막입니다.”

음양사가 주문을 외우자, 현상의 복부가 은은하게 빛났다. 그 순간, 그녀의 몸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의지가 산산조각 났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현상은 이제 더 이상 암살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빈 껍질이었다.

오다 노부마사가 마지막으로 거칠게 움직이며 정액을 그녀의 자궁 깊숙이 쏟아부었다. 현상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다가 이내 축 늘어졌다.

“끝났다.”

천황이 그녀에게서 몸을 떼며 말했다. 아베 하루미가 부채를 접었다.

“이제 네 장군이 모두 저희의 소유입니다. 폐하,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오다 노부마사는 능상을 바라보았다. 그 여제는 아직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잃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가에는 깊은 절망이 드리워져 있었다.

“능상, 너는 어찌하겠느냐? 네 장군들이 모두 내 품에 안겼다. 이제 남은 것은 너뿐이다.”

능상이 천천히 일어섰다. 그녀의 몸은 더 이상 위엄 있지 않았다. 벌거벗은 채, 피와 정액으로 더럽혀진 몸으로, 그녀는 천황 앞에 섰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내가… 직접 나서겠다.”

천황이 소리 내어 웃었다.

“좋다. 네가 직접 나서라. 네가 나를 이길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되돌려 주마.”

능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천막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녀의 발자국 소리는 무거웠지만, 그 안에는 아직 꺼지지 않은 불꽃이 숨 쉬고 있었다.

천막 안에 남은 것은 텅 빈 네 장군의 시선과, 승리감에 젖은 천황과 음양사의 웃음소리뿐이었다.

여제의 패배

잔해 사이로 불길이 타오르고, 검은 연기가 솟아올랐다. 능상은 황금 갑옷을 입고, 깨진 성문 앞에 우뚝 서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최후의 친위대가 있었다. 백여 명의 정예 병사들, 모두 여전사의 얼굴에 결의가 서려 있었다. 그녀의 손에 든 창날은 타오르는 성의 불길을 반사하며 차가운 빛을 뿜어냈다.

“나를 따르라.”

능상의 목소리는 낮고 굵었다. 백성들에게 남긴 마지막 명령이었다. 그녀는 창을 휘둘러 동영 병사들의 포위를 향해 곧장 돌진했다. 친위대도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그 뒤를 따랐다.

전장은 순간 더욱 혼란에 빠졌다. 능상의 창날은 마치 용이 춤추듯 휘몰아치며 닥치는 대로 동영 병사들을 쓰러뜨렸다. 그녀의 움직임은 빠르고 정확했으며,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한 명의 적이 넘어졌다. 그녀의 눈에는 불타는 결의가 깃들어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진정한 최후의 결전이었다.

“막아라!”

동영 장수가 고함을 질렀다. 수많은 병사들이 몰려들었지만 능상의 창날 앞에서는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그녀의 몸에서 폭발하는 황금빛 영력은 마치 신성한 불꽃처럼 하늘을 불태웠다. 일격을 휘두를 때마다 땅이 갈라지고 포위망이 점점 무너져 내렸다.

갑자기 전장이 조용해졌다. 병사들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길을 열었다. 능상은 숨을 고르고 창을 들어 앞을 향했다. 저 멀리, 한 인영이 천천히 걸어왔다. 오다 노부야사였다. 그는 화려한 전투복을 입고, 허리에 긴 검을 차고 있어 위엄이 넘쳤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약간의 기대 섞인 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드디어 친히 나서셨군요, 능상 전하.”

오다 노부야사의 목소리는 태연자약했지만 그 속에 묻힌 비꼬는 기색은 감출 수 없었다.

“오늘 반드시 네놈의 목을 베겠다.”

능상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녀의 손에 든 창날이 긴 울림을 냈다. 영력이 순식간에 폭발하자 주변의 공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해 보시지.”

오다 노부야사가 칼집에서 긴 검을 뽑았다. 두 사람의 기세가 공중에서 부딪쳤다. 능상이 먼저 움직였다. 그녀의 창날이 번개처럼 휘몰아쳤다. 속도가 너무 빨라 허공에 수십 개의 창 그림자를 남겼다. 오다 노부야사도 서둘러 검을 휘둘러 막아냈지만, 창날의 힘은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굉음이 울리고 그는 다섯 걸음이나 뒤로 밀려났다.

“크윽!”

오다 노부야사의 얼굴색이 약간 변했다. 능상의 실력이 생각보다 훨씩 강했다. 그는 더 이상 느긋하게 굴지 않고 진지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긴 검이 허공을 가르며 푸른 빛을 발했다. 두 기운이 공중에서 엉키며 천둥과 같은 굉음을 울렸다.

능상은 눈빛을 번뜩이며 상대의 창술을 따라잡았다. 그녀는 몸을 날려 곧바로 찔러 들어갔다. 창날이 오다 노부야사의 가슴을 향했다. 그는 급히 몸을 비켰지만 갑옷이 찢겼다. 따끈한 피가 흘러내렸다.

“네놈의 실력, 겨우 이 정도인가?”

능상은 비웃으며 창을 한 번 더 휘둘렀다. 오다 노부야사는 다시 몇 걸음 물러서며 공격을 피했다. 그의 눈에는 다소 놀란 기색이 스쳤다.

전장 밖, 어둠 속에 숨은 아베 하루미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그녀의 손에 든 부채가 살짝 흔들렸다. 입술 사이로 낮은 주문이 흘러나왔다.

“어둠이 깃들다, 신혼이 흔들리다, 힘이 빠지다, 정기가 흐트러지다… 이계의 법, 명하여 내리라!”

검은 연기가 아베 하루미의 손끝에서 피어올랐다. 땅 속으로 스며들어 능상의 발밑까지 잠행했다. 능상은 갑자기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체내의 영력이 통제할 수 없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치 어떤 힘에 잠식당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오다 노부야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긴 검이 일직선으로 휘둘러졌다. 검기가 허공을 가르며 능상의 가슴을 향했다. 그녀는 급히 창을 들어 막았지만 검기의 파동에 다시 몇 걸음 물러섰다. 입가에 피가 흘러내렸다.

“무슨 수를 썼지?”

능상이 노려보며 물었다. 그녀는 체내의 영력이 점점 억눌리는 것을 느꼈다. 마치 수많은 쇠사슬에 묶인 듯 움직일 때마다 엄청난 무게가 실렸다.

“여제 폐하께서는 너무 강하셨습니다. 제가 약간의 도움을 좀 드렸습니다.”

오다 노부야사의 목소리에는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그는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성벽 위로 네 개의 쇠사슬이 내려왔다. 각각 다른 여성 무장을 묶고 있었다.

백봉: 그녀의 갑옷은 찢기고, 온몸에 상처가 가득했으며, 눈은 이미 생기를 잃고 뻔뻔하게 허공만 바라보았다.

청란: 머리를 풀어헤친 모습으로, 옷자락은 너덜너덜했고, 입가에는 지울 수 없는 치욕의 얼룩이 남아 있었다.

적염: 온몸이 피투성이였으며, 고통으로 인한 경련이 있었지만 이미 목소리를 낼 힘조차 없었다.

현상: 눈을 감고 있었으나, 온몸이 불수의적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시신은 이미 인격이라는 것을 잃어버렸다.

“이것들은 모두 당신의 충신들입니다, 능상 전하.”

오다 노부야사의 목소리가 부드럽고 달콤했다. “당신은 그들이 이렇게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겁니까?”

능상의 몸이 갑자기 움찔했다. 그녀의 눈에 괴로움이 스쳤다. 이 네 명의 여성 무장은 한때 그녀와 함께 천하를 쟁패했으며, 그녀의 가장 가까운 전우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이렇게 비참한 모습으로 묶여 있었다. 그녀의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바로 이 순간, 오다 노부야사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긴 검이 번개처럼 빠르게 휘둘러졌다. 능상이 급히 창을 들어 막으려 했지만, 그녀의 반응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져 있었다. 검기가 그녀의 창을 비껴나가 곧바로 그녀의 오른팔을 베었다. 피가 솟구쳤다.

“크학!”

능상이 비명을 지르며 몇 걸음 비틀거렸다. 쇠사슬이 그녀의 몸을 묶었다. 그녀가 반항하려 할수록 더 세게 조여들었다.

“끌고 가라.”

오다 노부야사가 칼을 집어넣으며 무심한 표정으로 명령했다. 두 동영 병사가 다가와 인정사정없이 능상을 땅에 밀어 넣었다. 그녀의 몸에 있는 영력이 완전히 봉인되는 것을 느꼈다. 체내의 영력이 마치 강이 말라붙은 듯 흐르지 않았다.

“네 이놈…”

능상이 고개를 들어 오다 노부야사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이미 예전만큼 강하지 않았다.

“이제 이 말은 이전만큼 위협적이지 않군요, 능상 전하.”

오다 노부야사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곧 당신도 그 장수들처럼 될 것입니다. 자신이 누군지조차 잊어버리게 될 겁니다.”

능상은 그 말을 듣고 온몸이 떨렸다. 그녀가 말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메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마지막 한 방울의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리고 그 눈물이 마침내 떨어졌다.

전장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오직 불길만이 여전히 타오르고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이 패배의 끝을 알렸다. 건국 여제 능상은 마침내 동영의 포로가 되었다. 그녀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었으며, 곧 그녀에게 가장 비참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격 배설의 시작

진영 한가운데 넓은 광장이 의식의 장소로 변했다. 검은 비단이 깔린 제단 위에 다섯 개의 나무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고, 각 십자가에는 건국의 여장군들이 묶여 있었다. 그들의 팔과 다리는 굵은 쇠사슬로 제자리에 고정되었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져 비명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다.

오다 노부마사는 제단 위 높은 자리에 앉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의 옆에는 동양 음양사 아베 하루미가 서 있었는데, 검은 법의를 입고 손에는 비취로 만든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폐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아베 하루미가 고개를 숙여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메말랐으며, 마치 겨울철 찬 바람과 같았다.

오다 노부마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 올렸다. 병사들이 능상을 끌고 왔다. 그녀는 흰색 비단옷을 입고 있었지만, 이미 누더기가 되어 있었고, 머리는 헝클어져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녀를 제단 앞 특별히 마련된 의자에 묶어 앉혔고, 그 의자는 그녀가 모든 것을 분명히 볼 수 있는 각도에 놓여 있었다.

"건국의 여제여, 오늘은 네 장군들이 네게 마지막 교훈을 가르쳐 줄 것이다."

오다 노부마사가 능상의 귀에 속삭였다. 그의 숨결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자 그녀의 몸이 저절로 떨렸다.

아베 하루미가 제단 중앙으로 걸어 나와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법의 자락이 바람에 나부꼈다.

"인격 배설술은 신성한 의식이니라."

그의 목소리가 광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이 술법의 핵심은 극한의 고통과 모욕을 통해 피해자의 자아를 스스로 포기하게 하는 데 있다. 인간의 인격은 단단한 성과 같다. 외부의 공격으로는 무너뜨리기 어렵다. 그러나 그 성벽 안의 사람이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오게 할 수 있다면, 성은 저절로 무너질 것이다."

그는 손을 들어 다섯 장군 중 첫 번째인 백봉을 가리켰다. 백봉은 가장 강건한 여장군이었지만 지금은 십자가에 매달려 얼굴에 핏자국이 가득했다.

"이 술법을 행하는 과정은 세 단계로 나뉜다. 첫째는 육체의 절망, 둘째는 존엄의 파괴, 셋째는 자아의 포기다."

아베 하루미가 설명하며 다섯 장군 앞에 있는 제단 위에 놓인 그릇들을 가리켰다. 그 그릇들에는 각기 다른 액체가 담겨 있었다. 어떤 것은 붉은 피였고, 어떤 것은 하얀 정액이었으며, 또 어떤 것은 알 수 없는 검은 액체였다.

"오늘 우리는 이 다섯 여장군을 차례로 이 의식에 바칠 것이다."

오다 노부마사가 손뼉을 쳤다. 병사들이 백봉을 십자가에서 풀어 제단 위로 끌고 갔다. 백봉은 이를 악물고 몸부림쳤지만, 그녀의 힘은 이미 오랜 조련으로 바닥나 있었다.

아베 하루미가 제단 옆에 있는 커다란 항아리를 가리켰다. 그 항아리에는 하얀 액체가 가득 차 있었고, 누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백봉 장군, 너는 건국에서 가장 충성스러운 장수로 알려져 있다. 네가 직접 선택하게 하마. 네 주인에게 충성할 것인가, 아니면 네 자신에게 충성할 것인가?"

백봉은 입에 재갈이 물려 있어 말을 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불같은 분노가 타올랐다.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고개를 저었다.

오다 노부마사가 웃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시작하지."

병사들이 백봉의 옷을 모두 벗겼다. 그녀의 몸에는 이미 수많은 상처와 멍이 있었다. 그들은 그녀를 항아리 가장자리에 무릎 꿇리고, 그녀의 머리를 항아리 속 하얀 액체 속으로 밀어 넣었다.

능상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병사들이 그녀의 눈꺼풀을 강제로 열었고, 그녀는 그 광경을 똑바로 봐야만 했다.

백봉이 몸부림쳤다. 그녀의 손이 항아리 가장자리를 움켜쥐었고,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병사들은 그녀의 머리를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잠시 후 그녀의 손이 점차 힘을 잃었고, 몸부림도 느려졌다.

"첫 단계 완료."

아베 하루미가 무심하게 말했다.

병사들이 백봉을 끌어냈다. 그녀는 거칠게 헐떡이며 항아리 속 액체를 삼켰고, 하얀 액체가 그녀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뒤덮었다. 그녀의 눈에는 혼란이 스쳐 지나갔다.

"이제 두 번째 단계다."

아베 하루미가 손을 흔들자 병사들이 백봉을 제단 위에 놓인 긴 탁자 위에 눕혔다. 그녀의 팔과 다리를 사방으로 고정시키고,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건국의 여장군이여, 너는 많은 백성에게 존경을 받았다. 오늘 너는 그들이 네가 가장 비천한 모습을 보게 할 것이다."

오다 노부마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제단으로 걸어와 말했다.

병사들이 줄을 서서 다가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바지를 벗고 발기한 성기를 드러냈다. 첫 번째 병사가 백봉 위에 올라탔다.

백봉은 있는 힘을 다해 비명을 질렀지만, 재갈이 그 소리를 억압된 신음으로 바꿔 놓았다. 그녀의 몸이 격렬하게 떨렸고, 눈에 눈물이 맺혔다.

능상은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며 자신의 몸이 저절로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그 고통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그 비슷한 조련을 겪었기 때문이다.

병사들이 차례차례 올라탔다. 어떤 이는 그녀의 입을 사용했고, 어떤 이는 그녀의 질을 사용했으며, 또 어떤 이는 그녀의 항문을 사용했다. 백봉의 몸은 철저히 침범당했고, 그녀의 자아는 이 모욕 속에서 산산이 부서져 갔다.

그녀의 눈에서 점차 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았고, 몸도 점점 이완되었다.

아베 하루미가 지팡이로 땅을 세 번 찍었다. 갑자기 검은 연기가 제단 위를 뒤덮었고, 그 연기 속에서 백봉의 몸 위로 희미한 형체가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 형체는 그녀의 얼굴을 닮았지만, 점점 흐릿해져 마지막에는 한 줄기 연기로 변해 허공으로 흩어졌다.

"자아가 떠났다."

아베 하루미가 조용히 말했다.

백봉의 눈이 완전히 비어 버렸다. 그녀의 입가에 침이 흘러내렸고, 몸은 기계적으로 떨릴 뿐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건국의 여장군이 아니었다. 그저 텅 빈 껍질일 뿐이었다.

능상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자신이 곧 이렇게 될 것임을 알았다. 그녀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지만, 병사들이 그녀의 눈을 강제로 뜨게 했다.

"다음."

오다 노부마사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의 시선이 능상에게로 향했고, 그의 눈에는 만족감이 가득했다.

영혼의 분리

수정구 안에서 다섯 개의 영혼이 유영하고 있었다. 그들은 한때 건국의 여장군들이었고, 지금은 아베노 세이메이의 음양술에 의해 포착된 순수한 인격 파편들일 뿐이었다.

청란의 인격은 푸른 빛을 띠며 수정구 가장자리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저항을 시도했다. 백인참에 몸이 묶인 채, 그녀는 정신을 지키려 발버둥쳤지만, 음양사가 주입한 환각이 그녀의 냉철한 두뇌를 붕괴시켰다. 그녀는 자신의 계략이 하나하나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고, 부하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았으며, 결국 가장 신뢰하던 참모가 자신을 배신하는 꿈을 꾸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질 때, 그녀의 인격은 몸 밖으로 밀려나왔다.

적염은 불같은 성격대로 끝까지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수간이 준비되었다. 훈련된 거대한 개들이 그녀의 육체를 찢었지만, 그녀는 정신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외침은 점점 약해졌고, 눈의 불꽃도 꺼져갔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몸이 개들의 정액으로 가득 차서 배가 부풀었을 때, 그녀의 인격은 마치 불씨가 꺼지듯 조용히 몸 밖으로 빠져나왔다.

현상은 가장 조용했다. 암살자로서 그녀는 고통을 견디는 법을 알고 있었다. 관장과 자궁 주입의 고통 속에서도 그녀는 단 한 번도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그러나 아베노 세이메이는 그녀의 침묵이 가장 큰 저항임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특별한 주술을 준비했다. 현상의 냉정함을 꿰뚫어,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스승의 환영을 보여주며, 그 스승이 그녀 앞에서 천천히 고문당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때 비로소 현상의 눈에 눈물이 흘렀고, 그 순간 그녀의 인격은 방어를 풀고 몸 밖으로 배출되었다.

아베노 세이메이는 수정구 위로 손을 스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수정구 안의 다섯 개의 빛은 각자 다른 색깔과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그 옆에 서 있던 오다 노부마사는 손에 든 술잔을 비우며 말했다.

"이것이 그들의 혼인가? 생각보다 초라하군."

"폐하, 이는 막 추출한 순수한 영혼입니다. 아직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베노 세이메이가 고개를 숙여 말했다. "그러나 충분히 감상하실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각각의 빛깔이 그들의 본성을 나타내지요. 푸른 것은 지혜, 붉은 것은 용기, 회색은 침묵... 그리고 이 검은 것은 충성이었습니다."

"충성이었던 것이지, 이제는 없다." 오다 노부마사가 손을 들어 수정구를 가리켰다. "이제 저것들은 그냥 내 수집품일 뿐이다. 하지만 아직 하나가 남았지. 가장 중요한 그릇."

"능상 폐하께서는 특별 대우를 받고 계십니다." 아베노 세이메이가 말했다. "가장 정교한 주술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녀의 존엄은 가장 단단하니까요. 한 번에 부수면 안 됩니다. 천천히 녹여내야 합니다."

지하 감옥의 가장 깊은 곳, 능상은 홀로 갇혀 있었다. 다른 장군들과 달리, 그녀는 고립된 상태에서 더 길고 정교한 조련을 받았다. 벽에는 그녀가 한때 통치했던 건국의 풍경이 그려져 있었지만, 이제 그것들은 모두 왜곡된 형태로 재현되어 그녀를 조롱하고 있었다.

첫날, 그녀는 집단 성교를 당했다. 열 명의 남자들이 번갈아 그녀의 몸을 사용했다. 능상은 치아를 악물고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여제의 위엄이 남아 있었다.

둘째 날, 수간이 시작되었다. 훈련된 말과 개들이 그녀의 몸에 올랐다. 능상은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지만, 그것은 고통 때문이 아니라 모욕감 때문이었다.

셋째 날, 관장이 시작되었다. 끓는 듯한 액체가 그녀의 창자에 주입되고, 다시 빼내졌다. 그녀의 배는 부풀었다가 꺼지기를 반복했다.

넷째 날, 자궁에 정액이 주입되었다. 그녀의 자궁이 부풀어 오를 때까지 계속되었다. 능상은 의식을 잃었지만, 다시 깨어났을 때 또 다른 남자들이 그녀의 위에 올라타 있었다.

열흘이 지났다. 능상의 육체는 이미 지쳤지만, 그녀의 눈에는 아직도 빛이 남아 있었다. 그때 오다 노부마사가 직접 등장했다.

"여제 폐하, 안녕하십니까?" 그는 능상 앞에 앉아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당신의 장군들은 모두 항복했습니다. 그들의 영혼은 지금 내 손안에 있소."

능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입술은 부르터서 말을 할 수 없었다.

"당신은 아직도 버티고 있군요." 오다 노부마사가 그녀의 턱을 잡아 강제로 쳐다보게 했다. "좋습니다. 나는 당신이 부러지기를 기다릴 시간이 충분하오."

그는 주변의 병사들에게 손짓했다. 그들은 능상을 네 발로 엎드리게 하고, 그녀의 등 위에 침대를 놓았다. 오다 노부마사는 그 위에 누워, 능상이 자신의 침대가 되도록 했다.

"이제부터 당신은 나의 침대다. 내가 잠들 때까지 움직이지 마라." 그녀의 등에 있는 몸무게가 능상의 허리를 짓눌렀다.

오다 노부마사는 잠들지 않았다. 대신, 그는 능상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당신의 나라는 내 것이다. 당신의 국민들은 내 신하다. 당신의 장군들은 내 장난감이다. 그리고 당신은, 여제 폐하, 지금 내 침대일 뿐이다."

능상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직도 부러지지 않았군." 오다 노부마사가 웃었다. "하지만 나는 인내심이 많소. 당신은 매일 내 침대가 될 것이고, 나는 매일 당신에게 당신이 누구인지 상기시켜 줄 것이오."

그날 밤, 능상은 등을 받치고 땅을 기어야 했다. 그녀의 무릎은 피부가 벗겨져 뼈가 드러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만약 멈추면, 오다 노부마사가 채찍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때렸다.

다음날 아침, 능상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었다. 그녀의 몸은 상처투성이였고, 입에서는 거품이 흘러나왔다. 오다 노부마사는 그녀를 깨우라고 명령했다. 찬물이 그녀의 얼굴에 뿌려졌고, 능상은 가까스로 눈을 떴다.

"아직 끝나지 않았소, 여제 폐하." 오다 노부마사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강제로 앉혔다. "당신은 오늘도 내 침대가 되어야 하오."

그렇게 날마다, 밤마다 반복되었다. 능상의 몸은 점점 쇠약해졌고, 그녀의 눈은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 그녀의 인격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그날, 아베노 세이메이가 감옥에 찾아왔다. 그는 능상 앞에 수정구를 놓았다. 그 안에서 다섯 개의 빛이 유영했다.

"보십시오, 여제 폐하." 그가 말했다. "당신의 장군들입니다. 그들은 모두 항복했습니다. 당신의 충신들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제 당신만 남았습니다."

능상은 수정구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서 청란의 푸른 빛이 희미하게 깜빡이고, 적염의 붉은 빛이 꺼져가고, 현상의 회색 빛이 정지해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

그날 밤, 오다 노부마사가 다시 나타났다. 그는 능상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말했다.

"당신은 더 이상 여제가 아니다. 당신은 내 것이다. 나의 침대, 나의 변기, 나의 장난감일 뿐이다."

능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완전히 비어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침이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그것조차 닦지 않았다.

오다 노부마사가 그녀의 몸을 또 한 번 사용했다. 그리고 그녀의 등 위에 다시 누워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아베노 세이메이가 능상의 인격을 검사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완전히 배출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 문제일 뿐입니다."

"얼마나 걸리겠소?" 오다 노부마사가 물었다.

"아마 일주일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나 더 오래 지속시킬 수도 있습니다. 여제의 인격은 매우 단단하니까요."

"좋소. 그녀가 완전히 부러질 때까지 계속하시오. 나는 그녀가 내 발아래 완전히 굴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소."

일주일 후, 능상은 마지막 조련을 받았다. 그녀의 몸은 완전히 망가졌고, 그녀의 정신은 거의 소멸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인격은 아직도 조금 남아 있었다.

아베노 세이메이가 주문을 외우자, 능상의 몸에서 마지막 빛이 빠져나왔다. 그것은 희미하고 깨지기 쉬운 황금빛이었다. 수정구 속으로 빨려 들어간 그 빛은 다른 다섯 개의 빛과 섞여 한 덩어리가 되었다.

오다 노부마사가 수정구를 들어 올려 바라보았다. 여섯 개의 빛이 조화롭게 유영하고 있었다.

"마침내 완성되었군." 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건국의 여제와 그녀의 장군들, 이제 모두 내 수집품이다."

빈 껍질만 남은 능상의 몸은 땅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열려 있었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베노 세이메이가 수정구를 받아 안으며 말했다. "폐하, 이 여섯 개의 인격은 가장 귀한 수집품이 될 것입니다. 그들의 본성은 완전히 보존되었으니, 필요에 따라 새로운 육체에 주입할 수도 있습니다."

"좋소. 하지만 지금은 그냥 감상이나 하겠소." 오다 노부마사가 수정구를 돌려보며 말했다. "여섯 개의 빛이 각자 다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소?"

"그렇습니다, 폐하. 각각의 빛이 그들의 본성을 나타냅니다. 황금색은 여제의 존엄, 푸른색은 지혜, 붉은색은 용기, 회색은 침묵, 검은색은 충성, 백색은 결의였습니다. 이제 그것들은 모두 폐하의 것이 되었습니다."

오다 노부마사가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지하 감옥의 벽에 울려 퍼졌고, 그 옆에는 빈 껍질만 남은 여섯 여인의 몸이 널브러져 있었다. 여섯 개의 영혼이 한 개의 수정구 속에 봉인되어, 소멸한 인격의 마지막 유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