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연의 응시
## 제1장: 여제의 황혼
황혼이 내려앉은 건국 조정.
대전의 기둥마다 붉은 등불이 희미하게 타올랐다. 그 불빛은 한때 이 나라를 찬란히 비추던 여제의 얼굴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다. 능상은 옥좌에 앉아 있었다. 몸을 감싼 자색 예복은 여전히 화려했지만, 그 아래의 육체는 더 이상 젊지 않았다.
"폐하."
대전 중앙에 선 여장군 백봉이 무릎을 꿇고 주먹을 쥐었다. 갑옷 위로 흘러내린 흰 머리카락이 촛불에 반짝였다.
"동영의 대군이 북쪽 국경을 넘었습니다. 이미 세 개의 성이 함락되었고, 백성들은 남쪽으로 도망치고 있습니다."
능상의 손가락이 옥좌 팔걸이를 스쳤다. 차가운 옥의 촉감이 손끝을 파고들었다.
"청란, 그대의 의견은?"
여제의 시선이 조금 아래쪽의 여장군에게 향했다. 청란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였다.
"폐하, 동영의 군세는 막강합니다. 신은 잠시 후퇴하여 전열을 정비한 후에..."
"후퇈?"
백봉이 몸을 일으키며 날카로운 목소리를 냈다.
"적이 왔는데 도망치자고? 그게 건국 제일의 지모 장수가 할 말이냐?"
"백봉, 그대는 전투만 알 뿐이다."
청란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깊은 피로가 어려 있었다.
"동영 천황 오다 노부야사는 무력만으로 정복한 자가 아니다. 그는 이미 주변 다섯 나라를 멸망시켰고, 그 왕과 장군들은 모두..."
"모두 무엇이 되었는데?"
적염이 끼어들었다. 그녀의 붉은 갑옷이 촛불에 타오르는 듯했다.
"듣자하니, 그들은 모두 천황의 노예가 되었다더군."
현상이 조용히 말했다. 그녀는 어둠 속에 서서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인격을 빼앗기고, 의지를 잃고, 텅 빈 껍데기만 남았다고 한다."
대전에 침묵이 흘렀다.
능상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발걸음이 옥좌 아래로 내려왔다. 예복의 자락이 대리석 바닥을 끌었다.
"나는 친히 정벌에 나서겠다."
"폐하!"
네 명의 여장군이 동시에 외쳤다.
"안 됩니다, 폐하. 폐하께서 몸을 친히 하실 일이 아닙니다." 백봉이 앞으로 나섰다.
"나라가 위급한데, 나는 어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겠느냐?"
능상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한 시대를 지배했던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
"백봉, 청란, 적염, 현상. 명을 받들라. 내일 새벽, 북쪽으로 출정한다."
---
동영 군영. 장막 안에는 어둠이 깔려 있었다. 촛불 하나 없이, 오직 달빛만이 천장의 틈새로 스며들었다.
오다 노부야사는 호랑이 가죽 위에 앉아 있었다. 그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빛나고 있었다. 그 앞에는 흰 옷을 입은 음양사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아베 하루미, 준비는 되었느냐?"
"예, 폐하."
하루미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동자는 검은 안개처럼 흐릿했다.
"건국의 네 여장군과 여제, 그들의 영혼은 강합니다. 그러나 인격은 분리될 수 있습니다."
"얼마나 걸리느냐?"
"각각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강한 자는 오래 견디고, 약한 자는..."
하루미가 입가를 살짝 올렸다.
"곧 무너집니다."
노부야사가 일어났다. 그의 키는 장대했고, 어깨는 넓었다. 그가 걸을 때마다 땅이 울렸다.
"여제 능상. 그녀는 한때 이 땅을 통일했다고 들었다. 그 고고함이 얼마나 오래갈지 궁금하구나."
"폐하께서 원하신다면, 그녀의 존엄은 이 전쟁이 끝나기 전에 사라질 것입니다."
"좋다."
노부야사가 장막 밖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건국의 성벽이 달빛에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다.
"내일, 그들의 자존심을 산산조각내주마."
---
새벽 안개가 전장을 덮었다.
건국의 군대는 북쪽 평원에 진을 쳤다. 깃발이 바람에 나부꼈고, 말들의 콧김이 흰 증기가 되어 피어올랐다.
백봉은 선두에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장창이 들려 있었고, 갑옷 위로는 전투의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적이다."
현상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동영의 선봉이 다가오고 있다. 기병 천, 보병 삼천."
"적군의 장수는?"
"아베 하루미의 제자 중 하나라고 한다. 이름은..."
현상이 잠시 멈추었다.
"후지와라 노 카게토모. 음양술을 사용한다고 전해진다."
"음양술 따위."
백봉이 장창을 휘둘렀다.
"검 앞에서는 모두 무용지물이다."
그녀가 말을 채찍질했다. 백마가 안개를 가르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전장의 중앙.
백봉은 동영의 선봉과 마주 섰다. 카게토모는 검은 갑옷을 입고 있었고, 얼굴은 은빛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다.
"건국의 여장군, 백봉."
카게토모의 목소리는 가면 너머로 메아리쳤다.
"네 실력은 익히 들었다. 하지만 오늘, 네 의지는 내 손에 무너질 것이다."
"헛소리!"
백봉이 말을 달리며 장창을 내질렀다. 창날이 카게토모의 목을 향했다.
그러나 순간, 카게토모의 몸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환영?"
백봉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뒤에서 검기가 스쳤다.
"크윽!"
그녀의 갑옷이 베였다. 피가 흘러내렸지만, 백봉은 이를 악물었다.
"이런 술책이..."
"술책이 아니다."
카게토모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이것은 법술이다. 네가 아무리 강해도, 법의 앞에서는 무력할 뿐이다."
백봉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안개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물러서지 않는다."
그녀가 장창을 땅에 꽂았다.
"나는 건국의 방패다. 물러서는 법은 없다."
안개 속에서 카게토모의 형체가 다시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검은 부적이 들려 있었다.
"그럼, 네 의지를 시험해보자."
부적이 허공에 던져졌다.
백봉의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게..."
그녀의 의식이 안개처럼 흩어지려 했다.
"안 돼!"
백봉이 장창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창대에 박혔다. 피가 흘렀다.
그 고통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카게토모가 고개를 갸웃했다.
"흥, 예상보다 강하군. 하지만..."
그의 손가락 사이로 또 다른 부적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어떨까?"
백봉이 눈을 부릅떴다. 그녀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멀리, 건국 군영에서.
청란이 망원경을 내렸다.
"백봉이 위험하다. 지원을 보내야 한다."
"안 된다."
능상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저것이 적이 원하는 것이다. 우리가 나누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폐하..."
"기다려라."
능상이 말을 탔다. 그녀의 눈에는 어둠이 깔려 있었다.
"내가 직접 나서겠다."
"폐하!"
적염과 현상이 동시에 외쳤다.
"그러나 폐하께서..."
"나는 여제다."
능상이 고삐를 잡았다.
"내 백성을 지키는 것이 나의 의무다. 만약 내가 무너진다면... 그것도 운명이다."
그녀가 말을 채찍질했다.
황혼의 빛이 그녀의 등을 비추고 있었다.
그것은 여제의 마지막 질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