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봉은 어두컴컴한 조폭 거점의 지하실에서 두목의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형광등 불빛이 깜빡거리는 좁은 공간은 담배 연기와 땀 냄새로 가득했다. 벽에 기대어 서 있는 그의 눈빛은 차갑고 계산적이었다.
"이번 주 안으로 세 명을 찾아라."
두목이 탁자 위에 놓인 사진들을 밀어냈다. 사진 속에는 예쁘장한 여성들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 진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진들을 집어 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사진 가장자리를 스치는 순간, 미세한 떨림이 전해져 왔다.
"조건은?"
"스물 안팎, 외모 출중, 그리고 가족 관계가 단절된 쪽이 좋다. 수틀리면 덮기 쉬우니까."
두목의 말에 진봉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는 이미 몇 번이나 이런 임무를 수행해 왔다. 매번 똑같았다. 목표를 물색하고, 접근하고, 납치하고, 조련하는 패턴의 반복.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쾌감은 언제나 새로웠다.
저녁이 되자 진봉은 나이트클럽으로 향했다. 클럽 입구에는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진봉은 단속반의 눈을 피해 뒷문으로 들어갔다. 클럽 내부는 시끄러운 음악과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욕망에 취해 몸을 흔들고 있었다.
진봉은 바에 앉아 칵테일을 주문했다. 그의 눈은 마치 사냥감을 찾는 맹수처럼 클럽 안을 훑었다. 그러다 한 여성이 눈에 띄었다. 스물두 살쯤 되어 보이는 그녀는 혼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미 몇 잔을 마신 듯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진봉은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걸음걸이는 마치 고양이처럼 부드럽고 조용했다.
"혼자예요?"
여성이 고개를 들어 진봉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빚은 이미 흐릿해져 있었다.
"네... 친구가 약속을 취소해서요."
"같이 한잔할래요? 나도 혼자라서 심심했거든요."
진봉은 가장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마치 사람을 최면에 빠뜨리는 듯한 마법이 깃들어 있었다. 여성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술자리가 이어졌다. 진봉은 능숙한 화술로 여성의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름은 은지였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이라고 했다. 부모님은 지방에 계시고, 서울에서는 혼자 자취 중이었다. 진봉의 귀에는 이 모든 정보가 아주 소중한 데이터로 기록되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은지는 이미 정신을 잃을 정도로 취해 있었다. 진봉은 그녀의 잔에 몰래 약을 타 넣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은지의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어지러워요..."
은지가 중얼거렸다. 진봉은 그녀를 부축하며 일으켰다. 다른 손님들은 이미 제법 취한 여성을 누군가가 데려가는 모습을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경비원도 진봉을 아는 체하며 길을 비켜줬다.
클럽 뒷문으로 나오자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진봉은 은지를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석에 올랐다. 엔진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지는 가운데 차는 어둠 속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도시 외곽에 위치한 낡은 창고 건물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버려진 건물처럼 보였지만, 지하에는 완벽하게 갖춰진 조교실이 숨겨져 있었다. 진봉이 은지를 안고 지하로 내려갔다. 철문이 굉음을 내며 열리자 형광등 불빛이 차가운 복도를 비췄다.
"자, 이제 네 새로운 집이야."
진봉이 은지를 소파에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그는 구석에 있는 캐비닛을 열고 여러 도구들을 꺼냈다. 가죽 끈, 재갈, 전기 충격기, 그리고 여러 가지 약병들. 그의 손길은 마치 예술가가 붓을 다루듯 섬세했다.
은지가 천천히 눈을 떴다. 처음에는 어디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점점 현실을 깨달아 가는 듯 그녀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여... 여긴 어디예요? 왜 나를 여기에..."
진봉은 대답 없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의 손에는 얇은 가죽 끈이 들려 있었다. 그는 천천히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는 자비라는 것이 전혀 없었다.
"조용히 해. 지금부터 너는 내 규칙을 배워야 해."
진봉은 은지의 손목을 잡아 끈으로 묶기 시작했다. 은지가 몸부림쳤지만, 이미 약기운이 남아 있어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었다.
"이건 처음이지? 곧 익숙해질 거야."
진봉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그의 눈에는 통제에 대한 강한 욕망이 번뜩이고 있었다. 은지가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지만, 진봉의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애원이 더 큰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진봉은 은지의 턱을 잡고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눈에는 공포와 혼란이 가득 차 있었다. 바로 그 눈빛이 진봉을 흥분시켰다.
"오늘이 네 인생의 첫날이야. 잘 기억해 둬."
철문이 굉음을 내며 닫혔다. 지하 조교실에는 은지의 흐느끼는 소리만이 메아리쳤다. 진봉은 그 소리를 음미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이 여성을 어떻게 조련할지에 대한 완벽한 시나리오가 그려져 있었다.
이번 주 안에 세 명. 첫 번째는 순조로웠다. 나머지 두 명도 이번 주 안에 채울 계획이었다. 진봉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연기가 천장을 향해 피어올랐다. 그는 이번 임무가 생각보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지하 조교실의 시계는 밤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진봉의 사냥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