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쉐야오의 손목을 감싼 수갑이 차가운 금속 특유의 냄새를 풍겼다. 눈을 가린 검은 천이 단단히 조여져 형체 없는 어둠이 그녀를 압박했다. 차량의 엔진 소음이 멈추고, 그녀는 누군가의 거친 손길에 끌려 차에서 내려졌다. 비릿한 바다 내음과 뒤섞인 낯선 이국의 냄새가 그녀의 코를 찔렀다.
“여기가 어디야? 대체 왜 나를 이러는 거야?”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밀려서 앞으로 걸어가야 했다. 비좁은 골목길, 발밑의 아스팔트는 끈적거렸고, 곳곳에서 들리는 낯선 일본어와 술 냄새, 담배 연기, 그리고 찌든 땀 냄새가 뒤섞여 그녀의 위를 뒤집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발이 멈춰 섰고, 누군가가 수갑을 풀고 눈가리개를 벗겼다. 형광등 불빛이 눈부셨다. 린쉐야오는 눈을 찡그리며 앞을 바라보았다. 좁은 복도, 퀴퀴한 융단, 벽면에는 야한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그 끝에 있는 문이 열렸다.
“들어가.”
야쿠자 특유의 억센 말투였다. 그녀는 떨리는 다리로 문턱을 넘었다. 방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침대, 화장대, 그리고 낡은 소파. 저편 창가에 기대어 서 있는 여자가 담배를 끄며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삼십 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자, 삐뚤삐뚤 빨간 립스틱과 가느다란 눈썹, 그리고 차가운 눈빛이었다.
“메이링이에요. 앞으로 네 담당이야.”
여자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린쉐야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메이링이 소파에 털썩 앉으며 손가락으로 반대쪽을 가리켰다.
“앉아.”
린쉐야오는 멍하니 서 있었다. 메이링이 한숨을 쉬었다.
“너 여기 온 이유는 알아? 네 아버지 회사 망했어. 빚이 얼만지 아니? 네가 평생 일해도 못 갚을 금액이야. 그런데 야마모토 씨가 기회를 준 거야. 너희 집 빚을 대신 갚아주는 조건으로 말이지.”
“빚?”
린쉐야오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아버지가 그런 말씀을...”
“네 아버지, 지금 구치소에 있어. 영문도 모르고? 네가 이 자리에서 버티면 네 가족 보호해준다는 약속이 있었어. 하지만 네가 순순히 따르지 않으면...”
메이링이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침묵했다. 린쉐야오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난 여기서 빠져나갈 거야. 어떻게든.”
그녀의 말에 메이링이 피식 웃었다.
“처음 오는 애들은 다 그래. 그런데 현실은 냉혹해. 이 구역에서 도망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특히 야마모토 씨한테 잡혀온 이상은.”
메이링이 일어나서 찬장에서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서비스 절차야. 잘 읽어봐.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야.”
린쉐야오는 그 서류를 받아 들었다. 손이 떨렸다. 종이 위에는 뻔뻔스러운 규칙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손님 응대 요령', '서비스 순서', '위반 시 패널티'. 그녀는 서류를 구겨서 바닥에 던졌다.
“말도 안 돼. 이런 걸 어떻게...”
“네 자유 의지가 아니라는 건 알아. 하지만 네 가족 생각해봐. 야마모토 씨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너만 순순히 따른다면.”
린쉐야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았다. 메이링이 다가와서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
“시간은 많지 않아. 내일 첫 손님이 올 거야. 네 선택을 해.”
그 말을 남기고 메이링이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고, 린쉐야오는 혼자 남았다. 그녀는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을 느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음 날. 야마모토 켄이치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자, 눈빛은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그는 손에 든 지팡이로 린쉐야오의 얼굴을 살짝 들어 올렸다.
“린가의 딸이군. 예쁘군. 그런데 성격이 쎄다는 소문이 들리더군.”
린쉐야오는 눈을 피하지 않고 그를 노려보았다.
“당장 나를 풀어줘. 그러지 않으면...”
“그러지 않으면 어쩔 건데?”
야마모토가 피식 웃었다. 그의 웃음은 음흉하고 냉소적이었다.
“네 아버지, 구치소에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얘기가 들리더군. 너 순순히 따른다면 의료 지원을 해줄 수도 있어. 하지만 거부한다면, 아마 다음 소식은 형장의 이슬이 될지도 몰라.”
린쉐야오의 온몸이 굳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이 풀렸다.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제발... 아버지만 살려주세요. 제가 뭐든지 할게요.”
그 말이 입술에서 나오는 순간, 그녀의 자존심이 산산조각 났다. 야마모토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지팡이를 거뒀다.
“잘 생각했어. 그럼 오늘부터 네 서비스가 시작이다. 첫 손님은 천 사장님이야. 잘 받들어 모셔.”
린쉐야오는 고개를 숙였다.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졌지만,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점점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밤이 깊어졌다. 호화 요트 위, 샴페인과 웃음소리가 흩날렸다. 린쉐야오는 짧은 드레스를 입고 손님들 사이를 맴돌았다. 천 사장은 배부른 돼지 같은 모습으로 그녀를 유심히 살폈다.
“네가 새로 왔다는 그 아가씨구나. 자, 와서 술 한 잔 따라라.”
린쉐야오는 떨리는 손으로 샴페인을 따라주었다. 천 사장이 그녀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손이 왜 이렇게 떨리냐? 긴장됐나?”
린쉐야오는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천 사장이 술잔을 비우고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밤이 길어. 내가 제대로 가르쳐 줄게.”
린쉐야오는 자신의 몸이 마치 남의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싸울 힘이 없었다. 그저 기계처럼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며칠 후, 잭이라는 흑인 손님이 도비타 신치를 찾았다. 그는 버니걸 술집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며 린쉐야오를 일으켜 세웠다.
“이봐, 아가씨. 니 문신 하나도 없잖아? 나랑 스페이드 문신 한 번 새겨볼래?”
린쉐야오는 그의 알코올 냄새에 질식할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지만, 잭은 이미 문신 기계를 꺼내 들었다.
“야마모토한테 이미 허락받았어. 오늘은 네가 내 작품이 될 거야.”
바늘이 살을 파고들었다. 뜨거운 통증이 전신을 휘감았다. 린쉐야오는 비명을 참으며 손가락을 꽉 쥐었다. 잭은 코웃음을 치며 문신을 새겼다.
“잘 어울리는군. 스페이드 에이스, 바로 너야.”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어깨에는 새까만 스페이드 문신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 문양은 그녀의 굴욕과 타락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밤마다 린쉐야오는 끊임없이 일했다. 그녀는 점점 무감각해져 갔다. 처음에는 울었지만, 이제는 울지도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점점 기계처럼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메이링이 가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점점 익숙해지고 있구나.”
린쉐야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다음 손님을 기다렸다. 그녀의 눈에는 이미 빛이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이제 자존심 같은 건 버렸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복종뿐이었다.
하루는 야마모토가 그녀를 다시 불렀다.
“잘하고 있군. 네 가족은 안전하다. 앞으로도 이대로만 하면 돼.”
린쉐야오는 무릎을 꿇고 그의 구두를 닦아주었다. 그녀는 더 이상 부끄러움도 없었다. 그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육체일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야마모토 씨.”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인형처럼 텅 비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