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운제국 깊숙한 곳, 어둠이 빛을 집어삼킨 동굴 속. 샤오옌은 검은 독액이 흘러내리는 벽면을 따라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공기 중에는 썩은 냄새와 함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그 비명은 그에게 너무나 익숙했다. 바로 소의선의 목소리였다.
“의선! 의선, 어디 있어?”
그의 목소리는 동굴 벽에 부딪혀 메아리쳤지만, 대답은 고통에 찬 신음뿐이었다. 샤오옌은 이를 악물고 더 깊은 곳으로 달려갔다. 발밑의 독액이 신발 바닥을 녹이기 시작했지만, 그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비명은 더 선명해졌다. 마치 누군가가 산 채로 가죽을 벗겨지는 듯한 소리였다. 샤오옌의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손에 쥔 이화가 희미하게 빛을 발하며 좁은 길을 비췄다. 그 빛이 닿은 곳마다 검은 독액이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드디어 동굴의 끝,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바닥에는 검은 독액이 웅덩이처럼 고여 있었고, 중앙에는 한 인간이 웅크리고 있었다.
소의선이었다.
“의선!”
샤오옌이 달려가려던 순간, 그녀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녀의 얼굴은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눈에는 공포와 절망이 가득했다.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오지 마... 오지 말아 줘...”
“무슨 소리야! 내가 널 구할 거야!”
샤오옌은 그녀에게로 달려가려 했지만, 이내 발걸음을 멈췄다. 소의선의 하체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다리, 한때 아름답고 곧았던 다리가 검은색으로 물들며 피부가 갈라지고 그 틈새로 비늘이 돋아나고 있었다.
“아아아아!”
소의선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다리가 아래로 축 처지며 긴 뱀의 꼬리로 변해갔다. 검은 비늘이 반짝이고 있었고, 꼬리 끝에는 날카로운 침이 돋아나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샤오옌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이화를 떠올리며 손바닥에 힘을 모았다. 붉은 기운이 그의 손을 감쌌다.
“의선, 내가 막을게! 버텨!”
그가 이화를 그녀에게 내리치려는 순간, 소의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는 그녀의 눈동자가 새파랗게 변해 있었고, 눈꺼풀 가장자리에는 검은 비늘이 돋아나고 있었다.
“하지 마... 나를 건드리지 마...”
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마치 뱀이 내는 쉿쉿거리는 소리와 뒤섞여 있었다. 샤오옌의 손이 떨렸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이화를 그녀에게 박아 넣었다.
붉은 기운이 소의선의 몸을 감쌌다. 하지만 그 순간, 검은 독액이 그녀의 몸 안에서 폭발하듯 솟아올랐다. 이화의 기운이 독성과 충돌하며 공간이 진동했다. 샤오옌은 그 충격에 몇 걸음 뒤로 밀려났다.
소의선이 아프게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그녀의 꼬리가 바닥을 세게 내리쳤고, 주변의 독액이 튀어 올랐다. 샤오옌은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그녀의 변이는 통제 불능 상태였다.
그녀의 상체는 여전히 사람 모양이었지만, 팔에는 검은 비늘이 돋아나고 있었고, 손가락 사이에는 얇은 막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혀는 길게 늘어나 갈라져 있었고, 이빨은 날카로운 송곳니로 변해 있었다.
“안 돼... 안 돼...”
소의선이 자신의 변화된 손을 바라보며 절규했다. 그 눈에는 생생한 공포와 수치심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이 모습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몸은 스스로의 의지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변해갔다.
샤오옌은 다시 이화를 집중하며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그의 발이 검은 독액에 닿자, 독액이 그의 다리를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독성인가? 그의 몸이 저리며 힘이 빠져들었다.
“오지 마! 널 해칠 거야!”
소의선이 고개를 들며 외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뱀의 울음소리와 같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 눈물조차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샤오옌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독액을 뚫고 그녀에게로 걸어갔다. 그의 다리가 저리며 감각이 사라져갔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의선, 내가 여기 있어. 널 혼자 두지 않을 거야.”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확고한 결의가 있었다. 소의선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꼬리가 다시 한 번 바닥을 치며 독액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넌 이걸 막을 수 없어... 나는 이제...”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몸이 다시 한 번 심하게 경련했다. 이번에는 그녀의 상체마저 변화하기 시작했다. 피부가 갈라지고, 그 틈새로 반짝이는 비늘이 돋아났다.
샤오옌은 절망감에 휩싸였다. 그의 이화는 소용없었다. 그는 무력하게 그녀의 변화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동굴 안에는 그녀의 비명이 울려 퍼졌고, 검은 독액이 점점 더 많은 공간을 잠식해갔다.
그 순간, 소의선이 마지막 힘을 짜내어 외쳤다.
“샤오옌... 나를... 떠나줘...”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몸이 완전히 뱀의 형태로 변모했다. 거대한 검은 뱀이 동굴 중앙에 웅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뱀의 얼굴에는 여전히 소의선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눈에는 인간의 슬픔이 담겨 있었고, 입가에는 고통의 미소가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샤오옌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지만, 그는 그것을 닦지 않았다.
“난 널 떠나지 않아. 절대.”
그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안에는 불굴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동굴 안은 침묵에 휩싸였다. 검은 독액이 조용히 흐르고, 거대한 뱀이 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 위로, 샤오옌의 붉은 이화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