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묵염이 천현문 외문에 첫발을 들인 날, 하늘은 유난히도 맑았다. 산문 앞 백옥 석주에는 새겨진 용트림이 살아 움직이는 듯 했고, 문파 제자들은 각자 분주히 움직이며 한낮의 고요를 깨고 있었다. 그녀는 범인 신분이라 수련이 전혀 없었기에, 잡역부에 배치되어 낙엽을 쓸고 정원을 다듬는 허드렛일을 맡았다. 하지만 그 절세의 미모는 숨길 수 없어, 붉은 입술과 하얀 이를 스치는 바람결에 긴 머리가 흩날리자, 지나는 모든 이가 걸음을 멈추고 눈을 떼지 못했다.
“저게 바로 새로 온 잡역인가? 어찌 이리 아름다운지……”
“범인 주제에 무슨 복인가, 저 얼굴만으로도 종문을 뒤흔들겠네.”
수군거림이 귀에 거슬렸지만, 진묵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숙여 빗자루를 잡고 천천히 마당을 쓸며, 눈동자만 슬쩍 들어 대전 높은 곳을 향했다. 그곳에는 천현문의 성주인 소청의가 앉아 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소청의는 수련이 통천의 경지에 이른 고수였다. 냉오한 표정은 마치 만년 한빙처럼 누구도 가까이하기 어려웠다. 오늘은 종문 대전에서 열린 회의를 주재하느라, 흰 옷자락이 바람에 펄럭이고 옥관이 머리를 감싸, 마치 신선이 내려온 듯했다. 그 곁에는 성녀 유여연이 시중들고 있었다. 유여연은 나이 어리지만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 이미 진경 초기를 돌파했다. 그녀는 사부의 뒤에 서서 상아 부채를 들고 조용히 시중들며, 눈에는 존경과 경계가 섞여 있었다.
“여연아, 차를 따라라.”
소청의가 음성을 낮추어 명령했다. 유여연은 공손히 응답하고는 옥호를 들어 차를 따랐다. 찻물이 잔에 넘칠 듯 차오르자, 그녀는 살며시 멈추었다. 두 사람의 위엄은 감히 넘볼 수 없었고, 대전 안의 제자들은 숨소리조차 죽였다.
진묵염은 마당 한쪽에서 이 모든 것을 눈여겨보았다. 그녀는 소청의의 냉엄함과 유여연의 경직된 태도가 은근히 흥미로웠다.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고는 다시 빗자루를 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청의가 회의를 마치고 대전에서 나왔다. 유여연이 그 뒤를 따르며 상아 부채를 부드럽게 부쳤다. 진묵염이 일부러 그들이 지나갈 길목으로 다가가다가, 몸을 비스듬히 기울여 중심을 잃고 땅에 넘어졌다. 바구니에 담긴 낙엽이 흩어지며, 그녀의 옷자락이 시멘트 바닥에 스쳤다.
“앗!”
진묵염이 가볍게 외치며 일어서려 했지만, 마치 다친 듯 보였다. 소청의가 발걸음을 멈추고 눈을 내리깔아 그녀를 보았다. 그 광경에, 그녀가 바로 아까 제자들이 수군거리던 그 범인 여자임을 알아보았다.
“일어나라.”
소청의가 손을 내밀었다. 그 손가락은 가늘고 길었고, 피부에는 영기가 감돌았다. 진묵염이 머뭇거리다가 그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의 손이 닿는 순간, 진묵염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소청의의 마음을 흔들었다. 심장이 한 박자 빨리 뛰었다.
‘이상하다…… 어찌 내가 범인에게 이끌리다니.’
소청의가 재빨리 손을 놓고,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조심해라.” 말을 마치고는 곧장 걸어갔다. 유여연이 사부의 뒤를 따르며 고개를 돌려 진묵염을 한 번 더 훑어보았다. 그 눈빛에는 호기심이 스쳤다.
그날 저녁, 유여연이 은밀히 사람을 보내 진묵염을 그녀의 거처로 불렀다. 객청 안에는 등불이 희미하게 깜박이고, 유여연은 주좌에 앉아 상아 부채를 가볍게 두드렸다.
“네가 바로 진묵염이냐?”
“네, 성녀 전하.”
진묵염이 몸을 굽혀 인사하며, 고개를 들자 그 미모가 유여연의 눈을 멀게 했다. 마음속으로는 이 범인 여자가 무슨 재주로 사부의 눈길을 끌었는지 궁금했다.
“듣자하니 너는 수련이 전혀 없다면서? 어떻게 천현문에 들어오게 되었느냐?”
“운이 좋았습니다. 제가 길에서 우연히 한 외문 장로를 만나 도움을 드렸고, 그 인연으로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진묵염이 얼굴을 붉히며 답했다. 그 음성은 부드럽고 달콤해,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여연은 그 모습을 보며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
“흠, 범인이 이 문파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나를 잘 섬기면, 만일의 경우에 내가 한마디 해줄 수도 있겠다.”
그 말에 진묵염이 고개를 들어 유여연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눈에는 의도적인 웃음을 띠며 가볍게 말했다.
“성녀 전하의 말씀에 제가 영광입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저에게 어떤 봉사를 원하십니까? 저는 등이라도 밀어드릴까요?”
이 말에 유여연의 얼굴이 순간 새빨개졌다. 분노와 부끄러움이 뒤섞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례하다! 누가 네게 그런 말을 하라고 했느냐?”
하지만 진묵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성녀 전하.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전하께서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유여연은 분노를 억누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이 범인 여자가 대담하지만, 어쩐지 벌하기가 망설여졌다. 그 미소가 왠지 모르게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 한 번만 넘어가마. 물러가거라.”
“네, 감사합니다, 성녀 전하.”
진묵염이 물러나며 문을 닫을 때, 그 눈에는 희미한 승리의 빛이 스쳤다. 그녀는 번뜩이는 머리를 굴리며 계획을 세웠다. 다음 날, 외문 잡역의 편리를 이용해 소청의의 침궁 밖에 이향화를 심었다. 이향화는 밤에 피어나는 꽃으로, 향기가 은근히 퍼져 사람을 잠들지 못하게 한다.
과연 그날 밤, 소청의는 침궁에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향화의 향이 방 안에 가득 차, 마치 손가락으로 혈을 짚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고 일어나 옥배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달빛은 은빛 물결처럼 땅에 쏟아지고, 깊은 밤의 고요가 모든 것을 감쌌다.
그때, 어디선가 거문고 소리가 들려왔다. 그 선율은 맑고도 쓸쓸해, 마치 옥구슬이 은반 위에 떨어지는 듯했다. 소청의가 소리를 따라가자, 정자 안에서 달빛 아래 거문고를 타는 진묵염이 보였다. 그 옷자락은 바람에 나부끼고, 긴 머리는 어깨에 흘러내려, 마치 그림 속 선녀가 내려온 듯했다.
“누구냐?”
소청의가 음성을 낮추어 물었다. 진묵염이 손가락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소청의 성주님. 죄송합니다, 밤이 고요하여 거문고를 타며 심심풀이를 했습니다. 성주님을 놀라게 했나요?”
“괜찮다. 그런데 어찌 이 밤중에 여기서 거문고를 타느냐?”
소청의가 다가가 돌의자에 앉았다. 가까이서 보니 진묵염의 얼굴은 더욱 선명했고, 거문고 위의 손가락은 가늘고 길어 마치 옥과 같았다.
“저는 밤이면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정자가 달빛이 좋아 왔습니다. 성주님께서도 잠을 못 이루시는 것 같군요.”
진묵염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 웃음에 소청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전에 없던 파문이 일었다. 그녀는 이 범인 여자와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하게 편안하다고 느꼈다.
“계속 타거라.”
소청의가 음성을 낮추어 명령하고는, 눈을 감고 거문고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진묵염이 손가락을 움직여 다시 선율을 타기 시작했다. 그 곡은 한바탕 꿈속의 이야기 같아, 가슴을 저미게 했다.
그 이후로, 소청의는 진묵염을 자주 불러들였다. 거문고 실력을 묻는 척했지만, 사실은 그녀의 곁에 있는 것을 즐겼다. 하루는 거문고 방에서, 진묵염이 일부러 잘못된 음을 연주했다.
“아차, 틀렸습니다.”
그녀가 손을 멈추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소청의가 다가와 그 뒤에 서서 손을 잡아 음을 바로잡아 주었다.
“자, 이렇게 손가락을 놓아라.”
두 사람의 손가락이 닿는 순간, 소청의의 심장이 마구 뛰었다. 진묵염의 체온이 전해져, 마치 불길처럼 그녀의 냉정을 녹였다. 그녀는 재빨리 손을 놓고, 얼굴에는 붉은 기운이 스쳤다.
“성주님의 손길이 정말 따뜻하십니다.”
진묵염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 음성에 소청의는 더욱 당황하여, 급히 자리를 떴다.
그 무렵, 내문 장로 심옥당이 소청의의 이상함을 눈치챘다. 그는 침궁 밖에서 이향화를 발견하고, 외문에 새로 온 범인 잡역을 의심했다.
“성주님, 그 새 잡역을 조심하십시오. 그 여자, 수상합니다.”
심옥당이 경고했지만, 소청의는 손을 흔들며 무시했다. “걱정 마라, 그는 범인일 뿐이다. 어찌 나를 해치겠느냐?”
심옥당은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물러났지만, 마음속으로는 불쾌한 예감이 들었다.
며칠 후, 진묵염이 종문 시장에서 ‘빙잠사 신발’을 구입했다. 이 신발은 빙잠사로 짜여져 촉감이 시원하고 미끄러웠으며, 밑창에는 부드러운 가시가 박혀 발바닥의 혈자리를 자극했다. 그녀는 ‘신발 시착’이라는 명목으로 소청의에게 신게 했다.
“성주님, 이 신발이 매우 편안하다고 합니다. 한번 신어보시겠습니까?”
소청의가 망설이다가 신발을 받아 신었다. 신발이 발에 닿자 시원한 감촉이 올라왔지만, 걷기 시작하자 발바닥이 약간 아프면서도 이상한 쾌감이 밀려왔다.
“참 이상하군…… 아프면서도 시원하다.”
소청의가 침궁을 몇 바퀴 걷자, 발바닥의 혈자리가 자극되어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신발을 벗을 수 없어, 그 쾌감에 점점 빠져들었다.
유여연이 방문하여 사부의 안색이 이상함을 보았다. 소청의는 얼굴이 붉고,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사부님, 무슨 일이라도?”
“아니, 아무 일도 아니다.”
소청의가 둘러대며 답했지만, 유여연의 의심은 더욱 커졌다. 그녀는 몰래 진묵염의 행동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유여연이 진묵염의 거처를 엿보려고 했다. 그때 진묵염이 갑자기 나타나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성녀 전하께서 저를 찾으셨나요?”
그 음성에 유여연이 놀라 물러서려 했지만, 진묵염이 그녀를 방 안으로 끌어들였다. 방 안에는 얇은 운금으로 만든 속옷이 펼쳐져 있었다.
“이게 무엇이냐?”
“이것은 ‘운라 속옷’이라고 합니다. 운금으로 만들어져 얇기가 매미 날개 같아, 입으면 몸에 착 붙고 땀을 흡수하며 시원합니다. 전하께서 한번 입어보시겠습니까?”
진묵염이 속옷을 들어 유여연에게 건넸다. 유여연은 얼굴이 새빨개져 거절하려 했지만, 왠지 모르게 손이 뻗어 속옷을 받았다.
“입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너무 부끄럽습니다.”
“전하께서는 저를 믿으십시오. 이 방에는 저뿐입니다.”
진묵염이 부드럽게 달래며 유여연의 옷자락을 풀기 시작했다. 유여연은 몸을 떨었지만 저항하지 않았다. 속옷이 몸에 닿자, 부드럽고 시원한 감촉이 전해져 그녀의 마음을 떨리게 했다.
그날 밤, 유여연은 운라 속옷을 입고 잠들었다. 꿈속에서 진묵염이 그녀를 껴안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민감한 부위를 스치자, 그녀는 놀라서 깨어났다.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고, 가슴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이불을 붙잡고, 마음속 파문을 감출 수 없었다.
며칠 후, 진묵염이 소청의와 유여연을 동시에 밀실로 초대했다. 그녀는 비전 비법을 전수하겠다는 핑계로, 두 사람이 마주 앉게 했다.
“성주님, 성녀 전하, 저는 여러분께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진묵염이 두 사람 앞에 서서, 눈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무슨 제안이냐?”
소청의가 물었다. 그 음성에는 전에 없던 떨림이 섞여 있었다.
“저는 여러분을 훈육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조련하여, 진정한 자유를 찾게 해드리겠습니다.”
진묵염의 말에 두 사람은 충격을 받았다. 소청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이상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유여연은 얼굴이 창백해져, 사부를 바라보며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소청의는 결국 다시 자리에 앉아,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네가 원한다면, 한번 해보아라.”
그 말에 진묵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천천히 다가가, 두 사람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밀실 안의 등불이 희미하게 깜박이고, 밖에서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위대한 조련의 서막을 알리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