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인 사랑: 옌저커의 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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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송청 공항은 한여름의 열기로 가득했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대합실 안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며 공기가 무거웠다. 야오위는 막 전생한 기분으로 낯선 세상의 소음과 냄새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키 188센티미터의 훤칠한 체격에 잘생긴 얼굴을 가진 그는 주변 여행객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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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첫 만남

8월의 송청 공항은 한여름의 열기로 가득했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대합실 안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며 공기가 무거웠다. 야오위는 막 전생한 기분으로 낯선 세상의 소음과 냄새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키 188센티미터의 훤칠한 체격에 잘생긴 얼굴을 가진 그는 주변 여행객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끌어모았지만, 그의 초점은 오직 한 사람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저 멀리 체크인 카운터 앞에서 옌저커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168센티미터의 그녀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풍만한 가슴과 탄력 있는 엉덩이가 얇은 천 위로 도드라졌다.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에 분홍빛이 감도는 입술, 그리고 야오위를 향해 웃는 그 미소는 마치 여름 아침의 첫 햇살 같았다. 야오위는 가슴이 뛰었다. 첫눈에 반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녀의 얼굴에서 미세한 그림자를 읽었다. 충족되지 않은 욕망의 흔적, 그건 무도 수련으로 감출 수 없는 여자의 본능이었다.

"안녕하세요! 야오위 씨 맞으시죠?" 옌저커가 다가왔다. 목소리는 맑고 경쾌했지만 어딘가 약간 긴장한 듯했다.

"네, 옌저커 씨. 드디어 뵙네요." 야오위가 부드럽게 대답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을 잡자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전해졌다. "사진보다 훨씬 아름다우세요."

옌저커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어머, 감사합니다. 야오위 씨야말로 정말... 키도 크시고 잘생기셨네요."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의 몸을 훑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녀의 눈이 잠시 멈췄다. 바지 지퍼 부분에 드리워진 그림자, 그녀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아, 그럼 앞으로 저커라고 불러 주세요. 친구처럼요."

"저커... 좋은 이름이에요." 야오위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그녀가 알아챈 걸 이미 눈치챘다. 20센티미터의 자랑스러운 그것이 바지 안에서 잠들어 있었지만, 존재감은 숨길 수 없었다.

그때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루청이었다. "저커야, 짐은 다 부쳤어?" 그는 옌저커에게 가까이 가며 물었지만, 시선은 야오위에게 향했다. 키 178센티미터의 루청은 평범한 체격에 얇은 입술을 가진 청년이었다. 그의 눈에 약간의 긴장이 스쳤다.

"응, 다 했어. 루청아, 이쪽은 야오위 씨야." 옌저커가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루청 씨." 야오위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지만, 속으로는 냉소가 올라왔다. 10센티미터에 3분짜리 남자라니, 감히 이런 여자를 만족시키려 하다니. 하지만 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저커 씨를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루청은 불편하게 웃었다. "아, 예, 서로서로... 잘 부탁해요." 그의 말투는 어딘가 힘이 없었다. 야오위의 훤칠한 외모와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벌써 기가 죽은 걸까.

잠시 후, 두 남자는 나란히 화장실로 향했다. 소변기 앞에 서자, 루청은 무심코 옆을 쳐다봤다가 숨이 턱 막혔다. 야오위가 바지 지퍼를 내리자, 아직 발기하지도 않은 어마어마한 물건이 드러났다. 20센티미터의 길이와 굵기는 마치 뱀 같았다. 루청은 자신의 지퍼를 내리며 손을 멈췄다. 자신의 10센티미터짜리 작은 물건이 갑자기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심장이 쿵쾅대며 배 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소변을 보는 척했지만, 비교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저것이... 저커랑 같이 살게 된다고? 이 열등감은 뭐지, 이 두려움은 뭐지. 그는 자신이 무도 대회 훈련에 쫓기며 여자친구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루청 씨, 괜찮으세요?" 야오위가 옆에서 조용히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예의 바르면서도 날카로웠다.

"아,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루청은 급히 지퍼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이별의 순간이 왔다. 탑승구 앞에서 옌저커가 루청에게 안겼다. 그녀의 팔이 그의 등을 감싸자, 루청이 그녀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었다. "조심해서 다녀와... 연락해야 돼." 그의 목소리는 잠겼다.

"응, 너도 훈련 열심히 해." 옌저커가 속삭였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야오위의 그 거대한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충족되지 않은 갈망이 가슴속에서 은근한 불꽃으로 타올랐다.

야오위는 몇 걸음 물러서서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 이별은 바로 틈이었다. 거리, 시간, 그리고 불만족스러운 육체. 그는 천천히, 그리고 교묘하게 이 틈을 넓혀갈 생각이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이미 사냥을 시작한 맹수의 것이었다. 부드러움과 시간, 그걸로 충분했다. 이 여자는 이미 그의 함락 속으로 한 걸음 내딛고 있었다.

이국 새 보금자리

공항을 빠져나왔을 때, 공기는 낯선 향기로 가득했다. 해외의 태양은 국내보다 더 뜨겁고 눈부셨으며, 거리는 익숙하지 않은 언어의 간판들로 빼곡했다. 옌저커는 짐 가방 손잡이를 끌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새로웠지만, 가슴 한구석에는 은근한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선 야오위를 보았다. 그의 키는 188센티미터로, 그녀보다 훨씬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이 따뜻하고 침착했다. 손에는 두 개의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있었고, 그중 하나는 그녀의 것이었다.

“저커, 피곤하지 않아? 조금만 가면 우리 아파트야.” 야오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표정에는 배려가 묻어나 있었다.

옌저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네.”

야오위가 손을 들었다. 공항 밖에는 이미 그들이 예약한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세단이었고, 내부는 가죽 냄새가 은은하게 풍겼다. 옌저커가 뒷좌석에 앉자, 야오위가 그녀의 옆자리로 다가와 가까이 붙어 앉았다. 팔이 스치자, 그녀는 미세한 전류를 느낀 듯했지만, 얼굴 표정은 평온함을 유지했다.

차가 매끄러운 도로를 달리며 낯선 도시 풍경을 스쳐 지나갔다. 야오위가 근처의 상점과 학교 건물을 가리키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소개했다. 그의 숨결이 귓가에 닿을 듯 말 듯했고, 옌저커는 시선을 창밖에 두었지만 그의 음성 하나하나를 마음속으로 가만히 기록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을 깨달았다.

마침내 차가 한 아파트 단지 앞에 멈췄다. 건물 외관은 현대적이고 세련되었으며, 커다란 유리창문이 따뜻한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들은 짐을 챙겨 엘리베이터에 올라 18층에 도착했다.

야오위가 문을 열자, 넓고 밝은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방 두 개와 거실, 주방, 욕실이 딸린 구조인데도 공간이 매우 널찍했다. 거실은 커다란 창문이 바닥까지 이어져 도시의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졌고, 소파는 부드럽고 깊은 회색이었다. 바닥은 나무 마루가 깨끗하게 닦여 있었고, 벽에는 미니멀한 장식 그림 몇 점이 걸려 있었다. 주방은 개방형으로, 대리석 조리대가 빛나고 각종 기구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와, 이 집 너무 예쁘다.” 옌저커가 낮은 소리로 감탄하며 구두를 벗고 맨발로 마룻바닥을 밟았다. 나무의 따뜻한 감촉이 발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야오위는 짐을 현관에 내려놓고 미소 지었다. “맘에 들면 다행이야. 둘러보면서 구경해. 난 주방 정리 좀 할 테니까.”

옌저커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침실 두 개는 각각 거실 양쪽에 위치해 있었고, 각자 전용 공간이 확보된 배치였다. 그녀의 방은 발코니 쪽에 가까웠고, 침대보는 옅은 파란색이었으며 창밖으로 멀리 산의 곡선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녀는 가만히 창가에 서서 이 안온함을 조용히 음미했다.

잠시 후, 그녀가 거실로 돌아왔을 때 야오위는 이미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짐을 풀어내고, 양념병들을 가지런히 정리하며, 냉장고에 재료를 하나하나 넣고 있었다. 그의 동작은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서 마치 이 집의 주인 같았다.

“야오위, 요리할 줄 알아?” 옌저커가 소파에 기대앉아 물었다.

야오위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보며 살짝 웃었다. “그럼. 오늘 저녁은 나한테 맡겨. 우리 저커가 유학 온 첫날인데, 잘 먹어야지.”

“우리 저커”라는 말에 옌저커는 가볍게 웃으며 눈을 깜빡였다. “야오 셰프님, 그럼 저 잘 먹여주셔야 해요.”

“걱정 마, 후회 안 할 거야.” 야오위의 웃음소리가 은은했다.

이 말에 옌저커는 속으로 묘한 감정을 느꼈다. 처음 그들이 서로를 부르던 ‘야오 동창’, ‘옌 동창’은 사라지고, 이제 이 두 낱말의 부드러운 호칭이 아주 당연한 듯 자리 잡았다. 이런 미묘한 변화에 그녀는 약간의 취기가 오르는 듯했다.

그녀는 책꽂이에서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소파에 앉아 대충 넘겨봤지만, 시선은 자주 페이지 밖으로 흘러나갔다. 주방에 선 야오위의 뒷모습은 곧고 단단했으며, 등 근육은 셔츠 아래에서 미세하게 윤곽을 드러내며 손목을 들고 움직일 때마다 우아한 힘을 보여주었다. 기름이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향이 퍼졌고, 그 냄새가 공기 중에 녹아들면서 그녀는 갑자기 이 공간이 지금 믿기 힘들 만큼 따뜻하게 느껴졌다.

야오위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심심해?”

옌저커는 미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그와 잠시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동자는 깊고 마치 부드러운 빛을 머금은 듯했으며, 입가에는 느긋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가슴이 살짝 뛰어 얼른 시선을 책으로 되돌리며 조용히 말했다. “아니, 너 요리하는 구경 중이야.”

“그럼 가까이 와서 봐. 손님 맞이할게.” 야오위의 말투가 좀 더 가까워지길 유도하는 듯했다.

옌저커는 일어나지도 않았고, 거절하지도 않았다. 다만 웃으며 말했다. “네 요리 솜씨가 정말 좋은지 볼게.”

야오위는 더 이상 응하지 않고 등 돌려 국솥을 휘저었다. 그의 어깨선이 움직임에 따라 완만한 곡선을 그렸고, 옌저커는 자신이 자주 그를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식사가 차려졌을 때, 탁자 위에는 네 가지 요리와 한 가지 국이 놓여 있었다. 색감과 향이 완벽했다. 옌저커가 젓가락을 들어 한 점 집어 입에 넣자, 맛이 즉시 혀끝에 퍼졌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감탄했다. “와, 이거 정말 맛있다!”

“맛있으면 많이 먹어.” 야오위가 그녀의 그릇에 음식을 집어주며 부드러운 눈빛이 거의 물처럼 느껴졌다.

그들이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과 배치 이야기, 앞으로의 수업 이야기, 주말에 시내 몇몇 유명한 장소를 둘러볼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대화 중에 야오위가 갑자기 “루청이는 요즘 어때?” 하고 물었다.

옌저커의 젓가락 움직임이 미세하게 멈칫했지만, 곧 자연스럽게 음식을 집으며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그냥 그래. 훈련하느라 바쁘대.”

“어, 전국 대회 준비는 힘들긴 하지.” 야오위의 어조 또한 덤덤했다. “그럼 너한테 연락 자주 해?”

“며칠 전에 한 번 했어.” 옌저커가 고개를 숙여 밥을 먹으며 분명히 이 주제를 계속하고 싶지 않아 했다.

야오위는 교묘하게 화제를 그녀의 유학 생활에 대한 기대로 돌렸다. “그런데 너, 낯선 환경에 적응 잘할 수 있겠어?”

옌저커가 웃었다. “별거 있겠어. 예전에 산간 지역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는데, 여기 조건이 훨씬 낫잖아.”

“그것도 그렇네, 슈산 나온 제자들은 적응력이 확실히 강해.” 야오위가 칭찬하며 술잔을 들어 그녀에게 건넸다. “우리의 유학 생활을 위하여.”

옌저커는 잔을 들어 그와 부딪쳤다. 유리잔이 서로 닿으며 맑은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공기 중에 퍼지면서 그녀의 마음속에도 작은 물결을 일으켰다.

며칠이 빠르게 흘러갔다. 시차와 거리 때문에 옌저커와 루청의 연락은 점점 드물어졌다. 전에 아침저녁으로 오가던 메시지는 이제 하루에 한두 마디로 줄었고, 심지어 며칠 연락이 끊기는 날도 있었다. 루청이 바쁜 것은 당연했다. 6품 무자로서 전국 대학생 무도 대회의 훈련 강도는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는 몸을 혹사시키며 관문을 돌파하는 데 몰두했고, 옌저커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를 남기거나 짧은 음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조차 사치처럼 여겨졌다.

옌저커는 처음에는 핸드폰을 열어 그의 최신 소식을 확인하고는 했지만, 나중에는 포기하고 말았다. 이곳의 생활 리듬이 그녀를 더 바쁘게 만들었다. 전혀 다른 교육 시스템에 적응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처리하는 것도 필요했다. 그리고 옆에는 항상 야오위가 있었다.

야오위의 배려는 마치 가는 비가 조용히 스며들듯 아주 미세하게 드러났다. 아침에 일어나면 식탁에는 이미 따뜻한 우유와 빵이 놓여 있었고, 그녀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비가 오면 그는 항상 적절한 타이밍에 우산을 들고 나타났으며, 밤에 방에서 책을 읽을 때는 꼭 따뜻한 차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매일 반복되면서, 옌저커는 점차 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다른 사람의 온기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어느 날 저녁, 그녀는 거실 소파에 기대앉아 있었고, 손에는 전공 서적을 들고 있었지만 한참 동안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다. 고개를 들자, 주방에 선 야오위가 능숙하게 생선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손가락은 길쭉하고 힘이 있었으며, 칼날이 반짝이며 제어된 힘을 드러냈다. 불빛이 그의 옆얼굴에 드리워져 눈가와 입매를 더욱 또렷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이런 남자를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부드럽고 세심하며, 자신의 우월함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남자.

마치 그녀의 시선을 느끼기라도 한 듯, 야오위가 갑자기 몸을 돌리며 정확히 그녀의 눈을 마주쳤다. 그의 눈빛이 따뜻하게 그녀의 얼굴을 스치며, 그의 목소리는 비단처럼 매끄러웠다. “또 보고 싶어?”

옌저커의 마음이 다시 한 번 뛰었다. 그녀는 자신이 또 한 번 그에게 붙잡혔다는 것을 깨닫고, 귀밑이 붉어지며 얼른 시선을 책으로 내렸다. “아니야, 잠깐 한눈 판 거야.”

“계속 팔아도 상관없어.” 야오위의 웃음소리 속에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보고 싶으면 크게 봐도 돼.”

옌저커는 책으로 얼굴을 가리며 웃었지만, 마음은 이미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이 왜 이러는지도 몰랐다. 야오위에게 분명 특별한 매력이 있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려 해도 어느새 그에게 끌려가고 만다.

부엌에서 기름이 지글거리는 소리가 다시 들리고, 생선 굽는 향이 퍼졌다. 옌저커는 책을 내려놓고, 일어나 부엌 쪽으로 걸어가 문틀에 기대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떠한 단서라도 찾으려는 듯 조용히 물었다. “야오웨이, 너 원래부터 이렇게 요리하는 걸 좋아했어?”

야오웨이는 손에 있는 생선을 뒤집으며 천천히 대답했다. “딱히 그런 건 아니야. 누군가를 위해 만들 가치가 있다고 느껴야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져.”

그 말에 옌저커는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 끝으로 문틀의 나무 결을 살며시 만지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거실의 시계가 째깍째깍 움직이고, 부엌의 불빛이 그녀의 흰 피부를 비추어 가볍고 부드러운 광택을 띠게 했다.

“저녁 거의 다 됐어. 손 씻고 먹을 준비해.” 야오웨이의 목소리가 침묵을 깨며 마치 평소처럼 평온했다.

옌저커는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빛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설렘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입가에는 이미 얕은 미소가 번졌다. “알겠어, 요리사님.”

그녀가 몸을 돌려 화장실로 걸어가는 뒷모습은 우아하고 매끄러웠으며, 꽉 끼는 바지가 그녀의 탱탱한 엉덩이 라인을 완벽하게 드러냈다. 야오웨이의 시선이 그녀의 뒷모습에 살짝 머물렀고, 손에 쥔 국자도 잠시 멈췄다. 그의 눈빛이 점점 깊어지며, 그 깊은 곳에 무언가 천천히 발효되고 있는 듯한 뜨거움과 인내가 숨겨져 있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고개를 돌려 냄비 속의 국물에 집중했다. 그러나 부드러워진 눈가는 오래도록 풀어지지 않았다.

여름의 청량함

8월의 무더위가 도시 전체를 찜통처럼 달궜다. 에어컨 바람이 집 안을 시원하게 채우고 있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아스팔트 위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옌저커는 옷장 앞에 서서 오늘 입을 옷을 고르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옷걸이를 하나씩 넘기다가, 흰 바탕에 작은 꽃무늬가 박힌 면티셔츠를 꺼냈다. 그리고 그 아래에 걸린 검은색 시폰 롱스커트를 가볍게 만졌다. 스커트 자락이 손끝에서 미끄러지듯 흘러내렸다.

“덥긴 더워.”

그녀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옷을 갈아입었다. 티셔츠는 몸에 딱 붙지 않으면서도 가슴 라인을 은근히 드러냈고, 시폰 스커트는 무릎까지 오는 길이로 걸을 때마다 살랑살랑 흔들렸다. 속에는 살구색 브라와 팬티를 입었다. 스커트 사이로 드러난 종아리는 뽀얗고 매끈했다. 신발장에서는 붉은색과 검은색이 섞인 스트랩 샌들을 골랐다. 굽은 낮고 편한 것이었다. 발톱에는 아무런 매니큐어도 바르지 않았지만, 원래부터 투명하고 깨끗한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거실로 나오자 야오위가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고개를 들던 그가 옌저커를 보자 손에 쥔 책을 살짝 내렸다. 그의 눈빛이 천천히 그녀의 얼굴에서 시작해 목선을 타고 가슴께로 내려갔다. 스커트가 살랑거리는 허리선을 따라 엉덩이 라인을 감상하고, 드러난 종아리와 발목, 그리고 샌들 사이로 보이는 발가락까지 놓치지 않았다.

옌저커는 그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 피부에 닿는 그의 눈길이 거의 열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녀는 모르는 척했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냉장고로 걸어가 물병을 꺼내며 허리를 살짝 숙였다. 시폰 스커트가 허벅지 위로 살짝 밀려 올라가면서 탱글한 엉덩이 라인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야오위의 동공이 살짝 확장되었다.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띠며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리는 척했지만, 그의 마음속은 전혀 딴 데 가 있었다.

물을 한 모금 마신 옌저커는 맨발로 바닥을 걸어다녔다. 대리석 바닥에 닿는 발바닥이 시원했다. 발가락을 살짝 오므렸다가 펴는 작은 움직임이 야오위의 눈에 또렷이 잡혔다. 그녀는 소파 쪽으로 걸어가다가 그의 앞에서 잠시 멈췄다.

“오빠, 심심해요.”

야오위가 쳐다보자 옌저커는 장난스럽게 한쪽 발을 살짝 들었다. 샌들에서 발이 반쯤 빠져나와 발뒤꿈치가 드러났다. 살결이 곱고 보드라웠다.

“심심하면 어떡할까?”

야오위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나가서 쇼핑이나 할까요? 얼음 망고도 먹고 싶고.”

옌저커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발을 다시 샌들 안으로 쑥 집어넣었다.

“그래. 같이 가자.”

그가 일어서자 둘은 함께 밖으로 나섰다. 쇼핑몰에 도착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옌저커는 옷 가게를 구경하고, 액세서리를 만지작거렸다. 그때마다 야오위는 그녀의 손목이 움직이는 모양, 귀걸이를 고르는 자세까지 세세하게 바라봤다. 그녀가 무언가를 집어 들 때마다 손가락의 움직임, 손등에 비친 조명, 팔이 올라가면서 살짝 당겨지는 티셔츠가 만들어내는 가슴 실루엣의 변화까지 눈에 담았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힌 옌저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야오위를 올려다봤다.

“너무 더워서 못 걷겠어요. 업어줘.”

야오위는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렸다. 옌저커가 그의 넓은 등에 몸을 기대며 팔을 목에 감았다. 그가 손을 뒤로 뻗어 그녀의 허벅지 아래, 정확히 말하면 엉덩이 아랫부분을 받쳐 안았다.

순간, 옌저커의 풍만한 가슴이 그의 등에 묵직하게 밀착되었다. 브라를 입고 있었지만, 더운 날씨에 젖어 있던 얇은 티셔츠 사이로 그 부드러운 감촉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걸음을 한 번 내디딜 때마다 가슴이 눌리면서 그의 등골을 따라 전율이 흘렀다.

야오위의 손은 그녀의 엉덩이를 단단히 받치고 있었다. 손바닥 아래로 시폰 스커트와 살구색 팬티만이 느껴졌다. 정말 탄력 있고 부드러웠다. 손가락이 무심결에 살짝 움직일 때마다 그의 손바닥 아래서 엉덩이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옌저커는 그의 목에 얼굴을 묻은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뜨거운 숨결이 야오위의 뒷목을 간질였다.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지만, 피부가 닿는 지점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교환되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 야오위는 그녀를 소파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옌저커는 소파에 기대어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샌들을 톡톡 벗어 던졌다. 발바닥이 약간 붉어져 있었다.

“다리가 너무 아파. 오빠, 발 좀 주물러 줘.”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예쁜 발을 쭉 뻗어 야오위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정확히 그의 사타구니 바로 앞이었다. 살구색 팬티스타킹을 신고 있어서 발의 라인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발가락은 길고 곧았으며, 발등은 매끄럽게 휘어 있었다. 발바닥은 분홍빛을 띠며 말랑말랑해 보였다.

야오위는 잠시 숨을 멈췄다. 그의 사타구니 위에 얹힌 그녀의 발이 너무나도 선정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애써 평정을 유지하며 두 손으로 그녀의 발을 조심스럽게 감쌌다.

“발이 정말 예쁘네.”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발바닥 움푹한 부분을 지그시 눌렀다.

“정말? 오빠가 본 발 중에 제일 예뻐?”

옌저커는 눈을 반쯤 감은 채 중얼거렸다.

“그럼. 제일 예뻐.”

그의 손가락이 발바닥에서 발가락 사이로 미끄러졌다. 발가락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문지르고, 발등을 쓰다듬었다. 스타킹을 신은 발이었지만, 오히려 그 미끄러운 촉감이 더욱 야릇한 느낌을 자아냈다. 야오위의 손길이 발목을 지나 종아리 아래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갔다.

“아... 거기... 살살...”

옌저커가 작게 신음 소리를 흘렸다. 입술을 살짝 깨물며 그의 손길을 음미했다. 그녀의 발이 야오위의 손바닥 안에서 작게 떨렸다. 발가락이 오므라들자 스타킹이 살짝 주름이 잡혔다.

야오위의 손길은 점점 더 대담해졌다. 발가락을 하나씩, 마치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천천히 주물렀다.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사이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리자 옌저커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녀의 발이 그의 사타구니 위에서 미세하게 꿈틀거릴 때마다 수건으로 감싼 듯한 단단한 감촉이 그녀에게도 전해졌다.

“오빠, 발이 이렇게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이렇게 주물러 주니까 정말 좋다.”

옌저커는 살짝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루청은 한 번도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자신의 발을 만져 준 적이 없었다. 그 생각이 스쳐 지나가자 가슴 한구석이 약간 저렸지만, 지금 이 순간의 감촉에 곧 모든 생각이 묻혀 버렸다.

야오위는 그녀의 발을 여전히 쓰다듬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발뒤꿈치의 곡선을 따라 올라가 아킬레스건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정말 부드러워. 이런 발은 정말 귀하게 다뤄야 해.”

그의 목소리는 낮고 감미로웠다. 마치 그녀의 발뿐만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숭배하는 듯한 말투였다. 그런 태도에 옌저커는 중독되어 가고 있었다.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거실 안. 소파 위에서 두 사람은 그렇게 오랫동안 발 마사지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탐색했다. 옌저커의 발은 여전히 야오위의 사타구니에 닿아 있었고, 야오위의 손은 떠나기를 거부했다. 무더운 여름날의 청량감 속에서, 더 은밀하고 위험한 열기가 천천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첫 발키스

# 제4장: 첫 발키스

오후 햇살이 거실 창문을 통해 부드럽게 스며들고 있었다. 옌저커는 소파에 기대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무심코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맨발로 있었고, 발가락에는 옅은 분홍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야오위가 커피를 들고 다가와 그녀 앞에 앉았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발로 향했다.

"저커 씨, 정말 발이 예쁘시네요."

옌저커는 코웃음을 쳤다. "그냥 평범한 발인데 뭘. 다 똑같은 발이지."

야오위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아니에요. 제가 본 발 중에 가장 아름다워요."

"말도 안 돼. 발이 뭐 그리 특별하다고."

그 말에 야오위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옌저커가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뭐 하는 거예요?"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야오위는 그녀의 오른발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그의 손길은 마치 깨지기 쉬운 보물을 다루듯 부드러웠다. 옌저커의 숨이 살짝 멎었다.

그는 먼저 그녀의 발목에 입을 맞추었다. 따뜻한 입술이 닿자 옌저커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야, 야오위!"

그러나 야오위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발등을 따라 천천히 입술을 움직이며 가볍게 키스했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마치 기도하듯이.

옌저커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가슴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발을 빼내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야오위의 입술이 그녀의 발가락에 닿았다. 엄지발가락부터 시작해 하나씩, 그는 마치 가장 소중한 것을 대하듯 입을 맞추었다. 그의 혀가 살짝 스치자 옌저커는 자신도 모르게 작은 신음을 흘렸다.

"이제 그만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거절이라기보다는 부끄러움에 가까웠다.

야오위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깊은 애정과 숭배가 담겨 있었다.

"이제 아시겠어요? 당신의 발은 정말 특별해요. 제가 지금까지 본 어떤 것보다 아름다워요."

옌저커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마음속에서는 알 수 없는 기쁨이 피어올랐지만, 그녀는 일부러 인상을 찌푸렸다.

"미쳤어요? 남의 발에 키스하다니. 변태 아니에요?"

하지만 그녀의 눈은 웃고 있었다. 목소리에도 진짜 화는 담겨 있지 않았다.

야오위가 살짝 미소 지었다. "변태라도 좋아요. 당신의 발이라면."

"입 닥쳐요."

옌저커가 베개를 집어 그에게 던졌다. 야오위는 웃으면서 받아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옌저커는 심장 박동이 진정되길 기다리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루청은 한 번도 이런 짓을 한 적이 없었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숭배하는 눈빛으로 바라본 적도 없었다.

야오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커 씨, 앞으로 매일 발 마사지를 해드려도 될까요?"

옌저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매일이요?"

"네. 무도 수련으로 지친 발을 풀어드리고 싶어요. 오로지 당신의 편안함을 위해서예요."

그의 목소리는 진심이 담겨 있었고, 추파나 음흉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진지함이 오히려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

옌저커는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미 승낙하고 싶었다. 그의 손길이 주는 감각, 그 숭배하는 듯한 시선, 그 모든 것이 중독성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고 싶으면 하든가."

작게 중얼거린 그 말은 분명 허락이었다.

야오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고마워요, 저커 씨."

그날 저녁, 두 사람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옌저커는 샤워를 마치고 편안한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이었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아직 약간 젖어 있었고, 샴푸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던 옌저커의 발이 스르르 움직였다. 처음에는 그냥 편한 자세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발가락이 야오위의 허벅지 바깥쪽을 살짝 스쳤다.

야오위의 몸이 미세하게 긴장했다.

옌저커는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은 태연했지만, 발은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좀 더 과감하게, 그녀의 발바닥이 야오위의 허벅지 안쪽을 가볍게 눌렀다.

야오위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허벅지 안쪽은 민감한 부위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그녀의 발가락이 살짝 꼼지락거렸다. 면바지 위로 전해지는 그 감촉은 야오위의 이성을 시험하고 있었다.

그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TV 속에서는 무슨 예능 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허벅지 위의 작은 발의 움직임만이 모든 감각을 지배하고 있었다.

옌저커가 입을 열었다. "이 프로그램 재미있네요."

그녀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평온했다. 마치 자신의 발이 그의 허벅지 위에서 장난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야오위는 목이 메어 가까스로 대답했다. "네... 재미있네요."

사실 그는 화면에 누가 나오는지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모든 신경은 허벅지 위의 부드러운 접촉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녀의 발가락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아주 살짝 그의 허벅지 안쪽을 톡톡 두드리듯 눌렀다.

야오위는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당장 그 발을 붙잡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면서. 그녀가 일부러 그러는 건지, 아니면 정말 무의식적인 행동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이 상황은 그에게 너무나 가혹한 시험이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자제했다. 너무 빨리 나아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스스로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저커 씨, 내일 아침 훈련은 몇 시에 있어요?"

그가 일부러 대화 주제를 꺼냈다. 목소리는 놀랄 만큼 차분하게 나왔다.

"아침 7시요. 왜요?"

"제가 아침을 준비해둘까 해서요. 훈련 전에 든든히 먹어야 하니까."

옌저커의 발이 잠시 멈추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야오위 씨는 정말 자상하네요."

그녀의 눈빛에 무언가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루청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는 항상 자신의 훈련에만 바빴고, 그녀의 일정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당연한 거죠.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야오위의 미소는 순수해 보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계산된 인내심이 숨어 있었다.

옌저커는 발을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좀 더 편안한 자세를 잡으며 발바닥 전체가 그의 허벅지에 닿게 했다.

"야오위 씨는 연애 경험이 많아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야오위가 눈을 깜빡였다.

"연애 경험이요?"

"네. 이렇게 잘 챙겨주는 거 보면, 여자친구한테 단련된 거 아니에요?"

야오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거짓말."

"정말이에요. 저는..."

그가 잠시 망설였다. 시선이 옌저커의 얼굴에 고정되었다.

"저는 아직 한 번도... 그러니까,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요."

옌저커가 눈을 크게 떴다. "네? 그 나이에?"

"네. 동정이에요."

그의 솔직한 고백에 오히려 옌저커가 당황했다. 그녀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왜... 왜 그런 걸 저한테 말하는 거예요?"

야오위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진지하고 뜨거웠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오로지 당신 때문에 여기 온 거예요."

옌저커의 숨이 멎었다.

"무슨..."

"처음 당신을 봤을 때, 그 순간 알았어요. 내 인생에서 기다려온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라는 걸. 그래서 여기 온 거예요. 다른 이유는 없어요."

거실에 정적이 흘렀다. TV 소리만이 배경을 채우고 있었다.

옌저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의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루청은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들의 관계는 그냥 자연스럽게 시작되었고, '운명'이라느니 '기다려온 사람'이라느니 하는 말은 없었다.

그녀의 발이 야오위의 허벅지에서 살짝 떨어졌다. 하지만 완전히 떼지 않고, 여전히 가장자리에 걸쳐 있었다.

"그런 말... 아무한테나 하는 거 아니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작았다.

"아무한테나 하는 말 아니니까 하는 거예요."

야오위의 손이 살짝 올라와 그녀의 발목을 감쌌다. 아까처럼 키스하지는 않고, 그냥 부드럽게 감싸기만 했다.

"당신이 불편하다면, 제가 거리를 둘게요. 하지만 내 마음은 숨기고 싶지 않아요."

옌저커는 입술을 깨물었다. 불편하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체온이 발목을 통해 전해지는 것이 싫지 않았다.

"됐어요. 그냥... 그냥 TV나 봐요."

그녀는 고개를 돌려 다시 화면을 응시했다. 하지만 그녀의 귀는 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발은 여전히 그의 허벅지 위에 올려져 있었다.

야오위는 미소를 감추며 TV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발목 위에 부드럽게 얹혀 있었다.

밖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고, 거실에는 TV의 푸른 빛과 따뜻한 공기가 감돌았다.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말보다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옌저커의 마음은 복잡했다. 루청에 대한 죄책감, 야오위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피어나는 기대감. 이 모든 감정이 뒤섞여 그녀의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다.

야오위는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속으로는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큰 진전이었다.

벽시계가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옌저커는 천천히 일어났다.

"저 잘 거예요."

그녀의 발이 마침내 그의 허벅지에서 떨어졌다.

"잘 자요, 저커 씨. 좋은 꿈 꾸길 바랄게요."

야오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옌저커는 잠시 그를 내려다보다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녀는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방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야오위는 소파에 기대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은 아직도 평소보다 빠르게 뛰고 있었다. 허벅지에는 아직도 그녀의 발이 닿았던 감촉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그녀는 반드시 내게 올 거야."

그리고 그 확신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풋잡 첫 경험

8월 하순의 밤공기는 후텁지근한 열기를 머금은 채 거실 창문 틈새로 스며들고 있었다. 소파에 나란히 앉은 야오위와 옌저커 사이로, 선풍기 바람이 느릿느릿 그들의 머리칼을 흔들었다. 텔레비전에선 무도 대회 예선 하이라이트가 흘러나왔지만, 옌저커의 시선은 화면에 고정되지 못한 채 손끝으로 소파 쿠션 모서리를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속내는 며칠째 끓어오르는 답답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루청과의 통화는 점점 짧아졌고, 그마저도 숨 가쁜 훈련 타령뿐이었다. 시차 탓에 영상통화조차 제대로 연결되는 날이 드물었고, 그렇게 쌓인 욕구는 아랫배 깊숙한 곳에서 은근히 욱신거리며 존재감을 드러내곤 했다. 옆에 앉은 야오위에게서 풍기는 묵직한 남성향은 그 욱신거림을 더욱 선명하게 감지시키는 불씨와도 같았다.

“야오위 씨.”

옌저커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게 약간 갈라져 있었다. 야오위가 고개를 돌리자, 긴 속눈썹 아래 깊고 부드러운 시선이 그녀를 감쌌다. 기다렸다는 듯이 천천히, 집중해서 응시하는 눈빛이었다.

“남자들… 보통, 그거 크기가 어느 정도면 정상이에요?”

야오위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는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았다. 옌저커는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감당하지 못하고 시선을 소파 밑으로 떨어뜨렸다. 볼에 오른 붉은 기가 실내등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났다.

“아니, 그게… 시간은 또 보통 얼마나 가는 건지… 하루에 몇 번 정도가…”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다. 손가락이 소파 쿠션을 꾹꾹 누르다가, 마치 용기를 내듯 작게 숨을 들이쉬었다.

“루청이는… 10센티 정도에, 한 번 하면 삼 분… 그걸로 끝이야.”

그 말을 뱉고 나서야 옌저커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자각한 듯, 어깨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곧바로 고개를 들어 야오위를 힐끗 올려다보았다. 그의 반응을 읽고 싶어 하는, 그러면서도 두려워하는 눈빛이었다.

야오위는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천천히 입술 한쪽 끝을 끌어올렸다. 미소라기엔 너무 냉소적이고, 비웃음이라기엔 너무 다정한, 묘한 표정이었다. 그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상체를 뒤로 기대며 소파에 팔을 올렸다. 느긋하지만, 그 내면에서는 노련한 포식자가 사냥감의 접근을 확인하는 듯한 침착함이 흘렀다.

“지금 이 순간을 많이 기다렸어요, 언제쯤 물어볼까 하고.”

그의 목소리는 나직했고, 마치 달궈진 모래처럼 뜨겁고 부드러웠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앞에 우뚝 섰다. 실내복 하의 위로 손이 올라갔고, 천천히, 그러나 거침없이 허리끈을 풀어 내렸다.

“똑똑히 봐요. 이게 남자 정상의 기준 따윌 아득히 넘어선 거라는 걸.”

바지와 속옷이 동시에 아래로 밀려 내려갔다.

순간 옌저커의 호흡이 완전히 멈췄다. 폐부 깊은 곳에서부터 짧게 들이쉬는 숨소리만 새어 나왔다. 그녀의 두 눈이 커다랗게 뜨이며 동공이 격렬하게 떨렸다. 눈앞에 드러난 물건은 ‘남성’이라는 단어로 규정하기조차 벅찬, 거대한 덩어리였다. 이제 막 피가 몰리기 시작한 그것은 이미 30센티미터에 육박하는 위압적인 부피로 공기를 가르며 천천히 솟아올랐다. 굵기도 그녀의 손목을 연상시킬 정도로 우람했고, 표면엔 굵은 혈관들이 푸르스름하게 뻗어 있었다. 귀두는 옷감에 살짝 스쳤을 뿐인데 붉고 매끈하게 빛나며, 그녀의 시선을 강제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아직 순결한 거요. 동정이라고.”

야오위는 스스로의 상태를 드러내며 쓸쓸한 어조로 덧붙였다. 그의 손바닥이 천천히 자신의 거대한 물건을 감싸 쥐었다. 피부가 꽉 조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내 모든 정액은, 처음부터 오직 당신만을 위해서 모아 두고 있었어요. 다른 누구에게도 단 한 방울도 흘린 적이 없어.”

옌저커의 시선은 이미 완전히 그곳에 포박당했다. 루청의 소박하고 앙증맞은 그것과는 비교 불가능한, 원시적이고 폭력적인 남성성. 그녀의 아랫입술이 바짝 말라붙어 혀끝으로 축이려 했지만, 입 안 전체가 모래처럼 깔깔했다. 그녀도 모르게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졌다. 시야를 가득 채운 거대한 물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 가슴깊이 울렸고, 내려앉은 심호흡 탓에 풍만한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다. 얇은 티셔츠 원단 위로 젖꼭지가 딱딱하게 경직되어 도드라지는 것도 자각하지 못했다.

“숨소리… 아주 격해졌네요.”

야오위가 한 걸음 다가서며 거대한 물건을 그녀의 시선 바로 앞까지 들이밀었다. 짙은 남성 페로몬 향이 후끈하게 그녀의 안면을 덮쳤다.

“루청 따위는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저커 씨의 몸은, 이런 걸 원하고 있잖아요.”

“아니에요!”

옌저커는 반사적으로 부인했지만, 목소리는 갈라지고 숨소리에 묻혀 거의 새 나가지 않았다. 고개를 저으려 했지만, 시선은 여전히 그 거대함에 못 박힌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지금 당장은 건드리지 않을 테니, 발만 좀 빌려줘요.”

야오위는 그녀의 부정을 부드럽게 무시하며, 마치 애원하듯 눈빛을 낮췄다. 하지만 그 속에 감춰진 집요함은 옌저커도 읽을 수 있었다.

“예전에 등에 업혀 준 적도 있고, 발 마사지도 진심으로 해 줬잖아요. 그 보답이라고 생각해 주면 안 돼요? 진심으로… 부탁이에요.”

옌저커는 숨을 헐떡이며 그의 얼굴과, 그의 얼굴만큼이나 매력적이지만 위험한 물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가, 이내 루청의 무미건조한 섹스와 자신의 충족되지 못한 밤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몇 초간의 격렬한 망설임 끝에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이번 한 번뿐이에요. 정말로… 보답이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듯 힘없이 흘러나왔다.

“좋아요. 약속할게요. 한 번뿐.”

야오위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바로 소파에 등을 깊숙이 기대고 앉으며 두 다리를 편하게 벌렸다. 30센티미터의 완전히 발기한 거근이 배꼽을 향해 위압적으로 솟아올랐다. 암적색 귀두 끝에서 투명한 액체가 맺혀 실내 불빛에 반짝였다.

“발을… 올려 봐요, 저커 씨. 당신의 그 예쁜 발로.”

옌저커는 느릿한 동작으로 소파 구석에 웅크리듯 앉은 다음, 떨리는 오른쪽 발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녀의 발은 작고 새하얬으며, 맨발의 발바닥은 분홍빛이 감도는 보드라운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내민 그녀의 엄지발가락이 뜨겁게 달아오른 귀두의 맨 꼭대기를 살짝 건드렸다.

“읏!”

건드리자마자 옌저커가 작게 숨을 삼켰다. 발가락 끝으로 전해져 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단단함과 뜨거움이었다. 마치 뜨겁게 달군 철근을 실크로 감싼 듯한, 모순적이고 강렬한 감촉에 그녀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아… 그거 좋네요.”

야오위의 입술 사이로 가늘고 긴 탄성이 새어 나왔다. 그의 자지는 그녀의 발끝이 스치자 경련하듯 꿈틀댔고, 귀두 끝에서 투명한 점액이 실처럼 길게 늘어져 그녀의 발톱 위로 떨어졌다. 그 광경을 목격한 옌저커의 볼이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계속해 봐요. 겁먹지 말고… 더 세게 밟아도 돼요.”

그의 독려에 그녀는 왼발까지 함께 올려, 두 발바닥으로 거대한 기둥을 조심스럽게 협착하듯 감쌌다. 양쪽 발바닥과 발등으로 뜨거운 살덩이의 표면을 더듬자, 굵게 뛰는 혈관의 맥동이 발의 감각을 통해 머릿끝까지 전해졌다. 처음에는 마치 화상을 입은 부위를 조심조심 소독하는 듯한 서투른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야오위가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아, 거기… 발바닥 전체로, 위아래로… 그래, 그렇게 문질러 줘요, 천천히…” 하고 쾌락에 겨운 목소리로 지시할 때마다, 그녀의 발놀림은 점차 대담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옌저커는 자신의 발로, 눈앞의 거대한 남성성을 농락하고 있다는 사실에 숨이 막혔다. 그 거대한 덩어리를 두 발이 제대로 감싸지 못해, 귀두 부분이 계속 발끝 밖으로 위협적으로 솟아나왔다. 그녀는 아치형으로 발을 휘어 귀두 부분을 발바닥 중앙으로 굴리듯 눌러 보았다. 끈적한 카우퍼액이 발바닥에 묻어 움직임이 미끄럽게 변했다.

“하아… 저커 씨… 당신의 발은 정말…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야오위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정강이를 손으로 쓸었다. 그의 시선은 완전히 욕망에 젖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렇게 그녀의 발에 완전히 지배당하는 듯한 모습에, 옌저커는 아랫배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전율이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남자에게서 이런 절대적인 굴복과 쾌락을 얻어 낸다는 사실이, 그녀의 거부감을 서서히 마비시키고 있었다.

열기와 긴장 속에서 시간은 눈 녹듯 흘러갔다. 한 시간 가까이 그녀의 부드러운 발바닥과 발가락에게 집요하게 핥이고 문질러지고 휘감긴 야오위의 호흡은 집승처럼 거칠어졌다. 마침내 그의 복근이 심하게 경련하기 시작하더니, 두 손으로 그녀의 발목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간다… 가요…! 전부… 당신에게 쏠 테니…!”

야오위가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다음 순간, 귀두의 중앙이 폭발하듯 벌어지며 엄청난 양의 진하고 하얀 탁액이 분수처럼 하늘로 솟구쳤다. 첫 발사는 그녀의 티셔츠 가슴께와 목까지 강하게 적셨고, 이어지는 고동치는 듯한 발사의 향연은 그녀의 배와 허벅지 위로 미끄러져 내렸다. 한 번도 배출되지 않고 참아 왔다는 듯 그 양은 실로 엄청나서, 옌저커의 상체는 순식간에 그의 뜨거운 체액으로 뒤덮였다.

“으아…! 뭐야, 이렇게… 많이…”

옌저커는 너무 놀란 나머지 몸을 뒤로 잡아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자신의 몸 위로 뿌려지는 진득한 체온과 냄새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코를 찌르는 짙은 비린내와 남성 특유의 향이 머릿속을 하얗게 멍들게 했다. 두텁게 쌓인 정액이 피부 위에서 스며들 듯 끈적거렸다.

“하아아… 하아…”

사정을 마친 야오위는 몸의 모든 힘이 빠진 듯 소파에 푹 기대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옌저커는 그제야 격렬하게 분노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젖은 상의를 손으로 떼어 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끈적거리는 정액이 손가락 사이로 번졌다. 그녀의 숨소리 또한 그 못지않게 거칠었다.

“이 변태…!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누가 이렇게… 이렇게 많이 싸래…!”

그녀가 낮고 떨리는 목소리로 욕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분노보다 당혹감과,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흥분이 더 깊게 배어 있었다.

그녀는 얼른 소파에서 일어나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문을 굳게 걸어 잠근 그녀는 등을 벽에 기대고 격렬하게 숨을 골랐다. 몸에 달라붙은 옷을 벗어 던지며 욕조 선반에 앉았다. 유백색 정액이 배와 허벅지에 마치 무언가를 주장이라도 하듯 끈적하게 달라붙어 흘러내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떨리며, 배 위에 고여 있던 가장 진한 부분을 조심스럽게 긁어냈다. 끈적한 양감이 손가락에 묻어났다. 머릿속은 루청에 대한 죄책감과, 방금 전 눈앞에서 펼쳐진 아찔한 광경과,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게 욱신거리며 스며드는 하체의 욕구로 혼란의 도가니였다.

“보답일 뿐이야… 그냥, 보답일 뿐이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린 그녀는, 이 모든 게 야오위의 정액 탓이라는 듯이, 떨리는 혀끝을 내밀어 정액이 묻은 손가락을 천천히 핥았다. 짭짤하면서도 진하고 비릿한, 묵직한 남성의 본질적인 맛이 혀끝에 퍼지는 순간, 그녀는 참을 수 없는 전율과 함께 가랑이 사이가 완전히 뜨거운 물로 촉촉이 젖는 걸 느꼈다. 죄책감과 쾌락이 뒤섞인 그녀의 작은 신음 소리가 욕실 안으로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

스스로 바친 발

8월의 더위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도시의 거리는 열기로 아른거렸고, 바람 한 점 없이 무거운 공기가 숨을 조여왔다. 그날도 옌저커는 루청의 연습실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는 수업과 훈련으로 바빴고, 옌저커는 혼자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발은 뻐근했다. 플랫슈즈를 신어도 여름의 무더위는 발목에 땀을 고였다. 살색 팬티스타킹을 신은 날이면 더 그랬다. 얇은 천이 발가락 사이에 끼고, 발바닥은 미끄러웠다.

집 문을 열자 에어컨의 찬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 야오위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키가 188센티나 되는 그는 어색하게도 무릎을 구부린 채 작은 주전자에 차를 따르고 있었는데, 마치 그 자체가 하나의 풍경화 같았다.

"돌아왔어요?"

야오위가 고개를 들며 물었다. 부드럽고 나지막한 목소리. 그는 일어나 현관으로 다가왔다. 그 동작엔 긴 다리의 선이 드러났고, 은은한 숲 향기가 풍겼다.

"응, 더워서 발이 좀 그래." 옌저커는 가볍게 신발을 벗으며 대꾸했다. 들어가자마자 소파에 앉을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야오위의 손이 이미 그녀를 안내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오늘 수고했으니 제가 발을 좀 풀어드릴게요. 앉으세요."

옌저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속으로는 반기는 마음을 느끼며도 겉으로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척했다. 소파에 몸을 기대자 천으로 된 쿠션이 폭신하게 느껴졌다.

"또 부탁하게 되네."

"아닙니다. 이렇게라도 만질 수 있어서 영광이죠."

야오위는 옌저커의 옆에 앉았다. 그녀의 옷차림은 늘 그렇듯 단순했다. 위에는 흰색 티셔츠, 아래는 짧은 치마 그리고 그 살색 팬티스타킹. 팬티스타킹은 그녀의 다리 라인을 매끄럽게 감싸고, 약간의 광택을 냈다. 힘줄 하나 보이지 않게 예쁜 종아리였고, 발목은 가늘고 복숭아뼈는 깔끔하게 튀어나왔다. 야오위는 잠시 숨을 멈췄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왼발을 들어 올려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렸다.

야오위의 손가락이 스타킹 위로 발바닥의 윤곽을 더듬었다. 검지로 발가락 사이를 문지르자 얇은 천 너머로 열기가 전해졌다. 엄지손가락이 발바닥 중앙의 궁형을 살며시 누르자, 옌저커에게서는 작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아…."

그녀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겉으로 드러내는 것은 적당한 불편함뿐이었다.

"아파요?" 야오위의 손이 멈추었다.

"조금 피곤해서 그런 거야. 계속해."

야오위는 다시 손을 움직였다. 발꿈치를 감싸 쥐고 손가락으로 애무하듯 문지르며 발목을 천천히 주물렀다. 발이 시원해지고 안쪽 근육이 풀리는 기분에 옌저커는 소파에 몸을 더 깊이 맡겼다. 이런 순간이 싫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즐거웠다. 루청은 이런 자잘한 보살핌을 해줄 만큼 감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또 솔직하게 말해 그렇게까지 거대한 관심을 느껴본 적도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사지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됐어요, 이제 됐어."

야오위는 듣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부턴 매번의 마무리 의식과도 같은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몸을 약간 숙였다. 상체가 구부러지자 티셔츠 아래로 단련된 등 근육이 드러났다. 이내 야오위가 그녀의 발등에 입을 가져다댔다.

"또 시작이네, 변태 같으니."

옌저커가 발을 살짝 뒤로 당기며 눈을 흘겼다. 그녀의 눈썹은 약간 찡그려졌고, 목소리에도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그 발은 진심으로 빠지려 하진 않았다. 도리어 그녀의 시선은 그 순간 욕실 쪽 거울을 향했다. 거기엔 남자친구가 산 바디워시가 놓여 있다. 루청. 그 이름이 머릿속을 스치자 무엇인가 가슴 한구석을 찔렀다. 하지만 동시에 아랫배 쪽에서 또 다른 감각이 솟구쳤다.

입술과 발등 사이에서 부드러운 소리가 났다. 야오위는 마치 보물이라도 다루듯 그 발등에 입을 맞추었다. 살색 스타킹 위로 입김의 온기만이 느껴졌다. 그는 계속 발가락 하나하나에까지 입술을 옮겼다. 뽀뽀 소리가 작게 났다.

발등 전체를 덮던 그의 뜨거운 숨결에 옌저커는 다리를 약간 떨었다. 스타킹 안에서 발가락이 저도 모르게 오그라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가 변태처럼 굴고, 자신은 그걸 못마땅해하는 그림이겠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표정을 그녀는 보았다. 볼이 약간 붉어지고, 입은 꾹 다물려 있으며, 치마 밑으로 느껴지는 질척임까지. 속옷이 벌써 축축해지고 있었다.

"냄새나지 않아? 나는 더워서 그런데." 이런 말이라도 내뱉으며 정상인 척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기로워요, 당신 발은. 너무 예뻐요."

야오위가 얼굴을 들었다. 그의 두 눈은 불타고 있었다. 갈망과 집착이 그 안에서 불꽃처럼 일렁거렸다. 곧장 보내는 그 시선을 옌저커는 똑바로 마주할 수가 없었다. 너무 뜨거워 자신도 모르게 타들어 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불에 휩싸이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머리를 돌리며 옌저커는 말했다. "됐어, 그만해."

이 작은 의식은 이미 여러 번 반복되어 이제는 일종의 그들만의 비밀스러운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

며칠이 지나고 또다시 마사지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맨발이었다. 외출하고 돌아오니 야오위가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받아놓기까지 했다. 발을 담그는 순간, 옌저커는 몸속까지 노곤해지는 것을 느꼈다. 발가락 사이에 때가 끼지 않았을까, 발바닥이 까칠하지는 않았을까 약간 신경이 쓰였지만, 야오위의 손길은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물속에서 그녀의 발을 조심스럽게 문지르며 씻겨 주었다.

그리고 수건으로 닦은 후 마사지가 시작되었다. 로션을 덜어 손에 바르고, 야오위의 열 손가락이 그녀의 맨발 구석구석을 어루만졌다. 복숭아뼈, 발등, 발바닥의 우묵한 곳, 발가락 사이. 로션의 미끈거림과 야오위의 빈틈없는 손길이 너무나 완벽했다.

오늘의 마무리도 역시 입맞춤이었다. 손가락이 움직임을 멈추자마자 야오위는 고개를 숙였다. 입술이 엄지발가락에 닿자, 그녀의 발가락이 저도 모르게 반응하고 말았다. 맨살에 닿는 입술의 감촉은 한결 더 적나라했다.

"야오위!" 조금은 날카롭게 불렀다.

"죄송해요. 하지만 참을 수가 없어요."

야오위가 멈추지 않고 혀를 살짝 내밀어 발가락을 핥았다. 거기에 로션의 달달한 맛이 더해졌다. 혀가 발가락 사이를 스치자 위화감과 동시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전율이 밀려왔다.

"이 변태 자식!" 그녀가 발을 홱 잡아당겼다.

이제는 입에 밴 이 대사가 변명처럼 느껴졌다. 가면을 쓰고 있는 건 그녀였다. 이 행위를 멈추자고 단호하게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속은 달랐다. 그가 발을 핥을 때마다 질 내벽이 조여들었고, 끈적한 분비물이 속옷을 적셨다. 루청과의 섹스는 3분이 전부였다. 단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절정의 언덕이 바로 눈앞의 남자에게 있을 거라는 걸 본능은 이미 알고 있었다. 20센티라는 경이로운 크기, 그리고 이 집요한 헌신.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

자신의 욕망이 부끄러웠지만, 동시에 루청에게는 약간의 억울함도 들었다. 이런 작은 행복조차 그는 주지 못했다.

***

8월 31일. 여름의 절정이 지나고, 밤공기에 아주 희미한 가을의 서늘함이 섞이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방 안의 조명은 따뜻한 오렌지색으로 켜져, 분위기를 은밀하게 만들었다. 야오위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소파 한쪽에 앉은 그녀의 발을 주무르고 있었다. 오늘은 페디큐어를 발랐다. 새빨간 컬러였다. 발톱에 칠해진 짙은 레드가 하얀 피부에 극적인 대비를 이루며 시선을 강탈했다. 늘 그녀를 매료시키는 손기술에 이 날 따라 야오위의 집중력은 한껏 올라가 있었다. 그는 거의 황홀경에 빠진 표정이었다.

야오위의 숨소리는 거칠었고 그의 눈은 그녀의 발끝에 못이 박힌 듯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맨발을 핥고, 발가락을 입에 물었다. 평소보다도 더욱 절실해 보이는 그 광경을, 옌저커는 소파에 기대 조금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았다. 신기한 기분이었다. 거의 190센티에 가까운 거구의 이 남자가 자신의 발 앞에서 이토록 순종하는 모습. 보이지 않는 줄이 그녀의 손아귀에 쥐어져 그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기분.

야오위의 혀가 발바닥 중앙을 훑자 간지러움과 쾌감이 동시에 그녀를 덮쳤다. 루청과 하고 나서도 항상 허전하던 그곳이, 지금은 무엇인가로 꽉 채워지길 애처롭게 울부짖고 있었다.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어차피 이 남자는 이미 자신의 노예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리고 루청은 지금쯤 멀리서 훈련에 여념이 없겠지.

이 모든 게 야오위의 잘못이 아니었다. 내가 명령한 적도 없는데 그가 스스로 원한 것일 뿐.

어느 순간 결심이 섰다. 마치 강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음을 깨달은 사람처럼 그녀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오른쪽 다리를 올려, 무릎으로 그가 핥고 있던 발을 대신했다. 아주 천천히, 발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야오위의 입술을 따라 그었다. 마치 손가락으로 애무하듯이 발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그의 입술도 함께 움직였다.

"입 좀 벌려봐."

거의 알아듣기 힘들 정도의 작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 조용한 방 안에서, 그녀의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야오위가 듣지 못할 리 없었다. 그는 거짓말처럼 입을 벌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옌저커는 천천히 자기 발을 그의 아랫입술에서부터 밀어 넣었다.

발가락에 입 안의 뜨겁고 축축한 공기가 스쳤다. 이내 엄지발가락이 야오위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부드럽고 젊은 혀가 발가락의 붉은 페디큐어를 핥았다. 치아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그의 세심함까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야오위의 눈동자가 크게 떨렸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되는 듯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발목과 종아리를 감쌌다. 아까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살결의 온기를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손바닥 전체로 쓸었다.

"정말 아름다워요. 그리고… 향기로워요. 무슨 꽃보다 더."

입속에 든 발 때문에 그의 발음은 조금 흐릿했지만, 옌저커의 귀에는 낱낱이 박혀 들어왔다. 그녀는 그 불타는 시선을 소파 위에서 똑바로 받아내며, 이 상황을 즐겼다. 그가 손아귀 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자신의 발에 매달린 채 헐떡이는 꼴이 너무나 우스꽝스럽고도 자극적이었다. 이 남자는 정말로 나 하나 때문에 미쳐 가는구나. 바로 그 생각이 그녀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지배욕을 충족시켰다.

"핥아도 돼. 더, 제대로."

스스로 내린 허락이었다. 아마 이 밤을 기점으로 뭔가가 돌이킬 수 없게 변하리라는 걸, 그녀도 마음 한 켠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야오위가 이내 자신의 네 발가락을 한꺼번에 삼키고, 그 틈을 파고드는 혀가 미칠 듯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어떤 논리적인 생각도 사라져 버렸다. 느껴지는 건 그의 몸짓과 순종, 그리고 텅 빈 자신을 채울 수 있을 거란 충만한 기대감뿐이었다.

야오위는 그녀의 발을 경배하듯, 혀를 움직일 때마다 눈을 감았다 떴다. 발가락 사이사이를 빨고, 발바닥의 우묵한 곳을 혀로 눌렀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지만, 내키는 대로 하라는 허락이 떨어지자 이내 집요해졌다. 그는 예쁜 종아리 라인을 따라 손을 위로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는 듯했다. 그러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처럼 손끝에 힘을 주며 그녀의 발 하나에 온 정성을 쏟았다.

침대가 아닌 소파 위에서, 유일한 접촉 부위는 그녀의 발과 야오위의 입, 그리고 그녀의 종아리를 더듬는 손뿐이었다. 접촉 면적은 극히 적었지만, 그 쾌감은 전신을 휘감았다.

이날 밤, 옌저커는 야오위가 발을 핥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는 자신의 의지로 그의 입속에 발을 들이밀었다. 욕망이라는 끈이 자신의 단단한 발목을 옭아매는 기분이었다. 도망칠 수 없을 것 같다는 체념, 아니 기대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몸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물결이, 마침내 범람할 날을 조용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9월, 놀라운 변신

9월의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부드럽게 쏟아져 들어왔다. 옌저커는 화장대 앞에 앉아 마지막 메이크업을 점검했다. 가볍게 바른 파운데이션이 피부결에 스며들고, 연한 핑크빛 립스틱이 입술을 촉촉하게 빛나게 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신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흰색 면 소재의 무릎까지 오는 치마가 걸을 때마다 살랑살랑 흔들리고, 분홍색 작은 재킷이 상체에 딱 맞게 감싸며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캔버스화에 누드색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가늘고 길게 뻗어 있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한 바퀴 돌았다.

거실로 나가자 야오위가 소파에 기대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자마자 움직임을 멈추고 시선이 그녀에게 고정되었다. 아담의 후두가 살짝 움직이고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

“오늘 정말 환하게 빛나네요.” 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약간 낮고 부드러웠다.

옌저커는 속으로 뿌듯한 미소를 지었지만 겉으로는 눈을 살짝 굴렸다. “또 농담이시네. 평소랑 똑같은데요.”

“아니에요, 정말 눈부셔요.” 야오위가 진지하게 말했고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서 치마자락으로, 다시 발목까지 천천히 훑어내렸다.

옌저커는 그의 불타는 듯한 시선을 느끼며 가슴이 아릿하게 뛰었다. 그녀는 이런 감정이 좋았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이렇게 빠져드는 느낌. 루청은 이렇게 쳐다본 적이 없었다. 루청의 시선은 항상 너무 서둘러서 뜨겁기도 전에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가 버렸다. 하지만 야오위는 달랐다. 그는 아무 말 없이도 눈빛만으로 그녀가 숨 막힐 듯한 관심을 느끼게 했다.

그녀는 일부러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척 가볍게 걸어서 그 앞에 섰다. “루청이 오늘 오후에 도착해서 저녁에 올 거예요.”

야오위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가 곧 평정을 되찾았다. “그렇군요. 그럼 오늘 즐거운 저녁이 되겠네요.”

“그럼요.” 옌저커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전에 나랑 쇼핑하러 가줘야 해요. 그를 위해 옷을 좀 사려고요.”

“좋아요, 제가 데려다드릴게요.”

야오위가 일어나 현관으로 걸어갔다. 그의 키 188cm의 늘씬한 체격이 거실에서 특히 돋보였다. 옌저커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사실 루청을 위해 옷을 사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완전히는 아니었다. 그녀가 더 원했던 것은 야오위에게 새 옷을 입고 감상받는 그 느낌이었다. 생각만 해도 볼이 붉어졌다.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시내에서 가장 큰 쇼핑몰로 향했다. 차 안에서 야오위는 젠틀하게 문을 잡아주었고, 좌석에 앉을 때도 조심스럽게 그녀의 치마를 정리해주었다. 그의 손가락이 우연히 그녀의 무릎을 스쳤고, 부드러운 감촉에 옌저커의 호흡이 살짝 빨라졌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침착한 척했다.

쇼핑몰에 도착하자 옌저커는 야오위의 팔을 자연스럽게 끌었다. “자, 먼저 요가 용품점에 가요. 요즘 요가를 시작하려고 해서 장비를 좀 사야 해요.”

“요가요?” 야오위의 목소리에 관심이 담겼다. “당신 몸매에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그런 말을 해요.” 옌저커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지만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졌다.

요가 용품점에 들어서자 옌저커는 바로 분홍색 요가 매트 앞에 멈춰 섰다. 부드러운 색감의 매트가 조명 아래서 은은하게 빛났다. 그녀가 손바닥으로 매트를 누르자 폭신하고 두꺼운 탄력이 느껴졌다.

“이건 어때요?” 그녀가 고개를 돌려 야오위에게 물었다.

“예쁘네요, 당신한테 잘 어울려요.” 야오위의 시선이 매트에 있다가 그녀의 허리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옌저커는 못 들은 척하며 점원에게 손짓했다. “분홍색으로 할게요.” 이어서 그녀는 같은 색의 요가볼을 골라 들었다. 둥글고 큰 공이 그녀의 품에 안겨 은근히 귀여운 대비를 이루었다. 야오위는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진짜 기대되는 순간은 요가복 코너에서였다. 옌저커의 손가락이 옷걸이 사이를 천천히 넘기다가 검은색 스포츠 브라와 검은색 레깅스 세트 앞에서 멈췄다. 심플한 스타일이었지만 원단이 매우 질기고 조이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꺼내서 가볍게 당겨보며 훔쳐보듯 야오위의 반응을 살폈다.

“운동할 때 속옷을 입지 않아도 돼서 편해요.”

야오위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고 목소리가 약간 쉰 듯했다. “그렇군요... 아주 편리하네요.”

옌저커는 마음속이 뿌듯해지면서도 일부러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요가복을 계속 골랐다. 그녀의 손가락이 살구색에 가까운 연한 분홍색 요가복에 닿았다. 원단이 매우 얇고 부드러워 손에 닿는 느낌마저도 살짝 비칠 듯했다. 그녀가 들어 올리자 과연 옷걸이 반대편이 흐릿하게 보였다.

“이건 좀 너무 얇은 거 아니에요?” 옌저커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야오위에게 물었다.

야오위가 다가서자 페로몬 향이 은은하게 코를 스쳤다. 그의 시선이 요가복 위를 훑더니 목소리가 약간 긴장된 듯했다. “입어보지 않으면 정말 모르죠.”

옌저커는 미소를 지으며 요가복을 팔에 걸치고 다시 반투명 분홍색 바디수트와 리듬체조복을 집어 들었다. 디자인이 매우 도발적이어서 몸에 딱 붙고 등과 허리 부분이 반투명 레이스로 되어 있었다. 그녀가 손에 들자마자 입어본 느낌이 상상되었다.

“이것도 입어볼게요.” 그녀가 야오위를 한 번 바라보며 말했다. “나중에 옆에서 좀 봐줘요. 너무 비치는지 봐야 하니까.”

야오위의 아담의 후두가 움직이고 손가락이 살짝 말려들었다. “좋아요.”

옌저커는 세 벌의 요가복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가며 심장이 점점 더 빨리 뛰었다. 그녀는 먼저 검은색 세트를 입었다. 스포츠 브라가 가슴을 단단히 받쳐줘 더욱 풍만하게 보였고, 레깅스가 엉덩이 곡선을 완벽하게 감싸며 다리를 특히 길어 보이게 했다. 그녀는 거울 앞에서 한 바퀴 돌며 만족스러워했다. 이 벌은 괜찮았다. 지나치지 않으면서도 몸매가 잘 드러났다.

다음은 살구색 요가복이었다. 입자마자 그녀는 살짝 머뭇거렸다. 원단이 피부에 닿는 느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얇았고, 몸을 잘 살펴보자 거울 속에서 가슴과 허벅지 뿌리의 윤곽이 은은하게 드러났다. 그녀가 등을 돌리자 엉덩이 라인이 요가복을 살짝 받쳐 올린 듯 더욱 또렷해졌다. 숨이 조금 가빠졌다. 이 옷은 정말로... 대담했다.

마지막으로 반투명 바디수트를 입자 거울 속의 자신조차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분홍색 레이스가 피부에 감싸이고, 레이스 사이로 피부색이 드러나며 진짜 같은 착시를 일으켰다. 가슴과 은밀한 부위가 얇은 천에 반쯤 가려져 더욱 도발적으로 보였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커튼을 살짝 젖혔다.

“야오위, 이리 와 봐요.”

야오위의 발걸음이 다가왔다가 커튼 밖에서 멈췄다. “응?”

옌저커가 커튼을 한 뼘 열자 그의 시선이 곧바로 그녀의 몸에 꽂혔다. 시간이 순간 멈춘 듯했다. 야오위의 눈빛이 그녀의 얼굴에서 가슴으로, 허리로, 그리고 다리까지 천천히, 아주 자세하게 훑어내렸다. 그의 눈 깊은 곳에서 불꽃이 튀는 듯했고 호흡이 분명 무거워졌다.

“어때요? 너무 비쳐요?” 옌저커가 고개를 약간 숙이고 속눈썹을 살짝 떨며 물었다. 그녀는 그가 완전히 빠져드는 모습을 좋아했다.

야오위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려 애쓰며 말했고, 목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깊고 느렸다. “비치긴 하지만... 집에서 입으면 괜찮아요. 남의 눈에 띄지만 않으면.”

“집에서만 입으면요?” 옌저커가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치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응, 나만...” 야오위가 말을 하려다 갑자기 멈추고 뒷말을 삼켰다. 그의 손가락이 커튼 옆에서 꽉 쥐어지며 관절이 약간 하얘졌다.

옌저커는 그의 다급함을 느끼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천천히 커튼을 닫으며 가볍게 말했다. “알겠어요. 이거 다 살게요.”

탈의실 밖으로 나오자 야오위는 이미 평정을 되찾았지만 귀끝은 아직 약간 붉었다. 옌저커는 세 벌의 요가복을 계산한 뒤 자연스럽게 쇼핑백을 그에게 건넸다. “들어줘요.”

“좋아요.” 야오위가 받아 들며 손가락이 살짝 그녀의 손바닥을 스쳤다.

두 사람은 나란히 쇼핑몰을 걸으며 옌저커의 마음은 벌써 집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녀는 이 요가복을 입고 요가 매트 위에서 몸을 펼칠 때 야오위의 눈빛이 어땠을지를 상상했다. 그 시선 아래에서 발끝까지 전율이 느껴질까.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급해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몸과 마음은 벌써 그 금기를 갈망하기 시작했다.

“루청이 오늘 저녁에 오면 내일 오후에 아마 떠날 거예요.” 그녀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대회 훈련이 바쁘다더라고요.”

“그렇군요.” 야오위의 목소리에 어떤 미묘한 감정이 섞인 듯했다. “그럼 내일 오후면 다시 우리 둘만 남겠네요.”

옌저커는 대답하지 않고 발걸음을 빨리하며 쇼핑백이 흔들렸다. 그녀는 내일 오후를 생각하니 기대감에 마음이 쿵쿵 뛰었다. 그녀는 그 기대가 부끄럽지만 억누를 수 없었다.

탈의실 유혹

연한 살구색 요가복이 살결에 스르르 미끄러져 내렸다. 옌저커는 탈의실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어깨 끈을 손끝으로 살짝 걸치며 제 모습을 훑었다. 밖에서는 낮은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여자친구를 데리고 온 남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때우는 소리였다.

“야오위.”

옌저커가 문을 살짝 열고 고개만 내밀었다.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눈빛은 무언가를 감추고 있었다.

“이거 좀 봐줘.”

야오위가 벤치에서 일어섰다. 기다렸다는 듯 걸음이 빨랐다. 그가 탈의실 안으로 들어서자 옌저커는 손가락으로 요가복 상의 어깨 부분을 톡톡 두드렸다.

“이거 사이즈가 좀 애매한데, 어떤 거 같아?”

야오위의 시선이 그녀의 몸에 닿았다. 엷은 살구색 천이 가슴 라인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고, 허리 쪽은 착 달라붙어 골반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침을 삼키며 겨우 입을 열었다.

“어… 괜찮은데. 그런데… 활동할 땐 좀 더 타이트한 게 낫지 않아?”

“그래? 그럼 이건 어때?”

옌저커가 옷걸이에 걸린 다른 요가복을 집어 들었다. 같은 색감이지만 천이 더 얇고 신축성이 좋아 보이는 디자인이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상의를 벗으려는 듯 손을 올렸다가 멈췄다.

“좀 불편한가 보네. 밖에서 잠깐 기다려 줄래?”

야오위는 고개를 끄덕이며 탈의실 문을 나섰다. 문을 닫는 순간 그의 아랫배가 뜨거워졌다. 바지 앞부분이 불편하게 당겨졌고, 그는 얼른 허리를 굽혀 티셔츠로 사타구니를 가렸다.

안에서는 천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옌저커는 거울을 보며 천천히 상의를 벗었다. 요가복이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리며 하얀 배가 드러났다. 그녀는 일부러 끈을 한쪽만 걸친 채 문 쪽으로 다가갔다.

“야오위, 이것도 좀 봐 줘.”

다시 문이 열렸다. 야오위가 들어서는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옌저커는 이번에는 하의만 갈아입은 상태였다. 살구색 요가 팬츠가 그녀의 탱탱한 엉덩이와 허벅지 라인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상의는 아직 갈아입지 않아 어깨 끈이 한쪽만 걸쳐진 채 가슴 윗부분이 살짝 드러나 있었다.

“팬츠는 어때? 너무 달라붙는 것 같지 않아?”

야오위의 시선이 엉덩이에서 떨어지질 못했다. 천이 얇게 늘어난 부분에서는 살결이 비칠 듯 말 듯했다. 그는 가까스로 대답을 꺼냈다.

“아니… 움직이기 편해 보여. 라인도 예쁘고.”

“그래?”

옌저커는 거울 앞으로 돌아서며 옆모습을 비추었다. 그녀의 엉덩이가 살짝 올라간 곡선이 거울에 비치자 야오위의 바지 앞부분이 눈에 띄게 부풀어 올랐다. 부피가 어찌나 컸는지 일반적인 돌기라고 하기엔 터무니없는 크기였다. 옷감조차 그 부피를 감당하지 못해 과장된 윤곽이 확연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옌저커는 거울을 통해 그 모습을 확인했다. 그녀의 눈이 순간 커졌다가 이내 평소대로 돌아갔다. 숨을 깊게 들이쉬는 소리만 탈의실 안에 조용히 퍼졌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실눈을 떴다. 볼이 은은하게 붉어졌지만, 그 입술 끝은 미묘하게 올라가 있었다.

“그럼 이제 리듬체조복으로 갈아입을게. 잠깐만 다시 밖에 있어 줘.”

야오위가 밖으로 나가자 옌저커는 거울에 기대 잠시 숨을 골랐다. 가슴이 빨리 뛰고 있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목을 쓸어내리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방금 본 광경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저 부피감, 저 무게감. 루청의 평범한 크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덩치. 그녀의 배꼽 밑이 묘한 열기로 조여드는 듯했다.

몇 분 후, 옌저커는 반짝이는 소재의 리듬체조복으로 갈아입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디자인에 등은 깊게 파였고, 허리에는 은은하게 반짝이는 큐빅 장식이 달려 있었다. 그녀는 거울을 보며 어깨 끈을 정리했다.

“야오위.”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다. 야오위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리듬체조복은 요가복보다 훨씬 더 과감했다. 옆구리 라인이 깊게 파여 갈비뼈가 은근히 드러났고, 가슴골 사이로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반짝이고 있었다. 특히 하복부 쪽 천이 얇아 아랫배 라인이 훤히 드러났다.

야오위는 무심코 입을 열었다.

“정말 섹시하고… 아주 핑크빛이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탈의실 안의 공기가 멈춘 듯했다. 옌저커는 그의 눈이 제 가슴 윗부분, 정확히는 유두가 천을 살짝 밀어 올린 부분에 꽂혀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 그리고 그 아래, 체조복이 사타구니를 따라 밀착된 곳까지 시선이 이어져 있었다. 천의 색이 얇은 부분에서 은근히 비치는 분홍빛 속살까지.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동시에 아랫배 깊은 곳이 묘하게 수축되는 감각을 느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머리카락으로 볼을 가렸다.

“뭐가…?”

되물었지만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톤 낮았다.

야오위는 정신을 차리고 얼른 말을 고쳤다.

“아, 아니 그게… 옷이. 옷 색깔이 살구색이면서도 핑크빛이 도니까… 피부톤이랑 잘 어울린다고. 그러니까…”

그의 말이 점점 작아졌다. 옌저커는 거울을 통해 그의 당황한 얼굴을 지켜보며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그렇게 보여?”

그녀는 몸을 살짝 틀어 옆모습을 거울에 비추었다. 가슴 라인, 허리 라인, 엉덩이 라인이 모두 그대로 드러나는 자세였다. 그녀는 한 손을 허리에 얹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거울 속의 그를 바라보았다.

“야오위 너. 사실 좀 안 피곤해? 요즘 자주 이렇게 불러내서.”

야오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혀. 오히려 내가 고마운 걸.”

“고맙다니?”

“네가 이렇게 편하게 대해 주니까. 옷 고르는 것도 같이 봐 주고.”

옌저커는 살짝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벽에 기대어 선 채로 팔짱을 끼었다. 그 동작에 가슴이 살짝 눌려 골이 깊어졌다.

“그런데 너, 요가 배워 본 적 없지? 몸이 꽤 좋은데 왜 안 배워?”

야오위의 귀가 빨개졌다.

“그냥… 관심이 없었어. 그런데 너 하는 거 보니까 나도 검은색 요가 매트 하나 장만해야 하나 싶더라고. 집에서 혼자라도 따라 하게.”

옌저커는 그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루청이 요가 매트 남는 거 있는데.”

그 말에 야오위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하지만 옌저커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거 좀 낡았어. 내가 새로 하나 골라 줄까?”

“그래도 돼?”

“응. 그가 떠나고 나면. 우리 같이 할 수도 있고.”

옌저커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함께’라는 단어가 마치 뜨거운 바람처럼 야오위의 피부를 스쳤다.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돌려 탈의실 안쪽으로 한 걸음 들어갔다.

“그럼 이제 나갈게. 옷 갈아입어야 하니까.”

야오위는 멍하니 서 있다가 겨우 몸을 돌렸다. 탈의실 문을 나서며 그는 자신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복도 벽에 등을 기대고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하지만 눈을 감을 때마다 아까 본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리듬체조복 아래로 드러난 분홍빛 속살, 그리고 그녀가 거울을 통해 바라보던 그 눈빛.

한편 옌저커는 평상복으로 갈아입으며 양말을 신다 멈칫했다. 그녀는 제 발목을 만지다가 문득 방금 전 상황을 생각했다. 야오위를 자꾸 불러들였던 이유. 결국 그에게 가까이서 자신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일까. 그것도, 그가 발기한 큰 자지가 불편하게 치솟아 있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아랫배가 조여드는 느낌에 손끝이 살짝 떨렸다. 루청이 훈련 캠프에 들어가고 나면 이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불안감이 짜릿한 기대로 바뀌는 것도 느끼고 있었다.

옌저커가 탈의실 문을 열고 나오자 야오위가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은은한 샴푸 향이 풍겼다. 그 향이 복도에 남아 천천히 번졌다.

“오래 기다렸어? 미안.”

야오위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오히려…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네.”

그 말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옌저커는 그 진심을 눈치챘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숙인 채 걷기 시작했다.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마음속은 그보다 훨씬 무거운 무언가로 출렁이고 있었다.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나도… 두근거리긴 마찬가지야.”

그 말은 복도에 흐르는 에어컨 바람에 실려 흩어졌고, 야오위의 귀에는 닿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옆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심장이 쿵 내려앉는 걸 느꼈다.

둘은 나란히 복도를 걸어 요가 스튜디오 건물을 빠져나왔다. 밖은 이미 땅거미가 지고 있었고,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야오위는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 하나 없는 저녁 하늘이었지만, 그의 마음속은 오히려 환하게 타오르는 듯했다.

옌저커가 그 옆에 서서 조용히 말했다.

“야오위, 너 지금 무슨 생각해?”

그가 고개를 돌리자 옌저커의 눈이 반달처럼 휘어 있었다. 그 미소는 차분했지만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마치 한 겹의 얇은 막이 벗겨진 느낌이랄까.

“음… 그냥, 오늘이 참 좋은 날이었다고. 너랑 이렇게 시간 보내서.”

옌저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야오위는 주먹을 살짝 쥐었다.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듯 천천히 숨을 고르며 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두 사람 사이에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 침묵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말을 감추고 있는 듯한, 무언가가 곧 터질 것만 같은 긴장감이 공기 중에 맴돌았다.

야오위는 걷는 내내 아까 그 탈의실에서 보았던 광경을 떠올렸다. 연한 살구색 천이 감싸고 있던 그녀의 몸, 체조복 아래로 은근히 드러난 분홍빛… 그가 그 모습을 정확히 지적했을 때 그녀는 부정하지도, 화내지도 않았다. 단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반응이 오히려 그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옌저커도 가로등 불빛 아래 길게 늘어진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생각했다. 아까 그가 말한 한마디. ‘정말 섹시하고 아주 핑크빛이네.’ 그 말은 분명히 유두와 하복부 쪽을 가리킨 거였다. 그녀는 그걸 알았다. 하지만 모른 척 넘어가 주었다. 그게 오히려 그를 더 흥분하게 만든다는 것도 그녀는 직감하고 있었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옌저커가 현관문을 열며 뒤를 돌아봤다.

“야오위, 있잖아.”

“응?”

“다음에 정말 요가 매트 사러 가자. 네가 좋아하는 검은색으로.”

야오위의 심장이 다시 한 번 쿵 내려앉았다.

“그래. 꼭 가자.”

옌저커는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야오위는 현관 앞에 잠시 서서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루청이 곧 떠난다. 그가 없는 동안 옌저커와의 시간은 분명 더 깊어질 것이다. 그걸 생각하자 입술이 바짝 마르면서도 가슴 한켠이 묘한 떨림으로 가득 찼다.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조금만 더… 천천히.”

그 말은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자, 동시에 그녀를 향한 간절한 소망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