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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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다. 차가운 빗방울이 아스팔트를 때리고, 핏빛이 흘러내렸다. 백련화 수는 마지막 숨을 거두며 번들거리는 길 위에 쓰러졌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원한이 가득했지만, 죽음은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었다. 눈을 뜨자 그는 10년 전, 열여섯 살의 몸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번 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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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의 시작

비가 내렸다. 차가운 빗방울이 아스팔트를 때리고, 핏빛이 흘러내렸다.

백련화 수는 마지막 숨을 거두며 번들거리는 길 위에 쓰러졌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원한이 가득했지만, 죽음은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었다. 눈을 뜨자 그는 10년 전, 열여섯 살의 몸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번 생에서는… 반드시 네가 무릎 꿇고 빌게 만들 거야.”

그의 손바닥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세뇌 시스템’이라는 글자가 반짝였다. 소념은 씩 웃었다. 이 시스템이라면 가능했다. 모든 것을 빼앗고, 모든 사람을 돌려세울 수 있었다. 특히 임일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었다.

그날 저녁, 소념은 우연을 가장해 임일의 집에 찾아갔다. 비를 흠뻑 맞은 채 떨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가련했다. 임일의 어머니 이완이 먼저 그를 불쌍히 여겼다.

“아이고, 이 비에 감기에 걸리겠구나. 얼른 들어와라.”

소념은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하며 살며시 임일을 바라보았다. 임일은 여전히 그 빛나던 미모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 얼굴이 소념의 복수심을 더욱 불태웠다.

며칠 후, 소념은 시스템을 가동했다. 첫 번째 타깃은 임일의 큰형, 임봉이었다. 소념은 임봉에게 다가가 어렵게 도움을 청하는 척했다.

“형님, 저… 임일이 자꾸 괴롭혀요. 저 때문에 네가 미워졌다고…”

임봉의 눈이 흐려지더니 이내 증오로 가득 찼다. “그 놈이? 내 동생이 너를 괴롭혀?”

그 후로 임봉은 임일에게 냉랭해졌다. 더 이상 동생을 보호하지 않았고, 오히려 소념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믿었다.

둘째 형 임택도 곧 세뇌되었다. 원래 다정하고 부드러운 성격이었지만, 시스템이 그의 기억을 왜곡했다. 소념은 그에게 임일이 모든 잘못의 근원이며, 그 때문에 가족이 고통받고 있다고 주입했다.

어느 날, 임택이 임일을 방으로 불렀다. “너 때문에 엄마 아빠가 얼마나 피곤하신 줄 알아? 도대체 왜 이렇게 못된 놈이 된 거야?”

임일은 눈을 깜빡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조차 알 수 없었다.

임천과 이완은 점점 더 소념을 가까이했다. 그들은 소념을 친자식처럼 대했고, 반대로 임일은 점점 더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갔다.

“임일, 너는 정말 버릇이 없구나. 소념이처럼 착해야지.” 아버지 임천이 임일을 꾸짖었다.

“네, 맞아요. 소념이는 정말 착한 아이예요. 너는 왜 그를 못살게 구는 거야?” 어머니 이완이 거들었다.

임일의 친구 진우마저도 소념의 편에 섰다. 원래 절친이었지만, 시스템이 그를 충실한 추종자로 만들어 버렸다. 진우는 소념에게 임일의 약점을 알려 주었다.

“임일은 사실 혼자 있는 것을 무서워해요. 밤에 불을 끄면 자지도 못해요.”

소념은 그 정보를 마음에 새겼다. 다음 날, 그는 모든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임일을 모욕했다.

“임일아, 너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잖아.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아무도 너를 좋아하지 않아.”

임일의 가족들은 웃었다. 아무도 그를 변호하지 않았다. 임일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지만, 참았다.

소념은 그 모습을 보며 기뻐했다. 아직 멀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모든 것을 빼앗고, 임일이 무릎 꿇고, 아니, 완전히 부서질 때까지 학대할 것이다.

밤이 깊어지자 소념은 혼자 웃었다. 시스템 창이 그의 손바닥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아마도 임일의 모든 인간 관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일 것이다. 그가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게 만들 것이다.

광채의 이동

백련화 수는 방 안을 천천히 걸으며, 손가락 끝으로 거실 테이블 위의 찻잔 가장자리를 스쳤다. 찻잔 속 붉은 차는 마치 사람의 피처럼 짙었다. 그녀의 눈빛은 편안했고,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임봉은 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의 눈은 텅 빈 것 같았지만, 그 깊은 곳에는 아직 남아 있는 이성이 번뜩이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쥐어졌다 폈다를 반복하며, 땅바닥에 자국을 남겼다.

“네 동생이 참 예쁘지?”

백련화 수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그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임봉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은… 은혜로운 소저…”

“말해 봐.”

백련화 수가 찻잔을 집어 찻잎을 가볍게 저었다.

“임일의 어릴 적 일을 알고 싶어.”

임봉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기억 속의 임일은 언제나 환하게 웃고 있었고, 달리기를 하면 꼭 뒤를 돌아 자신을 부르던 아이였다. 하지만 그 기억들은 이제 하나하나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그의 뇌 속을 뒤집어 놓은 듯,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었다.

“그… 그 녀석은…”

임봉이 힘겹게 말을 꺼냈다.

“원래는… 집안의 자랑이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뭐?”

백련화 수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그는 항상 네가 그를 돌볼 거라고 생각했어. 맞지?”

임봉의 몸이 움찔했다. 맞다, 임일은 항상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이 그를 지켜줄 거라고, 큰형이 영원히 그의 뒤에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는 틀렸어.”

백련화 수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말했다.

“너도 알지? 그는 네가 한때 얼마나 그를 아꼈는지 항상 기억할 거야. 하지만 그 기억들은…”

그녀의 손가락이 허공을 가리키며,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끊는 듯했다.

“이제는 너를 괴롭힐 뿐이야.”

임봉은 숨을 쉴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맞다, 모든 기억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임일이 어릴 적 손을 잡아주던 온기, 그가 형이라고 부르던 목소리. 그 모든 것이 지금은 칼이 되어 그의 심장을 찌르고 있었다.

“그를 미워해.”

백련화 수의 목소리가 마치 마법처럼 그의 귓가에 맴돌았다.

“네가 그렇게 아꼈는데, 그는 어떻게 널 배신했는지 알아? 그는 너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겼어. 너를 이용했어. 너는 단지 그의 도구였을 뿐이야.”

“도구…”

임봉의 눈이 점점 흐려졌다.

“맞아… 도구… 그 녀석은 날 도구로만 봤어…”

“이제는 네가 그를 조종할 차례야.”

백련화 수가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어 그의 뺨을 살짝 쓰다듬었다.

“네가 그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대가를 치르게 해.”

임봉의 시선이 점점 단단해졌다. 그의 손가락이 꽉 쥐어지고, 뼈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내가… 내가 그 녀석에게 교훈을 주겠습니다.”

백련화 수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려 창가로 걸어갔다. 창밖에는 회색빛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좋아. 이제 돌아가.”

임봉은 일어나 몸을 돌렸다. 그의 걸음걸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 등 뒤에는 한때 임일을 가장 사랑했던 큰형의 그림자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임일은 복도 끝에서 큰형이 걸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다가가고 싶었지만, 다리가 마치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임봉의 눈빛은 마치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한 번도 자신을 보지 않았다.

“형…”

임일이 작게 불렀다.

임봉이 잠시 멈췄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가지 마.”

임일이 애원하듯 말했다.

“나랑… 말 좀 해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닥쳐.”

임봉의 목소리는 낯선 사람처럼 차가웠다.

“너 같은 녀석과 무슨 말을 하겠어.”

임일은 마치 누군가에게 찬물을 끼얹은 듯했다. 그는 큰형의 눈에서 증오를 읽을 수 있었다. 그 증오는 너무나도 생생해서 그를 숨 쉴 수 없게 만들었다.

“형… 나는 왜…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임봉이 마침내 돌아섰다. 그의 눈에는 한 줌의 온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

“너를 똑똑히 봤기 때문이야. 너 같은 인간은… 애초에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

그 말은 칼처럼 임일의 심장 깊숙이 꽂혔다. 임일은 벽에 기대어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큰형의 발소리가 멀어져 갔고, 자신의 심장이 터질 듯 뛰는 소리만 남았다.

그날 저녁, 백련화 수는 저택에서 가장 큰 연회장에서 만찬을 열었다. 검은색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신사 숙녀들이 연회장을 가득 메웠다. 모두가 백련화 수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마치 별이 달을 둘러싼 듯했다.

임일은 구석에 서 있었다. 그의 옷은 초라했고, 머리카락은 엉망이었다. 그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 했지만, 백련화 수의 시선은 언제나 정확히 그를 향하고 있었다.

“임일아, 이리 와.”

백련화 수가 손을 흔들며, 목소리는 마치 설탕에 절인 독약처럼 달콤했다.

임일은 떨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그 시선들 속에는 경멸, 조롱, 그리고 어떤 잔혹한 기대가 섞여 있었다.

“네 친구 진우도 여기 있어.”

백련화 수가 옆에 앉은 청년을 가리켰다. 진우는 한때 임일의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지금은 백련화 수 곁에 앉아 그녀에게 음식을 권하고 있었다.

“진우야…”

임일이 목이 메인 목소리로 불렀다.

진우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그 눈빛은 낯선 사람처럼 완전히 무관심했다.

“응, 임일이구나.”

진우의 목소리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차가웠다.

“요즘 어떻게 지내?”

그 말에는 조롱이 담겨 있었다. 임일은 그의 입가에 숨기지 못한 비웃음을 볼 수 있었다.

“진우야, 나랑… 말 좀 해줄 수 있어?”

임일이 간청했다.

“그동안 왜 나를 피한 거야? 나는 네가 내 가장 친한 친구인 줄 알았는데…”

“가장 친한 친구?”

진우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연회장 안에서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너 같은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내 친구라고 자처해? 나는 너 같은 인간을 전혀 몰라. 아니, 한 번도 너를 내 친구라고 생각한 적 없어.”

임일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몇 달 전만 해도 함께 술을 마시고, 함께 울고 웃던 사람이 바로 이 진우였다. 그런데 지금은…

“진우야, 너는…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우리는 함께 자랐잖아. 함께 영화도 보고, 함께 게임도 하고…”

“닥쳐.”

진우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그 모든 게 네 거짓말이야. 너는 항상 그렇게 남을 속여. 너는 모든 사람이 너를 위해 미치길 바라지? 하지만 이제는 꿈 깰 시간이야. 아무도 너 같은 인간을 좋아하지 않아. 아무도.”

그 말은 칼처럼 임일의 심장을 찔렀다. 그는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발을 밟았다.

“어이, 조심해!”

어떤 신사가 그를 거칠게 밀쳤다. 임일은 땅에 넘어졌고, 찻잔이 그의 옆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날카로운 찻조각이 그의 손바닥에 상처를 냈고, 피가 흘러나왔다.

백련화 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 웃음소리는 마치 종소리처럼 맑았지만, 임일의 귀에는 가장 잔인한 조롱으로 들렸다.

“아이고, 이게 무슨 꼴이야?”

백련화 수가 일어나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손수건을 꺼내 그의 손에 묻은 피를 닦아 주는 척했다. 하지만 그 손길은 마치 칼날처럼 아팠다.

“다들 봐, 이게 바로 우리 임일이야.”

그녀가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

“한때는 모두의 사랑을 받던 아이였지만, 지금은…”

그녀가 일부러 말을 끊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다시 임일에게 쏠렸다. 그 시선 속에는 조롱, 경멸, 그리고 잔혹한 즐거움이 담겨 있었다.

“이제는 저런 꼴이 되었어.”

누군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로… 몰락했구나.”

임일은 땅에 주저앉아, 손바닥의 피가 차가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주변의 웃음소리와 조롱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그 소리가 머나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의 시선이 어렴풋이 가족들을 스쳤다. 아버지 임천은 무표정하게 케이크를 먹고 있었고, 어머니 이완은 백련화 수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둘째형 임택은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큰형 임봉은 담담하게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아무도 그를 보지 않았다. 아무도 그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임일은 천천히 일어나, 손에 묻은 피를 닦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무표정하게 몸을 돌려 연회장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의 등 뒤에서 웃음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 웃음소리는 마치 수천 개의 바늘처럼 그의 등 뒤에 꽂혔다.

복도에 들어서자, 임일은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그는 벽에 기대어 천천히 몸을 웅크렸다. 눈물이 마침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그는 한참 동안 그렇게 울었다.

하지만 아무도 와서 그를 일으켜 세워주지 않았다.

밤이 깊어졌을 때, 임일은 방 안에 홀로 앉아 있었다. 창밖에는 별 하나 없는 어두운 하늘만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손바닥의 상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피는 이미 굳어 있었지만, 가슴 속 상처는 계속해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왜…”

그가 중얼거렸다.

“왜 모두가… 이렇게 변한 거야… 나는… 대체 무슨 잘못을 한 거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방 안은 고요했고, 오직 벽시계만이 똑딱거리며 밤이 흘러가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갑자기 문이 열렸다. 임일이 고개를 들어 보니, 큰형 임봉이 문 앞에 서 있었다.

“형…”

임일이 다급히 일어났다.

임봉은 아무 말 없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작은 병이 들려 있었다.

“이거 발라.”

임봉이 병을 내밀며, 목소리는 여전히 무표정했다.

임일은 병을 받아 들었다. 그의 손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

“형… 고마워… 나는 네가…”

“닥쳐.”

임봉이 그를 가로막았다.

“네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저 백련화 수의 명령을 따를 뿐이야. 너 같은 녀석 때문에 내가 곤란해지고 싶지 않아.”

그 말은 차가웠지만, 임일은 그의 눈빛 속에서 희미하게 남아 있는 망설임을 읽을 수 있었다.

“형… 나는 네가 전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믿어…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닥쳐!”

임봉이 갑자기 소리쳤다. 그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할지 알겠지.”

그가 몸을 돌려 문 밖으로 나갔다. 문이 쾅 닫혔고, 방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임일은 병을 꼭 쥐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완전히 고립된 섬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의 모든 사람은 그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고, 자신만이 이 깊은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짚었다. 그곳에는 아직도 자신만의 기억이 남아 있었다. 그 기억들은 그가 이 어둠 속에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동력이었다.

“반드시… 방법을 찾을 거야…”

그가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반드시 모든 것을 되찾을 거야.”

형의 배신

눈이 내리고 있었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임일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보다 더 차가운 것은 지금 마주하고 있는 두 형의 눈빛이었다.

“너 같은 게 어떻게 우리 동생일 수 있겠어.”

임택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한때 부드러운 미소를 짓던 그 입이 지금은 증오로 일그러져 있었다. 임봉은 팔짱을 낀 채로 임일을 내려다보며 비웃음을 터뜨렸다.

“제발 인정해라. 넌 이미 가족이 아니야.”

임일이 입술을 깨물었다. 가슴 한가운데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렇지만 그는 참아야 했다. 아니, 참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는 반드시 설명해야 했다. 오해를 풀어야 했다.

“형,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저는 소념을 해친 적이 없어요.”

임택이 발을 구르며 다가왔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거짓말하지 마! 네가 한 짓을 우리가 다 알고 있어! 소념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네가 얼마나 잔인한 짓을 했는지!”

임봉이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그래, 소념이 다 말해줬어. 너는 항상 그를 질투했고, 그를 해치려고 했어. 너는 그저 우리 명예를 더럽히는 쓰레기일 뿐이야.”

임일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아니었다.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는 소념을 질투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소념이 그를 집요하게 괴롭혀 왔다. 하지만 그 말을 하면 누가 믿어줄까. 모두가 소념만을 믿고 있었다.

“형님들, 제발 들어주세요. 저는 형제잖아요. 우리는 함께 자랐잖아요. 기억나지 않아요? 어릴 적에 우리는 함께 눈싸움을 하며 놀았고...”

“닥쳐!”

임택의 손이 허공을 갈랐다. 따끔한 통증이 임일의 왼쪽 뺨에 스쳤다. 그는 뒤로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그런 기억은 없다. 왜냐하면 그 모든 건 네가 우리를 속이기 위해 만들어낸 환상이니까.”

임택의 눈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증오만이 가득했다. 임봉도 다가와 임일의 어깨를 밀쳤다. 임일은 결국 땅에 주저앉았다.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얼른 눈에 묻혀라. 네 존재 자체가 불쾌해.”

임일은 눈물을 삼켰다. 그는 차가운 땅바닥에 손을 짚고 일어나려고 했다. 그때였다.

“어머, 이게 누구야? 형님들, 무슨 일이세요?”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 하지만 임일은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몸이 굳어졌다. 소념이었다.

소념은 온화한 미소를 띠며 다가왔다. 그의 눈빛은 천사처럼 순수해 보였다. 그러나 임일은 그 눈동자 깊은 곳에서 번뜩이는 잔혹함을 볼 수 있었다.

“임일 씨, 괜찮아요? 얼굴이 빨갰네요.”

소념은 임일의 손을 잡으며 일으켜 세웠다. 그의 손길은 다정했지만, 임일에게는 칼날에 닿는 것만 같았다.

임택이 소념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소념 씨. 이 쓰레기가 또 뭔가 헛소리를 해서...”

소념이 부드럽게 손을 흔들었다.

“아니에요, 형님들. 너무 엄격하게 대하지 마세요. 임일 씨도 자신을 변명하고 싶은 거예요. 이해해요.”

그의 목소리는 달콤했지만, 그 말에는 독이 숨어 있었다. 소념이 임일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가볍게 속삭였다.

“사실 형님들이 임일 씨를 그렇게 의심하는 것도 당연한 거예요. 그동안 임일 씨가 저에게 한 행동을 생각하면... 하지만 괜찮아요. 저는 임일 씨를 용서할 수 있어요. 그저 진심으로 사과하기만 하면 돼요.”

임택과 임봉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소념이 말을 하는 동안, 그들은 자신들이 의심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확신을 더욱 굳혔다.

임일이 입을 열려고 했지만, 소념이 재빨리 손가락을 그의 입술에 대며 말렸다.

“쉿. 말하지 마요. 임일 씨가 무슨 말을 해도, 형님들은 이미 다 알고 있어요. 당신이 저를 얼마나 미워하는지, 당신의 진짜 모습을.”

소념이 돌아서서 임택과 임봉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슬픔이 어려 있었다.

“형님들, 너무 임일 씨를 다그치지 마세요. 그는 아마도 자신이 한 일을 깨닫지 못했을 거예요. 그에게 시간을 줘요. 하지만 동시에... 그가 다시는 저를 해치지 않도록 지켜봐 주세요.”

임봉이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소념 씨. 우리가 확실히 지키겠습니다. 이 쓰레기가 당신에게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하게.”

소념이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임일은 그 미소를 보며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임택이 임일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이리 와. 네가 설 자리는 여기가 아니야.”

임일은 저항하지 못했다. 그는 두 형에게 끌려가면서 마지막으로 소념을 돌아보았다. 소념은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미소 속에는 승리감과 조소가 섞여 있었다.

눈이 계속 내렸다. 차갑고 하얀 눈송이가 임일의 얼굴에 닿아 녹아 내렸다. 그것은 마치 눈물처럼 보였다. 하지만 임일은 더 이상 울지 않았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가장 가까웠던 형들마저 그를 버렸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소념이 만들어낸 거짓말 때문이었다. 하지만 누가 그를 믿어줄까. 아무도 없었다.

임일은 결국 두 형에게 끌려 집 안으로 사라졌다. 소념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임일 씨, 당신이 나에게 한 모든 것을 기억해요. 나는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그의 눈동자에 어둠이 스쳤다. 하지만 곧 다시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눈은 더욱 거세게 내렸다.

부모의 변화

# 시든 장미

## 제4장: 부모의 변화

소념은 천천히 거실 소파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앞에는 임일의 부모, 임천과 이완이 서 있었다. 두 사람의 눈동자는 약간 흐릿했지만, 소념이 말하는 모든 단어를 열심히 듣고 있었다.

"임일이 저를 괴롭혔어요. 아버지, 어머니."

소념의 목소리는 마치 상처받은 어린아이처럼 떨리고 있었다. 임천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완은 주먹을 꽉 쥐었다.

"말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요. 임일은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제가 이 집에 들어온 후로 계속..."

그는 눈물을 흘리는 척하며 눈가를 문질렀다.

"아버지, 어머니, 말해주세요. 제가 잘못 생각한 걸까요?"

임천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아니야, 소념아! 네 말이 맞다. 그 망할 자식이 우리 눈을 속이고 있었어!"

이완도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제기랄, 그동안 그 자식을 너무 믿었어. 우리가 속았던 거야! 소념아, 우리를 용서해줘. 우리가 늦게라도 너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소념은 고개를 들어, 눈물이 맺힌 듯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이제라도 진실을 알아주셔서 다행이에요. 하지만..."

그는 말을 망설이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임일이 계속 저를 괴롭히려 할 거예요. 그가 변할 거라고 믿을 수가 없어요."

임천이 벌떡 일어났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직접 그 자식을 바로잡아주마."

이완도 동의하며 말했다. "그래, 그동안 네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생각하면, 우리가 반드시 네 편을 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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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임일은 떨리는 손으로 식탁에 놓인 수저를 집었다. 그의 몸에는 아직 낮에 임봉과 임택에게 맞은 자국이 선명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밥을 먹으려 했다.

갑자기 임천이 수저를 식탁에 내려쳤다.

"임일아."

무서운 목소리였다. 임일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작게 대답했다. "... 네."

"네가 오늘 소념이 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냐?"

임일의 손이 멈췄다. "저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아무것도 안 했다고?!"

임천이 벌떡 일어나 임일의 멱살을 잡아끌었다. 임일의 밥그릇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 났다.

"네가 소념이를 울렸다고 들었다! 너는 그동안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짓을 해왔냐?!"

"아버지, 진짜 아니에요. 저는..."

때렸다. 임천의 주먹이 임일의 뺨을 강타했다. 임일은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이완은 그 광경을 보면서도 전혀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다가와 임일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이 못된 자식아! 네가 잘난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우리 집안에 먹칠을 한 놈이었구나!"

임택과 임봉은 식탁에 앉아 냉소적으로 지켜보기만 했다.

"어머니, 아버지, 제 말을 들어주세요..."

임일의 목소리는 이미 울먹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듣지 않았다. 그들은 소념이 심어준 거짓된 증오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다.

"들어달라고? 네가 무슨 자격이 있냐?"

임천이 임일의 옷깃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오늘부터 네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가르쳐주마. 이 집에서 너는 아무것도 아니다. 알겠냐?"

임일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그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

소념은 2층 복도 난간에 서서 아래 거실의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임일이 부모에게 얻어맞고, 울며 애원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참 좋은 구경이야."

그는 조용히 속삭였다.

지난 몇 년 동안 임일은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친구, 가족, 선생님들까지 모두가 임일만 바라봤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이제 임일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었다.

소념은 손에 든 차잔을 살짝 기울였다. 뜨거운 차가 아래로 떨어져 임일의 어깨에 떨어졌다. 임일이 작게 비명을 질렀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임일아, 이제 알겠니?"

소념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너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너를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이 이제는 나를 사랑해."

아래에서 이완이 임일의 뺨을 다시 한 번 때렸다. 그 소리가 거실에 크게 울렸다.

"더 세게 때려주세요."

소념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더 아프게, 더 굴욕적으로."

그때 진우가 소념 옆으로 다가왔다.

"소념아, 재미있지?"

"응. 아주 재미있어."

진우는 소념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내가 네가 임일이를 더 잘 다룰 수 있도록 몇 가지 방법을 알려줄까?"

"좋아, 무슨 방법인데?"

임일이 아래에서 부모에게 끌려가며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며, 진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라는 거 알아? 그걸 이용해보는 건 어때? 그가 어릴 때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게 뭔지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아?"

"예전에 친구였으니까. 그림 그리는 거 좋아했어. 그거 다 압수해버려. 그가 소중히 여기는 책들도. 그리고..."

진우는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가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추억들을 하나씩 부숴버려."

소념의 눈이 반짝였다.

"좋은 생각이야."

그는 아래를 바라보며 임일이 이완에게 볼을 붙잡힌 채 끌려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임일아, 너의 모든 것이 곧 사라질 거야."

그는 부드럽게 속삭였다.

"너를 빛나게 했던 모든 것들이, 이제는 너를 파괴하는 무기가 될 거야."

밤이 깊어졌다. 임일은 방에 갇혀 있었다. 그의 몸에는 새로운 상처들이 추가되었다. 그는 방구석에 웅크린 채 울고 있었다.

"왜... 왜 아무도 내 말을 안 믿어주는 거야..."

문이 열렸다. 어머니 이완이 들어왔다. 임일은 희미한 희망을 품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하지만 이완의 눈에는 연민이 없었다. 그녀는 손에 든 채찍을 휘둘렀다.

"닥쳐!"

채찍이 임일의 등을 강타했다. 사무치는 고통이 그의 몸을 관통했다.

"내가 이렇게 키운 게 아니야! 왜 소념이를 괴롭혔어?! 대답해!"

"저는... 안 했어요..."

"거짓말!"

채찍이 다시 내리쳤다. 임일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네가 울어도 소용없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우리가 모를 줄 알았어?"

이완은 분노에 차서 계속 때렸다. 임일의 등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어머니... 제발..."

"네가 '어머니'라고 부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냐?!"

마지막 일격이 임일의 어깨를 강타했다. 그는 더 이상 비명조차 지를 힘이 없었다.

이완은 채찍을 바닥에 던지고 방을 나갔다. 문이 굳게 닫혔다.

임일은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물은 이미 마르기 시작했다.

"나... 정말 나쁜 사람인가?"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아니... 아니야...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하지만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소념은 자신의 방에서 거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임일아, 잘 자. 내일은 더 재미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어."

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네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이,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는 모습...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너는 아직 모르겠지?"

그의 눈에는 어둠이 깔려 있었다.

"그래도 곧 알게 될 거야. 네 인생의 모든 빛이 꺼지는 순간을, 내가 직접 보여줄 테니까."

첫 학대

# 시든 장미

## 제5장: 첫 학대

어둠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희미한 촛불만이 벽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임일은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의 손목은 굵은 밧줄로 묶여 있었고,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일아, 왜 그렇게 떠느냐?"

소념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달래는 듯한 어조였다. 하지만 그 눈빛은 차갑게 반짝이고 있었다.

"소념아, 제발... 그만둬..."

임일의 목소리는 간신히 흘러나왔다.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만두라고? 왜?"

소념이 고개를 갸웃하며 임일 앞에 앉았다. 그의 손가락이 임일의 턱을 감싸 올렸다.

"너는 내 거야. 내가 원하는 대로 해도 되는 거야. 알지?"

임일이 고개를 저으려 했지만, 소념의 손길이 그의 턱을 놓아주지 않았다.

"형님들, 도와주세요."

소념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임봉과 임택이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뭐... 뭐 하는 거야?"

임일의 목소리가 떨렸다.

"조용히 해."

임봉이 차갑게 말하며 임일의 옷깃을 움켜잡았다. 천이 찢어지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안 돼! 형! 제발!"

임일이 몸부림쳤지만, 임봉의 힘은 그를 압도했다. 임택이 다가와 임일의 팔을 붙잡았다.

"움직이지 마. 더 아프게 하고 싶지 않으면."

임택의 목소리는 무심했다. 한때 그를 가장 다정하게 대해주던 둘째 형의 목소리와는 너무나 달랐다.

옷이 벗겨지면서 임일의 하체가 드러났다. 차가운 공기가 그의 살갗을 스쳤다. 그는 부끄러움과 공포에 몸을 웅크렸다.

"다리를 벌려."

임봉이 명령했다. 임일이 고개를 저었다.

"싫어... 싫어요..."

"네가 거절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임택이 임일의 다리를 억지로 벌렸다. 임일이 비명을 질렀다.

"제발! 아버지! 어머니!"

그가 울부짖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문틈으로 보이는 어머니 이완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아버지 임천은 팔짱을 끼고 서서 냉담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도 너를 구하지 않아."

소념이 부드럽게 속삭이며 임일의 귀에 입김을 불었다. 그의 손이 임일의 허벅지를 타고 내려갔다.

"예쁘다. 정말 예쁘다."

소념의 손가락이 임일의 하체를 스치자 임일이 온몸을 떨었다. 역겨움과 공포가 그의 온몸을 휘감았다.

"소념아, 제발... 그만..."

임일의 목소리는 거의 숨소리처럼 흘러나왔다. 하지만 소념은 듣지 않는 척했다.

"조금만 참아. 금방 익숙해질 거야."

소념의 손이 임일의 하체를 더 세게 비볐다. 임일이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하지만 임봉과 임택이 그의 팔과 다리를 붙잡고 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

"아파! 너무 아파요! 제발!"

임일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의 몸은 고통으로 경련하고 있었다.

"아프다고?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소념이 웃었다. 그 웃음은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순수하게 들렸다.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잔혹함이 임일을 더욱 두렵게 만들었다.

"네가 이렇게 예쁘니까 모두가 널 좋아했지. 하지만 이제는 나만이 널 가질 수 있어."

소념이 임일의 하체를 세게 움켜잡았다. 임일이 숨을 헐떡였다.

"더 잘 부탁해, 형님들."

소념이 임봉과 임택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들이 임일의 다리를 더 넓게 벌렸다.

"안 돼! 안 된다고!"

임일이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그의 가족들은 모두 소념의 편이었다. 그를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이 이제는 그를 학대하고 있었다.

소념이 임일의 하체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는 이제 내 거야. 내 장난감. 영원히."

임일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 눈을 감았다. 빛이 사라지고 어둠만이 그를 감쌌다.

방 안에는 임일의 신음과 울음, 그리고 소념의 부드러운 목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도구 수업

임천이 손에 든 것은 가느다란 은색 막대기였다. 끝에는 매끄러운 구슬이 달려 있었고, 전체가 차가운 광택을 냈다. 그는 그것을 소념 앞에 내밀며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게 요도를 조절하는 도구야. 네가 직접 해 봐.”

소념은 손을 내밀어 받아들였다. 손끝이 약간 떨리는 척하며 얼굴에는 당황한 표정을 띠었다.

“아버지,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천천히 가르쳐 줄게. 겁낼 것 없어.”

임천은 소념의 손목을 잡아 도구를 임일에게 향하게 했다. 임일은 침대에 묶인 채 이미 알몸으로 드러나 있었다. 그의 몸은 새파란 멍과 화상 자국으로 뒤덮여 있었고,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우선 이 구슬을 요도 입구에 대고 천천히 밀어 넣어. 너무 세게 하지 말고, 상처 나면 안 되니까.”

소념은 고개를 끄덕이며 도구를 임일의 몸에 가져갔다. 그의 손은 약간 떨리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정확하게 움직였다. 구슬이 살에 닿자 임일이 몸을 움찔했다.

“아… 제발… 그만…”

임일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하지만 소념은 듣지 못한 척하고 구슬을 천천히 밀어 넣었다. 그는 이미 이런 도구를 다루는 법을 완벽히 알고 있었다. 지난 며칠 동안 혼자 연습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일부러 서투른 척했다.

“아야! 너무 세게 넣은 것 같아요?”

소념이 억지로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손을 움찔했다. 구슬이 갑자기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임일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괜찮아, 괜찮아. 처음엔 다들 서툴러.”

임천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눈에는 아들의 고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해 봐. 이번엔 천천히.”

소념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도구를 움직였다. 이번에는 구슬을 빼내는 시늉을 하면서도 살짝 돌려 넣었다. 임일의 몸이 경련하듯 떨렸다.

“하아… 하아… 제발… 아버지… 소념아…”

임일의 간청은 숨처럼 가늘었다.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또 실수했어요?”

소념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임택이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재밌네. 네가 이렇게 못할 줄은 몰랐어.”

“닥쳐. 소념은 배우는 중이야.”

임천이 엄하게 말하며 소념의 손을 다시 잡았다.

“자, 이번엔 내가 잡아 줄게. 함께 움직여 보자.”

임천의 손이 소념의 손을 감싸고 도구를 조종했다. 구슬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고, 다시 빠져나왔다. 임일의 비명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으아악! 아버지! 제발!”

“시끄러워.”

이완이 차갑게 말하며 임일의 입을 막았다.

“네가 협조하지 않으니까 소념이 실수하는 거야. 네가 가만히 있으면 아프지 않을 거야.”

임일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소념은 임천의 손이 풀리자 다시 혼자 도구를 움직였다. 이번에는 더 능숙하게, 더 잔인하게. 구슬을 깊숙이 밀어 넣고 돌리며, 빼낼 때는 살을 긁는 듯한 각도로.

“아… 으… 하아…”

임일의 신음은 점점 약해졌다. 그의 정신은 이미 혼미해지고 있었다.

“잘 하고 있어.”

진우가 소념의 어깨를 두드렸다.

“처음 치고는 정말 잘 다루는데?”

소념은 수줍은 듯 웃으며 도구를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세게 힘을 줘서 밀어 넣었다.

“으아아아아!”

임일의 비명이 방 안을 찢었다. 하지만 그 비명은 가족들에게는 거짓말로만 들렸다.

“또 연기야?”

임봉이 혀를 찼다.

“네가 이렇게 소리 지르면 소념이 더 실수할 거야. 좀 가만히 있어.”

임택이 웃으며 덧붙였다.

“맞아, 형. 너는 항상 이렇게 극적이야. 좀 진정해.”

임일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몸은 이미 도구에 의해 처참하게 찢겨져 있었고, 그의 정신은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

소념은 마지막으로 도구를 깊숙이 밀어 넣고 빼냈다. 임일의 몸이 경련하더니 그대로 축 늘어졌다.

“잘 했어.”

임천이 소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거야.”

소념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그를 칭찬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만족감을 느꼈다.

이제 임일은 진정한 도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저항과 처벌

임일은 사슬이 풀린 순간,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무릎이 바닥을 짚고, 손가락이 차가운 대리석을 할퀴었다. 눈앞이 아직 흐릿했지만, 귀에는 형들의 웃음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어디 가려고?”

임봉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터져 나왔다. 거친 손이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임일의 얼굴을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코가 부서지는 듯한 통증이 전기처럼 번졌다. 피가 입술 사이로 흘러내렸다.

“이 못된 녀석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임택이 다가와 임일의 손목을 밟았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임일의 입에서 신음으로 새어 나왔다. 그는 몸을 비틀며 손을 빼내려 했지만, 곧바로 임봉의 주먹이 갈비뼈를 강타했다. 숨이 턱 막혔다.

“아버지, 좀 봐요. 이놈이 또 반항을 해요.”

임천은 소파에 앉아 담배를 끄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 “버릇을 고쳐야지. 손이 너무 약해.”

이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임일아, 엄마 말 잘 들어. 아파도 참아야 해. 다 너를 위해서야.”

임일이 고개를 들어 이완을 바라봤다. 한때 그를 감싸 안았던 그 눈빛은 이제 낯선 독기로 가득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엄마, 제발...”

“닥쳐!”

임봉이 그의 뺨을 후려쳤다. 임일의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그 순간, 문이 열리고 소념이 들어왔다. 그는 눈가를 붉히며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임일 씨... 왜 이러시는 거예요? 당신이 협조하지 않으니까 저는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아세요?”

목소리가 떨렸다. 투명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임봉이 즉시 소념의 어깨를 감쌌다. “소념아, 울지 마. 이놈을 내가 확실히 가르칠게.”

임택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소념아. 네가 상처받을 필요 없어. 우리가 다 처리할게.”

소념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흐느꼈다. “그런데도 저는 임일 씨를 포기할 수 없어요. 저는... 그래도 당신을 사랑하니까.”

임일의 몸이 경직됐다. 그 사랑이란 말이 이제는 칼처럼 날카로웠다. 그는 이를 악물고 바닥에 엎드렸다. 하지만 소념의 눈빛은 이미 차가워져 있었다.

“임봉 씨, 제발 좀 더 심하게 해주세요. 그래야 임일 씨가 정신을 차릴 거예요.”

임봉이 미소를 지었다. 주먹이 다시 임일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이어서 임택이 그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 진우도 방으로 들어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좀 도와줄까? 임일아, 이게 다 널 위해서야.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걸 이해해야 해.”

임일이 저항하려고 팔을 휘둘렀지만, 곧 네 사람에게 붙잡혔다. 그의 몸이 바닥에 눌렸다. 천장의 불빛이 흔들렸다. 누군가의 손이 그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끔찍한 통증이 엉덩이를 통해 전신으로 퍼져 갔다.

“아버지, 이놈이 아직도 징징대요.”

임천이 다가와 임일의 머리를 짓밟았다. “예전에는 잘난 척하더니, 이제는 이 꼴이야. 가족에게 이렇게 대접받는 게 당연하지.”

이완이 소념에게 차를 건네며 웃었다. “소념아, 너 정말 착한 아이야. 저런 녀석까지 품으려고 하다니.”

소념이 살며시 웃음을 지었다. “사랑하니까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임일의 몸은 더 이상 저항하지 못했다. 온몸이 멍과 상처로 뒤덮였고,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이 계속됐다. 그는 바닥에 널브러져 숨을 헐떡였다. 눈앞이 흐릿해졌다. 귀에서는 가족들의 웃음소리와 소념의 흐느낌이 섞여 들려왔다.

“임일 씨, 정신 차리세요. 아직 안 끝났어요.”

소념의 목소리가 천국처럼 멀게 들렸다. 임일이 애써 눈을 뜨자, 소념이 그의 위에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입가에는 떨쳐 버릴 수 없는 냉소가 번지고 있었다.

“당신은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지. 하지만 결국엔 내가 이겼어. 이제 영원히 여기서 벗어날 수 없을 거야.”

임일의 의식이 점점 멀어져 갔다. 마지막 순간, 그는 손을 뻗어 소념의 발목을 잡으려 했지만, 힘이 빠져 손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소념이 그의 손을 발로 밀어냈다. 그리고 방 안의 모두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내일도 잘 부탁드려요.”

임봉이 고개를 숙였다. “당연하지, 소념아. 네가 원하는 대로 할게.”

임택도 끄덕였다. “저 녀석, 이제는 꼼짝 못 할 거야.”

임천이 담배를 끄고 일어섰다. “가족을 욕되게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야지.”

이완이 소념의 볼을 어루만졌다. “우리 소념, 너무 예쁘다. 그런 나쁜 녀석 때문에 속 썩이지 마.”

소념이 방 안을 둘러보았다. 바닥에 쓰러진 임일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피와 땀이 섞여 흐르는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소념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내일은 더 재미있는 걸 준비해야겠네요.”

방 안은 다시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친구의 배신

# 시든 장미

## 제8장: 친구의 배신

진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눈빛은 한때 나를 알아보던 따뜻함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소념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심만이 번뜩이고 있었다.

"소념 님,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소념은 소파에 느긋하게 기대어 내가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진우야, 너 임일이를 잘 알고 있지?"

"그렇습니다. 소념 님. 저는 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좋아. 그럼 말해봐. 이 망가진 인형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가지고 놀 수 있을까?"

진우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그 눈에는 동정이나 연민이 없었다. 오직 분석과 평가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는 한때 내 가장 친한 친구였다. 함께 웃고, 함께 울고, 서로의 비밀을 나누던 사람이었다.

"임일은 어릴 때부터 칭찬에 굶주려 있었습니다. 특히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어 했죠."

소념의 눈이 반짝였다. "오? 재미있군. 계속해봐."

"그는 자신이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항상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애썼죠. 그 약점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우가 다가와 내 앞에 섰다. 그는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먼저 그의 가족 앞에서 그를 모욕하십시오.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버림받는 것이니까요. 또한..."

진우가 잠시 머뭇거렸다. 그의 얼굴에 희미한 망설임이 스쳤지만, 곧 사라졌다.

"또한 무엇?"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파괴하십시오. 임일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지키지 못할 때 가장 큰 고통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그가 어릴 적부터 키워온 장미 정원이 있습니다. 그 장미들을 그의 눈앞에서 하나씩 뽑아버리십시오."

소념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유용한 정보로군, 진우야. 네가 이렇게 충성스러울 줄이야."

"소념 님께 바치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는 진실을 보게 되었으니까요."

진실이라니. 그는 무슨 진실을 봤다는 것일까? 세뇌 시스템에 의해 왜곡된 거짓된 진실을?

소념이 일어나 내 앞으로 걸어왔다. 그의 손가락이 내 턱을 집어 올렸다. "듣고 있니, 임일? 네 친한 친구가 직접 네 약점을 다 알려주고 있어."

나는 말문이 막혔다. 진우를 바라보았지만, 그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진우야, 네가 직접 그에게 보여주겠니? 진정한 친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우가 고개를 숙였다. "명령하신다면, 소념 님."

그가 내게 다가왔다. 그의 손이 내 뺨을 때렸다. 그리 세게 때리지는 않았지만, 그 충격은 내 영혼을 찢어놓기에 충분했다.

"너는 항상 나보다 잘난 척했지, 임일?" 진우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항상 웃고, 항상 인기 있고, 항상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는 너. 하지만 이제 알겠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었어."

"진우야... 제발..."

"닥쳐! 이제야 네 진짜 모습을 봤어. 너는 소념 님을 해치려는 악인이야."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가장 친한 친구의 입에서 나오는 그 말들은 어떤 고문보다도 아팠다.

소념이 박수 갈채를 보냈다. "훌륭해, 진우야. 네가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 가르쳐줬구나."

그날 이후, 진우는 소념의 가장 충실한 추종자가 되었다. 그는 나의 모든 약점, 모든 두려움, 모든 비밀을 소념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소념은 그 정보들을 이용해 나를 조금씩 조금씩 파괴해 나갔다.

가장 친한 친구의 배신. 그것은 내게 남은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가버렸다.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의지할 사람도 없었다. 나는 완전히 고립되었고, 완전히 무력했다.

그날 밤, 나는 내 방에 갇혀 한참을 울었다. 하지만 아무도 내게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았다. 가족도, 친구도, 아무도.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텅 빈 껍데기뿐이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내게 속삭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이 끝날 날이 올 것이라고.

나는 그 희미한 빛을 붙잡았다. 아직 죽을 수 없었다. 비록 지금은 절망밖에 없지만, 나는 살아남아야 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