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족쇄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65eb8082更新:2026-07-12 01:58
사방이 캄캄했다. 숨을 쉴 때마다 녹슨 철판 냄새와 축축한 나무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쑤칭은 몸을 웅크린 채 화물칸 구석에 바짝 붙어서 숨을 죽였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철판을 뚫고 밖으로 튀어나갈 것 같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발소리가 우르르 몰려왔다. "찾아라!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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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와 잘못된 진입

사방이 캄캄했다. 숨을 쉴 때마다 녹슨 철판 냄새와 축축한 나무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쑤칭은 몸을 웅크린 채 화물칸 구석에 바짝 붙어서 숨을 죽였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철판을 뚫고 밖으로 튀어나갈 것 같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발소리가 우르르 몰려왔다.

"찾아라! 반드시 잡아라! 원수 가문에서 사람을 보냈다, 오늘 살아서 돌아가게 두지 마라!"

분명 아버지의 측근인 노진 집사의 목소리였다. 평소에 그렇게 온화하던 사람이 이렇게 날카롭게 외칠 줄이야. 쑤칭은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렸지만 울음을 참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장안의 부잣집 규수였다. 수놓은 비단 치마를 입고, 어머니가 직접 그려준 백접도 족자를 들고 다니던 여자였다. 그런데 지금은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원수 가문의 자객이 밤에 습격해 왔고,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집은 불탔다. 겨우 몸만 빠져나와 뒷문으로 도망쳤다.

"이쪽이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쑤칭은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덮개 천을 걷어차고 트럭 짐칸으로 기어올랐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부드러운 것들이 그녀를 에워쌌다. 냄새로 보아 마분지 상자나 누더기 같은 것들이었다. 쑤칭은 그 사이로 몸을 밀어 넣고 숨었다. 온몸이 떨렸지만 이를 악물고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여기 화물차가 한 대 있다!"

"뒤져 봐!"

덜컹. 누군가 짐칸 문을 열려고 했다. 쑤칭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때, 다른 쪽에서 누군가 고함을 질렀다.

"저쪽이다! 골목길로 들어갔다!"

덜컹거리던 문고리가 멈췄다. 발소리가 다시 멀어졌다.

쑤칭은 숨을 죽이고 한참을 기다렸다. 온몸의 근육이 얼어붙은 듯 굳어 있었다. 밖이 조용해지자 비로소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 순간, 트럭 시동이 걸렸다.

웅——

엔진이 요란하게 울렸다. 쑤칭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안 돼, 여기서 내려야 해. 그녀는 급히 몸을 일으켜 짐칸 쪽으로 기어갔다. 하지만 트럭이 급출발하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그대로 상자 더미에 부딪혔다. 이마에서 뜨거운 무엇인가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내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의식이 흐려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몇 시간인지, 며칠인지 알 수 없었다.

쑤칭이 의식을 되찾았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입 안 가득한 비린내였다. 혀끝으로 이를 더듬어 보니 피 맛이 났다. 두 눈을 간신히 떠 보니 뒤집어쓴 덮개 천 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들어왔다.

"일어나! 여기 새로 온 놈이다."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덮개 천이 확 벗겨졌다.

찬란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쑤칭은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누군가 그녀의 팔을 붙잡아 끌어당겼다. 땅에 내동댕이쳐졌다. 무릎이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 부딪혀 아픔이 전해졌다.

"몸에 상처가 좀 있네. 하지만 팔아먹기엔 괜찮겠군."

쑤칭은 정신을 가다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이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높은 망루 위에는 무장한 사람들이 서 있었다. 멀리서는 줄지어 선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 초췌한 차림에 목에는 쇠고랑이 채워져 있었다.

이곳은…

그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노예 섬.

어릴 적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대륙 바다 한가운데에 감히 상상도 못 할 곳이 있다고. 그곳에 팔려온 사람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노비로 전락하거나 혹은 매일 피를 흘리며 훈련을 받다가 결국 검 아래에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캐묻지 말고 일단 기록해. 34번, 여자, 대략 열여섯 살, 신체 상태…"

"좋아, 좋아. 교관 아리가 기다리고 있어. 빨리 훈련장으로 데려가."

쑤칭의 몸이 덜덜 떨렸다. 그녀는 입을 열고 소리치려 했다. 나는 쑤 가문의 딸이다. 나를 여기 가둘 수 없다. 하지만 목에서는 가느다란 신음만이 새어 나왔다. 목이 너무 말랐다.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은 듯했다.

"뭐 하는 거야? 빨리!" 어떤 관리가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 쑤칭은 발이 땅에 닿지 않은 채 끌려갔다.

눈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회색 훈련장이 있었다. 햇볕에 그을린 땅바닥에서 쇠 냄새와 땀 냄새가 뒤섞여 올라왔다. 가슴 한복판에는 원한과 굴욕이 가득 차올랐지만, 지금 당장은 이를 악물고 이곳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그녀는 알 수 없었다. 바로 그 순간, 장안 쪽의 텅 빈 저택에서는 집사 노진이 땅에 주저앉아 그녀가 남긴 백접도 족자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방금 전령에게서 소식을 들었다. 쑤 가문의 유일한 핏줄이 실려 간 트럭이 노예 섬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원수 가문이 이미 조정에 탄원을 올려 쑤 가문을 역적으로 몰았고, 법적으로 쑤 가문의 모든 사람은 관노가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노진 집사는 족자를 꼭 쥐었다. 그의 손가락이 종이를 뚫을 듯 파고들었다.

"아가씨… 제발 용서하소서."

신분 박탈

등록소의 형광등이 지직거리며 깜빡였다. 쑤칭은 손바닥이 젖은 걸 느끼며 깨졌던 명패를 꽉 쥐었다. 주변의 노예 후보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공허하고 무기력했다. 한 명은 갓난아이를 안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머리에 흉터가 가득했다.

쑤칭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주저 없이 등록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손바닥은 맑은 유리 판 위에 찰싹 붙었다.

'나는 쑤 가문의 적통 혈육이다. 너희들, 잠깐 멈춰라. 누가 감히 나를 여기 묶어두겠는가?' 그녀는 높고 맑은 소리로 외쳤다. 목소리에 초조함이 살짝 섞여 있었지만, 그녀의 등은 곧게 펴져 있었다.

직원은 고개도 들지 않고 서류를 뒤적이며 나지막이 물었다. '증거는?'

'거기에 명패가 있다.' 쑤칭이 깨진 명패를 내밀었다. 가장자리의 날카로운 파편이 그녀의 손가락을 찔러 핏방울이 드러났다. '내가 쑤 가문의 귀한 딸이다. 집사 노진을 불러라. 그러면 진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직원이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모니터 속에서 지루하게 스치는 정보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명패를 집어 들어 빛에 비춰보며 관심 없는 어조로 말했다. '위조품이다. 각인도 불완전하고, 재질도 가짜다. 너희 같은 인간들이 명패를 위조해 달라는 요청은 벌써 열 번째야.'

'감히!' 쑤칭의 눈동자가 커졌다. 분노가 그녀의 목소리를 떨리게 했다. '너희 눈이 썩었구나! 내 옷 매무새를 봐라, 이게 평범한 노예 차림이냐?'

그녀의 옷깃은 다소 흐트러져 있었지만, 비단의 광택은 여전히 형형했다. 등록대 앞에 있던 다른 노예 후보들은 더럽고 남루한 헝겊을 걸치고 있었지만, 쑤칭은 달랐다. 직원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의 눈에 잠시 혼란이 스쳤으나 이내 시니컬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몇몇 양반집 자제들은 노예가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더라고. 그래서 스스로 신분을 팔아 노예가 되기도 해. 신선한 경험을 원하는 거지.' 직원은 고개를 저으며 밀착형 스캐너를 손에 들었다. '자, 팔을 내밀어.'

쑤칭은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뒤에 있던 두 명의 보안관이 그녀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다. 스캐너가 윙윙거리며 붉은 빛을 발하더니 이내 빛이 사라졌다. 직원은 화면을 훑어보고는 피식 웃었다.

'정보가 맞지 않군. 너… 신분이 너한테 맞지 않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 진짜 신분은 자정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어!' 쑤칭이 몸부림쳤다. 그녀의 머리핀이 흔들리며 바닥에 떨어져 경쾌한 소리를 냈다. '너희가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직원은 대답하지 않고 건장한 보안관에게 손짓했다. 보안관들은 쑤칭을 뒤쪽 격리실로 끌고 갔다. 쑤칭은 몸을 비틀며 발버둥쳤지만, 그녀의 힘은 너무 작았다. 굳은살 박힌 손이 냉철하게 그녀를 좁은 방 안에 밀어 넣었다. 철문이 쾅 닫혔다. 주위는 갑자기 어둠으로 변했다.

쑤칭은 벽을 짚으며 쿵쿵 두드렸다. '나를 여기서 내보내 줘! 쑤 가문에서 네 목숨을 앗아갈 거야!'

바깥은 고요했다.

그녀는 마른 침을 삼키며 방구석에 웅크리고 앉았다. 벽은 차갑고 축축했다. 코끝에는 곰팡이와 피가 섞인 악취가 감돌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철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직원이 문틈에 기대어 서 있었다.

'노예 등록 절차는 1시간 후에 시작된다. 준비해라.'

'무슨 소리야?' 쑤칭이 일어나려 했지만, 무릎이 풀려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내 신분은 진짜야! 진짜라고!'

직원은 표정의 변화 없이 손에 든 서류를 흔들었다. '자정 시스템에서 방금 정보를 확인했어. 너는 이미 신분이 말소된 노예야. 원래 소속된 빌런이 신분 팔기를 신청했어. 그래서 명패가 깨져서 등록소에 넘어온 거야.'

'설마…' 쑤칭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그 명패를 떠올렸다. 아버지가 그녀에게 건네며 '정말 위험한 일이 생기면 가지고 가거라'라고 말했던 그 명패. 공교롭게도 도망치던 중에 깨져버렸다. '아니야… 말도 안 돼…'

'이게 원수 가문의 소행이야.' 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손톱이 살 속에 파고들었다. '그들이 나를 해치려는 거야. 그들이 시스…'

그녀의 말이 갑자기 끊겼다. 직원이 이미 등을 돌려 떠나려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벽에 매달리려 했지만 손끝이 미끄러졌다.

'기다려! 집사 노진을 불러줘! 그는 진실을 알고 있어!'

'지금 무슨 개나 소나 하는 소리야?' 직원이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이미 지루함이 배어 있었다. '이미 등록소 신호가 격리 구역 전체에 울렸어. 아무도 너를 구하러 오지 않을 거야. 조용히 협조해. 그게 너한테 덜 아프게 할 거야.'

철문이 다시 닫혔다. 잠금 장치가 쿵쾅거리는 소리를 냈다.

쑤칭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등은 벽에 닿았고, 차가운 기운이 등골을 타고 올랐다. 이 방에는 창문이 하나도 없었고, 오직 천장 구석에 작은 환풍구만 덜그럭거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심장은 고막을 때리듯 요란하게 뛰었다. 귀에는 피가 솟는 소리만 들렸다.

'어떻게 된 거지…'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손바닥은 땀으로 미끄러웠다. 그녀는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어디로? 이곳은 노예 섬의 중심부였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었고, 이 등록소는 요새처럼 견고했다.

1시간 후면 그녀는 정식 노예가 된다. 그녀의 이마에 낙인이 찍히고, 그녀의 목에 족쇄가 채워지며, 그녀의 신체에 번호가 새겨진다. 그녀는 더 이상 쑤 가문의 귀한 딸이 아니라, 주인과 매매될 상품에 불과하다.

쑤칭은 무릎을 감싸 안았다. 그녀의 이마가 무릎에 닿았다. 방 안은 너무 고요해서 그녀의 치아가 부딪히는 소리만 들렸다. 바깥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쇠사슬이 땅에 끌리는 소리와 낮은 울부짖음이 뒤섞여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녀가 이를 꽉 물었다. 혀끝에 쇠맛이 번졌다.

전라 계약

차가운 금속 의자가 등골을 파고들었다. 쑤칭은 온몸이 굳어버린 채 흰 벽만 바라보았다. 네모난 형광등 불빛이 눈을 찔렀다.

“옷.”

교관 아리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짧았다. 그 뒤에 서 있는 두 명의 남자 경비원이 무표정하게 쑤칭을 응시했다.

쑤칭의 손가락이 떨렸다. 천천히 셔츠 단추를 풀었다. 손가락이 미끄러져 단추를 놓치자 아리가 채찍 자루로 책상을 내리쳤다.

“시간 끌지 마.”

턱이 떨렸다. 쑤칭은 눈을 감았다. 단추를 모두 풀고 셔츠를 벗어 던졌다. 살갗이 차가운 공기에 닿자 소름이 돋았다. 치마 허리춤을 잡고 내렸다. 팬티만 남았다.

“전부.”

쑤칭이 아리를 올려다보았다. 눈빛에 간절함이 스쳤다. 아리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선 네가 규칙이다. 벗어.”

입술을 깨물었다. 피 맛이 났다. 팬티를 잡고 끌어내렸다. 벗은 몸이 형광등 아래 고스란히 드러났다. 두 팔로 가슴을 가리려 하자 아리가 경비원들에게 고갯짓했다. 두 남자가 다가와 쑤칭의 팔을 잡아 벌렸다.

“카메라 앞에 세워.”

발목이 휘청였다. 맨발로 차가운 바닥을 딛고 강제로 걸어가 카메라가 설치된 흰 배경 앞에 섰다. 세 대의 카메라가 다른 각도에서 그녀의 전라를 비추고 있었다.

“계약서.”

아리가 두꺼운 서류 뭉치를 내밀었다. 쑤칭의 손이 떨려 종이를 제대로 잡을 수 없었다. 아리는 그 손을 잡아 서류 맨 아래에 대고 볼펜을 쥐여주었다.

“여기 서명.”

쑤칭이 서류를 읽으려 하자 아리가 서류를 잡아당겼다.

“읽을 시간 없다. 서명이나 해.”

“무슨 조항인지... 알아야...”

“네 몸을 판다는 조항이다. 그걸 몰라?”

아리의 말이 귀를 찔렀다. 쑤칭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아리는 그 손을 잡아 서명란에 억지로 긋게 했다. 이름 석 자가 비뚤비뚤 적혔다.

“지문.”

붉은 인주를 찍고 엄지를 서류에 눌렀다. 선명한 붉은 지문이 남았다. 그 순간, 쑤칭의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질문.”

아리가 차가운 금속 탐침을 내밀었다. 쑤칭의 다리가 떨렸다. 아리는 자신의 장갑 낀 손으로 쑤칭의 질 입구를 벌리고 탐침을 밀어 넣었다. 쑤칭이 비명을 삼켰다. 기계가 낮은 소리를 내며 데이터를 읽어냈다.

“처녀성 확인 완료. 증명 사진 촬영.”

카메라 렌즈가 그곳을 확대해 비췄다. 쑤칭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제 동영상 촬영이다. 여기 서 있는 대사 외워.”

아리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저는 오늘부터 노예가 되었습니다. 제 몸은 주인님의 것입니다. 제 목숨도 주인님의 것입니다. 무슨 명령이든 복종하겠습니다.’

“읽지 마. 외워.”

쑤칭이 눈을 질끈 감았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다섯 번 읽으면 외워질 거다. 시작.”

아리가 카메라 앞에 서서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며 지시했다. 쑤칭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사를 중얼거렸다. 목이 메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더 크게. 네가 팔리는 영상이다. 사겠다는 사람이 네 목소리를 들어야 하지 않겠어?”

쑤칭이 주먹을 쥐었다. 다시 대사를 읊었다. 목소리가 점점 더 떨렸다. 다섯 번째, 목소리가 끊어졌다. 아리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부터 다시. 완벽해야 넘어간다.”

열 번, 스무 번. 쑤칭의 목이 쉬어갔다. 눈물이 계속 흘러내려 입가로 스며들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읊조렸다. 이번엔 비교적 매끄러웠다.

“좋아. 카메라 앞에 서.”

아리가 쑤칭을 카메라 정면에 세웠다. 조명이 그녀의 벌거벗은 몸을 환히 비췄다. 아리가 대본을 들고 신호를 보냈다.

“액션.”

카메라 앞에서 쑤칭은 얼어붙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리가 눈썹을 찌푸렸다.

“컷. 다시. 너는 노예다. 네 의지는 필요 없다.”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다시 신호. 이번엔 입을 열었다. 대사가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처음엔 작았지만 점차 커졌다. 끝까지 말하고 나니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표정. 웃어. 네가 기쁘게 복종한다는 걸 보여줘.”

쑤칭의 입술이 비틀렸다.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얼굴 근육이 경련했다.

“좋아. 계속.”

카메라가 계속 돌아갔다. 쑤칭은 한 번, 두 번, 세 번. 그 굴욕적인 대사를 반복했다. 눈물이 흐르는 것도, 목이 쉬는 것도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저 입술만 움직였다.

촬영이 끝나고, 아리는 쑤칭에게 옷을 던졌다. 쑤칭은 떨리는 손으로 옷을 주워 입었다. 옷감이 피부를 스칠 때마다 아린 고통이 느껴졌다.

방 밖으로 나가는 순간, 집사 노진이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숙여 쑤칭을 지나쳤다.

쑤칭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좁은 방으로 돌아왔다. 방문이 닫히자 그제야 바닥에 주저앉았다. 무릎을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목이 완전히 쉬어버린 탓이었다.

시스템은 이미 그녀의 판매 영상을 전 노예 시장에 유포하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숫자에 불과했다. 팔려 나갈 시간을 기다리는 상품. 그게 전부였다.

신체 검사

검사실 문이 열리자 차가운 공기가 쑤칭의 맨살을 스쳤다. 두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그녀의 팔을 잡고 강제로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방 안에는 형광등이 흰 빛을 뿜으며 살균제 냄새가 코를 찌르는 듯했다. 중앙에 놓인 금속 검사대는 마치 도살장의 도구처럼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벗겨.”

교관 아리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그녀는 검사실 구석에 서서 손에 든 클립보드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쑤칭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들었다. “내가 왜...”

“말대꾸하지 마. 여기선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네 번호는 347, 그게 전부야.”

아리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클립보드 위를 스치듯 움직였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다가와 쑤칭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 그녀는 몸을 비틀며 저항했지만, 근육이 굳은 그들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얇은 천이 찢어지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고, 순식간에 그녀의 발가벗은 몸이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었다.

쑤칭의 몸이 떨렸다. 그녀는 두 팔로 가슴을 가리려 했지만, 한 남자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강제로 머리 위로 올렸다.

“검사대에 올라가. 엎드려.”

아리의 목소리는 여전히 평온했다. 그녀는 마치 이 장면이 천 번도 넘게 반복된 일상처럼 행동했다.

쑤칭은 금속 검사대 위에 엎드렸다. 차가운 금속이 그녀의 배와 가슴에 닿아 소름이 돋았다. 그녀의 손목은 검사대 양쪽에 있는 쇠고랑에 채워졌고, 발목도 같은 방식으로 고정되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측정 시작.”

아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다가왔다. 그는 중년의 남자로, 무표정한 얼굴에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캘리퍼스 같은 금속 도구가 들려 있었다.

“하지 마... 제발...”

쑤칭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의사가 그녀의 뒤에 서서 엉덩이를 벌렸다. 차가운 금속이 살에 닿는 느낌에 쑤칭의 몸이 경직되었다.

“직경 4.2센티미터, 길이 8.7센티미터.”

의사가 기계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캘리퍼스로 꼼꼼하게 측정한 후, 숫자를 아리에게 불러주었다. 아리는 클립보드에 그것을 기록했다.

“더 정밀하게.”

아리가 말했다. 의사는 더 작은 도구를 들어 쑤칭의 몸 안쪽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쑤칭은 참을 수 없는 수치심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의 손톱이 검사대 표면을 긁으며 미끄러졌다.

“깊이 6.3센티미터. 탄력도 보통. 점막 상태 양호.”

의사의 목소리는 마치 기계처럼 딱딱했다. 그는 손가락을 넣어 안쪽을 더듬으며 측정을 계속했다. 쑤칭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찔거렸지만, 쇠고랑이 그녀의 움직임을 가로막았다.

“더 벌려.”

아리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의사가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더 넓게 벌렸다. 이번에는 자궁 경부까지 측정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얇은 탐침이 쑤칭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신음을 삼켰다.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려 검사대 위에 떨어졌다.

“자궁 경부 깊이 5.1센티미터. 위치 정상. 이상 없음.”

의사가 탐침을 빼내며 말했다. 그는 장갑을 벗어 쓰레기통에 던졌다. 아리는 클립보드에 마지막 숫자를 적고 고개를 들었다.

“347, 신체 검사 완료. 다음 단계로 이동.”

“더 있어...?”

쑤칭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그녀의 몸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아직 혈액 검사와 정신 감정이 남았어. 여기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한 곳이 아니야.”

아리가 말을 마치고 검사실을 나갔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다가와 쑤칭의 쇠고랑을 풀었다. 그녀는 힘없이 검사대 위로 주저앉았다. 맨살이 차가운 공기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일어나. 옷 입어.”

한 남자가 바닥에 놓인 새 옷가지를 발로 툭 차며 말했다. 그것은 얇은 회색 작업복이었다. 쑤칭은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집어 몸에 감쌌다. 천이 피부에 닿자 아픔이 스며들었다.

그녀는 검사실을 나서며 문턱에서 잠시 멈춰 섰다. 뒤돌아보지 않으려 했지만, 그녀의 눈은 무의식적으로 검사실 안을 향했다. 창백한 불빛 아래, 그 금속 검사대는 여전히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그 광경을 가슴속 깊이 새겼다. 이곳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모든 것을 갚을 것이다.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구강 성교 훈련 시작

훈련 캠프의 정문이 열리자 마른 흙 먼지가 코를 찔렀다. 쑤칭은 손목이 묶인 채로 두 명의 무장한 간수에게 끌려와 캠프 한가운데에 버려졌다. 발목에 채워진 쇠사슬이 돌부리에 걸려 살갗이 찢어졌지만, 그녀는 신음 한 번 내지 않았다. 눈앞의 풍경은 그녀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칠었다. 흙벽으로 둘러싸인 운동장, 삐걱거리는 철제 탑, 그리고 곳곳에 흩어진 노예들의 몸부림치는 소리. 공기 중에는 땀과 피, 그리고 썩은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여기가 새로운 노예들이 줄을 서는 곳이다."

교관 아리는 채찍을 휘두르며 쑤칭 앞에 섰다. 그녀는 키가 크고 가냘프지만 눈빛은 독수리처럼 날카로웠다. 검은 훈련복 위에 철제 휘장이 달려 있어 교관 신분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녀는 쑤칭의 얼굴과 몸매를 훑어보며 비웃음을 지었다.

"쑤 가문의 귀한 딸이라더니, 이제 와서 내 손에 떨어지다니. 여기서는 네 과거가 아무 의미 없다. 오직 순종만이 살 길이다."

쑤칭은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아직 말을 잃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 안의 또 다른 자아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아직도 버틸 힘이 남아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교관 아리는 그런 그녀의 고집을 단번에 꺾어 버렸다.

"너는 기본 훈련도 받지 않았으니,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한다. 구강 성교 훈련이다."

아리는 손가락을 튕겼다. 옆에서 기다리던 조수가 검은 가죽 상자를 들고 왔다. 상자가 열리자 안에는 여러 가지 크기와 모양의 실리콘 성기 모형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광택이 나는 표면, 사람의 살결과 비슷한 촉감, 그리고 그 중 몇 개는 전선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것은 훈련용 기구다. 너는 이것들을 입으로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거부하면 다음 단계는 전기 충격이다."

쑤칭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손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 반짝이는 건 눈물이 아니라 분노였다. 교관 아리는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거부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준비해 왔다."

아리가 손을 내밀어 조수가 버튼을 눌렀다. 쑤칭의 발목과 손목에 채워진 전기 밴드가 갑자기 작동했다. 강력한 전류가 온몸을 휘감았다. 그녀는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몸이 심하게 떨렸고, 이가 마주 부딪혀 우두두 소리가 났다. 눈앞이 하얗게 번쩍이다가 이내 캄캄해졌다.

"처음에는 약한 전류로 시작했다. 다음 번에는 더 세게 갈 것이다. 순종할 의사가 생기면 고개를 끄덕여라."

쑤칭은 바닥에 엎드린 채로 한참 동안 숨을 헐떡였다. 그녀의 두 번째 자아인 '노예 영혼'이 몸 안에서 꿈틀거리며 밖으로 나오려고 했다. 쑤칭은 간신히 그것을 억눌렀다. 아직 때가 아니다. 만약 그 영혼이 깨어나면, 그녀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될 것이다. 지금은 약해 보이는 것이 오히려 안전했다.

"할게요."

목소리가 바닥에 서늘하게 떨어졌다. 쑤칭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입가에 핏물이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닦지 않았다.

"말 잘 들었다. 자, 시작한다."

교관 아리는 첫 번째 모형, 비교적 작고 가느다란 것을 집어 쑤칭의 입술 앞에 대었다. 쑤칭은 눈을 감았다. 그녀는 자신의 혀와 입술이 따뜻하고 미끄러운 물체에 닿는 것을 느꼈다. 기계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아리는 쑤칭이 제대로 훈련을 수행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녀의 턱을 집어 올리며 지시했다.

"혀를 더 깊숙이 넣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목구멍이 열린다. 깊이를 조절하는 법을 배워라. 너는 완벽하게 구강 성교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모형이 차례로 바뀌었다. 점점 더 크고 거칠어진 기구들이 쑤칭의 입을 찢었다. 타액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목구멍에 이물감이 밀려올 때마다 그녀는 구역질을 참았다. 하지만 교관 아리는 멈추지 않았다.

"자, 이제 두 번째 단계다. 전기 모형으로 바꾼다. 이 기구는 네 입 안에서 진동하며 전류를 흘려보낸다. 참을 수 있겠지?"

쑤칭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지만, 그것은 굴종의 표시가 아니었다.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리는 무표정하게 새로운 모형을 쑤칭의 입에 밀어 넣었다. 실리콘 표면이 미끄러지며 목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갑자기 약한 전류가 입안을 스치며 혀와 입천장, 심지어 잇몸까지 찌르는 듯한 통증이 전해졌다. 쑤칭은 신음했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 순간, 그녀 안의 '노예 영혼'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 생명체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순종을 통해 더 나은 생존을 얻는 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쑤칭의 몸이 떨렸다. 또 다른 자아가 지배권을 얻으려는 순간이었다.

"해내고 있어, 꽤 잘하고 있어. 계속해."

교관 아리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쑤칭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침내, 두 번째 자아가 빛을 보기 시작했다. 몸이 이완되고, 통증이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입안의 기계는 더 이상 적이 아니라 단순한 도구였다. 그녀는 더 적극적으로 모형을 빨고, 혀를 감고, 깊이를 조절했다.

"좋아. 이제 좀 낫군."

교관 아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 속에는 경멸과 냉소가 섞여 있었다. 그녀는 쑤칭이 단순히 순종하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쑤칭 안의 두 번째 자아는 이미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이 노예 섬에서는 힘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이용해 살아남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훈련이 끝나고 쑤칭은 감방으로 끌려갔다. 그녀는 구타당한 몸을 바닥에 눕혔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전기 충격으로 번진 하얀 섬광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 순간, 두 번째 자아가 속삭였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진짜 싸움은 아직 오지 않았다."*

쑤칭은 주먹을 쥐었다. 그녀는 오늘의 굴욕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녀가 이 섬을 떠날 때, 이 모든 것을 되갚아 주리라.

성교 훈련

쑤칭은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교관 아리는 그녀 앞에 서서, 채찍을 손바닥에 톡톡 두드리며 빙글빙글 걸어 다녔다. 방 안에는 은은한 촛불만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었고, 그림자가 벽에 일렁이며 마치 산 자를 집어삼킬 듯한 괴물처럼 보였다.

“오늘은 세 번째 훈련이다. 규칙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아리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쑤칭은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자신의 손가락만 바라보았다. 손톱 밑에는 아직도 어젯밤에 긁힌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네가 먼저 움직여라.”

그녀 뒤에 서 있던 남성 교관이 앞으로 나와 섰다. 그는 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으며,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 있지 않았다. 쑤칭은 그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며 온몸이 굳어졌다.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주저하지 마라. 너는 이미 배웠어야 할 것을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

아리의 채찍이 공기를 가르며 휘둘러졌다. 따끔한 통증이 쑤칭의 등을 스쳤다. 그녀는 깨물었던 입술을 놓았다. 피 맛이 혀끝에 번졌다.

쑤칭은 천천히 일어섰다.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버텼다. 남성 교관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턱을 잡았다. 그의 손가락은 거칠었고, 마치 쇠붙이처럼 차가웠다.

“입을 벌려.”

그녀가 순종했다. 혀가 떨렸다. 교관은 그녀의 입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으며 혀를 누르고 잇몸을 더듬었다. 쑤칭은 메스꺼움을 참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기억하고 있었다. 이 굴욕적인 순서를. 처음에는 저항했지만, 이제는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더 부드럽게.”

아리가 다시 명령했다. “네가 원하는 것은 복종이지, 저항이 아니다. 네 몸이 먼저 말하게 해라. 말이 필요 없다.”

쑤칭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교관의 손목을 잡았다. 처음에는 살짝, 그다음에는 더 확실하게 그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팔뚝을 타고 올라가며 근육의 결을 따라 움직였다. 교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좋아. 그걸 계속해 봐.”

그러나 몸은 완벽하게 반응하려 하지 않았다. 교관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쥐었을 때, 쑤칭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그의 손길이 닿은 그 순간, 가슴속에서 울컥 차오르는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그녀는 그를 밀어내려 했다.

아리의 채찍이 다시 한번 내리꽂혔다. 이번에는 더 세게.

“또 실패다.”

쑤칭의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그녀는 다시 무릎을 꿇었다. 이제는 익숙한 자세였다.

“스무 대.”

아리가 말했다. 남성 교관이 뒤로 물러섰다. 쑤칭은 두 손을 바닥에 짚고 등을 내밀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첫 번째 채찍이 허벅지 뒤를 때렸다. 그녀는 소리를 삼켰다. 두 번째, 세 번째. 피부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휘감았다. 그녀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열네 번째가 지나갔을 때, 그녀의 입가에 피가 흘러내렸다.

“열일곱.”

아리가 천천히 세었다. “열여덟.”

쑤칭은 비명을 참았다. 대신 그녀는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스무 대 끝.”

그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숨이 가쁘게 흘러나왔다. 땀과 피가 섞여 바닥에 떨어졌다. 아리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얼굴을 들어 올렸다.

“너는 잘 배우고 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네 눈에는 여전히 불이 살아 있다. 그걸 끄는 법을 배워야 한다.”

쑤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는 복종하는 듯 보였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까맣게 타오르는 증오가 자라고 있었다. 그녀는 그 감정을 품에 꼭 움켜쥐었다.

이 훈련소를 벗어나는 날, 이 모든 고통을 기억하리라. 그리고 반드시 갚으리라.

아리가 일어서며 말했다. “휴식은 10분이다. 그 후에 다시 시작한다. 오늘 밤이 끝날 때까지, 너는 완벽하게 복종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쑤칭은 바닥에 엎드린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훈련 불합격

평가장은 어느 때보다 무거운 침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쑤칭의 손목이 떨렸다. 검을 쥔 손아귀에 힘이 풀리면서 날이 바닥을 스쳤다. 마지막 동작, 회전 찌르기. 그것이 실패했다. 발이 엉켰고 중심을 잃었다. 그녀는 무릎으로 바닥에 부딪히며 쿵 하는 소리를 냈다.

교관 아리는 팔짱을 낀 채 멀거니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무표정 그 자체였다. 마치 이것이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듯이.

“일어나.”

쑤칭은 이빨을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무릎이 아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아팠던 것은 주변에서 던져지는 시선들이었다. 다른 훈련생들의 비웃음, 동정, 어떤 이는 안도하는 눈빛. 그 모든 것이 그녀의 가슴을 찔렀다.

“기초 동작 7형, 전환 속도 미달. 자세 붕괴. 호흡 조절 실패.”

아리는 나무 패에 기록된 평가표를 읽어 내려갔다. 목소리는 차갑고 기계적이었다.

“총점 32점. 불합격.”

그 말이 떨어지자 훈련장이 술렁였다. 불합격은 곧 추방을 의미했다. 이곳 노예 섬에서 훈련에 실패한 자는 더 이상 훈련생으로 남을 수 없었다. 남는 길은 하나뿐이었다.

“너는 오늘부터 가문 회관의 벽녀로 배치된다.”

쑤칭의 귀에서 피가 식는 듯했다. 벽녀. 그것은 가장 낮은 신분의 노예가 하는 일이었다. 벽에 기대어 하루 종일 명령만 기다리는 그림자. 말할 권리도, 앉을 자리도, 인간으로 대우받을 가치도 없는 존재.

“이의 있습니다.”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신도 모르게.

아리가 눈썹을 까딱 올렸다. 그녀는 천천히 쑤칭에게 다가왔다. 두 사람의 키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아리의 존재감은 방 전체를 압도했다.

“이의는 접수하지 않는다. 규칙은 규칙이다.”

“하지만 저는 분명히...”

“닥쳐.”

아리의 손이 허공을 가르더니 쑤칭의 뺨을 때렸다. 따끔한 고통이 퍼졌다. 쑤칭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눈물이 맺히는 것도 참았다.

“네가 여기서 무슨 말을 하든, 무슨 변명을 하든, 결과는 같다. 너는 훈련에 실패했다. 그리고 실패한 자는 쓰임새가 있어야 한다. 벽녀로 산다면 살고, 그렇지 않다면 죽는다. 선택은 네 몫이다.”

아리는 돌아서서 훈련장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녀의 발걸음이 사라질 때까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쑤칭은 무릎을 꿇었다. 이번에는 넘어져서가 아니었다. 힘이 빠져서였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그녀가 쑤 가문의 적통이었을 때, 그녀는 검술과 학문, 예법까지 모든 것을 갖추어야 했던 후계자였다. 지금은 단지 발이 엉킨 것 하나로 인간 이하의 존재로 전락했다.

“쑤칭.”

낮은 목소리가 그녀를 불렀다. 집사 노진이었다. 그는 다른 집사들보다 먼저 다가와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의 눈빛은 애처로웠다.

“아가씨... 아니, 지금은 그렇게 부를 수 없군.”

“괜찮아요.”

쑤칭의 목소리는 메말랐다.

“저는 벽녀가 되어요.”

“이곳 규칙을 바꿀 수는 없소. 하지만...”

노진은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듣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벽녀로 있어도 기회는 있소. 가문 회관은 정보가 모이는 곳이오. 귀를 열고 눈을 뜨고 있소. 언젠가 아가씨께서 다시 일어날 날이 올 것이오.”

“그날이 오기는 할까요?”

“반드시.”

노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손이 쑤칭의 어깨를 스치듯 토닥였다.

“저는 가문의 집사로서, 아가씨를 끝까지 보필하겠소.”

그가 걸어가자 훈련생들이 길을 비켰다. 쑤칭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늙은 집사의 등은 구부정했지만, 그 그림자는 길고 단단해 보였다.

훈련장 문이 열리고, 건장한 호위병 두 명이 들어왔다. 그들은 쑤칭을 향해 걸어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쑤칭. 따라오너라.”

한 호위병이 말했다. 쑤칭은 천천히 일어났다. 무릎에 흙이 묻었고, 손바닥에는 상처가 났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벽녀가 된다는 것은, 이곳에서 가장 낮은 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쑤칭은 알고 있었다. 진짜 낮은 자는 무릎 꿇는 법을 영원히 잊은 자가 아니라, 일어설 힘조차 포기한 자라는 것을.

그녀는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 호위병들 뒤를 따라 훈련장을 나서며, 그녀는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돌아온다면, 반드시 다른 모습으로.

회관 벽녀

쑤칭은 눈을 떴다. 어두운 벽감 안, 천장은 낮아서 앉아 있어도 머리가 닿을 듯했다. 좁은 공간에 구겨진 채로, 그녀는 가죽 끈이 손목과 발목을 조이는 것을 느꼈다. 회관에 도착한 지 사흘째였다. 노예 섬 훈련소에서 끌려나와 이곳으로 보내진 후, 그녀는 이 벽감에 갇혀 있었다. 벽감의 입구는 두꺼운 검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고, 가끔 손님이 지나갈 때면 커튼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바깥의 희미한 불빛이 새어 들어왔다.

“손님 맞을 준비해라.”

교관 아리의 목소리가 벽감 밖에서 들려왔다. 차갑고 단호한 말투였다. 쑤칭은 이를 악물었다. 첫날, 그녀는 저항했다. 몸부림치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채찍질과 굶주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손목을 내밀었다. 아리가 벽감의 끈을 풀고 그녀를 끌어내자, 발목의 족쇄가 덜컹거리며 바닥에 부딪혔다.

회관의 복도는 화려했다. 붉은 융단이 깔려 있고, 벽에는 금박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쑤칭에게 이 모든 것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녀는 맨발로 융단 위를 걸었다. 발바닥이 부드러운 털에 닿을 때마다 역겨움이 치밀었다. 아리는 그녀를 복도 끝에 있는 방으로 밀어 넣었다. 방 안에는 넓은 침대와 낮은 탁자가 놓여 있었고, 몇몇 남자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앉아 있었다.

“오늘의 물건이다.”

아리가 말했다. 남자들의 시선이 쑤칭에게 쏠렸다. 그중 한 명이 손짓을 하자, 아리는 쑤칭의 어깨를 밀어 앞으로 나가게 했다. 쑤칭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녀는 바닥을 응시하며, 이 모든 것이 끝나길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중 한 남자가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의 걸음걸이가 익숙했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얼굴을 확인하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쑤 소저?”

그 남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쑤 가문의 하급 장수 중 한 명이었다. 쑤칭이 아버지의 곁에서 가문을 이끌 때, 그의 명령을 받들었던 병사였다. 그는 그녀를 알아보았다. 입을 벌린 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 네가 어떻게……”

그가 말을 잇지 못했다. 주위의 다른 남자들이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쑤칭은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 그녀는 오직 물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손님이었다.

“손님, 무엇을 망설이십니까?”

아리가 차갑게 말했다. 그 장수는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쑤칭은 그가 다른 손님들에게 둘러싸여 술잔을 다시 들었다. 그녀는 그가 끝내 입을 열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녀의 구원이 아니라, 만약 이 사실이 알려졌을 때 자신이 받을 처벌이었다.

그날 밤, 쑤칭은 벽감으로 돌아왔다. 온몸이 멍들었고, 어깨에는 손가락 자국이 선명했다. 그녀는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르며, 유일한 의지 하나를 붙잡았다. 경매. 시스템의 규칙에 따라, 그녀는 곧 경매에 나갈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경매에 노진 집사가 나타날 것이다. 그가 반드시 그녀를 찾으리라는 믿음이 그녀를 버티게 했다.

“반드시…… 와야 해.”

그녀가 중얼거렸다. 벽감의 어둠만이 그녀의 말을 받아주었다.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내일이 오면 또 다른 손님이 올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그녀의 옛 부하였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그들의 시선과 손길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그녀는 집사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가 경매장에서 그녀를 발견하고, 그녀의 진짜 신분을 알리며 모두를 놀라게 할 날을 꿈꾸었다.

“기다려라…… 나는 기다린다.”

그녀는 벽감의 끈에 손목을 다시 내맡겼다. 커튼 바깥에서는 회관의 소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웃음소리, 술잔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누군가의 신음. 그 모든 것이 그녀를 에워싸고 있지만, 그녀의 마음은 오직 한 곳을 향해 있었다. 바로 경매장이었다.